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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62

두 개의 장벽 - 35 아제르바이잔 셰키

원래 예정대로 숙소 근처에 있는 유리 가가린 식당으로 갔어요. 식당은 노천에서 먹게 되어 있었어요. "여기 비싸지 않을까?" "어쨌든 숙소비 아꼈잖아." "한 번 정도 여기 음식 먹어볼까?" 바쿠에서 외식은 상상도 못했어요. 너무 비싸서요. 그래서 레스토랑 같은 곳은 당연히 절대 안 갔어요. 우리가 항상 끼니를 때운 곳은 메르신 카페. MUM 옆에 있는 작은 카페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괜찮은 편이었어요. 게다가 맛도 좋았구요. 정말 이럴 때 아니면 아제르바이잔 음식들을 맛볼 기회가 없었어요. 바쿠에서 먹는다면 정말 몇십 마나트 나올테니까요. 앞서 말했듯 1달러가 0.785 마나트 정도 되요. 1마나트가 0.785 달러쯤 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에요. 일단 한 사람 당 음식을 하나씩 시켰어요. 저는 ə..

두 개의 장벽 - 34 아제르바이잔 셰키 시내

이름으로 보아서 이 모스크는 셰키에서 가장 큰 중요한 모스크 아닐까 생각했어요. 항상 이런 생각이 딱 맞아드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주메'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은 있는 모스크이거든요. 대박은 보장 못하지만 중박은 보장해주는 이름. 아잔이 울리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친구는 안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혼자서 들어갔다 올까? 예배가 잠깐 절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망설여졌어요. 제대로 구경하려면 예배가 끝나야 하는데, 예배가 짧지는 않다는 게 문제였어요. 그렇다고 무슬림들 예배드리고 있는데 들어가서 사진 찍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하구요. 정문 옆에는 이렇게 수돗가가 있었어요. 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나 혼자 들어갔다 올게." 모스크 건물 안은 들어가지 않기로 했어요. ..

두 개의 장벽 - 33 아제르바이잔 셰키 구시가지

구시가지로 돌아가는 길은 칸사라이 갔던 길을 그대로 되밟아가는 길. 그러므로 길은 당연히 내리막이었어요. 매우 빨리 구시가지로 가는데 별로 힘들지도 않고 숨이 차지도 않았어요. 내려갈 때에는 올라갈 때와 달리 주변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올 여유는 없었어요. 이제 시간이 늦었거든요. 성문 앞에서 사진 찍었을 때가 저녁 5시 50분. 하늘만 보면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아 보였지만 시간을 확인해보면 그렇지 못했어요. 카라반사라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 53분이었어요. 내리막길이라고 신나게 내려왔더니 3분만에 내려왔어요. "이제 천천히 가자." 친구가 천천히 가자고 했어요. 저도 빨리 갈 마음이 없었어요. 카라반사라이부터는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거든요. 카라반사라이는 대상들이 머물던 숙소에요. 지금도 ..

두 개의 장벽 - 32 아제르바이잔 셰키 칸사라이

우리가 머물 숙소 위치가 매우 이상한 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카라반사라이와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칸사라이부터 갈까?" 이미 4시였어요. 여기도 밤은 늦게 찾아올 거에요. 하지만 밤이 늦게 온다고 해서 가게와 박물관도 늦게 문을 닫는 것은 아니었어요. 큰 길로 걸어나가는 길. 이미 여기에서부터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끼고 있었어요. 칸사라이는 큰 길을 타고 쭉 올라가야 했어요. 칸사라이부터 신시가지까지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있는 길이었어요. 칸사라이쪽은 올라가는 쪽. 푸른 산과 고풍스러운 건물들. 중앙아시아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의 건물들이었어요.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산지라서 그런지 그렇게 많이 덥지는 않았어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속 걸어올라갔어요. 셰키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정말 유..

