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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 수능 아랍어의 역사 06. 만민평등 왕조의 건설 - 2010학년도 아랍어 문제, 정답, 해설

좀좀이 2016. 11. 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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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제국은 파멸했어요. 남은 것은 비참하고 끔찍한 현실.

아랍어 51141명, 42.3%!!!!!

공교육 현장에서는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까지 일본어가 점령했지만, 수능에서 일본어는 이제 그 비중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어요. 수능에서 일본어의 몰락은 상당히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되었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정말로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평범하게 학교 진도 따라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버틸 수 없었어요. 결국 매니아, 오타쿠들의 경쟁만 남아버렸고, 이들로 인해 수능 일본어 시험은 난이도가 올라가다못해 문제 유형까지 싹 갈아엎어버려야 했어요. 그래도 무서운 속도로 일본어에서의 이탈이 계속 일어났어요.

그에 비해 한문, 중국어는 이탈이 많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상당히 완만히 일어났어요. 그리고 러시아어, 스페인어는 아랍어 광풍 속에서 오히려 수험생이 꾸준히 증가했어요. 이것은 매우 특기할만한 사항이에요.



이렇게 연재물을 쓴 이유는 현재 아랍어 광풍의 원인에 대해 지나치게 표면적으로만 접근하고 카더라 통신에 너무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그것을 반박하고 진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에요. 제 주장의 근거로 실제 2005학년도부터 2010학년도까지의 수능 아랍어 시험지와 간단한 해설, 응시생 변화 통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구요. 무슨 아랍어가 제2외국어 말아먹는 원흉처럼 몰아가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에요. 수능 응시자들이 죄다 거기로 몰리니 그렇게 보일 뿐이지요.

매우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마약중독자가 필로폰이 그래도 낫냐, 헤로인이 더 낫냐 싸우는 꼴이에요. 예, 둘 다 나빠요. 필로폰 중독자가 헤로인 중독자로 바뀌었다고 더 나빠졌다고 하지도 않고, 헤로인 중독자가 필로폰 중독자로 바뀌었다고 더 좋아졌다고 하지 않아요. 다 마약중독자니까요. 마약중독자가 무슨 마약을 하든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마약에 빠져 있는 그 상황 자체가 문제인 거죠.

마찬가지로 현행 교육과정 제2외국어 제도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에요.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잘못이 없어요. 사용하라고 있는 제도에 대해서 고른 기회와 균등한 발전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할 이유 없는 것이고, 교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억지로 선택해주어야 할 이유도 없어요. 원하는 대로 선택하라고 해서 원하는 대로 학교에서는 일본어, 수능에서는 아랍어를 선택하는 그 자체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그들의 선택을 비난하는 그 자체로 비난당해 마땅해요.

애초에 일본어, 한문, 중국어를 불어, 독어, 스페인어, 러시아어와 같이 제2외국어로 묶어놓은 것 자체가 잘못이에요. 선택 동기에서 이 셋은 그 외 외국어들인 불어, 독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보다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먼저 독학 접근성. 일본어만큼 제2외국어 시장에 깊은 역사를 가지고 제대로 잘 발달한 언어가 없어요. 개인적으로 독학을 한다 해도 일본어만큼 다양한 레벨의 다양한 교재가 개발되어 있고, 질적으로도 뛰어난 교재가 많은 언어는 없어요. 중국어 교재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깊고 넓게 다루는지 따져보면 일본어보다 우위라고 말할 수 없어요.

두 번째는 문화적 접근성. 매니아, 오타쿠가 아니라도 일본 만화와 일본 애니매이션을 단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을 거에요. 야구팬이라면 일본에 진출한 우리나라 야구 선수 경기 동영상 보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구요.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원인인 언어의 난이도. 'は=는', 'が=가', 'の=의', 'に=로', 'で=에서', 'を=을', 'から=부터', 'まで=까지' 만 알아도 이미 반벙어리 수준의 말은 할 수 있는 문법이 되요. 게다가 일본어는 문법적으로 한국어와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대충 '이건 한국어의 이런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넘어가도 되는 부분이 매우 많아요. 잘 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다른 외국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같은 난이도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적은 것은 사실이에요. 한자를 공유하고, 어휘적으로도 공유하는 부분이 많을 뿐더러 문법도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으니까요. 학습량을 늘리기 싫은 학생들 입장에서 일본어는 제2외국어 언어들 가운데에서 그나마 가장 학습량을 덜 늘릴 수 있는 언어에요.

