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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 37

파울로 코엘료 소설 연금술사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어 버전

저는 외국 여행을 가면 책을 사서 모으고 있어요. 책을 사서 모으기 위해 서점을 가면서 여행지와 벗어난 곳도 같이 둘러보곤 해요. 제 외국 여행기를 쭉 보신 분들은 제 여행기에서 서점 가는 이야기가 반드시 한 번은 나오는 것을 알고 계실 거에요. 다른 나라 가서 책을 사서 모으기 위해 서점을 가다보니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여행기에 나올 수 밖에 없거든요. 제가 맨 처음 외국 여행 가서 모으기 시작한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요. 모든 나라에서 다 구입하지는 않았어요. 해당 국가의 국어로 번역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만 구입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여러 언어로 된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책을 갖고 있어요. 제가 여행 간 국가에서 사용하는 국어로 번역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책은 어지간한 곳은 거의..

투르크멘어 보조동사 종류와 의미

오우즈 튀르크어 중 투르크멘어는 다른 대표적인 오우즈 튀르크어에 속하는 언어인 터키어, 아제르바이잔어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요. 터키어, 아제르바이잔어, 투르크멘어 - 이 셋은 같은 오우즈 튀르크어에 속하나 그 하위 분류에서 투르크멘어는 동부 오우즈 튀르크어, 터키어와 아제르바이잔어는 서부 오우즈 튀르크어에 속하거든요. 터키어와 아제르바이잔어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어휘에 있어요. 이렇게 어휘에서 많이 차이나게 된 이유는 터키가 언어순화정책을 강력히 펼치며 많은 어휘를 순수 튀르크어에 기반한 어휘로 교체했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인 예로는 '학교'라는 단어가 있어요. 다른 튀르크어권에서는 아랍어 어휘 maktab 을 차용해 사용하고 있지만, 터키는 이 어휘를 순수 튀르크어에 기반한 어휘인 okul 로 ..

튀르크어족 2019.02.19

투르크권 문화예술축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투르크권 문화예술축제가 11월 8일 개막했어요. 이 행사는 11월 13일까지 진행되요. 장소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극장이에요. 이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제게 사진전에 참여하라는 이메일이 왔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특별히 예쁘게 찍은 사진이 없어서 사진을 제출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투르크권 문화예술축제는 제가 관심있는 튀르크 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행사라 한 번 보러 가기로 결심했어요. 아쉽게도 공연 행사 표는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시 행사만 보러 갔어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은 4호선 이촌역으로 가면 되요. 이촌역으로 가면 국립중앙박물관 입구까지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서 그 통로를 따라서 가면 되요. 그리고 이 행사는 국립중앙박물관 건물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건..

여행-서울 2016.11.09

실크로드의 재현 - 중국-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 화물 철도

모처럼 투르크메니스탄 방송을 보는데 뉴스가 나왔어요. 뉴스에서 나온 내용은 올해초 개통된 중국 상하이에서 이란 테헤란까지 연결되는 화물철도 관련 내용이었어요. 방송에서는 이 철도가 실크로드의 재현이라고 하더라구요. 철도 노선을 보면 우즈베키스탄이 빠져 있어요. 만약 아프가니스탄이 안정이 되면 우즈베키스탄쪽으로도 무언가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은 뉴스에서 나온 중국 상하이에서 이란 테헤란까지 이어지는 화물 철도 사진이랍니다. 기관차는 정말 날씬하게 생겼어요. 이렇게 뒤에 많은 화물차를 달고 달려나간답니다. 철도 노선은 직선이 아니라 상당히 돌아가는 노선이에요. 투르크메니스탄 뉴스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점. 분명 컴퓨터도 있고 최첨단 시설이 된 것 같은데 정작 열심히 손으로 적고 메모..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인 초등학교 2학년 투르크멘어 교과서 (1997년 버전)

