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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아랍어 사전 출시 - 다음 아랍어 사전과 다른 점이 뭘까

좀좀이 2015. 4. 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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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도 드디어 아랍어 사전이 출시되었어요. 4월 8일에 출시되었다고 해요.


'이번에는 다를까?'


이번 아랍어 사전 추가는 4월 8일 네이버 사전 12종 업데이트 중 하나였어요.


일단 네이버 아랍어 사전 주소는 다음과 같답니다.

http://ardic.naver.com/


다음 아랍어 사전이 매우 안 좋아서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기 때문에 이번 네이버 아랍어 사전은 어떤지 살짝 기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바로 가장 기초적인 단어인 '책' 의 아랍어 단어를 검색.



어?????


무슨 초고급어휘라든가 신조어가 안 나오는 거라면 몰라도 저 왕초보 기초단어도 검색이 똑바로 되지 않고 있었어요.



단어로 들어가보니 아예 검색 결과가 없다고 나왔어요.


게다가 우측 하단을 보니...


"아우...이거 다음 아랍어 사전 DB 출처랑 사실상 똑같은 거잖아!"


딱 보자마자 이 네이버 아랍어 사전 DB 출처가 어떤 책인지 알 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에서 출판된 '한국어-아랍어 사전'. 이 사전 자체가 비싸기는 비싼데 안 좋다고 악명이 자자한 편인데 왜 이것을 썼을까 의문이었어요. 한 가지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와 DB 제공 계약을 맺으며 패키지로 들어온 것 아닐까 싶었어요.





하지만 같은 DB 출처를 사용하는 다음 아랍어 사전에서 같은 단어를 검색한 결과에요.

다음 아랍어 사전 : http://dic.daum.net/index.do?dic=ar


일단 둘 다 아랍어를 아는 사람이 이 사전 서비스 제공 프로젝트에 참여 안 한 것은 확실해요. 참여했다면 학창시절 공부 제대로 하지 않았을 거구요. 아랍어를 3개월만 제대로 공부했어도 이렇게 만들어놓지는 않았을 듯 해요. 다음 아랍어 사전이 네이버 아랍어 사전보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둘 다 구글 번역기만도 못한 수준.


문제점들을 하나씩 나열하자면


1. DB 가 아한사전이 아니라 한아사전 출처다.

- 이건 물론 회사간 계약 문제와 얽혀 있기는 하지만, 한아사전 DB로 사전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기는 해요. 물론 꼭 한아사전 DB가 사전 질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한아사전 자체가 빠진 단어가 많고, 더욱이 우리나라에 아한사전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과거 송산출판사에서 4만원에 팔다가 문예림에서 출판하며 가격이 6만원으로 오른 '아랍어 한국어 사전'이 있어요. (송산출판사 시절에는 '아한사전', 문예림에서는 '아랍어-한국어 사전'인데, 내용은 그대로랍니다. 출판사, 표지, 가격만 바뀌었어요) 아랍어-한국어 사전은 한스베어 아랍어-영어 사전을 번역해서 만든 사전인데 이것은 그럭저럭 괜찮아요. 한국에서 아랍어 사전을 이용해서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왜 하필 한아사전을 기준으로 만들었는지 의문이에요.


2. 양방향 검색이 안 된다.

- DB 출처가 한아사전이라 해서 양방향 검색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워드나 엑셀에 외국어 단어와 한국어 뜻을 써놓은 후 ctrl+f (찾기) 기능을 이용하면 양방향 검색을 할 수 있어요. 즉 한아사전 DB를 이용해서 만든 사전이라 해도 종이 사전을 그대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아사전 DB를 가지고 양방향 검색 서비스가 가능하게 만들 수 있지요.


3. 모음 부호가 없다.

- 아랍어는 모음 표시를 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위에서 검색한 'kita:b'은 실제 글로 써놓은 것만 보면 'kta:b' 이에요. 아랍어에서는 모음을 부호로 표시하지 글자로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서는 읽는 법을 꼭 표기해주어야 해요. 아랍인들이야 말을 먼저 배우고 그 뒤에 글자를 배우는 것이니 읽을 수 있지만, 글자부터 배우고 말을 배우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 모음 부호가 반드시 필요하지요. 그런데 이것은 네이버 아랍어 사전, 다음 아랍어 사전 - 두 사전 모두 제공해주고 있지 않아요. 결국 단어를 찾은 후 다시 다른 아랍어 사전을 펼쳐서 발음을 확인해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상식적으로 그럴 바에는 당연히 처음부터 다른 아랍어 사전을 찾아보고 말지요.


모음 부호는 하나의 글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DB에 바로 입력하면 검색이 안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이 검색할 때에는 kta:b로 검색할 건데, DB에 kita:bun 이라고 되어 있으면 당연히 1:1 매칭이 되지 않으니 검색이 안 될 수 있지요. 시간과 비용이 더 들기는 하겠지만 발음을 따로 전사해서 적어주든가, 아니면 모음기호 찍은 단어와 안 찍은 단어를 같이 써주는 방식을 택할 수 있는데 그냥 어떻게 읽어야할지 나오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이러면 저 사전을 쓸 이유가 없지요.


위의 세 문제점에 대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1. 재료 (DB) 자체가 안 좋다


2. 양방향 검색이 엉망이다. (아랍어 검색, 한국어 검색 둘 다 제공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됨. 대충 MS워드에 단어 입력하고 찾기 이용해도 되는 기능인데!!!!!)


3. 읽는 방법이 없다 (정작 사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읽는 방법 보려고 찾는 건데 그 부분은 아예 누락)


다음 아랍어 사전 나온 후 한참 뒤에 나온 것인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의문이에요. 아랍어과 학생 몇 명한테 점심값 정도 주고 다음 아랍어 사전 문제점 간략 리뷰 좀 맡긴 후 그 부분을 개선했다면 충분히 조금 더 나은 아랍어 사전이 되었을 거에요. 1번이야 계약 문제라 치고, 3번이야 일이 너무 많아져서 비용 폭증으로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MS워드에 대충 때려넣고 ctrl+f 만 해도 되는 양방향 검색이 다음 아랍어 사전보다 더 안 된다는 건 분명한 문제점이에요.


도대체 왜 이렇게 이미 나와 있던 것보다 더 나쁜 품질로 나왔는지 정말 의문이에요. 새로운 외국어 사전 서비스 계획할 때 그 학과 학생들에게 대충 설문지 좀 돌려보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다 끌고 만들었다니 정말 실망이었어요.


p.s. 이 글을 쓰면서 앞으로 다른 외국어 사전 서비스 중 다음과 네이버가 공통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에 대해 어떤 것이 더 좋은지, 또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리뷰를 써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글에서는 네이버 아랍어 사전을 강력히 비판했지만, 다른 외국어들 모두 반드시 다음 사전이 네이버 사전보다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네이버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고, 둘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둘 다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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