두 개의 장벽 - 31 아제르바이잔 셰키

아침 일찍 씻고 호스텔에서 나왔어요. 호스텔에서 나와 주인 아저씨께서 알려주신대로 버스를 탔어요. 이체리 셰헤르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지하철 이체리 셰헤르 역 앞 버스정거장에서 137번 버스를 타면 버스 터미널까지 바로 가요. 아침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이 많았어요. 버스는 익숙한 길을 지나 낯선 길로 접어들었어요. 하지만 왠지 본 듯 했어요. "이거 작년에 바쿠에 도착했을 때 그 버스정거장이다!" 처음 가는 길인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에 갔던 그 길이었어요. 창밖에 28 May 역이 나타났어요. 만약 굳이 전철로 버스 터미널에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이 역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들어가야 해요. 터키 청년은 아마 이 역에서 내려서 걸어갔겠죠. 그렇게 전철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니까요. 하지만 주인..

두 개의 장벽 - 30 아제르바이잔 바쿠 하즈 술타낼리 모스크

바쿠에 있는 러시아 교회를 보고 나니 갈 곳이 없어졌어요. 일단 발길 가는 대로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마음을 비웁시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어요. 여기는 아제르바이잔 바쿠. 투르크메니스탄이 아니야. 시간에 쫓기지 않아. 우즈베키스탄과 비교하며 보려는 태도는 이제 필요 없어. 예전에 했던 것처럼 그냥 보고 느끼면 돼. 그런데 저건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던 구멍가게랑 다를 게 없잖아! 여기는 아제르바이잔이야. 언제나 그래왔듯 내게 여행이란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 확인을 하고 느끼며 다니면 돼. 그런데 지금 내 머리 속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우즈베키스탄이고, 지난 여행에서 느꼈던 아제르바이잔이야. 다를 게 없잖아! 모든 걸 다 잊고 돌아다닐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

두 개의 장벽 - 29 아제르바이잔 바쿠 아르메니아 교회, 러시아 교회

오늘도 어김없이 분수 광장으로 가는 길. 이체리 셰헤르를 감싸고 있는 성벽을 한 장 찍었어요.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성벽. 하지만 이 성벽에서 중요한 것은 돌이 아니라 돌 사이에 시멘트처럼 발라져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랍니다. 작년에 왔을 때 여기에서 아제르바이잔 친구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 성벽을 지을 때 계란을 섞어서 돌을 쌓았다고 했거든요. 그때는 이런 것을 찍을 생각도 못했어요. 그때는 갑자기 기온이 껑충 뛰어서 그거에 적응하는 것조차 버거워했을 때였어요. 더욱이 그때 머물렀던 숙소는 지하철 하타이 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야 하는 애매한 곳에 위치한 호텔이었구요. '오늘은 무엇을 해야 시간을 잘 보냈다는 소리를 들을까?' 분수 광장에 가는 이유는 할 게 없어서. 이체리 셰헤르 ..

두 개의 장벽 - 28 아제르바이잔 바쿠 처녀의 탑

2012년 7월 8일 일요일. 느긋한 일요일 아침. 여행 계획을 짤 때 정말 신경 많이 써야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 역시 여행을 처음 할 때에는 이 부분에 신경을 안 썼고, 그로 인해 낭패를 크게 본 적이 있었어요. 일요일을 조심하라. 바로 이거에요. 일요일은 정말 조심해야 해요. 반드시 여행 계획 짤 때 필히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일요일에 문 여는 가게들이 많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이야기. 특히 유럽은 일요일에 당연히 놀아요. 지금 생각해 보아도 몰타에서의 일요일 오후는 정말 최악으로 심심한 시간. 제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아도 몰타에서의 일요일 오후만큼 심심했던 시간은 많지 않아요. 일요일은 뭘 해도 심심하고 흥이 안 나요. 더욱이 환전 문제까지 걸려 있다면 더더욱 최악. 월요일은..

