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베트남여행 6

바람은 남서쪽으로 - 28 베트남 하노이 유교 문화 유적 문묘 Văn Miếu

방에서 친구에게 줄 선물을 정리했어요. 베트남인 친구는 곧 결혼할 거라고 했어요. '축의금이라도 줘야 하나?' 지금껏 결혼식 축의금을 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주변에서 장례식이 있으면 찾아가서 조의금을 내고 온 적은 몇 번 있었어요. 그렇지만 제 친구, 동기 결혼식은 가본 일도 없고 있어도 안 갔어요. 축의금을 내지도 않았어요. 장례식은 갈 수 있으면 반드시 찾아가지만 결혼식은 제 가족 결혼식 아닌 이상 안 갔어요. 그 원칙은 항상 지켜오고 있었어요. 세상에 장례식은 오직 한 번이에요. 아무리 의학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나 죽은 사람을 되살려낼 방법은 없어요. 모든 사람에게 장례식이란 인생에서 단 한 번 있는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친구의 가족이 사망해서 장례식에 가야 한다면 갈 수 있는 한 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7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서욱교

슬리핑 버스 안에서 계속 잤어요. 잠자리가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슬리핑 버스 좌석은 어정쩡하게 상반신이 들려 있었어요. 몸을 전혀 뒤척일 수 없는 구조였어요.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누워 있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더 불편했어요. 조금만 몸을 틀면 허리가 꺾여서 바로 잠이 깨었어요. 한 자세로 계속 누워 있으려니 몸이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그렇다고 앉아 있자니 이건 앉아 있기도 불편했어요. 어떤 자세도 답이 없었어요. 밤새 그렇게 뒤척이다 잠을 깨기를 반복했어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어요. 시끄러워서 깨거나 어디에 버스가 정차해서 깬 것이 아니었어요. 순전히 슬리핑 버스에서 누워서 자다가 몸을 틀면 허리가 꺾여서 깨었어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기절하..

바람은 남서쪽으로 - 26 슬리핑 버스로 베트남 호이안에서 하노이 가는 길

"이제 숙소 돌아가야겠다." 어느덧 오후 1시였어요. 숙소로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호이안 일정의 끝이 성큼성큼 다가왔어요. 호이안에서 하노이로 가는 슬리핑 버스는 숙소를 통해 예약해놨어요. 숙소에서는 택시로 슬리핑 버스를 탑승하는 곳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요. 만약 숙소에서 호이안에서 하노이 가는 슬리핑 버스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여행사로 달려가야했을 거에요.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호이안을 돌아다녔어요. "이 놈의 비는 또 오네." 베트남 호이안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이런 곳은 떠날 때 아쉬움이 매우 많이 남아요. 그러나 그런 거 하나도 없었어요. 눈꼽만큼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쪽에 정신 팔릴 때가 아니었어요. 빗줄기가 다시 슬슬 굵어지고 있었어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5 베트남 호이안 푸젠 화교 회관 Hội quán Phúc Kiến

장기 한 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어요. "베트남 와서 장기 뒀다!" 계획에도 없었고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베트남 현지 문화를 하나 체험했어요. 매우 큰 소득이었어요. 베트남 와서 베트남 민속 놀이인 장기를 두어봤으니까요. 이런 일은 여행 중 쉽게 일어나지 않아요. 호이안이 내가 불쌍해서 이런 이벤트 하나 준 건가. 베트남 호이안 일정은 정말 안 좋았어요. 대충 둘러볼 것은 거의 다 둘러봤어요. 그렇지만 정말 운이 참 없는 일정이었어요. 날씨는 엄청 안 좋았어요. 중요 소지품을 넣고 다니는 노트북 가방은 끈이 떨어져버렸어요. 신발은 물에 완전 푹 젖었어요. 숙소에서 드라이기로 간신히 말리기는 했지만요. 기념품으로 구입한 전통의상 입은 인형은 목이 다 끊어졌어요. 밤에 쏟아진..

바람은 남서쪽으로 - 24 베트남 전통 민속 놀이 중국식 장기 꺼 뜨엉 Cờ tướng

뭔가 사당처럼 생긴 건물이 나왔어요. 입구에는 한자가 적혀 있었어요. 아래에는 베트남어로 작게 Chùa Ông Hội An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베트남어로 ông 은 '할아버지'라는 뜻이에요. 연장자를 높여 부르는 말인 '어르신, 선생님'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Chùa 는 베트남어로 절, 사원이니까 Chùa Ông '어르신 사원'쯤 될 거에요. 안에는 연못이 있었어요. 계속 내부를 둘러봤어요. 골목길이 있었어요. 골목길은 매우 비좁았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크게 인상을 끄는 것은 없었어요. 이건 아무리 봐도 제가 상상하던 동남아시아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타이완 여행 갔을 때 봤던 중국 문화와 너무 닮았어요. 중국 문화에는 정말 관심 없었어요. 중국 문화를 보고 싶다면 타이완을 다시 갔을 거에요. 저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3 베트남 호이안 중앙 시장 Chợ Hội An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잤기 때문에 정말 깊게 잤어요. 사실 거짓말이에요. 저는 원래 잠을 매우 깊게 자거든요. 한 번 잠들면 절대 못 일어나요. 심지어 알람이 울려도 못 듣고 그냥 계속 자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동네방네 잠자는 사람 다 깨울 정도로 시끄러운 알람이어야 잠에서 깨어나요. 세상에서 잠자는 것이 제일 좋고 잠자는 것은 정말 잘 해요.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자요. 너무 짜증나거나 화가 나면 잠이 오고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지거든요. 그래서 호이안 일정이 비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잠을 못 자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푹 잤어요. 여행 일정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 노트북 가방 끈이 떨어져서 답 없어진 상황이라는 사실, 신발이 완전히 푹 젖어버렸다는 사실은 제게 자장가가 되었어요. 실낱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