이번에 소개할 교과서는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인 초등학교 2학년 투르크멘어 교과서의 1997년 버전이랍니다. 이 교과서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어쩌면 이 교과서를 구하기 쉽다보니 최신판은 구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1학년 교과서는 harplyk과 1학년 2학기용 교과서를 묶어서, 그리고 2학년 교과서가 파일로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지문들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볼 수 있답니다.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인 초등학교 2학년 투르크멘어 교과서 (1997년 버전) 책 표지는 이렇게 생겼다고 해요. 확실히 사회주의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표지이지요. 그리고 가운대를 보면 중립국 기념탑이 보입니다. 첫 지문은 다음과 같아요. Dynç alyş günleri..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인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투르크멘어 교과서 (1997년 버전)

이 책을 볼 때마다 아직도 마음이 답답해져요. 그 이유는 아직도 교과서를 제대로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지성이면 감천이고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하는데 그거 거짓말이더라구요. 투르크메니스탄의 국어책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구할 길이 없어요. 다른 나라 교과서들은 어떻게 어떻게 구했는데, 투르크메니스탄의 러시아인 학교용, 투르크멘인 학교용 투르크멘어 교과서는 전부 구할 길이 없더라구요. 물론 몇 권은 있어요. 문제는 전부 없다보니 빈 것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빈 부분들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 특히 문제이구요. 교과서를 모두 구해올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장 투르크메니스탄으로 가고 싶을 지경이에요. 어찌 되었든 간에, 이번에 소개할 교과서는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인 ..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어 문자개혁 과정

투르크메니스탄은 현재 여행 목적으로 방문하기 매우 어려운 국가이기도 하며, 전임 대통령인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의 기행들 때문에 유명해진 나라이기도 하지요. 투르크메니스탄의 국어인 투르크멘어는 현재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며, 잘 정착된 상태에요. 하지만 문자 개혁 과정을 보면 엄청난 시행 착오를 겪은 후,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요. 투르크멘어 역시 다른 튀르크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아랍 문자를 차용해서 사용했어요. 아랍어를 차용해 만든 투르크멘어 문자는 13-14세기 경에 등장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 문자를 사용한 시기에 투르크멘인들의 문맹률은 극도로 높았어요. 이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19세기 말에 1% 채 되지 않았고, 서적 출판 역시 극히 적었어요. 이 문자는 현재 투르크메니..

튀르크어족 2015.04.17

투르크메니스탄의 나우루즈 바이람

3월 21일은 중앙아시아 및 페르시아 국가들에서 매우 중요한 날이랍니다. 우리나라의 설날에 해당하는 나우루즈 바이람이기 때문이지요. 나우루즈 바이람은 춘분을 기준으로 하며, 국가마다 하루~이틀의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3월 21일부터랍니다. 카자흐스탄 같은 경우에는 올해 3월 22일이 나우루즈 바이람이었지요. 나우루즈 바이람이 명절인 나라로는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이란,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이 있답니다. 이라크에서는 쿠르드인들이 나우루즈 바이람을 쇠지만, 이라크의 아랍인들은 나우루즈 바이람을 쇠지 않아요. 투르크멘어로 나우루즈 바이람은 Nawruz baýramy 라고 해요. 참고로 투르크멘어 알파벳에서 y 는 '으' 모음이고, ý 가 우리가..

투르크메니스탄 전래동화 - 오만한 여우

살다보면 평소에는 잘한다고 으스대다가 꼭 일 터지면 어리버리대는 사람이 있지요. ===== 오만한 여우 옛날, 매우 오만한 여우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우는 평소처럼 자기 자랑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한 번 신나게 달려보고 싶은데?" 이 말을 들은 사냥꾼은 그의 사냥개에게 가서 잡아오라고 시켰습니다. 사냥개는 사냥꾼이 가리킨 여우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나는 순하게 도망갈 거야!" 여우는 깨갱 외치며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뛰어가는 여우를 본 토끼가 여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여우 형님, 무슨 일 때문에 급히 뛰어가시나요?" 토끼의 질문에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와...나는 지금 아파. 달리고 싶지 않아!" 여우는 재빨리 굴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 전래동화 - 전갈과 개구리