두 개의 장벽 - 27 아제르바이잔 바쿠 테제 피르 모스크

호스텔에 돌아와보니 우리와 같이 놀던 터키 청년이 짐을 싸고 있었어요. "오늘 가?" "응. 버스로 조지아 가려구." "지금?" "아니, 이따 밤에." 터키 청년은 야간 버스 이동을 해서 조지아 트빌리시에 갈 거라고 했어요. 트빌리시 도착하면 새벽 2시라고 했어요. "너 러시아어 알아?" "아니." 이 녀석 정말 걱정되네. 이 터키 청년의 계획은 버스에서 내려 밤을 새고 공항으로 가는 것. 러시아 가는 비행기표가 그 시각에 밖에 없어서 그렇게 한다고 했어요. 오늘 바쿠를 구경하고 가느라 그 방법 밖에 없다고 했어요. 너 어제도 머물렀잖아? 야간 이동 자체가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야간 이동은 피곤해서 문제이지, 위험한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트빌리시 도착 시각. 이게 새벽 2시라고 했어요. 이건 피..

두 개의 장벽 - 26 아제르바이잔 바쿠 테제 바자르

역시나 우리가 가장 늦게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어요. 오늘도 9시를 훌쩍 넘겨서 시작하는 아침. "우리 말고도 아직 자는 사람들이 있긴 있구나." 전날 새로 들어온 노르웨이인 두 명은 아직도 자고 있었어요. 둘은 어제 제가 잠들 때까지 호스텔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전날 1시에 제가 잤으니 정말 꼭두새벽에 들어왔겠죠. 지금까지 자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느긋하게 맞이하는 아침. 특별한 일정도 없는 아침. 느긋하게 차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할까 하는데 아랫배가 싸르르 아팠어요. 아무래도 전날 케밥이 맛있다고 두 번 먹었는데 이게 탈이 난 것 같았어요. 워낙 기름기도 많고, 며칠 거의 굶다시피 하다 갑자기 마구 먹어대서 문제가 생긴 것.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여행지에서 이런 일을 ..

두 개의 장벽 - 25 아제르바이잔 바쿠

2012년 7월 6일 햇볕이 많이 안 드는 방이라 정말 정신 없이 잤어요. 아마 긴장이 다 풀려서 그랬을 거에요. 여행을 다니며 걱정이 있고 근심이 있다는 것은 자양강장제를 먹는 것보다 좋아요. 이런 걱정과 근심은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고, 이게 힘을 주고 통증을 잊게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여행에서 오래 버티는 요령은 어느 정도의 걱정거리와 근심거리를 꾸준히 제공하는 거에요. 며칠 머물다 이동해야 한다든지, 너무 푹 퍼지지 않게 일정을 적당히 조절하거나요. 그런데 교과서를 구입한 후 너무 마음을 놓아버렸어요. 바쿠에서의 일정은 아주 길었어요. 그런데 바쿠는 작년에 와서 한 번 둘러보고 갔어요. 정말 급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갑자기 그렇게 크게 통증을 느낀 게 아닌가 싶었어요. 눈을 뜨니 오전 10시..

두 개의 장벽 - 24 아제르바이잔 바쿠

이제 여기에서 남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아제르바이잔에서 사용하는 아제르바이잔어 교과서 구입. 타지키스탄도, 우즈베키스탄도, 투르크메니스탄도, 아제르바이잔도 전부 고유의 언어를 사용해요. 물론 러시아어도 사용하구요.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아직도 러시아어가 아주 널리 광범위하게 쓰이고,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그렇지 않아요. 이것은 국민을 구성하는 민족의 비율, 그리고 지배적 위치에 있는 민족과 그 외 민족의 힘에 따라 달라져요. 투르크메니스탄와 아제르바이잔에서 투르크멘인들과 아제리인들은 러시아인을 비롯한 다른 민족에 비해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러시아어를 박멸하려고 하면 박멸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어요. 게다..

두 개의 장벽 - 23 아제르바이잔 바쿠

배가 항구에 정박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여권!" 배에 탈 때 여권을 걷어갔어요. 그 여권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어요. 이제 곧 내려야 할 텐데 여권이 없었어요. 똑똑똑 선원이 우리에게 내릴 준비하고 방에서 나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열쇠를 가져갔어요. 짐은 이미 깔끔히 다 쌌어요. 여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뿐이었어요. 일단 나오라고 해서 나갔어요. 출구쪽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배에 탄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배에 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는데 크게 북적이지는 않았어요. 단지 통로가 좁아서 그 적은 인원으로도 북적거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선원이 사람들 이름을 호명했어요. 호명된 사람이 선원에게 가면 무슨 종이쪼가리가 꼽힌 여권을 주었어요. 드디어 우리 차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실..

