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등잔 밑 모스크 로드 (2017)

등잔 밑 모스크 로드 - 에필로그

좀좀이 2017. 11. 25.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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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행기 하나 완성되었네?"


올해는 딱히 외국 여행을 갈 생각이 없었어요. 밀린 여행기를 좀 끝내자는 것이 올해의 목표였고, 특별히 가고 싶은 나라도 없었어요. 무언가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야 움직이는데, 무언가를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 나라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여행 계획 자체가 꾸준히 없었어요. 여행기만 한동안 참 열심히 썼구요.


그러다 문득 우리나라에 모스크가 여러 곳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처음에는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모스크 중 수도권에 있는 곳만 몇 곳 돌아다닐 생각이었어요.


나 우리나라에서 모스크 지금까지 한 곳 밖에 안 가봤어.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모스크가 여기 저기 있다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굳이 그것들을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살던 곳에서 거리도 멀고, 특별히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모스크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절과 성당은 몇 곳 가보았지만 모스크만 유독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 곳만 가보았어요. 정작 외국 여행 나가서 모스크가 보이면 어지간하면 들어가서 내부를 보고 나오는 편인데요. 이슬람권 지역에 가서 흔하디 흔한 모스크는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정작 우리나라에 있는 별로 없는 모스크들을 가볼 생각을 안 했다는 것이 저 스스로도 참 신기했어요.


그래서 하나 둘 가보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몇 곳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제가 가볼 수 있는 곳만 가보자는 생각이었고, 특정 숫자를 채우거나 연재물을 만들어 한 편의 여행기를 만들 계획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있다고 하는 것 중 제가 대중교통으로 가볼 수 있는 곳들만 한 번 찾아서 가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경기도 안양, 안산 모스크를 갔을 때, 우리나라의 모스크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우리나라 이슬람은 외국인 노동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서울 이태원 모스크가 아닌 다른 모스크를 가보는 순간, 정말로 찾아보면 더 많고, 이쪽은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이 크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어요.


처음 돌아다닐 때에는 모스크를 찾아다니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홈페이지에 모스크 주소가 나와 있었거든요. 그 주소를 찾아가면 되는 일이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 모스크가 외국인 노동자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처음 돌아다니던 날 깨닫고, 그 후 김포시에 갔을 때 지도에 아예 등록되어 있지 않은 소규모 모스크들도 여기저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나라 인터넷으로 검색되지 않는 모스크들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실제로 제가 모스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나 모스크를 찾으면 몇 곳 나오지 않았어요. 그 지도들이 제공하는 정보에는 숨어 있는 모스크는 고사하고 커다란 모스크조차 제대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어요. 외국어로 검색을 하고, 다음 로드뷰로 사진을 보며 위치를 확인하며 다음 지도 및 네이버 지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모스크를 찾아내고 가보기 시작했어요.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제가 살고 있는 의정부에 모스크가 두 곳이나 있다는 점이었어요. 정말로 등잔 밑 모스크 로드였어요. 심지어 하나는 제가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큰 길에 간판이 아주 크게 걸려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살고 있었어요. 정말 등잔 밑 모스크였어요.


모스크를 찾아 돌아다니며 모스크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종교 시설 역할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센터 같은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조그만 모스크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고 여기저기 산재해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당연히 제가 다녀온 모스크는 수도권에서 극히 일부에요. 공단 지역으로 가면 아마 더 많이 있을 거에요. 단지 우리가 신경을 안 쓰고 지나가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칠 뿐이겠죠.


제가 가본 모스크 중 다음 지도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모스크는 다음 지도에 등록 요청을 했어요.


그 결과...


등잔 밑 모스크 로드


다음 지도에서 모스크를 검색한 결과는 이래요.



네이버 지도에서 모스크를 검색한 결과는 이래요.



사실 다음 지도에 제가 등록 요청하고 반영된 모스크가 조금 더 있어요. 그런데 '모스크'로 검색하면 일괄적으로 쫙 나오지 않고, 조금 뒤죽박죽 되어 있어요.


다음 지도에서 어떤 것은 '이슬람'으로 검색해야 나오고, 어떤 것은 원래 등록이 되어 있기는 한데 '모스크'로도 '이슬람'으로도 검색이 안 잡히기도 해요. 이것은 다음 지도 관리자들이 정리를 해놓아야 할 문제라 생각해요. 아예 등록되어 있지 않은 모스크들도 있지만, 지도에 등록되어 있는 모스크들도 '모스크'로 검색해서 검색결과로 노출되지 않는 '지도 DB 상 숨어 있는' 모스크인 경우가 조금 있거든요. 어쨌든 현재 다음에 등록된 모스크가 네이버에 등록된 모스크보다 더 많아요.


어쨌든 이렇게 하여 올해 운좋게 여행기 하나가 탄생했어요. 처음에는 적당히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곳 중 몇 개 가볼까, 그 다음에는 10개 채워볼까, 그 다음에는 12간지, 한 다스 하듯 12라는 수를 맞추어볼까, 그러다 결국 15곳 가본 이야기가 되었어요.



지금까지 참 재미없는 여행기인 이 '등잔 밑 모스크 로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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