어렸을 때 누구나 한자 몇 글자는 배우고, 국어 시간에도 한자를 배워서 친근한 한문은 왠지 많이 잘 해야 할 거 같다는 부담감, 그리고 요구하는 수준 자체가 높다는 단점이 있고, 중국어는 한자와 성조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이 둘 역시 불어, 독어, 스페인어, 러시아어와 비교하면 훨씬 학습량 증가 부담이 적은 것이 사실이에요.

마지막으로, 설령 학생들이 일본어, 중국어, 한문이 아닌 다른 외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고 싶어도 학교 과목으로는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일본어도 싫고 중국어도 싫어서 다른 외국어를 선택하고 싶은 학생도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저 두 언어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한 학교로 보면 그들은 몇 안 되는 소수니까요.

1970년대 제2외국어 일본어 광풍이 불려고 했을 때 서울대에서 본고사 과목에서 일본어를 제외시키고, 여기에 당시에는 학교 선택이다보니 광풍이 불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일본어 광풍에 제동을 걸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거의 전 학생들이 일본어로 몰려가고, 아이우에오를 외치며 쓰러져가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학교에서 학생이 다른 제2외국어를 선택하겠다고 해도 선택할 수도 없구요. 진짜 학생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해 공부하겠다고 해도 학교에서는 배울 수가 없어요.

즉, 일본어가 있는 한, 이런 기형적인 제2외국어 편중 현상은 절대 안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에요. 이것은 제도적 문제거든요. 베스와 송사리떼를 한 연못에 가두어놓고 베스가 송사리를 안 잡아먹고 서로 잘 어울려서 살기를 비는 것이랑 똑같아요. 아랍어가 없어진다면 또 다른 평등세계를 찾아 수험생들이 이동할 거에요. 스페인어, 러시아어가 아랍어 광풍 속에서 꾸준히 수험생들이 증가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에요. 그리고 비근한 예로는 베트남어가 있었지요.

일본어, 중국어, 한문 과목 그 자체에는 잘못이 없어요. 이것들과 독어,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베트남어를 같이 제2외국어로 묶어놓은 정책 결정자들이 잘못한 것이죠. 즉, 아랍어로 수능 응시생들이 몰려든다고 아랍어를 욕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보아야 해요. 어차피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미 제2외국어 교육의 다양성 예전에 다 망가졌어요. 일본어를 다른 외국어들과 묶어서 제2외국어라고 하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일본어로 몰릴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일본어를 제2외국어에서 제외하면 한문과 중국어로 다 몰려버릴 거에요. 그렇다고 일본어, 중국어, 한문을 전부 공교육 과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말 아니구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일본어, 중국어, 한문, 베트남어를 묶어서 제2외국어, 독어,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를 따로 묶어서 제3외국어로 지정하는 것이 나을 거에요.

아랍어로 몰리는 이유는 간단해요. 중학교, 고등학교 제2외국어는 이미 일본어, 중국어, 한문이 독식하고 있어요. 독어,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는 외고 학생들 및 현지 체류 경험 학생들로 인해 어지간히 해서는 1등급 받기 어려워요. 학교 진도 따라가며 열심히 해봐야 쭉정이, 들러리 밖에 안 될 거라면 차라리 조금 공부하든가 찍어서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언어로 가버리는 것이지요. 스페인어, 러시아어 응시생이 아랍어 광풍 속에서 늘어나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는 점이 이것을 증명해요. 아랍어가 없어진다고 해서 제2외국어 영역이 정상화될 수가 없다는 것이에요. 일어, 중어, 한문 외의 나머지 제2외국어는 아랍어 없을 때도 고사해가고 있었으니까요.

이것은 서울의 2015년 신입생 기준 고등학교 제2외국어 과목 편성 현황이에요.



이것은 서울의 2015년 제2외국어 교사 현황이에요.



교사 수에서 프랑스어와 일본어는 1:10 이에요. 독일어와 일본어 교사 비율은 그보다 훨씬 크구요. 애초에 중고교의 제2외국어 교육 다양성은 완벽히 깨진 상태에요. 그렇다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일본어, 중국어를 학교에서 배운 것 정도는 똑바로 배우고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구요. 가르치는 것은 제대로 가르치겠지만, 학생이 잘 따라가고 잘 듣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거에요.

