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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gyakarta 9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22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파쿠알라만 크라톤 Pakualaman kraton

"안녕." 인도네시아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내일 뭐 해?""내일 오전에는 파쿠알라만 크라톤을 갈 거야.""오후에는?""글쎄...""나 내일 쉬는 날이야. 내일 만날까?" 인도네시아인 친구는 다음날 아르바이트를 쉬는데 만나지 않겠냐고 물어보았어요. 오후에 친구와 같이 시간을 보내다 야간 기차를 타는 것도 괜찮은 일정같았어요. 사실 오후에 무엇을 할 지 그 어떤 계획도 세워놓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오후에는 막연히 어느 카페 들어가서 적당히 시간이나 때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더욱이 인도네시아를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니 친구를 한 번 더 보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구요. "내일 정오에 만나자. 오전에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할 거거든.""알았어.""그런데 투구역에 짐 맡기는 곳 있어?..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21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프람바난 사원 Prambanan temple

말리오보로 버스 정거장으로 1A 버스가 왔어요. 프람바난 사원은 1A 버스 종점에서 조금 걸어가면 있어요. 버스 요금은 3600 루피아. 보로부두르 사원과 달리 혼자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 1A 버스를 탔어요. '종점까지 금방 갈건가?' 버스 노선도를 보면 왠지 금방 도착할 것 같았어요. '잠깐만 잠 좀 자야겠다.' 너무 피곤했어요. 아침 일찍 나와서 뙤약볕 아래를 쉬지 않고 계속 걷거나 서 있었어요. 앉아서 쉰 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나마 쉬었다고 할만한 것이라고는 따만 사리 거의 다 와서 음료수 먹으며 쉬었던 것과 카우만 모스크 베란다에 잠깐 앉아 있었던 것 정도였어요. 이것은 이제 의지 문제를 떠났어요. 처음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버스 창밖을 보고 싶었어요.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20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카우만 모스크 Kauman Great Mosque

"아우...더는 못 걷겠다." 나는 지금 덥다. 더워서 땀이 난다. 땀이 나서 덥다. 그래서 땀이 난다. 그래서 덥다. 그래서 땀이 난다. 그래서 덥다... 아주 안 좋은 현상의 무한 궤도였어요. 가뜩이나 덥고 습한데, 땀이 비오듯 쏟아지니 옷 속은 한증막. 정말 웃통을 홀라당 다 벗고 돌아다니고 싶었어요. 차마 웃통을 벗어버릴 수는 없어서 가끔 옷 속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수밖에 없었어요. 바람이라도 불면 좋을텐데 바람은 하나도 불지 않았어요. 몸은 딱 두 가지 상태 중 하나를 반복하고 있었어요. 땀 때문에 미끌거리거나, 아니면 땀이 말라서 찐득거리거나요. 이제 남은 것은 카우만 모스크 - 정식 명칭이 masjid gedhe kauman 이고, masjid besar 라고도 부르는 모스크였어요. 따만 사..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9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타만 사리 Taman Sari

"벌써 12시잖아!" 족자카르타 왕궁인 크라톤을 다 보고 나니 12시였어요. 원래 계획대로 딱딱 맞아들어갔다면 이 시각에 저는 이쪽에서 볼 것을 다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가야 했어요.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서 샤워 하고 파쿠알라만 크라톤을 보고 2시쯤 프람바난 사원으로 출발하는 게 이상적인 계획이었어요. 계획을 수정하든가 이제부터 뛰어다니며 보든가 선택을 해야 했어요. 적도 근처에서 마주하는 정오의 햇볕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어요. 저를 굴복시킬 수는 없었지만 저를 충분히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어요. 선글라스도 모자도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존재들이라 짐 속에 쑤셔넣고 들고 나오지 않았어요. 그 덕분에 머리카락은 달구어지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습하다보니 조금만 걸어도 땀은 비오듯 쏟아졌어요. 땀이 비오듯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6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중앙우체국

