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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 레바논 허머스 맛집 - 헬로 베이루트

좀좀이 2018. 12. 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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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본 식당은 서울 시청 근처에 있는 레바논 식당인 헬로 베이루트에요.


우리나라 아랍 음식점 보면서 드는 의문 두 가지.


먼저 첫 번째. 이것 이름은 왜 허머스인가?


물론 저도 글 제목에 '허머스'라고 쓰기는 했어요. 그러나 이 음식 이름은 '훔무스'에요. 기본적으로 아랍어에는 '어' 발음이 아예 없어요. 방언에 따라 그거 비슷한 소리가 있을 수도 있기는 하나, 표준 아랍어에는 '어' 발음이 존재하지 않아요. 표준 아랍어에서 모음은 아, 이, 우, 그리고 이중모음 아이, 아우 밖에 없거든요. 영어 철자도 hummus 에요. 아랍어도 저렇게 쓰구요. 그런데 '훔무스'라고 써놓은 곳이 없어요. 거의 전부 허머스, 그리고 한국어가 미숙한 아랍인이 만든 메뉴판 보면 호무스, 후무스 등이 있어요. hummus 를 영어로 읽어서 '허머스'가 되었을 거에요. 그런데 이런 외국어를 라틴 알파벳으로 적어놓은 것은 무식하게 읽을 수록 정답에 가까운 소리가 나요. u 니까 그냥 '우'로 읽으면 된다는 거에요. Muhammad 는 그냥 적힌대로 '무함마드'라고 읽으면 되지, 저걸 영어 읽듯 '머햄맷'이라고 읽으면 오히려 바보 되요. 저도 제목에 '허머스'라고 적기는 했지만, 제목에 허머스라고 적은 이유는 '훔무스'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 이놈의 훔무스는 대체 왜 이렇게 비싼가?


훔무스고 허머스고 좋아요. 이름 문제야 그렇다 쳐요. 진짜 우리나라에서 훔무스 볼 때마다 죽어도 이해 안 되는 것이 있어요. 대체 무슨 이유로 이 콩죽떼기 훔무스는 미치도록 비싼가? 저는 아랍지역에서 지내본 적도 있고, 여행을 가본 적도 있어요. 훔무스는 진짜 잘 쳐줘야 우리나라에서 쌀밥 수준이에요. 비싸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좋아요. 훔무스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콩이 전부 수입이라서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쳐요. 그래도 의문은 전혀 풀리지 않아요. 보통 가격에는 비율이 존재해요. 공기밥 한 공기와 불고기 1인분 가격은 절대 같을 수가 없죠.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외국 나가서 한식당 갔는데 불고기 1인분과 공기밥 한 공기 가격이 같다면 무지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에요. 이것도 마찬가지에요. 왜 콩죽떼기 훔무스가 진짜 '요리'와 가격이 맞먹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이건 공기밥 한 공기와 불고기 1인분 가격이 비슷한 것과 비슷한 경우에요. 이것은 오직 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 온 아랍인, 그리고 아랍 지역을 여행해본 사람들 모두 크게 공감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점이에요. 이게 만수르 부인 미모의 원인이고 뭐고 간에 왜 대체 무려 '요리'와 맞먹는 가격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아랍 식당 갈 때마다 이 요상한 '허머스'만큼은 절대 제 돈 내고 주문해서 먹지 않아요. 단순히 가격 비싼 건 이해한다 해도, 왜 그게 다른 진짜 '요리'들과 맞먹는 가격인지 이해 불가거든요.


서울 시청 근처에 레바논 식당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름은 '헬로 베이루트'였어요. 글을 보았어요. 역시나 '허머스'가 있었어요.


"여기는 그래도 요리같이 만들었네?"


사진을 보니 위에 고기 갈아서 볶은 것 같은 것도 올라가 있었어요. 이건 요리 같아 보였어요.


'저기 훔무스는 한 번 먹어봐야지.'


우리나라에서 절대 제 돈 내고 훔무스 사먹는 일이 없지만, 헬로 베이루트의 훔무스는 요리처럼 생긴 걸 보자 한 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헬로 베이루트


헬로 베이루트로 갔어요. 시청역에서 거리가 조금 있었어요.