모든 수능 제2외국어가 아랍어 때문에 난이도 급상승과 응시생 감소, 그리고 응시생 감소로 인한 난이도 급상승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비난이 있는데, 일본어, 중국어를 제외하면 해당되지 않아요. 학교에서 불어, 독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선택자는 한 줌 밖에 안 되니까요. 정확한 학생 수는 구하지 못했지만, 교사수를 보면 얼추 유추가 가능하죠.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언어대로 수능 제2외국어 과목을 선택한다 해도, 일어, 중어, 한문을 제외한 나머지 제2외국어는 난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즉, 학교에서 제2외국어 교육의 다양성이 깨진 상태에서 기득권(외고 학생, 해외 체류 경험 학생, 사교육)이랄 것이 없는 언어가 등장하자 여기로 급격히 쏠렸고, 이것도 전략이라는 것이 이제는 너무 많이 알려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된 지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랍어와 베트남어가 없어진다고 독일어, 프랑스어는 좋아질 것도 없고, 스페인어, 러시아어는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겠죠.

아랍어 광풍을 그냥 놔두는 이유는 여기에 있어요. 이거 손 대어봐야 일본어, 중국어만 좋은 일이니까요. 이거 손댄다고 제2외국어 교육의 다양성이 복원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기들이 알아서 외국어 하나 더 대충 손이라도 갖다대어본다는데요.

이 당시 응시자 수 및 비율은 다음과 같아요. 비율은 소수점 두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어요.

과목 - 응시자 - 비율
아랍어 51141 42.3%
일본어 25630 21.2%
한문 16745 13.9%
중국어 12666 10.5%
프랑스어 4172 3.5%
스페인어 3685 3.1%
독일어 3476 2.9%
러시아어 3275 2.7%

스페인어가 독일어를 제쳤고, 러시아어가 독일어를 엄청나게 쫓아왔어요. 참고로 이듬해에는 러시아어 선택자가 독일어 선택자를 제쳤어요.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불어마저 제쳐버렸요. 아랍어에 뭍혀서 그렇지, 비중이 적은 그룹에서도 이렇게 아랍어 광풍 같은 러시아어 미풍이 불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만약 태국어가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



문자에서의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야 아랍어와 맞설 수 있는데, 태국어라면 이쪽도 만만치 않아요. 게다가 태국어는 띄어쓰기도 없어요. 성조가 있는데 중국어보다 훨씬 복잡하구요. 글자는 아랍어 만만찮게 어렵고 (저것이 설마 다섯 단어일까요?) 성조도 상당히 복잡해요. 성조에서는 자음이 저자음, 중자음, 고자음으로 구분되고, 이에 따라 무형 성조와 유형 성조가 있어요.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한 이유는 점수 퍼주기식 문제 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에요. 글자 장벽만 넘어간다면 고립어인 태국어가 수능 시험에서는 엄청나게 쉽겠지만, 이 글자 장벽이 갖는 난이도는 어찌 보면 아랍어보다도 높아요.

글자를 이어쓰고 단어는 띄어쓰는 아랍어 vs 글자는 이어쓰지 않고 단어는 붙여쓰는 태국어

일본어도 띄어쓰기 없다고 하는 분들도 나올 거라 봐요. 일본어도 히라가나로 띄어쓰기 없이 주욱 써놓으면 읽을 때 엄청 피곤해요. 그리고 일본어는 어쨌든 글자를 읽기만 하면 되지만, 태국어는 성조도 생각해가며 읽어야 해요.

단, 띄어쓰기를 해준다면 태국어의 난이도가 확 낮아지겠죠. 만약 태국어가 정식으로 제2외국어 과목이 된다면, 최대 관건은 바로 이 '띄어쓰기'일 거에요. 만약 띄어쓰기 안 해주면 이 점과 더불어 성조 문제 때문에 많은 응시생이 태국어로 몰릴 거라고 장담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국으로 관광 많이 가고, 태국인들도 우리나라로 많이 와요. 베트남어가 제2외국어로 지정되었으니, 태국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정말로 태국어가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는 진짜로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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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문제와 해설이에요. '더보기' 버튼을 누르시면 문제와 해설을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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