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갑자기 추워졌어요. 이렇게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 결로가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해요. 아직 본론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머리를 쥐어뜯고 몸서리치며 진절머리난다고 느끼는 분들 계실 거에요. 그만큼 결로는 사람 미쳐버리게 만드는 자연 현상이지요.
저 역시 작년 겨울에 결로 때문에 정신이 나갈 뻔 했어요. 그 이전까지는 결로를 겪어본 적이 없어요.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반지하를 안 살아봐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벽에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가 스는 일은 겪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는 군대에서조차도 결로 문제를 겪어보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데 단열 시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결로를 제대로 겪어보았어요. 그제서야 '아, 결로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먼저 미신처럼 숭배되는 가장 잘 알려진 결로 예방 및 해결책.
- 창문 열고 환기시키세요.
집에서 텐트치고 잘래? 차라리 무당 불러다 결로 안 생기게 굿판 벌이는 게 훨씬 효과 좋겠다.
결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당연히 저거 안 해보았을까요? 저렇게 해서 쉽게 해결될 결로라면 애초에 문제가 되지도 않았겠지요. 무슨 하루 30분씩 환기시켜주면 결로가 예방된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느니 차라리 퇴마사 불러서 결로 귀신을 퇴치하라고 하는 게 나을 거에요. 저 말은 창문을 열어서 습도를 낮추고 실내 기온과 실외 기온의 차이를 줄여주라는 것인데, 30분 환기로는 절대 결로 안 없어져요. 이건 마치 한겨울에 젖은 빨래를 30분간 내다널어놓으면 바짝 마른다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와 같은 거에요. 한겨울에 환기를 시킨다면 기껏해야 30분에서 1시간. 이 이상 환기를 시키겠다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집이 엄청 추워지지요. 그리고 실제 저렇게 해보면 결로가 사라지기는 고사하고 축축하게 젖어버린 벽지도 안 말라요. 그렇다고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놓을 것도 아니구요.
그러므로 결로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에게 '창문 열고 환기시키세요' 라고 절대 조언해주지 마세요. 그 사람은 이미 그거 할 만큼 해본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 해결될 결로 현상이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는 3일을 환기시켜보았지만 환기로는 결로를 잡을 수 없었어요. 이만큼 결로 현상이 지독해요. 어줍잖게 몇 분 환기시키는 것으로는 택도 없어요.
먼저 결로 현상은 겨울철에 실내외의 온도차가 심할 때 실내 공기층의 습기가 차가운 벽에 이슬이 되어 맺히는 현상이에요. 무서운 것은 결로 현상이 없는 집이란 없다는 것. 여기에서 의문을 갖는 분들 많을 거에요.
'우리집은 겨울에 결로 없던데?'
결로 현상이 없는 집은 없어요. 단지 이것이 벽 밖으로 튀어나와 벽지가 젖고 이슬이 맺히고 곰팡이가 슬어야 '아, 우리집 이제 결로 현상 발생해서 신나는구나' 라고 할 뿐이에요. 결로 현상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게다가 결로는 어쨌든 '물에 젖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시작되면 빠른 속도로 번져나가요.
조금 간단히 설명하자면, 벽이 물을 먹다먹다 토해내는 순간 우리는 '우리집 결로 생겼어!'라고 인식한다는 거에요.
그러면 먼저 결로 현상이 잘 생기는 경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단열이 엉망인 경우
- 단열이 엉망일 경우 결로가 생길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져요. 내장 단열만 빵빵하게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벽의 외장 단열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결로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원룸,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시공비 아끼겠답시고 단열을 허술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겨울에 가관 정도가 아니라 개판되요.
2. 창문 등 애초에 차가운 것이 가까운 경우
3. 실내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곳
- 실내 공간 안에서 공기가 돌면서 벽이 말라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될 경우 벽이 잘 마르지 않아 결로가 생겨요. 만약 2번과 결합되는 경우 무서운 위력을 발휘해요. 예를 들면 창문 바로 아래에 있는 침대 옆 벽이요.
4. 방 자체가 습한 경우
- 가습기를 많이 틀어서 방이 습한 경우 결로가 생기기 매우 좋은 조건이에요. 가스레인지 옆과 위쪽 벽 또한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겨울철 결로현상 예방과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권하는 방법은...
포기하면 편해.
결로를 잡을 수는 있으나, 그 방법이 상당히 고통스럽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냥 포기하라고 해요.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는 해요. 이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기는 해요.
먼저 예방법으로는
1. 애초에 방을 구할 때 단열이 잘 되어 있는 방으로 구한다. 이왕이면 한겨울에 방을 구한다. 결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 바로 가능하니까.
- 어이가 없겠지만 결로 현상에 시달려보면 그냥 이게 최고의 방법이에요.
2. 결로가 잘 발생하는 곳에는 일절 아무 것도 두지 않고 실내 공기가 바로 닿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 이렇게 해서 벽에 맺힌 이슬이 조금이라도 쉽게 증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에요. 정 여의치 않으면 바람이 통할 구멍이라도 만들어주는 것이 좋아요.