핸드폰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뜬 것은 새벽 6시. 못 일어나겠다. 알람을 듣고 정신은 돌아왔어요. 기분좋게 2015년 6월 4일 목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이었어요. 양쪽 어깨와 허리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어요.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준비하고 날이 뜨거워지기 전에 왕궁인 크라톤과 따만 사리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쉬다가 프람바난 사원으로 가는 것. 지금 일어나서 슬슬 준비를 해야 했어요. 그러나 양쪽 어깨와 허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심해서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하도 아파서 그냥 침대 위에 엎드렸어요. '별로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가?' 전날 방콕에서 머무를 숙소를 검색하고, 인도네시아어 교재를 보다 보니 새벽 2시 넘어서 잤어요. 실상 4시간..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4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보로부두르 사원

샤워! 방에 들어오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옷을 벗기 시작했어요. 땀에 절은 옷은 쉽게 벗겨지지 않았어요. 가뜩이나 땀이 줄줄 나는데 잘 벗겨지지 않는 옷을 벗느라 땀이 더욱 쏟아졌어요. 옷을 찢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그러나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옷을 몸에서 잡아뜯어내듯 벗었어요. 옷을 바닥에 내팽겨치고 침대 위에 놓여진 새로 제공된 수건을 집어들고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아, 시원해!" 샤워기로 찬물을 몸에 뿌리자 너무 행복했어요.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햇볕에 데워졌는지 미지근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미지근한 물은 체온보다 낮았기 때문에 시원하다고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끈적거리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구요. 머리에 물을 끼얹지니 태양에 달구어진 머리가 빠르게 식는 기분이었어요. 샤워기로 몸에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3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말리오보로 거리

2015년 6월 3일 아침 7시. 친구가 왔다고 해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모자만 대충 눌러쓴 채 숙소 리셉션으로 나갔어요. 리셉션에서는 친구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것은 내가 만든 나시 고렝이야.""정말 고마워!" 친구의 집은 제가 머무르고 있는 숙소에서 상당히 먼 곳이었어요. 게다가 친구가 건네준 나시 고렝은 매우 따뜻했어요. 친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자기가 이것을 직접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대체 몇 시에 일어난 거지? 친구는 전날 일찍 잔 것도 아니었어요. 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카카오톡으로 나누다가 잤기 때문에 최소한 자정은 넘어서 잤어요. 그렇게 대화를 하다 자정 넘겨서 잔 후, 일찍 일어나서 저를 위해 나시 고렝을 만들어 제가 머물고 있는 숙소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온 것이었어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2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

"여기가 족자카르타역인가?" 기차가 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40분. 시간으로 보면 여기가 제가 내려야할 기차역 같았어요. 그렇지만 왠지 내리는 것이 망설여졌어요. 왜냐하면 요그야카르타에는 기차역이 3개 있거든요. 먼저 흔히 '요그야카르타역'이라고 부르는 뚜구역 stasiun Tugu, 뚜구역에서 동쪽으로 약 1km 가면 있는 름뿌양안역 stasiun Lempuyangan, 마지막으로 공항에 있는 마구오역 stasiun Maguwo가 있어요. 단순히 요그야카르타 도착했다고 마구 내릴 일이 아니었어요. 그냥 숙소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요그야카르타 역 중 아무 데에서나 내려도 큰 상관은 없었어요. 하지만 친구가 뚜구역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뚜구역에서 내려야 했어요. "여기 뚜구역이에요?""예..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1 인도네시아 기차로 자카르타에서 족자카르타

2015년 6월 2일 새벽 5시 30분. 눈을 떴어요. 남반구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 창문을 여니 시원한 아침 공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전날 오후에 느꼈던 그 더위가 단순히 꿈 속에서 느꼈던 더위라 생각될 정도였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느꼈던 건조기후 한여름의 일교차보다 일교차를 더욱 확실한 것 같았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느꼈던 한여름의 일교차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더위와 살 만한 더위. 하지만 여기는 엄청난 더위와 선선한 아침. "적도 근처는 연교차보다 일교차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중학생들에게 가르치던 내용이 몸으로 느껴지고 있었어요. 지금껏 매해 중학생들에게 저위도 지역의 기후를 가르쳐왔지만 실제 저위도 지역을 와본 것은 이번이 처음. 연교차보다 일교차가 크다느니, 스콜이 내린다느니, 열대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