도저히 이건 마우스로 그림판에 어떻게 깔짝깔짝 그려볼 수가 없어서 그냥 손으로 그렸어요. 우화는 그냥 손으로 그리는 게 나은 거 같네요. 손으로도 못 그리기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그래도 마우스보다는 잘 그려지네요. 단, 사람은 오히려 마우스로 그림판에 어떻게 깔짝거려 그리는 게 더 낫다는 슬픈 현실. 참고로 저 종이는 이면지랍니다. 공과금 영수증 뒤를 잘 활용하고 있지요. 개구리와 전갈 한 개구리 옆에 한 전갈이 와서 "개구리야, 와라, 우리 둘이 친구하자" 라고 말했습니다. 개구리는 "좋아" 라고 대답해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된 둘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그들 앞에 물이 나왔습니다. 전갈은 "개구리 친구야! 나는 이 물을 건널 수 없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개구리는 "친구야, 내가 너..

투르크메니스탄 Mähri Pirgulyýewa - Sen bolmasaň

투르크메니스탄은 직접 가보기는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 나라. 그래서 역시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던 중, 우연히 노래를 찾았어요. 원래 목표는 노래를 찾는 게 아니라 책을 찾는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노래를 찾는 것으로 목적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찾은 노래가 바로 Mähri Pirgulyýewa 의 Sen bolmasaň 노래에요. 가수는 매흐리 피르굴르예바, 노래 제목은 '센 볼마상'으로 '네가 없다면'이라는 뜻이에요. 듣다보니 왠지 귀에 너무 익다 싶었어요. 그냥 익은 게 아니라 너무나 유명해서 가사도 부분부분 생각나더군요. Kelly Clarkson - Because Of You 바로 저 노래였어요. 리메이크라고 하기도 어려울 거 같고 가사만 투르크멘어로 덧씌운 것에 가깝네요..

두 개의 장벽 - 에필로그

이번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여행은 쉽다면 아주 쉽고 어렵다면 아주 어려운 여행이었어요. 최소한 적당히 행운과 불운이 겹쳐서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지지 않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여행 계획, 비자 문제, 투르크메니스탄 국경까지는 혀 빼물 정도로 어려웠어요.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처음부터 하도 일이 꼬여서 때려치기엔 너무 억울했거든요. 적당히 꼬여야 포기하든 할텐데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꼬이기만 엄청 꼬여서 오기로 버텼어요. 7박35일 때에도 별 다른 준비와 정보 없이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어요. 그때도 정보 없이 가기는 했지만 이 여행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때는 제가 정보를 찾을 노력도 안 기울이고 그..

두 개의 장벽 - 22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얼마나 머무를 수 있지?' 배에 누워 있는데 마음이 무작정 편하지는 않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예상보다 지출이 컸던데다 아제르바이잔 바쿠는 숙소비 비싸기로 유명한 곳. 친구가 숙소를 찾아보았는데 저렴한 숙소는 딱 한 곳 밖에 없다고 했어요. 론니플래닛 구 버전 (2012년 최신판 나왔음)에 나온 저가 숙소는 죄다 없어졌어요. 당장 숙소비가 문제였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아제르바이잔은 돈과의 싸움이었어요. 남아 있는 달러는 얼마 안 되었어요. 이 돈으로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정해진 일정까지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우즈베키스탄으로의 귀국일은 2012년 7월 16일이었어요. 7월 16일까지 버텨야 하는데 물가 비싼 아제르바이잔에서의 일정은 오히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

두 개의 장벽 - 21 투르크메니스탄 결산

갑판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다시 객실로 들어왔어요. "사람 더 들어올까?" "글쎄..." "왠지 안 들어올 거 같지?" "그렇기는 해." 사람에 비해 객실이 많았어요. 게다가 우리는 외국인에 동양인. 러시아인이라면 투르크메니스탄인, 또는 아제르바이잔인과 섞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왠지 우리 방에는 사람을 더 집어넣을 거 같지 않았어요. 더 들어온다 해도 상관 없었어요. 둘이 마땅히 할 것도 없었거든요. 2층으로 올라가 시트를 깔고 드러누웠어요. "자려고?" "좀 누워 있게." 어제 에어컨에 시달려 몸도 안 좋고 잠도 설쳐서 피곤했어요. 친구는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했어요. 창문으로 바다 냄새가 들어왔어요. 이 얼마만에 맡아보는 바다 냄새냐. 작년 여름에 잠깐 내려갔다 왔으니까 바다 냄새 못 맡은지..

