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 - 예견된 참사와 본질적 문제

좀좀이 2017. 3. 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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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요즘 관광업계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격감이 최대 문제에요.


사실 이 문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어요. 단지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었어요. 중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중국에 올인하는 것이 상당히 리스크가 큰 선택임을 계속 경고했어요. 중국 공산당은 민간에 대한 개입과 통제를 강하게 하는 국가이며,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강경한 - 설마 그 정도까지 하겠냐는 선택도 거리낌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 중국에서 오래 체류하고 사업을 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중국은 예측할 수 없다고 해요. 바로 이 이유 때문이지요. 오죽하면 '중국의 내수시장이 어마어마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거대한 내수시장이 지도에서 사라진 것처럼 되어버리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말도 있어요.


관광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그리고 이들에 너무 맞추어주는 모습이 중국 단체 관광객만 남고 나머지 방문자는 다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기는 순간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어요. 냉정히 이야기해서 중국은 아직 세계에서 유행을 선도할 위치에서 엄청나게 멀어요. 문화의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전사회적 총체적 역량과 평균적 역량 둘 다 높아야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면에서 관광 유행의 선도는 아직까지도 유럽인들이 꽉 잡고 있어요. 유럽인들이 몰려가기 시작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몰려가기 시작하고, 거의 끝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와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하면 개별 관광객들은 이 관광지를 기피하구요.


관광과 여행에서는 너무 원색적인 색채가 강한 지역에 유럽인들이 몰려가면서 원색적이고 불편한 특징들이 조금씩 변형되고, 그 다음 일본인들이 몰려가서 다시 좀 더 아시아인들 입맛에 맞게 변형되고, 그 다음 한국인들이 들어가서 더 변형되고, 마지막으로 중국인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마지막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들어가는 패턴이에요.


사드 보복으로 인한 우리나라 관광업계의 피해로 연일 서울의 명동과 제주도에 관광객이 없다고 보도되고 있어요. 둘 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엄청나게 방문하던 지역들이지요.


그렇지만 이 두 지역에 대한 평은 의외로 꽤 달라요. 명동에 대해서는 '꼴 좋다, 자업자득이다, 내국인 무시하더니 잘 되었다'는 평이 많고, 제주도에 대해서는 '지금이 제주도 관광 찬스다, 청정 제주 회복하자'는 평이 많아요.


이 두 반응에서 극명히 드러나지만, 제주와 명동의 관광 명소로의 특성은 극명하게 달라요.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오지 않는 현상이 단기간에 끝날 확률보다 상당히 장기간으로 이어질 확률이 길다는 것이에요. 사드 문제 자체가 표면적으로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나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겨루기이기 때문이지요.


즉, 적당히 대선 끝나고 정권 바뀌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애초에 명동, 제주도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것 자체가 큰 잘못이었지만, 어차피 한 번 터질 거 이렇게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제대로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보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지의 특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하구요.


바로 위에서 언급했지만 제주와 명동의 관광  명소로의 특성은 정말 천지차이에요. 이 둘을 묶어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것 외에는 찾을 수 없어요. 이 둘을 단순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묶어서 동일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더 나쁜 상황을 불러올 수 있어요.


일단 이번에는 명동의 관광지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명동은 왜 유명한가?


명동은 서울에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서울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곳이에요. 서울 시민 및 수도권 주민들이 많이 찾아가는 곳이기도 했구요. 명동의 관광 명소로서의 특성을 알려면 질문을 단순하게 바꾸어야 하고, 이는 간단히 '명동은 왜 유명한가?'로 바꿀 수 있어요. 관광 명소로서의 어떤 특성이 있고, 그게 사람들의 많은 호감을 사서 몰려가기 때문에 유명한 것이니까요.


명동이 유명한 이유에 대해 말해보라 하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요. 기껏해야 명동성당 정도에요. 명동성당 유명하고 역사적으로 의의가 깊은 곳이며 한국 가톨릭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명동을 그렇게 유명한 관광명소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것은 또 아니에요. 명동에 오는 사람들 대분이 명동성당에 성지순례하러 온 가톨릭 신자들은 아니니까요.


