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외국 과자

파키스탄 쯔란 과자 후기 - 클릭 비스킷 커민

좀좀이 2016. 4. 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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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놀러갔을 때 수입과자 상점에 갔다가 이것을 발견하고 바로 빵 터졌어요.



이거 쯔란 아냐?


쯔란은 커민이라고도 해요. 회향씨라고도 하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안 먹지만, 우리나라를 벗어나 서쪽으로 가면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중 하나에요. 당장 양꼬치를 먹을 때 양꼬치 위에 뿌려져 나오고, 중국식 양꼬치의 경우 여기에 양꼬치를 찍어먹는 양념가루에 이 쯔란이 들어가요.


쯔란은 중국,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이란, 아랍 세계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에요. 이들 지역 음식에서 나는 그 특유의 공통적인 냄새가 바로 이 쯔란 때문이에요.


워낙 고수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아서 그렇지, 쯔란도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취향을 상당히 타는 향신료에요. 고수와 마찬가지로 이 회향씨 역시 한국 음식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분명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고, 뱃길로도 그렇게까지 먼 거리가 아닌데 왜 한국에서는 것을 먹는 문화가 없냐는 것이에요. 해바라기씨, 고수, 쯔란은 중국부터 이란, 아랍세계까지 널리 즐겨먹는 것들인데, 이 세 가지는 한국에서 먹는 문화가 실상 없었어요.


쯔란은 향이 강하고 독특하기 때문에 이건 일단 무조건 독특한 맛을 가진 과자는 확정. 평범할지 평범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는 먹어보기 전에 이미 답은 나와 있었어요. 단지 이게 얼마나 독특할지, 그리고 그 맛이 과연 좋을지 나쁠지의 문제만 달려 있었어요.



이 비스킷에 대해 특별히 딱 정해진 이름은 없었어요. 일단 이름은 '클릭 비스킷'인데, 이것은 과자 이름이 아니라 이 과자 시리즈의 이름이에요. 클릭 비스킷은 여러 맛이 있고, 제가 산 것은 쯔란 비스킷이에요. 마치 '프링글스'와 '프링글스 양파맛' 같은 관계에요.



한쪽에는 파키스탄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우르두어로 무언가 적혀 있었어요.  맨 위가 영어, 맨 아래가 영어, 그리고 가운데가 우르두어에요. 우르두어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우르두어를 보면 알아요. 우르두어에서 잘 사용하는 필체 및 우르두어에만 있는 특이한 글자가 있기 때문이에요. 아랍어, 이란어, 우르두어 모두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이들 언어들이 주로 사용하는 필체 및 글꼴이 다르고, 몇몇 특이한 글자를 보고 이 언어들이 아랍어가 아니고, 이란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어요.


그리고 이 과자는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만들어졌어요. Made in Pakistan by English Biscuit Manufactures, Karachi 가 적혀 있었거든요.


표지를 보면 The Original Zeera Biscuit 라고 적혀 있어요. 중국에서는 쯔란이라고 하지만, 이건 중국에서만 쓰는 말이고, 중국을 벗어나 중앙아시아, 이란 등지에서는 '지라' 라고 불러요. 사실 제목을 지라 비스킷이라고 할까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라, 커민, 회향씨보다는 쯔란으로 많이 알려진 것이라 쯔란으로 제목에 썼어요.


이 과자를 구입한 후, 한동안 계속 일이 있어서 밖에서 밥을 먹다보니 이 과자를 먹기 좋은 상황이 없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집에서 놀면서 이것을 드디어 먹어보기로 했어요.



일단 봉지는 깔끔한 유광 은빛 봉지였어요. 여기까지는 평범.



봉지를 뜯었을 때도 평범. 여기까지는 진짜 평범했어요.


봉지를 뜯고 냄새를 맡아보았어요.


"어? 이거 무슨 냄새지?"


일단 오리지널 쯔란 비스켓답게 쯔란 냄새가 났어요. 너무 지독하지도, 너무 옅지도 않았어요. 딱 '이건 쯔란이 들어있습니다' 수준의 냄새였어요. 우리나라 초코칩 과자에서 초콜렛 냄새가 나는 정도였어요.


재미있는 것은 이 비스켓 냄새가 단순히 쯔란 냄새가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서 맡아본 익숙한 냄새 같다는 것이었어요. 그 중국 음식점들에서는 아니고, 매우 흔한 것 중 하나였어요. 왠지 햄버거에서 맡았던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어디에서 맡은 냄새와 비슷한 냄새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저기 깨처럼 박혀 있는 것이 바로 회향씨 - 쯔란이에요. 외견은 그냥 평범한 비스킷. 한국 과자와 다를 게 없었어요.


"맛있다!"


회향씨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과자를 썩 좋아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나 쯔란에 별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것을 매우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쯔란 냄새를 상당히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어요.


쯔란을 제외한 순수한 비스킷의 맛은 우리가 먹는 비스킷과 똑같은 맛이었어요.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았어요. 너무 무르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즈란 냄새가 너무 독하지 않고,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어요. 이 쯔란 냄새가 잡냄새를 잡아주고 있었어요. 비스킷의 고소한 향은 쯔란 냄새 때문에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외 안좋은 쪽의 잡냄새도 하나도 나지 않았어요. 진정 쯔란 비스킷이었어요.


이것은 이태원 가면 또 사올 거에요. 정말 맛있었어요. 독특하지만 별 거부감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과자였어요. 누군가 중앙아시아, 이란, 아랍 음식이 어떤 맛이냐고 물어보면 이 과자를 먹이고 '이런 향이랄까?'라고 말해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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