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는 24시간 하는 카페 있을 건가?"
연남동에는 카페가 많이 있어요. 그런데 동네가 동네인 만큼 24시간 카페가 있게 생긴 동네는 또 아니에요. 홍대입구역 3번 출구가 연남동으로 가는 입구이기는 한데 3번 출구 위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홍대 입구와는 조금 다른 곳이에요. 홍대입구역 자체가 상당히 큰 환승역이기도 하고, 3번 출구는 말이 좋아 홍대입구역 3번 출구이지, 동교동 삼거리에 찰싹 붙어 있거든요.
신촌과 홍대 사이에 있는 곳이 동교동 삼거리인데, 여기는 번화가라고 할 것까지는 없는 곳이에요. 연남동을 제외하면 그냥 차 많이 다니는 곳 정도에요. 애초에 연남동이 뜨게 된 이유가 신촌 상권 및 홍대 상권과 애매하게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였죠.
신촌에도 24시간 카페가 있고, 홍대에도 24시간 카페가 있는데, 연남동은 그런 곳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었어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았어요.
"연남동에 24시간 카페가 있네?"
'오늘은 쉼표'라는 카페가 24시간 운영한다고 나와 있었어요. '모파상'이라는 카페는 아직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준비되는대로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그러면 연남동으로 간다.
대학로와 신촌을 거쳐 연남동에 도착하니 새벽 5시였어요.
홍대 입구 3번 출구 도착하자마자 본 장면은 바로 택시. 택시에서 관광객들이 내리고 있었어요.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홍콩 익스프레스!
게스트하우스 야간 스태프 할 때 가장 짜증났던 홍콩 익스프레스 타고 오는 손님. 홍콩 익스프레스는 한국 도착 시각이 새벽 4시. 홍콩 익스프레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숙소를 예약한 후 새벽 4시에 한국 도착해서 택시 타고 숙소로 와요. 그리고 그 새벽에 체크인. 전날 예약을 하고 오는 거라 받아주기는 해야 해요. 이렇게 새벽 5시에 체크인 받아준다고 야간 스태프가 추가 근무했다고 돈 더 받는 것도 아니에요. 야간 스태프 입장에서는 절대 좋아할 수가 없는 존재.
택시에서 내리는 막 한국 도착한 외국인들을 보며 시작한 연남동 새벽에 돌아다니기.
검은 하늘이 푸르스름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어둠이 진하게 남아 있는 시각.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오늘은 쉼표'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며 새벽 5시의 연남동을 구경했어요.
금연 구역이라 쓰레기를 버려놓고 간 거야?
부정 주차 금지 지역이라 자전거 주차.
거리는 매우 조용했어요. 불이 켜져 있는 곳은 편의점 뿐.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낮에 사람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과 달리 아주 조용했어요. 경의선 철길 공원에서 산책하는 동네 주민분 몇 명만 있을 뿐이었어요.
더러운 거리에서도 빛나는 벚꽃.
한쪽에서는 이렇게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청과물을 사고 팔고 있었어요.
"오늘은 쉼표 카페 대체 어디야?"
사람들이 오늘은 쉼표 카페가 24시간 한다고 해서 지도를 찾아 검색해서 찾아가는데 보이지 않았어요. 골목을 한참 돌아다닌 후에야 발견했는데, 한동안 영업하지 않는다는 팻말이 서 있었어요. 허탈해졌어요.
방향을 잃어버리고 큰 길로 나가기 위해 나가는데...
이 눈알 대신 눈깔사탕에 짜파게티 발라서 박아놓은 거지들아! 한글 몰라? 초등학교 안 나왔어?
지도를 검색해보면 연남동에 '오늘은 쉼표' 카페가 두 곳 있어요. 하나는 흔히 말하는 '연남동' 입구라 할 수 있는 홍대입구역 3번출구에서 멀지 않은 큰 길가에 있는 것이고, 하나는 골목에 있는 것이에요.
이렇게 '오늘은 쉼표' 카페가 두 곳 있는데, 골목에 있는 카페는 한동안 영업을 안 한다고 팻말을 걸어놓았고, 이렇게 큰 길에 있는 것이 바로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이기는 한데...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만 24시간 운영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일월화수목요일 밤에는 24시간 운영하지 않았어요. 저는 금요일 새벽에 갔으니 당연히 문이 닫혀 있었어요.