명동이 유명하기는 하나 왜 유명한지 알 수가 없다.


명동이 유명한 이유는 간단히 설명할 수 있어요. 거기는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곳'이에요.


한때 명동은 패션, 뷰티, 문화, 미식의 중심지였어요. 유행을 선도하는 곳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었어요. 문화, 유행과 관련해서는 '기승전명동'이었어요.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종합적인 소비와 문화 1번지'라는 성격을 구성하던 특성들이 하나하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어요. 패션은 동대문, 문화는 홍대, 대학로 등이 대표적이죠. 미식도 이제 명동이 대표적인 곳이 아니에요. 미식은 오히려 연남동, 이태원 등이 더 유명해요.


단지 맛집 체인점 본사들이 명동에 있고, '명동 입성'이 그 세계에서 성공의 척도로 인정받기도 하고, 명동에 입점해서 인기를 끌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큰 홍보 효과를 가졌기 때문에 유명했을 뿐이었어요. 즉 남아 있던 것은 '고급화, 소비의 1번지'였는데, 이것은 강남에게 빼앗긴지 오래 되었어요. 그렇다고 교통이 편한가 하면 교통도 크게 편한 것은 아니에요. 교통은 오히려 종로가 더 편하죠. 종로는 서울 교통의 중심이니까요. (물론 종로 상권이 무섭게 치솟는 임대료와 주요 학원의 이전으로 폭삭 망하기는 했지만요)


즉, 명동이 '유명해서 유명한 곳'으로 바뀐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어요.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랬어요.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명동의 이런 성격 변화는 남대문 시장의 몰락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에요.


'유명해서 유명한 곳'은 매우 많고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만들어내는 독특한 문화적 경관이 특징이에요. 사람들이 딱히 뭔가 유명한 것이 떠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미어터진다고 욕하면서 바득바득 찾아가는 이유는 바로 그 다양한 인간 군상이 만들어내는 모자이크 같은 색채를 보러 가는 것이에요. 이렇게 유명해서 유명한 곳은 패션, 문화, 미식 모두 어느 정도 이상의 질을 보여준다는 특성이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고유의 특징적인 모습이 나타나요. 또한 사람들이 몰리면 상인들 입장에서는 장사가 잘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요. 안정적으로 괜찮은 매출이 나오니까요.


명동에 남아 있던 개성은 '유명해서 유명한 곳'이라는 점 뿐이에요. 서울에 대해 조금만 잘 알아도, 특정 주제에 대해 여가를 보내기 위해 명동을 가지는 않아요. 문화를 즐길 거라면 홍대나 대학로를 갈 것이고, 옷을 살 거라면 동대문이나 가산디지털단지를 갈 것이고, 미식을 즐기려면 미식이 유명한 지역을 찾아가지, 무턱대고 명동 가서 해결하자고 하지는 않아요.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명동은 한국인들이 많이 가고,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이기 때문에 많이 가는 거에요. 좀 더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한국인 구경하러' 가는 거에요.


명동의 성격이 얼마나 바뀌었냐 하면 이제 아주 깊은 밤에 명동에 가보면 장사중인 가게가 안 보여요. 예전에는 명동 술집이 몰려 있는 거리는 아주 야심한 시각까지 장사중인 가게들이 있었죠. 이는 동대문 야시장과 남대문 야시장만 가봐도 알 수 있어요. 동대문 야시장은 새벽까지 엄청나게 사람이 많은데, 남대문 야시장은 정말로 한산해요. 이제 남대문 야시장은 아동복 위주인데, 그나마도 얼마 안 되거든요. 예전의 아주 야심한 시각 남대문 앞에 끝없이 늘어서 있는 각 지역에서 올라온 버스는 이제 볼 수 없어요.