두 개의 장벽 - 20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바쉬

"여권!" 11시. 경찰이 대합실 사람들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어요. "무슨 여권 검사하나?" 경찰은 단순히 여권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여권을 싹 걷어갔어요. 20명 채 안 되는 인원들이 끼리끼리 무리지어 있었는데 우리는 3등 했어요. 1, 2등 모두 그룹. 1등은 러시아 여권을 건넨 가족. 딸 한 명과 대머리 러시아 남자와 여자였어요. 2등은 투르크멘인 무리. 3등은 우리였어요. "오늘 가기는 가나 보다!" 이 지루함. 이 추위. 이 콧물. 이것들로부터 드디어 해방인가? 이 나라는 들어올 때도 기다렸는데 나갈 때도 기다리는구나. 다시 한 번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기 위해 기다렸던 그 기다림들을 떠올렸어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야! 그 악몽 같던 나날들. 제발 비자 나오라고 빌던 ..

두 개의 장벽 - 19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바쉬

기차에서 나와 거리로 나왔어요. 기차역 건물을 통과하지 않고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여서 건물 안은 들어가지 않았어요.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달려드는 택시기사들. 버스를 타고 가든 걸어 가든 웬만해서는 돈을 아끼고 택시를 탈 마음이 없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므로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항구." "5마나트." "에...안 타요." 일단 항구는 기차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쭉 가면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택시 요금은 한결 같이 5마나트를 불렀어요. 3마나트면 타겠는데 모두가 5마나트라고 불러서 택시 기사를 뒤로 하고 길을 건넜어요. 정말 '워크잘'스럽게 생겼네... 철 냄새가 풍길 것 같은 바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차역. 아무리 보아도 저건 놀이동산이지 기차역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정말 이 나라 정부..

두 개의 장벽 - 18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 투르크멘바쉬 기차

기차에 타서 정해진 좌석으로 갔어요. 설마 우즈베키스탄 기차랑 비슷할 건데 침대가 세 개 있겠어? 세 개 있다면 그건 진짜 폐급 기차다. 말이 3층 침대이지 실제로는 2개만 있을 거라 생각하며 기차 안으로 들어갔어요. 당신은 정확히 틀리셨습니다. 일단 기차가 우즈베키스탄 기차와는 비교도 안 되는 최신식 기차였어요. 내부는 꽤 깨끗했어요. 그리고 방은 정확히 침대가 3층으로 2개 있는 6인실이었어요. 꽤 재미있었던 것은 방문을 잠글 수 없게 되어 있었다는 것. 그냥 문을 잠그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이 없었어요. 아주 예전에 다녀오신 여행자분들 글을 보면 문을 잠그고 안에서 해바라기씨 까먹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문이 아예 없으므로 잠그고 나발이고 없어요. 일단 가방은 1층 침..

두 개의 장벽 - 17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교과서를 못 구했다. 잠 못 드는 밤은 아니었어요. 잠은 아주 실컷 잘 잤어요. 꽤 깊게 잘 자서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어요. 오늘은 아슈하바트를 떠나는 날. 저녁 기차를 타고 투르크멘바쉬로 이동하는 날이에요.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었어요. 전날 대충 세수비누로 빨아놓은 옷은 모두 잘 말라 있었어요. 짐을 하나하나 꾸리며 오늘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어요. 심란한 아침이다. 마음이 편할 리 없었어요. 포기하면 쉬워. 그냥 포기해버려. 이렇게 생각을 하며 세뇌를 시키려 했지만 되지 않았어요. 제가 묵었던 다이한 호텔 방이에요. TV를 틀어 보았는데 나오는 채널도 없고,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딱 한 번 틀어보고 말았어요. 가장 열심히 사용한 건 에어컨과 냉장고. 호텔 카운터에 혹시 짐 좀 맡기고 ..