3. 집안을 어느 정도 건조하게 유지할 것.
- 건조하다고 가습기 펑펑 틀면 결로 매우 잘 생겨요. 원룸의 경우 온수로 샤워한 후 수증기가 방 안으로 흘러들어와 습도가 갑자기 높아지기도 하구요.
4. 결로 현상에 시달리는 곳을 날이 급격히 추워지기 시작할 때 - 즉 실내 난방을 시작할 때 수시로 잘 말려준다.
- 이것이 바로 예방법이자 해결방법이에요.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해보면 정말 어려워요.
그리고 임시방편 해결책으로는
1. 벽지를 뜯어낸다.
- 결로 현상 그 자체도 사람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게 하지만, 진짜 결로 현상 때문에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곰팡이에요. 벽지를 뜯어내면 그래도 곰팡이 제거하기는 쉽죠. 걸레로 닦으면 되니까요. 벽지 위에 곰팡이 생기면 락스나 곰팡이 제거제로 곰팡이 뿌리까지 제거해야 해요. 그래도 생길 곰팡이는 또 생기지요. 그래서 아예 벽지를 뜯어내고 그때그때 마른 걸레로 닦아버리는 것이에요.
2. 단열 벽지를 바른다.
- 시중에서 파는 단열 벽지를 바르면 약간의 효과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단열 벽지 위로 결로가 생기기도 해요. 특히 단열 자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면 단열 벽지 위로 결로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단열 벽지는 마른 걸래로 쓱슥 닦으면 되니 곰팡이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진짜 해결책.
먼저 난로가 있어야 해요. 열풍기도 괜찮아요. 드라이기도 괜찮기는 한데 드라이기로 하려면 엄청 힘들어요. 규모가 작다면 드라이기가 좋기는 해요. 열풍기보다 작은 면적에서는 훨씬 뜨겁고 빨리 말려주거든요. 열풍기로 말린다면 드라이기로 말리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요. 대신 틀어놓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장점이 있지요.
1. 결로 현상이 발생한 자리를 곰팡이 제거제를 이용해 곰팡이를 먼저 제거해요.
2. 열풍기 및 난로로 벽을 바짝 말려줘요. 어느 정도 말려야 하냐하면 적당히 벽지가 마르는 정도가 아니라 벽 속까지 지져버린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말려야 해요. 벽이 열을 머금어야 해요. 실내 벽면의 결로 현상은 벽이 물을 토해내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되요. 즉 벽 속까지 말려야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손으로 눌러보고 문질러보았을 때 벽지가 젖는 느낌이 아예 없을 때까지 말리고, 여기에서 조금 더 말려야 해요.
3. 이렇게 한 번 바짝 말리고 나서 얼마 지나면 또 벽지가 젖어있는 것이 보여요. 그러면 또 열풍기 및 난로로 말려요. 중요한 것은 벽지가 보송보송하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벽지 속 - 즉 벽 속을 말리는 것'이 핵심이에요.
4. 이 과정을 며칠간 계속하면 벽 속이 바짝 말라서 한동안 결로 현상이 보이지 않게 되요.
결로 현상은 벽이 축축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조금이라도 결로 현상이 시작되었을 때 빨리 잡는 것이 중요해요. 젖은 부위만 말리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게 말려야 하구요. 그리고 실외 환기보다는 실내 구조 안에서의 공기 순환이 더 중요해요. 저렇게 말려놓고 결로가 생기는 그 벽으로 실내 공기가 잘 들어가지 않게 만들어버리면 얼마 안 가서 결로가 또 터져버려요.
사실 글로 써놓으니 쉬워 보이지만, 해보면 고역이 따로 없어요. 결로가 잘 생기는 곳은 주로 실내 공간에서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곳인데, 거기를 다 들어내고 벽을 바짝 말려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서 창문 옆에 침대를 놓을 경우 침대 옆 벽에 결로가 잘 생기는데, 이 결로를 잡기 위해서는 침대를 들어내고 벽을 바짝 말려야 한다는 말이에요.
날이 갑자기 추워질 때 미리 결로가 잘 생기는 벽을 10~20분 난로나 드라이기로 바짝 말려주는 것이 결로 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백날 천날 환기시켜봤자 결로 예방도 해결도 되지 않아요. 단, 실내가 너무 습하다면 그때 잠깐 문을 열어서 환기시켜주는 것이 좋기는 해요.
그러면 언제 이렇게 해 주어야 예방이 되는지의 문제가 있는데, 이것은 벽을 만져보면 알 수 있어요. 벽이 유독 차가울 때가 있어요. 이때가 결로가 생길 때에요. 벽을 만져보았는데 벽이 유독 차갑다고 느껴질 때, 그리고 겨울에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때 미리 저렇게 벽 속까지 말려두고 벽에 열을 먹여놓으면 결로와 곰팡이에 시달릴 일은 사라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