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외국어 학습교재

The 바른 아랍어 STEP 1 - ECKBOOKS

좀좀이 2017. 11. 1.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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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아랍어 응시자는 제2외국어 응시자 중 66304 명, 71.4% 를 차지했대요. 이제는 아랍어 응시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할 지경까지 되어버렸어요. 작년은 65153명, 69% 였고, 재작년은 46822명, 51.6% 였어요. 하지만 이렇게 아랍어 응시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아랍어 및 아랍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전혀 아니지요. 아예 없는 것보다야 관심이 늘어나기는 했겠지만요.


예전에 제가 아랍어를 처음 공부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아랍어 교재는 정말 몇 종류 없었어요. 어느 정도 없었냐 하면 하나 둘 사서 모으다보니 순식간에 다 모아버릴 정도였어요. 전체 다 해서 10권 채 되지 않았을 거에요. 이 시기에 아랍어를 공부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종합아랍어' - 흔히 엠사 라고 불렀던 책을 알아요. 그 책으로 공부했으니까요. 지금은 종합아랍어 책이 바뀌었지만, 이 당시에는 노란색 1권이 30과, 파란색 2권이 15과, 총 45과였어요. 참고로 종합아랍어 책에는 '이것은 누구의 것입니까?' 를 말하는 방법이 끝까지 안 나와요. '영접하다' istaqbala 단어는 질리도록 나오구요.


하지만 요즘은 아랍어 교재가 꽤 많이 나왔어요. 예전처럼 아랍어 공부하려면 무조건 종합아랍어를 봐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물론 아랍어 공부하려면 교재 선택 여지 없이 무조건 종합아랍어를 봐야 했던 시절은 한참 전 일이기는 하지만요. 지금은 오히려 처음 아랍어 공부를 시작할 때 어떤 교재로 시작해야할지 서점 가서 책을 살펴보며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물론 이것은 고등학교 대학수학능력시험 아랍어 과목과는 아주 무관한 일이지만요.


중요한 것은 수능 응시자 수가 아니라 아랍어 학습 서적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에요.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중후반 이런 저런 아랍어 교재가 등장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아랍어 학습 교재의 조상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바로 종합아랍어와 키타불 아사시였어요. 이 책들을 조금 더 보기 좋게, 그리고 지문 좀 수정하고 문법 설명을 보다 부드럽게 고쳐서 내놓은 것에 불과했어요.


그러나 조금 더 지나가자 종합아랍어, 키타불 아싸씨가 부모라고 하기 어려운 책들이 하나 둘 등장했어요. 이런 교재들은 진짜 로또였어요. 대박 아니면 아주 쪽박. 괜찮은 것은 참 괜찮지만, 제 경험상 아닌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 경우 아주 쪽박이었어요. 사실 어학 교재 구성은 거의 안 변하거든요. 언어가 대격변을 거쳐 문법이 통째로 바뀌지 않는 한 어지간해서는 거의 안 바뀌어요. 시대상을 반영해서 지문 내용이 조금씩 바뀔 뿐이지요.


이번에 다룰 외국어 교재는 아랍어 교재에요. ECKBOOKS 에서 출판한 The 바른 아랍어 STEP 1 이에요.


The 바른 아랍어 STEP 1 은 이렇게 생겼어요.


The 바른 아랍어 STEP 1


윗부분은 노란색이고, 하단에 아랍어 글자가 정신없이 적혀 있어요.


The 바른 아랍어 STEP 1 저자


저자는 '마나르 알사라흐네'래요.




동사 변화 어디 있지?


목차를 열심히 몇 번이고 살펴보았어요. 목차에 동사 변화가 보이지 않았어요. 불길한 예감이 확 들었어요. 아랍어 동사 변화가 어렵다지만 동사 없이 말을 한다면 말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니까요.


아랍어 문자


일단 시작은 문자 익히기.


아랍어 문자 연습


글자 쓰기 연습도 있어요.


