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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이야기 - 우유는 언제 많이 떨어지나요

좀좀이 2016. 11.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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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식 제공이라고 하면 보통 토스트용 식빵과 우유, 씨리얼이 나와요. 아침부터 멋지게 한 상 그득하게 차려주는 게스트하우스는 거의 없지요.


이렇게 단순한 아침 식사 준비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것은 바로 우유였어요. 왜냐하면 식빵을 먹을 때 우유를 먹고, 씨리얼을 먹을 때 우유를 먹으니까요.


우유는 아예 박스로 멸균우유를 주문해놓아야 했어요. 빨리 떨어지고, 이른 아침에 우유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밖에 없다보니 가격 차이가 많이 났거든요.


 

'우유가 뭐 얼마나 빨리 떨어진다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이게 그냥 컵으로 한 잔 마시는 거라면 몰라도, 특히 씨리얼 말아먹을 때에는 우유가 훅훅 줄어들거든요.


그래서 항상 우유는 많이 준비해놓아야 했어요. 이렇게 넉넉하고 충분하게 우유를 항상 보관해놓고 있어야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우유가 떨어지는 속도는 사람 수와 비례하지 않는다.


예약 상황을 보면 언제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 거의 정확히 알 수 있어요. 당일 예약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씨리얼, 토스트용 식빵은 보통 사람들이 오는 정도와 비례해서 없어져요.


그러나 우유가 떨어지는 속도는 사람들 수와 그렇게 크게 맞아떨어지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마셔대고, 우유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손도 안 대거든요. 이 차이가 상당히 크다보니 예약 현황만 가지고 우유 소비 속도를 예측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멸균우유를 많이 쟁여놓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갈 수밖에 없었지요.


한 가지, 중국인들은 우유를 좋아해서 많이 먹는 편이었어요. 타이완인, 홍콩인, 싱가포르인, 말레이시아 화교들은 우유를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중국인들은 우유를 상당히 많이 마셨어요. 물론 여기에서도 개개인의 차가 상당히 컸어요. 그냥 '중국인 중에는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정도지, '중국인이 오면 무조건 우유는 많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예측이 어려운 우유 소비 속도에서 우유 소비 속도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씨리얼 말아먹는 그릇 크기'였어요. 이 그릇 크기에 따라 우유 소비량이 엄청나게 큰 차이를 보였어요. 여러 번 씨리얼을 말아먹는 것은 귀찮은 일이고, 그릇이 크든 작든 대체로 한 그릇 말아먹고 나갔기 때문이었어요. 그릇을 잘못 사용하고 있었을 때에는 고작 두 명이 아침을 먹었을 뿐인데 1000 ml 우유 한 통이 다 없어진 적도 있었어요.


게스트하우스에 씨리얼 말아먹는 그릇이 왜 그렇게 작은지 궁금하셨다면, 답은 우유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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