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상화폐 Swift 로 구입해서 받은 엽서는 크로아티아 엽서에요.
크로아티아는 2009년 7박 35일 여행 중에 딱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에요. 7박 35일 여행은 제 인생 첫 배낭여행이었어요. 배낭 여행 하는 방법 자체를 아예 몰랐어요. '게스트하우스'라는 것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고, 가이드북도 없이 무턱대고 갔어요. 현지 가서야 가이드북을 구입했지만, 그것은 지도 대용으로만 사용했어요. 그나마 발칸유럽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읽어본 것이 있어서 그걸로 버티며 여행을 다녔어요.
정확히 크로아티아는 플리트비체만 가보았어요. 보스니아에서 만난 한국인 아저씨께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가 그렇게 멋지니 꼭 가보라고 소개해주셨거든요. 이 당시, 발칸 유럽에 대한 정보 자체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었어요. 그나마 크로아티아가 예쁘다고 하는 이야기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크로아티아까지 가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보통 유럽 배낭여행이라 하면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이었고, 헝가리, 체코를 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을 때였어요. 발칸유럽이라 하면 유고내전이 워낙 유명하고, 코소보 전쟁과 나토의 세르비아 폭격이 끝난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라 사람들이 여행가겠다고 마음을 정말 안 먹던 때였어요. 지금은 아마 많이 바뀌었을 거에요. 실제로 제가 코소보에 갔을 때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있었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는 나토 공습으로 폭격맞아 흉측하게 변한 건물이 그대로 있었어요.
이른 새벽. 스플리트에 도착하자마자 저를 맞이해준 것은 무서운 바닷바람이 휘몰아치는 바다였어요. 스플리트 버스터미널이 바닷가에 있었거든요. 버스터미널에 붙어 있는 버스 소요 시간을 보니 버스 타고 후딱 플리트비체 가서 오전 중에 보고 오후에 두브로브니크 본 후 자그레브로 넘어가면 될 것 같았어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어요.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요. 버스 시간표에 나와 있는 소요시간과 버스 배차 시간을 보면 그게 가능했거든요.
하지만 이날.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렸어요. 난폭한 바람이 몰아치던 스플리트의 새벽. 바람이 잦아들자 버스 터미널에서 나와 스플리트 시내를 후딱 구경하고 터미널로 돌아왔어요. 새벽 버스라 환전소가 문을 열지 않았어요. 그래서 크로아티아 쿠나를 카드로 인출했어요. 보스니아와 달리 유로는 절대 안 받는다고 했거든요. 버스 시간표에 적힌 것과 달리 도착 예정 시간을 한참 지나서 도착했어요. 플리트비체에 도착했을 때, 환전소는 모두 일요일이라고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한참을 걸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호텔에 가서 간신히 환전하고 다시 한참을 걸어 버스터미널로 돌아왔어요. 두브로브니크 가기는 이미 글렀어요. 남은 것은 자그레브. 자그레브행 버스도 역시나 한 대는 멈추지도 않고 지나가서 한참 뒤에야 그 다음 차를 잡아타고 갔어요. 두브로브니크 도착하니 깜깜한 밤. 기차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가는 새벽 기차를 기다리며 거리의 청소년들 사이에 낑겨 오들오들 떨며 눈을 잠깐 붙였어요. 이때 직접 겪어보고 일요일에 국경선을 넘는 건 참 안 좋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만약 환전소 문제만 아니었다면 그나마 덜 고생했을 거니까요.
사실 제 잘못이었어요. 하루에 플리트비체, 두브로브니크를 다 보겠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유럽의 일요일은 우리나라 일요일과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어요. 하지만 크로아티아에서 하도 고생했기 때문에 남은 일정 동안 크로아티아를 다시 가서 제대로 보려고 했다면 충분히 다 볼 만도 했지만 크로아티아는 안 갔어요. 가장 큰 기대를 하고 간 크로아티아였고, 분명 스플리트에서 플리트비체 가는 길, 그리고 플리트비체는 무지무지 아름다웠지만 그렇게 크로아티아와의 인연은 끝났어요. 크로아티아를 가장 기대했지만, 가장 짧게 본 나라가 크로아티아였어요.
4월 20일. 어김없이 swiftdemand 사이트에 100 swift를 무료로 받기 위해 들어갔어요. 100 swift를 받은 후 혹시 엽서 있나 살펴보았어요.
"어? 크로아티아다!"
크로아티아인이 Bjelovar 라는 크로아티아 도시 엽서를 750 swift에 판매하고 있었어요. 하루에 100swift를 무료로 주니까 8일 모으면 구입할 수 있는 가격. 괜찮은 가격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구매를 신청했어요.
크로아티아인이 특정 멘트를 적어서 보내주기를 바라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항상 행운이 너와 함께 하기를'을 크로아티아어로 적어서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크로아티아인은 neka sreca uvijek bude uz tebe 가 크로아티아어로 '항상 행운이 너와 함께 하기를'이라고 알려주고, 이 말을 적어서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네까 스레짜 우비옉 부데 우즈 떼베. 이게 크로아티아어로 '항상 행운이 너와 함께 하기를'이래요.
이 크로아티아인은 정말 친절하게 제게 이메일로 우체국에 제 엽서를 부쳤다는 확인 사진까지 보내주었어요. 정말 기뻤어요. 이렇게까지 정성껏 보냈다고 확인 메일 보내주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우체국 소인까지 찍힌 엽서 사진을 보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일만 남았어요. 엽서가 북한으로 납북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제게 올 것이었어요.
그리고 오늘 오후. 우체통을 보니 크로아티아 우표가 붙은 크로아티아 Bjelovar 사진 엽서가 도착해 있었어요.
벨로바르가 어떤 곳인지 찾아보았어요. 크로아티아 중부에 위치한 도시래요. 보스니아와 헝가리 사이에 있는 곳이었어요. 벨로바르는 1756년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오스만 튀르크의 공격을 막기 위해 방어 요새를 건설하면서 중요해졌다고 해요. 벨로바르는 해마다 고란 나보예츠가 설립한 BOK (Bjelovarski odjeci kazališta) 연극 축제를 개최한대요. 이 연극 축제에서 지난해 크로아티아 최고의 희곡을 선정한대요.
엽서 뒷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nek te uvijek prati sreća 라고 적어서 보내주었어요. 구글 번역기 돌려보니 you always keep track of happiness 라는 뜻이래요.
왼쪽은 부활절 우표에요. uskrs 가 크로아티아어로 부활절이에요. 크로아티아어에서 자음군이 나오면 r이 모음 역할을 해요. 그래서 uskrs 에서 모음은 u, r 이에요. 크로아티아는 가톨릭 국가에요.
오른쪽은 개구리 우표에요.
이 우표는 정확히 어떤 우표인지 모르겠어요. 25 godina postanskih 라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우정 25주년'인 거 같아요. 왼쪽 아래에 있는 노란 점은 점자일 거에요.
언젠가 크로아티아 여행을 다시 갈 기회가 찾아온다면, 크로아티아 여기저기를 잘 돌아다니고 잘 볼 거에요. 7박 35일때처럼 얼레벌레 정신 못차리고 우왕좌왕하지 않구요.
Swiftdemand 사이트 : https://www.swiftdemand.com/?referred_by=asdfkorea (매일 100swift 무료 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