두 개의 장벽 - 22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얼마나 머무를 수 있지?' 배에 누워 있는데 마음이 무작정 편하지는 않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예상보다 지출이 컸던데다 아제르바이잔 바쿠는 숙소비 비싸기로 유명한 곳. 친구가 숙소를 찾아보았는데 저렴한 숙소는 딱 한 곳 밖에 없다고 했어요. 론니플래닛 구 버전 (2012년 최신판 나왔음)에 나온 저가 숙소는 죄다 없어졌어요. 당장 숙소비가 문제였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아제르바이잔은 돈과의 싸움이었어요. 남아 있는 달러는 얼마 안 되었어요. 이 돈으로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정해진 일정까지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우즈베키스탄으로의 귀국일은 2012년 7월 16일이었어요. 7월 16일까지 버텨야 하는데 물가 비싼 아제르바이잔에서의 일정은 오히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

아제르바이잔어 교과서

아제르바이잔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어 교과서입니다. 2~4권은 새로 나온 교과서에요. 그리고 아이들용이라서 표지에서부터 누구를 위한 책인지 티가 나죠. 참고로 아이들용이지만 난이도는 절대 안 쉬워요. 왜냐하면 자국민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죠. 2권부터 웬만한 문법은 다 나온다고 보시면 되요. 터키어를 공부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권에서 동형용사도 나온답니다. 5부터 11입니다. 크기도 2~4보다 작고, 무언가 느껴지죠. 그래요. 정말로 어렵고 재미도 없어요. 이것은 읽기 교재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위의 2~11은 '국어', 이 책은 '읽기' 책 쯤 되요. 그리고 교과서 안에는 헤이데르 알리예프 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사진이 있어요. 그렇다면 왜 현재 대통령이 아니라 옛 대통령 사진이 있을까..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요리책

저는 먹는 것에 까다롭게 굴지는 않아요. 못 먹는 건 딱 하나 있네요. 시큼한 것. 냉면에도 식초를 안 치고,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사람들 중 한 부류가 중국집에서 자기는 먹지도 않는 생양파에 식초를 듬뿍 쳐놓은 사람. 저는 짜장면 먹을 때 생양파랑 먹고 생양파 다 떨어져야 마지 못해 단무지랑 먹는데, 이렇게 식초 쳐 놓으면 아예 못 먹어요. 자기가 먹기 위해 치는 사람이라면 취향의 차이이기 때문에 상관 없어요. 양파 좀 더 달라고 해서 저는 식초 안 친 양파 먹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자기는 손도 안 댈 거면서 양파에 식초 쳐놓으면...양파 씻어 먹을까? 평소에 별로 식탐이 없는데 요리 프로그램이나 맛있는 요리 사진 보는 건 또 좋아해요. 원래 요리책 모으는 취미는 없지만 이 동네에서 오래 머물면서 요..

엽서

우즈베키스탄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냈어요. 그 엽서는 한 달 걸려서 도착했어요. 이 정도면 그냥 일반적인 속도. 그 다음은 타지키스탄. 여기는 정말 우리나라에 언제 도착할지 궁금했어요. 제가 우즈베키스탄 와서 바득바득 맨 처음에 타지키스탄을 가려고 한 이유는 이 나라가 한국에서는 꽤 가기 어려운 나라였기 때문이었어요. 직항 노선은 당연히 없고, 대사관도 없는 나라인데, 그나마 대사관이 있는 나라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자를 받아 가야 하는 나라들이었거든요. 그래서 타지키스탄을 가장 먼저 가기로 했고, 가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부쳤어요. 엽서를 부친 날짜는 2012년 5월 14일. 당연히 한 달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달이 넘어서도, 제가 새로운 여행을 출발할..

