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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7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3 태국 배낭 여행 - 펫부리 카오왕, 카오 여이 동굴 사원

건물 앞에는 프라 나콘 키리 국립 박물관 Phra Nakhon Khiri National Museum 이라고 적힌 팻말이 있었어요. 돈 내고 들어왔으니 전부 다 보고 가겠다는 일념으로 올라가 보았어요. 그냥 보수 공사중이고 크게 볼 것은 없었어요. 조금 더 가자 조그만 인공 샘이 나왔어요. "저기까지 가야되는구나." 멀리 하얀 쩨디가 보였어요. 저 쩨디까지 올라가야 했어요. "저기까지 언제 가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벌써 숨이 차고 땀이 뻘뻘 나서 옷이 흠뻑 젖었어요. 카오왕은 산 능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곳이고, 입구는 능선을 타고 가는 관람로 중간 지점에 있었어요. 한쪽 끝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 다른쪽 끝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능선 자체가 험한 것은 아니었어요. 산 아래부터 걸어서 올라왔다면 매우 ..

복습의 시간 - 40 중국 쿠차 청나라 성벽 유적 库车县 清城墙遗址

한족이 하나도 안 보이니 속이 시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이상하고 불안했어요. 우루무치에서는 당연히 한족이 많이 보였고, 카슈가르 구시가지만 해도 최소한 한족 관광객들이 보였어요. 여기는 정말 한족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아까 그 황량한 풍경, 산으로 가던 길이 무슨 분계선 같이 와닿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걸어나갈수록 이 길을 가도 되는 것인지 더욱 망설여졌어요. 아까 깜깜할 때 기차역에서 나와 걸을 때에는 그냥 아무 것도 없었을 뿐이었지, 걸어나가는 것 자체가 망설여지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달랐어요. 이렇게 가는 것 그 자체가 망설여졌어요. '그래도 친구랑 같이 있으니 별 일이야 없겠지.' 친구는 중국어를 알고, 저는 우즈베크어를 안다는 것이 이렇게 엄청난 안도감을 줄 줄은 몰랐어요. 지..

바람은 남서쪽으로 - 10 베트남 후에 황성 Hoàng thành Huế

'오늘은 무조건 사진 똑바로 찍어간다.' 10만 5천동이나 내고 들어가는 후에 황성. 사진을 또 망칠 수는 없었어요. 전날 사진은 너무 심각할 정도로 망쳤어요. 사진을 예쁘고 아름답게 찍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사진을 찍고 대충 확인한 것이 문제였어요. 흔들렸는지 안 흔들렸는지 정확히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 다시 성에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진을 찍은 후 흔들렸는지 똑바로 확인하기로 결심했어요. 가이드는 사진을 찍으며 넓게 퍼져서 다니던 관광객들을 한 곳으로 모았어요. 사람들 모두 오문 앞에 섰어요. 가이드 말에 의하면 옛날에는 이 성채에서 동문은 여자만, 서문은 남자만 다닐..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29 태국 방콕 왕궁, 에메랄드 불상, 왓 프라깨우

드디어 에메랄드 불상을 보는 거야?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에메랄드 불상이었어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이것 만큼은 매우 보고 싶었어요. 계몽사 학습그림사회에서 에메랄드 불상에 대해 읽은 후, 항상 '태국'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에메랄드 불상을 떠올렸어요. 태국 방콕에 간다면 무조건 에메랄드 불상부터 볼 거라고 막연히 상상해왔어요. 번쩍거리는 에메랄드로 된 불상. 그렇게 큰 에메랄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어요. 이 사진은 계몽사 학습그림사회에 나와 있는 에메랄드 불상에 대한 설명이에요. 물론 이 불상은 매우 놀라운 불상이기는 하지만, 에메랄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에요. 에메랄드로 만들어졌다고 흔히 알고 있지만, 사실은 옥으로 만들어진 불상이지요.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꼭 보고 싶었어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8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왕궁 Kraton Ngayogyakarta Hadiningrat

"이거 화산재 아니야?" 크라톤으로 가는 길. 바닥에는 고운 회색 모래가 깔려 있었어요. 이 빛깔을 가진 모래는 고향에서 간간이 보던 것이었어요. 순간 이것이 화산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도네시아인 친구가 2010년 므라삐 화산 폭발때 족자카르타 시내 전체가 회색빛이 되어버렸다고 말해주었어요. 말 그대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족자카르타를 덮쳤다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이것은 눈이 아니니 쌓인 것이 자연적으로 모두 없어질 리도 없었고, 어딘가에는 분명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었어요. 그 흔적이 바로 이 고운 회색 모래가 아닌가 싶었어요. "어? 박물관에서 한 시간이나 있었잖아!" 카메라로 왕궁 입구를 멀찍이서 찍고 촬영 시각을 확인해보니 10시 반 조금 안 된 시각이었어요. 30분이면 충분히 다 볼 ..

바람은 남서쪽으로 - 07 베트남 후에 왕궁

여행 중 비 내리는 것이 주는 장점은 딱 하나 있어요. 카메라 배터리 절약시켜줌. 택시를 타고 후에 시타델 가는 길에 창밖 풍경을 찍고 싶었지만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어요. 창문에는 빗방울이 맺혀서 밖에 깔끔하게 보이지도 않았고, 택시는 빠르게 달리는데 밖이 밝지가 않아서 셔터 스피드가 나오지도 않았어요. 여행할 때 이동중 창밖이 잘 보이면 셔터를 난사하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이니 셔터를 난사할 수가 없었어요. 덕분에 카메라 배터리는 아주 잘 절약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것은 전혀 절약하지 않아도 좋은데! 지금 보조 배터리도 빵빵하게 완충되어 있는데! 택시를 타고 후에 시타델에 도착했어요. 친구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중이라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어요. 비는 비록 부슬비였지만, 우..

해야 했던 숙제 - 03 우즈베키스탄 코칸드 쿠도요르콘 궁전

밥을 먹었으니 이제부터는 볼 것 보러 돌아다닐 차례였어요. 가장 먼저 가기로 한 곳은 쿠도요르콘 궁전. 우즈벡어로는 Xudoyorxon O'rdasi, 영어로는 Khudayarkhan's palace. 코칸드에서는 이곳을 가장 가 보고 싶었어요. 이유는 오직 하나였어요. 왕궁이니까요. 소련에게 점령당하기 전, 우즈베키스탄에는 칸국이 3개 있었어요. 그 칸국들은 코칸드 칸국, 부하라 칸국, 호라즘 칸국이에요. 이들의 수도는 코칸드, 부하라, 히바. 타슈켄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도이기는 하지만 왕궁이 없어요. 복원이 된 왕궁도 있고, 아직까지 보전이 된 왕궁도 있고, 홀라당 날아가 버린 왕궁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 왕궁들은 칸국의 수도에 가야 볼 수 있다는 것. 중앙아시아의 왕궁은 본 적이 없어서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