두 개의 장벽 - 16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서점에서 나왔어요.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는 아직도 많이 더웠어요. "어디 가지?" "설마 또 대통령궁?" 당연히 거기는 안 가지. 하지만 대통령궁은 멀지 않았어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그렇다고 지금 갈 필요는 없었어요. 이따 야경 보러 나와서 갈 곳이 바로 저 대통령궁과 그 주변이었으니까요. 아슈하바트에 왔는데 당연히 야경은 보고 가야죠. 어디를 갈까 곰곰이 생각하다 이상하게 생긴 탑이 생각났어요. 거기 가면 위로 올라가서 아슈하바트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름을 몰라. 그 건물 이름이 뭔지 이름을 몰랐어요. 하지만 방법은 있었어요. 아까 친구가 산 엽서를 달라고 한 후, 엽서를 하나하나 뒤져보았어요. "이거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건물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 사진..

두 개의 장벽 - 15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이제 예정대로 서점에 가기로 했어요. 갔던 길을 돌아가는 거라 더위 속에 서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짜증은 별로 없었어요. 서점을 들어갔는데 별 반응이 없었어요. "생각보다는 책이 있는 거 같은데?" 물론 주로 눈에 띄는 책은 정부 홍보용 책들. 일단 원래 방문 목적을 수행하기로 했어요.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나요?" 질문에 무슨 말이냐는 듯이 저희를 쳐다보는 직원.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나요?" 다시 한 번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직원은 교과서는 안 판다고 했어요. "어디서 교과서 팔아요?" "교과서 안 팔아요. 시장이면 팔 건가?" 예상대로였어요. 여기가 아슈하바트에서 규모로는 엄청 큰 서점인데 교과서는 없다고 대답했어요. 혹시 시장에 가면 팔 수도 있지만,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더욱이 교과서는..

두 개의 장벽 - 14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이제부터는 서점 찾아가는 길. 사람들에게 서점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서점은 대통령궁 가는 큰 길에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우리 아무 것도 안 먹어도 되나?" 기차역 주변에서 이것 저것 팔고 있어서 대충 아무 거나 가볍게 사 먹는 것으로 점심을 때울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아침에 설사 한 번 한 후, 속은 다 나은 것 같았지만 식사를 챙겨먹어야 한다는 배고픔이 안 느껴졌어요. 평소에도 식사를 잘 챙겨 먹지 않는 데다, 너무 더웠거든요. 더워서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저 물이나 마시고 시원하게 샤워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친구도 마찬가지. 먹는 것을 밝히는 친구가 아닌데다 친구도 덥고 아침에 설사를 했기 때문에 그냥 가자고 했..

두 개의 장벽 - 13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대합실 안에 있는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했어요. 환율은 괜찮은 편이었어요. 이제 표를 사러 갈 일만 남았어요. 참고로 저 건물 안에는 대합실만 있어요. 매표소는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있어요. 저도 몰라서 계속 건물 안에서 뱅글뱅글 돌아가 경찰에게 물어 보고 나서야 매표소를 찾아갈 수 있었어요. 매표소가 건물 안에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헤매었고, 매표소 앞에 도착했을 때는 10시 40분이었어요. 아슈하바트 역에서 매표소 가는 방법은 아슈하바트 역 오른쪽 끝에 케밥 파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에서 플랫폼까지 쭉 걸어나가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조그만 사무실 입구가 보여요. 거기로 들어가면 되요. "여기서 어디에 줄을 서야 하지?" 아슈하바트 역 매표소는 타슈켄트 역 ..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요리책

저는 먹는 것에 까다롭게 굴지는 않아요. 못 먹는 건 딱 하나 있네요. 시큼한 것. 냉면에도 식초를 안 치고,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사람들 중 한 부류가 중국집에서 자기는 먹지도 않는 생양파에 식초를 듬뿍 쳐놓은 사람. 저는 짜장면 먹을 때 생양파랑 먹고 생양파 다 떨어져야 마지 못해 단무지랑 먹는데, 이렇게 식초 쳐 놓으면 아예 못 먹어요. 자기가 먹기 위해 치는 사람이라면 취향의 차이이기 때문에 상관 없어요. 양파 좀 더 달라고 해서 저는 식초 안 친 양파 먹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자기는 손도 안 댈 거면서 양파에 식초 쳐놓으면...양파 씻어 먹을까? 평소에 별로 식탐이 없는데 요리 프로그램이나 맛있는 요리 사진 보는 건 또 좋아해요. 원래 요리책 모으는 취미는 없지만 이 동네에서 오래 머물면서 요..