두 개의 장벽 - 03 여행 준비

2회에 걸친 비자 받기 위한 노력을 일단 정리할게요. 이때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울렁거려요. 타슈켄트 주재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은 절대 두 번 다시 보고도 싶지도, 그 길을 지나가고 싶지도 않아요. '왜 지난 번에 쓴 것을 또 쓰면서 분량 불리기나 하고 있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비자 받느라 하도 고생해서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너그럽게 생각해 주세요. 2012년 4월 -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방문 초청장 필요하다는 대답만 듣고 끝남. 2012년 5월 25일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사진 2장, 여권 사본 가지고 월요일 아침에 오라는 형식적인 답변을 들음. 2012년 5월 29일 -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방문 새벽에 갔는데 6월 3일까지 비자 업무 쉰다고 해서 허..

두 개의 장벽 - 01 아제르바이잔 비자 받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주재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가는 길 1. 지하철 Milliy bog'역으로 갑니다. 2. 역에서 밀리 보그 반대편 출구로 나갑니다. - 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밀리 보그와 그 맞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횡단보도가 제대로 없고, 도로가 넓고 차가 빨리 달리는 곳이라 타슈켄트에서 사고 다발 지역으로 악명 높은 곳입니다. 횡단보도가 분요드코르쪽으로 가다 보면 하나 있는데 지하차도 입구 근처에 있어요. 그래서 무단횡단보다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3. 밀리 보그 반대편 출구로 나와 분요드코르 반대편 (밀리 보그를 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쭉 직진합니다. 4. 쭈욱 걷다 보면 이렇게 사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무슨 군사시설 비슷한 것이 보이는 오른쪽 작은 길로 들어간 후 다시 처음 가던 방향 (..

두 개의 장벽 - 프롤로그

부제 : . 비자 받기 어려운 나라란 어떤 나라인가 타지키스탄 여행을 다녀온 후, 몸이 근질거렸어요. 모처럼 '여행'의 맛을 다시 느끼고 몸이 여행에 적응한 순간 여행이 끝나버렸거든요. 친구들은 일주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살라 버렸지만, 저는 이제야 슬슬 몸이 달구어지기 시작했어요. 여행기를 쓰며 아쉬움을 달래보려고 했지만 그걸로 되지 않았어요. 여행 돌아오자마자 쉬지 않고 바로 여행기를 쓰기 시작해서 열흘만에 여행기를 다 썼지만 그래도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그러던 차에 갑이 올해 하반기에는 여행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야, 그러면 우리 여행 또 가자!" "또?"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갔다 오는 거야!" 갑이 조금 머뭇거리더니 좋다고 했어요. 갑이 좋다..

뜨거운 마음 - 후기

서울로 돌아와 학원을 찾아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이스 타이밍! 그냥 폭우 좍좍. 도저히 밖에 나갈 날씨가 아니었어요. 의정부에 있는 학원에 찾아가기는 커녕, 집에 가기 위해 공항에 가는 것도 힘들어 보였어요. 물론 가려면 갈 수야 있었지만, 노트북도 들고 가야 했고, 역까지 가는 동안 비바람이 워낙 세게 몰아쳐서 역까지 가는 동안 온몸이 쫄딱 젖게 생긴 날씨였어요. 그래서 집에 내려가는 날도 결국 하루 미루고, 학원도 찾아가지 못했어요. 그저 원장선생님께 전화로 잘 다녀왔다고 인사만 드리고, 찾아가려고 했으나 날씨가 너무 나빠 고향 갔다가 올라와서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고향에 내려왔는데 하나도 덥지 않았어요. 부모님께서는 계속 너무 덥다고 하시며 제게 덥지 않냐고 물어보셨지만... 나는 덥지..

