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남대문 야시장 Namdaemun night market in Seoul, Korea

좀좀이 2016. 4. 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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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야시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이었을 때였어요. 그때 저는 고향에 갇혀 있었고, 서울에 대해서라고는 아는 것이 '명동, 남대문 시장' 정도 뿐이었어요.


어느 날, 신문에서 어떤 기사를 읽었는데, 외국인 자유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관광지라 인식하지 못하던 새로운 곳들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내용 자체는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로 오는 여행자 국적이 일본, 중국, 미국 등이었거든요. 고향에서 흑인을 단 한 번도 못 보았기는 했지만, 미국인은 어쩌다 한 번 보았고, 일본인, 중국인이라면 정말 질리도록 많이 보았거든요.


그런데 그 기사 전체에서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긴 내용이 딱 하나 있었어요.


- 심지어는 남대문 야시장을 찾아가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있다.


이 기사 내용이 정확히 다 기억나는 것은 아니에요. 어쨌든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남대문 야시장을 일부러 찾아가서 거기에 있는 식당에서 진짜 서민적인 음식도 맛보고 그 시장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돌아가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남대문 야시장? 여기 꽤 재미있겠는데?"


그러나 군대를 전역할 때까지 가보지 못했어요. 그 당시 저는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통금 시간, 외박 제한이 있었을 뿐더러, 명동 및 남대문 야시장은 제가 살던 기숙사와 제가 다니던 대학교의 중간쯤 위치한 곳이라 정말 어정쩡한 곳이었거든요. 지금처럼 심야 버스가 있던 것도 아니었구요. 정말 거기에서 밤샐 것을 작정하고 가야 하는데, 혼자서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가볼 곳은 아니었어요.


군대 가기 전, 아예 한 번도 그곳을 안 가본 것은 아니었어요. 문제는 그 당시 남대문 야시장이 남대문 시장 어디에서 열리는지도 몰랐고, 언제 안 열리는지도 몰랐다는 것이었어요. 두어 번 밤에 가 보았는데, 한 번은 명동에서 남대문 야시장 찾아서 헤매다가 못 찾았고, 한 번은 토요일 밤에 가서 헤매다 못 찾았어요.


그러다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살 때, 마침 같은 고시원에 고향 친구가 살아서 그때 남대문 야시장을 가 보았어요. 동대문 야시장을 갔는데 한 번 허탕치고, 그 다음에야 서울의 야시장은 토요일 밤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친구와 동대문 야시장을 몇 번 구경간 후, 동대문 야시장이 슬슬 질려갈 때쯤 보다 먼 곳에 있는 남대문 야시장으로 갔어요.


눈 앞에 펼쳐진 남대문 야시장은 그야말로 놀라운 세계였어요. 그렇게 상상해왔던 그 야시장의 모습이 바로 눈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었어요.


그때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아주 야심한 시각. 한국은행 앞 그 큰 길을 무단횡단해도 될 정도로 차도 사람도 없는 시각. 남대문 야시장은 매우 북적였어요. 남대문 앞으로 늘어선 버스 장벽. 엄청난 보따리들.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물건과 사람. 그리고 정신없이 음식 배달 다니는 아주머니들.


항상 종종 가보고 싶었지만 동대문 야시장, 남대문 야시장 모두 가기 매우 어려운 곳이었어요. 일단 밤 늦게 열리는데다 제가 동대문, 남대문 근처에서 살지 않았거든요.


작년 겨울, 동대문 야시장을 다시 다녀왔어요. (글 : http://zomzom.tistory.com/1250)


"남대문 야시장도 다시 가볼까?"


2006년 당시 동대문 야시장보다 남대문 야시장이 훨씬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남대문 야시장을 다시 가보고 싶어졌어요. 사실 동대문 야시장은 다시 가보고 싶어서 갔다기 보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도 거기에 많이 가길래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어서 간 것이었거든요. 저도 직접 보아야 외국인 관광객들이 물어보았을 때 보다 잘 설명해줄 수 있으니까요. 어찌 보면 동대문 야시장 방문은 업무능력향상을 위해 간 것이었지, 제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간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요, 언제나 항상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은 남대문 야시장이었지 동대문 야시장은 아니었어요.


