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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맛집 - 네팔 식당 에베레스트

좀좀이 2017. 10. 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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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대문에서 반드시 꼭 챙겨야할 식당이 세 곳 있어요.


첫 번째는 네팔 음식점 에베레스트.

두 번째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사마르칸트.

세 번째는 중국 음식점 동북화과왕.


이렇게 확실히 딱 못을 박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당연히 있어요.


저것들은 맛집이 아니다.


솔직히 요즘은 여기저기 다 맛집이라고 해요. 물론 이거야 자기가 맛있으면 맛집인 것이니 '내가 맛있게 잘 먹은 식당'을 맛집이라고 하면 문제될 것은 없어요. 맛없는데 맛집이라고 하는 건 좀 많이 생각해봐야겠지만요. 어쨌든 맛집이 남발하는 요즘.


저 세 곳은 '맛집'이 아니에요. 고작 맛집 따위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되는 곳이에요. 특히 에베레스트와 사마르칸트는 더더욱요. 잔챙이 꼬꼬마들이나 맛집이지, 저기는 상당히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역사'에요. good restaurant 가 아니라 historical restaurant 에요. 진짜 에베레스트와 사마르칸트는 전설급이에요.


그러면 왜 저 식당들은 '맛집'이라 부르는 것조차 모욕인 전설급이냐 하면 저 두 식당들은 우리나라 음식 역사 및 다문화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 네팔/인도 카레를 대중적으로 널리 소개한 식당 중 하나가 에베레스트고,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처음으로 소개한 식당이 사마르칸트에요. 이들 가게는 10년 넘은 가게들이에요. 고작 10년 가지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정통 개발도상국 음식은 정말 보기 힘들었어요. 지금은 중국 유학생, 노동자, 불법체류자들 때문에 아주 지천에 깔린 중국식 양꼬치집도 불과 10년 전에는 서울에 몇 곳 없었어요. 참고로 에베레스트는 2002년 개업한 식당.


그리고 우리나라의 다문화 연구를 할 때, 에베레스트와 사마르칸트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해요. 창신동 에베레스트가 생긴 후 이쪽으로 네팔인들이 몰려 네팔인들의 중심지가 형성되었고, 동대문으로 보따리상들과 중앙아시아 노동자들이 몰리며 사마르칸트 식당을 중심으로 이들의 거점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었어요. 서울의 다문화 연구 자료를 보면 네팔인들은 동대문 창신 시장 중심, 우즈베키스탄 및 중앙아시아, 몽골인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7번 출구쪽에 몰린다고 나와요.


즉, 이 두 식당은 한국의 음식사, 사회변동 - 즉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이 확실히 있어요. '맛집'이라 부르는 식당들과는 이래서 아예 격이 다른 것이죠. 맛집 찾아다니려고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다문화 공부할 때에도 접하게 되니까요.


혹자는 '세상에 1등은 하나만 존재해야 한다'라고 해요. 그렇게 굳이 1등을 가려야 한다면 저는 우리나라 식당 전설급의 최강자는 단연 '동대문 에베레스트'를 꼽아요.


여기에도 당연히 근거가 있어야겠죠. 근거 있어요.


이제는 인도-네팔 음식점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왜 굳이 꼭 '네팔'을 집어넣을까요?


우리나라에 인도 음식점이 생긴지는 꽤 되었어요. 이태원 타지마할 (현재는 타지팰리스), 모글레스토랑, 종로의 강가 등은 10년은 가볍게 넘기는 인도 식당이에요. 그러나 인도 카레를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인기끌게 만든 식당은 동대문 에베레스트에요. 여기가 맛집으로 확 알려지면서 한때는 밤 늦게 가도 줄서서 먹어야했어요. 오죽하면 에베레스트가 인도 음식 전문점으로 하도 소문나서 인도 음식점들이 '에베레스트는 네팔식 음식이고 우리가 진짜 인도 음식'이라고 이야기하기까지 했어요. 하여간 이 식당 때문에 '네팔 음식'이 널리 알려졌고, 그래서 '파키스탄 식당, 방글라데시 식당'이라고 내걸고 있는 식당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네팔 식당'이라고 내걸고 있는 식당을 찾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아요. 식당 분류에 확실히 '네팔음식점'을 자리잡게 만든 식당이자, 온갖 남아시아 음식점 입구에 네팔 국기를 그려놓고, 어느 나라 사람이 요리하든 '인도-네팔 음식점'이라고 하게 했으니 상당히 의미있는 식당이라 할 수 있어요.


제가 동대문 에베레스트를 처음 간 것은 2007년. 밤 8시 넘어서 갔어요. 그런데도 건물 1층까지 줄 서 있어서 꽤 놀랐었어요.


이 당시, 인도 카레 전문점이라고 하면 동대문 에베레스트와 더불어 이태원의 타지마할, 대학로의 페르시안궁전이 유명했어요. 페르시안궁전은 이란 카레인데 맵기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유명했구요.


지금도 에베레스트를 간간이 가요. 고향에서 친구 올라왔는데 무난하면서 특별한 것을 먹이고 싶을 때 데려가는 곳이에요. 동북화과왕, 에베레스트, 사마르칸트는 일단 맛이 보장되는 곳이니까요. 그 중 양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고 외국음식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특히 에베레스트를 데려가요.


이번에 친구가 서울로 올라와서 에베레스트를 데려갔어요.


동대문 네팔 식당


인테리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어요.






놋쇠로 된 묵직한 그릇과 스푼, 포크도 그대로였어요.



메뉴 중 탄두리 치킨은 예전에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메뉴에요. 색은 빨간데 맛은 색이 주는 매콤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서요.


재미있는 점은 메뉴판에 '네팔 언어 배우기' 항목이 있다는 점이에요.


저는 치킨 마크니, 갈릭난, 치킨 티카를 주문했어요.


먼저 전설의 동대문 에베레스트 치킨 마크니 카레.


동대문 에베레스트 - 치킨 마크니


에베레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이고, 가장 맛있는 메뉴에요.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왔을 때 무조건 이것은 꼭 시켜요. 실패 확률이 없거든요. 살짝 달콤한 맛이 있어서 난에 찍어먹으면 참 맛있어요. 에베레스트 식당의 명성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일 거에요. 아주 오래전부터 '에베레스트 가면 치킨 마크니 꼭 시켜'라는 조언이 많았거든요. 그만큼 이 치킨 마크니는 에베레스트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고, 가장 유명한 메뉴이기도 하고, 인기 좋은 메뉴이기도 해요. 얘는 그냥 반박불가의 전설.


갈릭난


이것은 제가 좋아하는 갈릭난이에요.



그리고 이것은 치킨 티카. 탄두리 치킨보다 개인적으로 치킨 티카를 더 선호해요.


동대문 에베레스트 치킨 티카


동대문 에베레스트는 워낙 유명한 가게이고, 오래된 가게라 자세히 글에 설명을 쓸 필요도 사실 없어요. 우리나라 인도 음식의 거의 기준이 된 식당이기도 하니까요.


여기는 하도 방송 및 언론매체에 많이 등장했던 곳이라 오히려 요즘은 방송 및 언론매체에서 좀 피해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여기가 계속 나오면 너무 유명하고 식상할 수 있으니까요.


동대문 에베레스트는 맛도 매우 좋지만, 우리나라 사회문화 분야에도 영향을 끼친 식당 중 하나이니 겸사겸사해서 가보는 것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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