"아, 이것도 또 된소리 써놨네."


아랍어 발음


아랍어 인두음을 된소리로 적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엄연히 틀린 것이에요. 된소리랑 인두음은 천지차이로 달라요.


글자 연습


글자를 이어서 쓰는 훈련을 하는 페이지도 있었어요.


본문


1과 시작은 인사. 아랍어 지문에 발음 부호를 붙여놓았고, 하단에 라틴 문자 전사를 해놓았어요. 왜 단어 시작마다 대문자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랍어 전사할 때 대문자는 주로 인두음 표기할 때 사용해요. 단어 시작을 알려주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요.


한국어 해석


이렇게 본문 뒤에 한국어 해석이 나와요.


아랍어 인칭대명사


'왜 1과부터 쌍수가 나오지?'


물론 표준아랍어에서는 두 명을 가리키는 쌍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쌍수를 익혀야 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대체로 시작부터 쌍수를 알려주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쌍수는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고, 아랍어 방언으로 가면 쌍수가 아예 없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아랍어 숫자


어렵기로 악명 높은 아랍어 수. 백단위 - 일단위 - 십단위로 읽어야 하는데다, 명사와의 일치도 1, 2, 3~10, 11~99, 100 이 달라요. 다행히 명사와의 일치까지 한번에 나오지는 않았어요. 이것이 3과에 나와요.


아랍어 동사 변화


4과에 동사변화가 나오기는 하는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아랍어 관사


6과에서는 아랍어 정관사 al 이 나왔어요. 이것은 왜 6과에서야 나오는지 역시 의문.


아랍어 동사 미완료 변화


위의 4과에 이어 7과에서 미완료형 변화가 또 나오는데 아주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어요. 아랍어 동사 중 원형 동사는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완료형에서 중간 모음을 알 수 없어요. 이것을 알려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요. 그런데 이 말이 없었어요.


아랍어 능동분사


그리고 나오는 아랍어 능동분사.


아랍어는 동사 변화가 간단하지 않아요. 그래서 동사 변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분사를 사용해서 말할 수 있어요. 실제 이렇게 말하기도 하구요. 분사는 형용사처럼 성, 수만 바꾸어주면 되요. 미완료형 변화가 어려울 때 잘 사용하는 방법이죠. 문제는 아랍어에서 분사를 만들려면 동사 원형 - 즉 완료형을 알아야 해요. 동사 원형 - 즉 완료형 3인칭 남성 단수를 가지고 분사를 만드니까요.


아랍어 색깔


아랍어 색깔 형용사는 좀 까다로운 편이에요. 나온다고 문제될 것은 없지만 기본적인 동사 변화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없으면서 색깔 형용사가 튀어나오는 것은 솔직히 많이 이상해요.


책 뒤에는 아랍어 쓰기 연습이 있었어요.


아랍어 쓰기 연습


이렇게 생겼어요.


아랍어 연습


이 책에 대한 소감은 이랬어요.


정신 사납기만 하다.


제대로 짚어주어야 할 동사 변화에 대해 아주 뒤죽박죽이고, 꼭 해주어야 하는 설명도 생략되어 있었어요. 독학용 교재로는 아주 안 좋았어요. 솔직히 옆에서 설명해주는 사람 있어도 이건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책이었어요. 부족한 점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순서 자체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어요. 한국인들이 아랍어 동사 변화를 매우 어려워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차라리 완료형 변화 - 분사 - 미완료형 변화로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이 훨씬 나아요. 분사로 급한대로 현재 표현을 하라고 한 후, 미완료형으로 제대로 된 현재 표현을 하라는 구성으로요. 그러나 이건 그냥 뒤죽박죽. 왜 정관사가 6과에야 튀어나오는지도 모르겠고, 동사 변화를 정리해놓은 부분이 없고 무슨 동사의 미완료형 변화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가르치는 용도로 사용하기조차 매우 안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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