날이 갑자기 풀린 2016년 3월 중순 어느 날. 드디어 오밤중에 밖으로 나왔어요.


이유는 오직 하나. 남대문 야시장을 가기 위해서였어요.


Myeongdong


한국은행 앞 횡단보도. 이렇게 차가 없는 야심한 시각이었어요.



"내가 잘못 온 건가?"


예전 그 북적거리던 모습이 아니었어요. 정말 한산한 남대문 시장 거리였어요.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어요.


Korea


안에서는 도매로 나갈 물건들이 가게 앞에 쌓여 있었어요.


Night market


계단에 이렇게 물건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그러나 그 이상은 없었어요. 동대문 야시장처럼 북적이는 그런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어요.


"내가 아동복 매장에 와서 그런가?"


이제 남대문 야시장은 아동복 전문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어요. 그래도 이건 너무 한산했어요. 예전 그 남대문 야시장이 아니었어요.


"Where is Dongdaemun night market?"


진짜 저 'Dongdaemun night market' 이라는 말은 동대문쪽에서 일할 때 입에 달고 산 말. 남대문 야시장에 간 목적 중에는 명동을 찾아가는 외국인에게 'Namdaemun night market' 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어요. 맨날 Dongdaemun night market 이라고만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일단 동대문 야시장 실컷 본 것 같아 보이는 관광객에게 'Namdaemun night market' 이라고 말해주어도 될까 하고 와본 것이었는데 여기까지는 추천해줄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어요.


"이 정도면 서울이든 Seoul 이든 추천하기에는 무리인데..."


예전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제가 잘못 온 것 아닌가 싶었어요.


よみせ


문을 연 가게는 있었으나 손님은 보이지 않았어요.


夜市


夜店


서울원아동복 건물 앞에는 물건이 조금 쌓여 있었어요. 그러나 예전 제 기억 속, 그리고 지금 동대문 야시장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요.



Chợ đêm


야시장을 돌아다니다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pasar malam


"여기 사람 별로 없네요. 예전에 왔을 때에는 사람들 정말 많았는데 요즘은 좀 죽은 거 같아보여요."

"예. 옛날 같지 않아요."

"주로 어느 나라 사람들이 와요?"

"아무래도 중국이죠."

"일본인들은 잘 안 오나요? 예전에는 일본인들도 좀 왔었는데요."

"일본인들은 거의 안 와요."


상인 아주머니와 간단히 대화를 나누었어요. 동대문 야시장이든 남대문 야시장이든 일단 방문자 대부분은 중국. 동대문 야시장은 그래도 그 외 여러 나라에서도 오는데, 남대문 야시장은 외국인 자체가 벼롤 보이지 않았어요. 그나마 몇 명 본 사람들 모두 중국인이었어요.


ตลาดโต้รุ่ง


불이 왜 켜져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산했어요.


marché nocturne


Namdaemun night market




내려간 셔터 앞에 켜져 있는 연등. 연등이 켜져 있어서 더욱 한산하고 쓸쓸해 보였어요. 예전 그 명성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夜市交易


남대문 야시장은 아동복 전문이다보니 어쨌든 지방에서 물건을 떼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저 식판을 들고 돌아다니시는 아주머니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갔을 때에는 식판만 많이 쌓여 있었어요.



Bus wall in night time, South Korea


남대문 시장의 남대문쪽 출구. 2006년에 왔었을 때에는 진짜 버스 장벽이 건설되어 있있다 해도 될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버스가 죽 일렬로 서 있기는 했지만, 버스 장벽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니었어요.





"여기는 관광객들에게 소개해주기 애매하네..."


명동에 이어 남대문 야시장까지도 밤에는 너무나 한적했어요. 예전에는 밤 늦게까지 명동도, 남대문 시장도 사람이 많았어요. 낮보다야 적었지만 그래도 이 거리에 혼자인 시간은 없었어요. 이제는 아니에요. 명동도, 남대문 시장도 그 길 위에 혼자 서 있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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