이런 명동이 지나치게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인들의 방문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조금 독하게 말하자면 '번화한 대림역, 가리봉동 중국인 밀집지역'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어요. 당연히 한국인들은 '중국인 단체만 바글거리는 곳'이라 안 가기 시작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명동은 그저 하루 가보는 곳으로 여기기 시작했어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명동은 상당히 메리트 없는 관광지로 인식되어가고 있었어요. 왜? 거기는 한국인이 별로 없으니까요.


한국인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모자이크 같은 경관을 보는 재미에 (심지어는 사람 미어터진다고 욕해가면서) 가고, 외국인은 그런 한국인들을 구경하러 가던 곳이 명동이었는데, 중국인 단체가 마구 몰려오면서 그렇게 명동이 갖고 있던 유일한 장점인 '유명해서 유명한 곳'이라는 특징은 사라져가고 있었던 것이에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짱깨밭'이라고 욕하는 곳이 되었는데, 우습게도 진짜 '짱깨밭'을 구경할 거라면 명동이 아니라 대림을 가죠. 그야말로 이도 저도 아니고 특징도 없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만 그 좁은 길에 미어터지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었어요.


물론, 언론에서 아주 선동적으로 기사를 쓰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는 명동에 여전히 사람들 많아요.


저도 이렇게 사람 없는 거리를 찍었어요.




그러나 명동에 낮시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여전히 많았어요. 단지 예전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걷게 생긴 거리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는 점이 차이에요. 사람 붐비는 진짜 명동 거리는 사진 찍지도 못했어요. 사람들 얼굴 다 지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요.


화장품샵에 사람이 확실히 적기는 했어요. 많이 한산하기는 했어요. 그리고 화장품 가게 호객 직원들이 한국어도 하고, 어디서 배웠는지 태국어 몇마디로 호객하는 직원도 보이더라구요.


뉴스 기사에 나오는 사진처럼 대자로 거리에 드러누워도 될 정도로 명동이 한산하다? 명동 사람 많아요. 중국어 여전히 잘 들려요.


말이 나왔으니 한 마디 더 하자면, 명동에서 지금도 중국어 매우 잘 들려요. 왜냐하면 중공만 안 오는 건데, 중국어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가 중국인은 아니거든요. 타이완 사람, 홍콩 사람, 말레시이아 화교, 싱가폴인도 중국어써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냥 중국어 하면 '중국인'으로 싸잡아 묶을 뿐이에요. 개별 관광객은 중국인들 의외로 얼마 안 와요. 중국인들이 한국 비자 받는 거 정말 어려워요.


그리고 서울이 무슨 중국인 전용 관광지도 아니고, 서울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몇 명인데 명동이 중국인 단체 안 온다고 바로 폭삭 망하나요?


명동은 관광지로의 특성이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곳'이에요. 즉 명동이 앞으로 계속 관광 명소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내국인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해요. 외국인을 많이 끌고와서 개성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요. 이태원이 있으니까요. 명동에서 이태원 버스 타고 금방 가요. 한국인이 한국인 무리 구경하러 가고, 그런 한국인을 구경하러 외국인들이 오는 것이 명동의 특징이고, 이 특징을 살리는 쪽으로 해결 방안을 떠올려봐야 해요. 한국인들이 명동 안 가면 외국인들도 명동 안 가요.


또 한 가지, 명동을 관광 명소로 더 발전시키려면 남대문 시장의 관광시장화에 대한 논의도 같이 진행되야 해요.


단, 제주도 사정은 이와 또 달라요. 명동을 내국인 소비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 해서 이것을 제주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썩 좋지 않아요.




바쁜 현대인을 위한 요약


1. 명동과 제주는 특성이 아예 다르다.

2. 명동은 유명해서 유명한 곳이다.

3. 유명해서 유명한 곳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만드는 모자이크 색채를 보러 가는 곳이다.

4. 명동은 한국인은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만드는 모습을 보러, 외국인들은 그런 한국인들을 보러 간다.

5. 이런 특징이 중국인 단체 몰려오면서 사라져가고 있었고, 속으로 썩어들어가고 있었음.

6. 명동은 내국인들의 소비 중심지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7. 명동 지금도 사람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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