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여행지 - 은평 한옥마을 진관사

좀좀이 2016. 5. 1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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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진관사


서울에 절이 상당히 많구나!


제가 다니는 길에 있는 절이라고는 조계사, 묘각사가 전부였어요. 그 다음 굳이 찾아서 간다고 하면 도선사 정도였어요.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한 번도 안 가본 절은 봉은사. 서울에 참 절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것은 그냥 저의 무지에 불과했어요. 서울의 절을 하나씩 둘러보려고 하자 서울에 절이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어요. 108번뇌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108 절당을 찾아다니며 고행해야할 것 같았어요.


서울에 절이 많기는 했지만, 몇 곳 돌아다녀본 결과 가기 쉬운 곳에 있는 절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어요. 원래 서울에 언덕과 산이 많다보니 서울에서조차 절과 오르막길은 환장의 커플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었어요. 성당 찾아다니는 것과 달리 절을 찾아다니는 것은 그 자체가 운동이었어요.


"어디 괜찮은 절 없나?"


서울에 있는 괜찮은 절을 찾아보았어요. 아무리 조선이 숭유억불정책으로 도심에 있는 절을 마구 밀어버렸다지만 어딘가에는 분명히 아름다운 절이 있을 것이었어요. 유교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종교 역할을 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억불'이었지 '멸불'은 아니었거든요.


그때 찾아낸 절이 바로 '진관사' 津寬寺 였어요.


진관사는 은평한옥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요.


"은평구!"


의정부에서 은평구를 가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 지하철로 갈 경우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였어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로3가까지 간 후, 종로3가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 연신내역까지 가서 거기에서 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들어가야 했어요.


너무 먼 곳이라 전철을 타고 가는 것이 망설여졌어요. 어떻게 가는 것이 그나마 더 빨리 갈 수 있나 알아보았어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의정부역에서 1호선 가능역으로 한 정거장 간 후, 가능역 3번 출구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꺾어 쭉 내려간 후, 오른쪽으로 조금만 꺾으면 34번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었어요. 이 34번 버스가 불광역, 연신내역으로 가는 버스였어요.


오후 2시 넘어서 부리나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어요. 먼저 전철을 타고 가능역 (구 의정부북부역) 으로 간 후, 거기에서 3번 출구로 나가서 34번 버스를 타고 연신내역으로 갔어요. 연신내역 3번 출구로 간 후, 거기에서 7211번 버스를 탔어요. 연신내역 3번 출구에서 7211번, 701번 버스를 타면 진관사에 갈 수 있어요.


버스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로 '은평한옥마을'이었어요.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어?"


아직 완벽히 조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조성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꽤 아름다웠어요. 이 정도라면 한국을 두 번째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소개할만했어요. 현대적인 한국의 전통미를 보여주기에 딱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게다가 뒤에는 산. 제대로 완공되기만 하면 서울의 관광명소로 소개해도 전혀 부족할 것이 없는 곳이었어요.


한옥마을 길을 따라 쭉 올라갔어요.



이곳은 북괴 특수부대인 124부대 소속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기습과 대통령 암살을 위해 침투했던 1968년 1.21 사태 당시 주요 침투 경로였다고 해요. 진관사로 가는 길이 이런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관련된 곳일 줄은 전혀 몰랐어요.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진관사'가 새겨진 표지석이 나왔어요.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오르막길을 계속 걸어올라갔어요.



조금 더 가자 극락교 極樂橋 가 나왔어요.


진관사 극락교



그리고 등장한 해탈문 解脫門.


解脫門


문을 넘어가자 진관사 마애아미타불 부조가 나왔어요.



그리고 진관사가 모습을 드러내었어요.



"진짜 아름답다!"


북한산과 어우러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한옥. 한옥의 자극적이지 않은 색깔과 봄의 색채가 너무 잘 어우러져 있었어요. 보자마자 '여기는 진짜 잘 왔다'는 생각이 마구 솟구쳤어요.


진관사 종무소가 나왔어요.



종무소 옆은 찻집이었어요.




진관사는 조계종 직할 사찰로, 동쪽의 불암사, 남쪽의 삼막사, 북쪽의 승가사와 더불어 서쪽의 진관사로 옛날부터 서울 근교 4대 명찰로 소문난 사찰이었다고 해요.


이 절은 고려 8대 현종이 1011년에 진관대사를 위해 창건했는데, 신라시대 고찰이라는 설도 존재해요. 신라시대 고찰이라는 설에서는 원효대사가 진관대사와 더불어 이 절과 삼천사를 함께 세웠다고 해요.