아제르바이잔 바쿠 숙소 정보 - Caspian Hostel

아제르바이잔 바쿠는 물가 - 특히 집세와 숙박비가 매우 비싼 곳입니다. 더욱이 론니플래닛 최신판에서 나오듯 저렴한 숙소는 거의 다 없어졌죠. 그래서 바쿠에서 저렴한 숙소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소개하는 이 호스텔은 바쿠에서 가장 저렴하게 머물 수 있는 호스텔이라 보셔도 되요. Caspian Hostel 내부 사진입니다. 부엌 사진입니다. 화장실 및 세면대 사진입니다. 가격 : 1박 16마나트 / 20달러 연락처 주소 Asef Zeynallı Küçesi 29/10 , İçeri Şeher Bakı 이메일 seyf@box.az 전화 +994 (0) 12 492 19 95 구조 1층, 2층 모두 호스텔인데 보통 2층만 열어놓고 1층은 손님이 많을 때에만 열어놓습니다. 가는 방법 1. 이체리..

뜨거운 마음 - 14 아제르바이잔 나흐치반 자치공화국

일단 오늘은 쉬고 다음날 줄파에 갔다가 터키로 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론니플래닛에서 나온 Hotel Tehran을 보는 순간 인내심이 끊어졌어요. "오늘 터키로 넘어가자!" 저와 친구의 의견이 한 번에 맞아떨어졌어요. 여기는 관광이 발달 안 한 정도가 아니라 개발 자체가 안 된 곳. 호텔이라고 나와 있는 곳이 우리나라 여인숙보다도 못하게 생겼어요. 온몸이 땀에 절어 있는데 제대로 샤워를 할 수 없다는 것은 꽤나 큰 문제. 더욱이 친구는 다리에 뭔가 이상한 것이 나서 계속 아프다고 하고 있었어요. 이러저러한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숙소 문제는 분명 큰 문제. 아무나 잡고 '재워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었어요. 더욱이 여기는 아제르바이잔. 1마나트가 1USD도 아니고 1유로에 맞먹는 동네. 아무리 못 사는..

뜨거운 마음 - 13 아제르바이잔 나흐치반 자치공화국 나흐치반

공항에서 나오기 위해 출국 게이트로 갔어요. 사람들이 하나하나 줄을 서서 나갔어요. 입구가 좁아서 빨리 나갈 수가 없었거든요. 우리도 줄을 서 있는데 경찰이 우리를 불렀어요. "여권." 여권을 보여주자 비자를 확인하고는 출국 게이트 옆 작은 창구로 가라고 했어요. 출국 게이트 옆 작은 창구에는 경찰이 앉아 있었어요. "여권." 여권을 주었어요. 그러자 나흐치반 자치공화국 입국 심사가 시작되었어요. 경찰은 다른 직원을 불러오고나서 우리들의 여권을 꼼꼼히 살펴본 후, 무언가 입력하고 방문 목적과 체류 기간에 대해 깐깐하게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에서 나흐치반 Naxçıvan, 줄파 Culfa를 보고 3일 후 출국할 것이며, 지금 바로 줄파로 갈 거라고 대답했어요. 우리들의 비자에 별 문제가 ..

뜨거운 마음 - 12 아제르바이잔 나흐치반 자치공화국

드디어 아침이 밝았어요. 오늘은 정말로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에 가는 날. 정보가 너무 부족한 곳, 게다가 본토와는 떨어져있는 곳에 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어요.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현재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었던 하이데르 알리예프의 고향. 그리고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때 아르메니아가 침공했으나 터키가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을 공격하면 전면 개입하겠다고 군대를 나흐치반 자치공화국과 터키 국경으로 이동시켜 아르메니아군이 바로 철수했던 곳.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주 어렸을 때 본 '아시안 하이웨이'라는 다큐멘터리 때문이었어요. 1990년대에 했고, 일요일 저녁 KBS에서 했는데 제일 마지막 편이 이란이었어요. 이란편 맨 마지막..

뜨거운 마음 - 11 아제르바이잔 바쿠

2011년 7월 10일. 오늘은 아제르바이잔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의 수도 나흐치반으로 가기로 한 날이에요. 바쿠 일정을 꽤 강행군으로 진행한 이유는 바로 오늘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에 가기 위해서였어요. 아제르바이잔 도시들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었지만,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어요. 한국어로 된 정보는 아예 찾지도 못했구요. 영어로 된 정보도 매우 부실하고 부정확했어요. 아제르바이잔 친구도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친구가 준 정보라고는 꽤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이 전부였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딱 제주도 정도 되는 곳이에요. 본토와 떨어져 있어서 반드시 비행기로 가야 해요. 차이점이라면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은 이란을 통해 가거나 조지아-터키를 거쳐 육로..

