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일기예보 안 믿어

좀좀이 2012. 8. 18.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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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식 일기예보를 보면 희안하게 낮 최고 온도가 39도 밖에 안 되요. 정말 죽게 더울 거라는 이번 주말이 최고 40도.


그래서 졸지에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어요. 한국도 많이 발전했더군요. 낮 최고 막 38도 찍고요. 그런데 명색이 중앙아시아 산다고 한국 더위쯤은 풉 해주려 했는데 제 핸드폰으로 공식 온도 보면 항상 아무리 더워야 39도.


이건 마치 역도와 같아요. 같은 중량을 들면 몸무게 적은 사람이 이기듯, 같은 온도라면 한국이 압승이에요. 한국은 습하니까요. 여기는 건조해서 그늘지고 그늘 안 지고의 차이가 커요. 어느 정도냐 하면 아파트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그늘이 하루 종일 져서 '어~시원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에요. 그러다 집에 들어오면 집은 양달이라 다시 더워지구요.


한국에서 들려오는 '여기는 더워! 너무 더워!'라는 말에 멋지게 '여기는 40도 훨씬 넘는데?'라고 받아쳐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공식 일기예보상 39도. 1도 차이면 한국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여름이 다 가도록 한국에서 덥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도 여기는 건조하니까 살만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며칠 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40도가 넘으면 업무를 안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정부에서 40도까지만 발표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즉 40도가 훌쩍 뛰어넘는 더위여도 무조건 40도라는 이야기.


그 말을 반신반의하기는 했지만, 요즘 더위가 분명 40도를 못 넘을 리는 없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참고로 여기 더위의 특징은 한국 더위와 느낌이 달라요. 일단 타슈켄트에서 더위를 크게 느낄 일은 의외로 많지 않아요. 타슈켄트는 가로수가 매우 커서 인도에 그늘이 잘 져 있어요. 그래서 그늘로만 잘 찾아다니면 그렇게 크게 덥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하지만 햇볕 아래로 나가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져요. 일단 땀은 한국보다 훨씬 안 나요. 제 고향에서는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여기는 별로 땀이 많이 안 나요. 엄청 건조하거든요. 낮에는 옷 널어놓으면 한 시간이면 다 말라요. 탈수 안 하고 물도 안 짠 빨래가 1시간이면 아주 미라가 되어 있어요. 햇볕 아래에 있으면 이와 마찬가지에요. 영화 보면 머리부터 먼지가 되어 사라락 날아가며 사라지는 장면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딱 그 느낌이에요. 햇볕 아래로 걸어가면 머리부터 먼지가 되어 사라락 날아가며 사라지는 듯한 더위를 느낄 수 있어요.


요즘 다시 더워졌고,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덥다고 느꼈어요. 특별히 덥다는 것은 모르겠는데 그냥 계속 물을 마시게 되고 (절대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게 아니라 생각 전에 이미 물을 사서 마시고 있음) 그냥 멍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온도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어요. 그래서 그 전광판을 보았는데


오늘 현재 46도

오늘 현재 46도

오늘 현재 46도


어제 보았을 때는 43도였는데 오늘은 46도. 그런데 핸드폰으로 일기예보 보면 39도.


일기예보 안 믿을 거야. 핸드폰 예보 개구라였어. 왠지 분명 40도가 넘는 더위인데 너무 기온이 낮게 나와서 뭔가 이상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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