24시간 영업이 아주 강조되어 있기는 했지만, 미토콘드리아만큼 작게 금요일과 토요일만 24시간 영업한다고 적어놓은 것은 아니었어요. 멀쩡한 눈알 있고 이 카페에 대해 글 쓸 거라 조금 관심 갖고 봤다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크기의 글자였어요.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을 제외하고는 연남동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없어요.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만 '오늘은 쉼표'라는 카페가 24시간 운영한다고 해요. 제가 안 가봤으므로 '운영해요'라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24시간 운영한다고 현수막도 걸어놓고 새벽 5시부터 무슨 할인도 한다고 광고하고 있으니 아마 하기는 할 거에요.
위치는 여기에요.
그런데 이 카페를 아까 지나치고 허튼 곳만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달라질 것은 없었어요. 여기를 바로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이 카페가 불이 꺼져 있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거짓이 몰려온다!
가식이 몰려온다!
안 돼! 내 진실의 시간!
날이 밝아져버렸어요.
에프킬라 공기를 들이마신 모기처럼
로취큐를 먹어버린 바퀴벌레처럼
더 돌아다닐 의지가 사라져버렸어요. 밝은 후의 모습은 흔하디 흔한 것. 아침이니 놀러온 사람이 많은 풍경이 아니라 여기 주민들이 돌아다니는 풍경을 구경할 수야 있겠지만요.
여기 오늘 24시간 안 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다른 곳 갔잖아!
달라질 것은 없었어요. 홍대에는 제가 가보지 않은 24시간 카페가 여러 곳 있었어요. 그러나 홍대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이미 두 곳이나 가보았기 때문에 이날은 거기를 또 갈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대학로에서 종로5가까지 걸어나온 후, 심야버스를 기다리는데 신촌 가는 N26번 버스가 10분 뒤에 오고, 사당 가는 N15 버스가 26분 뒤에 온다고 전광판에 떠 있었어요. 사당역은 의정부에서 정말 가기 힘들어요. 여기는 낮에도 가기 힘든데, 밤에는 더욱 가기 어려워요. 종로에서 신촌, 홍대야 걸어서 넘어갈 수 있지만 종로에서 사당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어요. 걸어가려고 작정하면 걸어갈 수야 있겠지만, 이렇게 걸어가려면 출발 자체를 일찍 해야 하고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하고 나서야 해요. N15 심야버스를 타고 사당역 가는 것을 포기하고 N26 심야버스를 타고 신촌으로 넘어온 이유는 연남동의 24시간 카페를 가보기 위해서였어요. 오직 그 뿐이었어요. 연남동의 24시간 카페만 가면 너무 늘어져버리니까 신촌을 들렀던 것이었구요.
제가 밤에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24시간 영업'이라고 걸려 있으면 24시간 하는 거지, 꼭 거기를 밤에 가봐야 아냐'고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어요. 이래서 제가 밤에 직접 가보는 거에요. '24시간 영업'이라고 걸려있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니까요. 매일 24시간으로 운영하는 카페도 있지만, 특정 기간 및 요일에만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도 있어요. 자정이 되기 전이나 새벽이나 전 층, 전 매장 똑같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일부 공간만 운영하는 곳도 있어요. 그래서 일일이 자정 너머 사람 없을 시각에 가서 확인을 해보는 거에요. 세상에는 당연하지 않은 게 정상인데 너무나 '당연하다고' 지레짐작으로 확인없이 자신의 상상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 은근히 좀 있거든요.
물론 이런 거창한 목표의식과 시대정신 때문에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에요. 밤바람도 쐬고 밤거리 구경도 하려고 나가는 건데, 이정표가 없는 길은 같은 장소만 돌게 만들어서 (이거 개똥철학적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적인 이야기임) 이정표 삼아 가는 것일 뿐이에요.
한밤중에 연남동에서 24시간 카페를 찾을 분들을 위한 정리
월화수목금요일 새벽 : 연남동에 24시간 카페 없음
토요일 새벽, 일요일 새벽 : 오늘은 쉼표 카페가 24시간 운영한다고 함 (홍대 입구역 3번출구 경의선 철길 공원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