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경기도 안산시 고려인 마을을 갔어요. 목표는 고려인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있었지만 이 동안 고려인 음식은 먹어보지 못했어요. 시장 식당에서 여름에 잠깐 고려인 음식인 '국시'를 팔았는데, 저는 당시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인 음식 먹기도 바빠서 국시까지는 먹어보지 못했어요. 게다가 타슈켄트에서 쿠일룩 바자르와는 매우 먼 쪽에 살았기 때문에 쿠일룩 바자르 자체를 간 적이 거의 없구요. 쿠일룩 바자르는 딱 세 번 가보았어요. 그 중 장보러 간 건 그나마도 한 번이었구요.
고려인 음식을 파는 곳이 안산시 고려인 마을에 있는데, 처음 갔었을 때는 실패했어요. 문 자체를 안 열었더라구요. 그때 바로 친구와 중국 여행 가기로 결정하고 바로 의정부로 급히 달려갔었어요.
이번에도 역시 실패. 이번에는 가게 문을 열기는 했는데 하필 오늘 누가 가게 전체를 예약해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지난 해 초여름과 마찬가지로 근처에 있는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중앙아시아 빵집인 Столовая бог любит вас 를 갔어요.
여기는 우즈베키스탄 빵집이에요. 사실 우즈베키스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즈베크인들의 빵인 솜사 Somsa 는 이곳이 아닌 곳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식당 가도 흔히 접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여기에 꼭 가볼 만한 이유가 있어요.
여기는 돼지고기 솜사를 판다.
우즈베크인들은 대체로 무슬림이에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돼지고기가 들어간 솜사를 구경하기는 어려워요. 솜사는 대체로 양고기이고, 그 다음으로 흔히 보이는 것이 감자 들어간 솜사고, 그 다음에 가끔 쇠고기 솜사가 보여요. 돼지고기 솜사는 정말로 안 보여요. 돼지고기 자체를 러시아인, 고려인들이 팔지, 우즈베크인들은 팔지 않거든요.
이번에는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 갔는데 고려인 음식을 못 먹어서 빵을 여러 종류 샀어요.
일단 제가 산 빵은 외관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에요.
이것은 솜사 somsa 에요. 러시아어를 공부한 사람들은 이것을 '쌈사' 라고 많이 해요. 우즈베크어 키릴 문자로는 сомса 라고 쓰고, 러시아어 키릴 문자로는 самса 라고 써요.
이것의 이름은 정확히 몰라요. 러시아 과자에서 이런 모습을 보기는 했는데 그건 과자였고, 이것은 속에 고기와 감자가 들어간 파이에요.
이것은 쇠고기 솜사에요. 가격은 2500원이에요.
이것은 돼지고기 솜사에요. 가격은 1500원이에요.
작년에 왔을 때보다 솜사 크기도 커졌고, 가격도 올라갔어요. 모양 자체는 전형적인 삼각형 페스츄리 솜사에요.
이것은 라스떼가이 растегай 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것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음식이라고 해요. 아마 '랏찌가이' 정도로 읽지 않을까 해요. 사진의 것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거에요.
이것은 닭고기가 들어간 것이었어요.
맛은 솜사가 압도적으로 나았어요. растегай 는 양이 많기는 했지만 반죽 두께가 있어서 금방 목이 메였어요. 고기가 더 많이 들어있기는 했으나, 조금 퍽퍽한 느낌이 드는 빵 때문에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반면 솜사는 크기도 매우 크고 속도 꽉 차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먹던 맛에 비하면 많이 순화된 맛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먹는 솜사는 고기 냄새가 조금 진하고, 고기 기름이 참 많아요. 이것도 속에 기름이 적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기준에서 '기름진' 수준이었고, 고기 냄새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어요.
햄버거는 옆에 있는 커틀렛이 들어갔고, 마요네즈, 당근 등이 들어간 것이었어요.
확실히 이 빵집에서 맛있는 빵은 삼각형 빵인 솜사였어요. 중앙아시아에서 솜사를 질리게 먹었다 하더라도 저 돼지고기 솜사 때문에 가서 먹어볼 만 해요. 솜사 두 종류는 맛있었고, растегай 는 궁금하면 한 번 구입해서 두 명이 나누어먹으면 될 맛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