이 절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어요. 연기설화에 의하면 고려 5대 경종이 죽은 후, 성종을 거쳐 경종의 왕비인 헌애왕후가 그의 아들이 목종이 되었을 때 천추태후가 되어서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대요. 천추태후는 김치양과 정을 통해 몰래 사생아를 낳았고, 김치양과 이 아들을 왕위에 앉히려 했어요. 이렇게 왕위 계승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하필 목종에게는 아들이 없다보니 헌애왕후의 동생 헌정왕후와 태조의 아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왕위 계승자로 봉해졌어요. 이 왕위 계승자는 대량원군이었어요. 천추태후는 대량원군을 죽이려 했지만 실패하고, 대신 진관대사가 혼자 수도하던 삼각산의 한 암자로 축출했어요. 진관대사는 대량원군의 신변이 위험함을 느끼고 산문 밖에 망 보는 사람을 배치하고, 본존불을 안치한 수미단 밑에 땅굴을 파고 그 안에 12세인 대량원군을 피신시켜서 암살되는 것을 막았어요. 이후 대량원군이 현종이 되자, 진관대사에게 은혜를 보답하고자 진관대사의 만년을 위해 크게 절을 세웠는데, 그 절이 바로 진관사에요.


근현대에 들어서, 진관사는 독립운동과도 연관이 있는 절이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6.25 전쟁 당시 공비 토벌 작전 중 폭격을 맞고 나한전, 칠성각, 독성전 외에 모두 소실되었고, 이후 폐허만 있던 진관사는 1963년 비구니 최진관 스님이 발원하여 건물을 차례로 재건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어요.


아래 사진은 1975년 진관스님이 신축한 동정각이에요.



진관사 경내는 연등으로 단정하게 꾸며져 있었어요.



이 건물은 홍제루에요.



이것은 진관사 대웅전이에요.



이것은 대웅전 내부 모습이에요.



법당을 장식하고 있는 연등은 다른 절의 화려한 연등이 아니라 단색의 차분하고 침착한 연등이었어요. 그리고 크기도 다른 절의 연등보다 작았구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어요.



대웅전에서는 1966년에 조성된 석가모니불,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의 수기삼존불이 모셔져 있어요.



아래 사진 속 건물은 나한전이에요.



나한전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나한전



나한전에는 본존상인 석가삼존상, 그리고 석가삼존상 좌우로 나한상이 각각 8구씩 16구가 봉안되어 있고, 제석상 1구, 사자상 1구, 인왕상 1구가 봉안되어 있어요. 나한전 소조 16나한상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44호로, 조선 후기 서울, 경기 지역의 나한 신앙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해요.


아래 건물은 칠성각이에요.



아래는 진관사 칠성각 석조여래좌상이에요.



이 석조여래좌상은 옥석 (玉石) 으로 만들어진 석조여래좌상으로, 신체에 비해 두부가 유난히 크게 표현되어 있어요. 이 불상은 천불상 중 하나로 여겨지는데, 이 불상과 같은 형식의 불상은 강원도, 서울, 경기 북부 지역에서 많이 보여지는 형식으로, 전체적으로 신체에 비해 얼굴이 크지만 삼각형을 이루는 안정감 있는 자세와 조형성에서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불상은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10호로, 1969년 진관스님에 의해 개금되었다고 해요.


이 불상은 실제 보니 상당히 묘한 기운이 있었어요. 상당히 귀여워서 아기 부처님 불상인줄 알았어요.


아래는 독성전이에요.




보통 나빈존자를 모신 전각은 독성각으로 일반화되어 있지만, 진관사에서는 독성전으로 격상되어 있어요. 그리고 독성전 독성상은 높이 37cm 소조 불상에 채색을 하여 봉안하고 있는데, 칠성각 석불좌상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이 독성상은 소조로 만들어진 독성상으로, 서울 및 경기도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독성조각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해요.


그리고 이 건물은 명부전 冥府殿 이에요.



이 건물은 1968년 진관스님이 세운 것인데, 1996년에 다시 신축을 했다고 해요.





명부전 내부에는 1969년에 조성한 지장보살상, 도명존자상, 무독귀왕상, 저승계의 심판관인 시왕상과 시왕을 시봉드는 둥자상, 죽은 자를 심판하는 판관과 기록을 담당하는 녹사, 그리고 문 입구를 지키는 장군상 1쌍이 봉안되어 있어요.


법당을 하나씩 돌아본 후 시계를 보니 다른 절을 하나 더 가기에는 늦은 시각이었어요. 그래서 천천히 다시 절을 둘러보았어요.



















다시 은평구 한옥마을로 내려왔어요.




사진을 보면 하늘이 개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딱 저 사진 찍자마자 비가 좍좍 퍼붓기 시작했어요.


진관사를 보며 왜 옛날에 이 절을 서울 근교 4대 명찰 중 하나로 뽑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정말 아름다운 절이었어요. 서울에서 여러 절을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이 절은 당당히 외국인에게 추천해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한옥마을이 비록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조성된 것만으로도 한 번은 가볼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은평한옥마을과 진관사를 묶어서 다녀오면 매우 좋을 거에요. 은평한옥마을에서 진관사까지는 멀지도 않고, 오르막도 그렇게 심한 편이 아니에요. 실상 거의 평지에 가깝기 때문에 멋부리고 가도 무리없이 갈 수 있는 절이었어요.


서울에서 바람을 쐬고 싶을 때 한 번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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