뜨거운 마음 - 10 아제르바이잔 바쿠

시르반샤 궁전 '궁전'이라는 말을 듣고 매우 화려할 거라고 상상했어요. 최소한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보다 조금 더 수수한 정도 아닐까? 아니야. 이 나라는 지금 돈이 많아서 여기 저기 다 뜯어고치고 있는데 더 아름다울 수도 있어. 솔직히 쇤부른 궁전이나 스페인 왕궁까지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 정도는 무리고, 돌마바흐체 정도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돌마바흐체도 화려하다고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별로였거든요. 그냥 샹들리에만 엄청 매달려 있을 뿐, 화려하다고 하기엔 확실히 부족했어요. 역시 기대를 하는 게 아니었어. 일단 입장료는 국제 학생증이 있을 경우 60개픽. 그리고 카메라가 있을 경우 2마나트에요. 햇볕은 쏟아지고 날은 더웠어요. 그리고 궁전 안은 화려하기를 기대한 내..

뜨거운 마음 - 09 아제르바이잔 바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씻고 있는데 리셉션에서 전화가 왔어요. 오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가 약속시간을 정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어요. "12시에 만나요." 아침 일찍 만날 줄 알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점심 즈음에 만나기로 해서 무언가 힘이 쭈욱 빠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왕 준비를 시작한 것,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먹고 방에서 시간을 때우다 방 청소할 시간이 된 것 같아 리셉션으로 내려왔어요. 이것이 제가 머물렀던 호텔이에요. 역시나 오늘도 더위는 그칠 줄 몰랐어요.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많이 남아 있어서 길을 걸어볼까 했지만 땀이 비오듯 쏟아질 게 뻔해서 호텔 앞을 조금 서성이다 들어왔어요. "역까지 어떻게 걸어가냐..." 참고로 아제르바이잔에서 돈이 많고 호텔비가 저렴해서 호텔에..

[아제르바이잔 여행] 뜨거운 마음 - 08 아제르바이잔 바쿠 구시가지

"여기 중앙아시아 맞아?!" 당연히 아제르바이잔은 중앙아시아 국가가 아니에요. 튀르크 민족 국가라지만 중앙아시아에는 안 들어가요. 카프카스 국가에요. '튀르크 민족 국가 =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터키도 중앙아시아에요. 이렇게 놀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너무 화려하고 깔끔했기 때문이었어요. 간간이 사진으로 본 바쿠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어요. 건물은 당연히 낡고 후줄근한데다 그나마도 공사중이었어요. 하지만 시내로 나오니 여기는 유럽 도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복고풍 신제품이랄까? 겐제비 아저씨다! 거리에서 발견한 니자미 겐제비 아저씨의 동상.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인데 '겐제비'의 뜻은 '겐제 사람'이래요. 재미있는 것은 이 아제르바이잔의 가장 위대한 시..

뜨거운 마음 - 07 아제르바이잔 바쿠

전날 밤, 버스에서 더위에 시달렸어요. 그리고 달리는 차 안도 더웠어요. 더위라면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어요. 창 밖의 바쿠 버스 터미널 입구. 먼지와 햇볕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어요. 중요한 것은 드디어 바쿠에 도착했다는 것이었어요. 이번 여행의 핵심이자 이번 여행의 꽃!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바쿠에 드디어 도착했어요.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전날 너무 힘든 일정을 소화해서 며칠 만에 겨우 바쿠에 도착한 느낌이었어요. "아...드디어 바쿠다!" 버스에서 터벅터벅 기어나왔어요. 바쿠 땅을 밟는 순간... "헉!" 정말 감격스러웠던 만큼 더웠어요. 꼭 이렇게까지 열렬히 환영해줄 필요까지는 없는데...그냥 '환영합니다!' 수준으로 더워도 되는데...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은 괜찮았어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