레바논 식당


입구에는 아랍어로 '레바논 식당'이라고 '마트암 루브나니'라고 적혀 있었어요. 아랍어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마뜨아문 루브나니윤'이라고 읽을 거에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랍 식당


시청 맛집


메뉴가 이것 저것 있었어요. 가게 주인은 아랍인이었어요. 모처럼 아랍어로 대화를 나눴어요.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자 레바논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간단히 잡담을 나누다 일단 제가 온 목적인 훔무스를 주문했어요. 양고기가 올라간 것으로 주문했어요. 가격은 14000원이었어요.


양고기 훔무스


훔무스는 팔도 도시락 컵라면 정도 되는 그릇에 담겨 나왔어요. 난도 같이 나왔어요.


난


이건 14000원 주고 먹을 만 하다.


"여기 진짜 음식 잘 하네?"


여기는 진짜로 음식을 잘 하는 가게였어요. 그냥 맛있게 잘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진짜 아랍 지역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같은 곳에 가서 먹는 맛 - 즉 그냥 클래스가 다른 맛이었어요. 한국인 여자 주인이 들어와서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요리를 하던 레바논 아저씨는 적당히 요리를 잘 해서 식당을 연 게 아니라 어디에선가 음식을 제대로 배운 것 같았어요. 이건 먹어보면 티가 나거든요. 격이 다른 맛과 단순히 맛있는 것은 확실한 차이가 있어요.


잘 만든 훔무스를 먹어보면 콩 비린내가 안 느껴지고 상당히 고소해요. 얼마나 아낌없이 콩을 쏟아넣고 만드느냐에 따라 훔무스 맛이 달라져요. 이것이 그랬어요. 정말 잘 만든 훔무스였어요. 아랍 지역에 있었을 때 먹어보았던 고급 훔무스와 맛이 똑같았어요. 진짜 제대로 만든 훔무스였어요.


양고기가 올라가 있어서 식사로 먹기 좋았어요. 난을 훔무스에 찍어 먹었어요. 상당히 맛있었어요.


훔무스를 먹고 난 후, 이 가게 다른 음식도 궁금해서 자타르 사즈와 가지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먹었어요. 둘 다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가지 샌드위치는 굉장했어요. 메뉴판에 유독 사진이 없어서 주문해본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게 대박이었어요. 우리나라에 있는 아랍 식당 뿐만 아니라 아랍 현지에 있는 식당에서 파는 것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맛있는 편이었어요. 둘 다 모두 그냥 맛있는 것이 아니라 '격이 다른 맛'이었거든요. 격이 다른 맛은 각각의 맛이 균형을 이루어 하모니를 완성하는 맛이에요.


사실 훔무스 위에 양고기 가루 올라갔다고 해서 14000원이라 하면 분명 제 기준에서는 무지 비싼 게 사실이에요. 맨 처음에 말한 두 가지 의문 중 '왜 대체 훔무스는 그렇게 비싼가?' 라는 의문에 답을 준 건 아니에요. 여기도 훔무스 가격이 자타르 사즈, 가지 샌드위치보다 비쌌거든요. 그렇지만 맛이 워낙 고급진 격이 다른 맛이라 이건 전혀 비싸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고급 레스토랑 가서 밥 먹었다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 정도의 맛을 냈기 때문에 이건 납득했어요.


이 식당은 대체 뭔가?


먹고 나와 진짜 궁금해졌어요. 확실히 맛이 격이 달랐어요. 이건 맛있다 맛없다 레벨이 아니라 그냥 클래스가 다른 거였어요. 식당 보면 그냥 평범한 식당 1에 불과한데 음식맛은 고급 레스토랑 음식맛이었어요. 정말로 엄청나게 의외였어요. 식당 외관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아랍 음식'으로 한정짓는 게 아니라 일반 식당들과 비교해서도 맛이 수준급이었어요.


제대로 맛있는 아랍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헬로 베이루트 추천해요. 식당 위치 및 인테리어와 정 반대로 격이 다른 맛을 보여주거든요. 아랍 음식에 관심이 없다 해도 여기는 진짜로 그냥 맛있는 맛집이기 때문에 한 번 가보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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