두 개의 장벽 - 12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아침 8시 반. 눈을 번쩍 떴어요.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주르르르 내 이럴 줄 알았어. 전날 만두를 먹으며 왠지 이건 너무 기름져서 설사 한 번 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딱 예상대로였어요. '오늘은 조금 조심해야겠다.' 크게 탈이 난 것 같지는 않고, 하루 정도 조심하면 그냥 나을 것 같았어요. 이왕 일어난 김에 씻고 나와서 친구를 깨웠어요. 친구도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오늘 우리 먹는 거 조심해야겠다." "응. 속이 안 좋아." 나갈 준비를 하며 오늘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일 아슈하바트를 탈출할 기차표 확보. 여기 온 이유는 투르크멘어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이것조차 뒤로 미루어버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

두 개의 장벽 - 11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이제 아슈하바트에요." 담배를 신나게 태워대던 택시 기사는 이제부터 담배를 태워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드디어 아슈하바트인가... 멀리 '아슈하바트'라고 쓰인 문이 보였어요.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해가 져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어둠 속에서 본 아슈하바트는 큰 인상이 없었어요. 분명 그렇게 악명 높은 도시였는데, 기대와 달리 우리나라 분당이나 청주 들어가는 길 그 이상의 느낌은 없었어요. 택시 기사는 어두컴컴한 공원 근처에서 차를 세우고 제게 뒷자리로 가라고 한 후, 앞에 친구로 보이는 청년을 태웠어요. '합승인가?' 그런데 아슈하바트 다 와서 합승을 시킬 리는 없었어요. 그리고 그 청년을 앞자리에 태운 이유는 금방 밝혀졌어요. 택시 기사도 아슈하바트 잘 몰라. 택시 기사는 아슈하바트 사람이 아니..

두 개의 장벽 - 10 투르크메니스탄

사진도 많이 찍고 충분히 볼 만큼 보았기 때문에 다시 택시로 돌아갔어요. "밥은 테젠 Tejen 가서 먹어요." "예. 그러면 이제 메르브 가죠." "메르브?" 택시 기사가 점심을 '테젠'이라는 도시 가서 먹자고 했어요. 그래서 좋다고 하고 이제 우리가 택시 기사에게 가자고 한 메르브 유적으로 가자고 했어요. "예. 메르브요." "여기 메르브인데요?" "여기는 마르잖아요." 투르크메니스탄 지도를 펼쳤어요. 메르브 이미 지나왔잖아! 투르크메나바트에서 메르브 유적을 지나야 마르 Mary 로 갈 수 있었어요. 일단 창 밖에서 유적 같은 것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메르브 유적은 길에서 더 들어가야 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마르를 '메르브'라고 부르기도 한대요. 이 택시 기사는 자기 멋대로 지레 짐작한 것이..

두 개의 장벽 - 09 투르크메니스탄 마리

아무 것도 없어야 정상일 것 같은 풍경 속에서 무언가 큰 게 나왔어요. '설마 경마장인가?' 딱 보아도 동물과 관련된 시설임을 알 수 있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 말 경주장이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이 나라가 얼마나 말을 좋아하냐하면 비자 홀로그램에도 말이 그려져 있어요. 대충 그려진 게 아니라 잘 보면 눈까지 그려져 있어요. 게다가 제 고향에는 경마장이 있어서 경마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알고 있었어요. 이 나라에서 야외에 있을 만한 거라면 말 경주장과 축구장 정도일텐데 축구장이 저렇게 생겼을 리는 없었어요.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말 경주장은 뭣하러 세웠지? 참 할 일 없는 나라네."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에 말 경주장을 세워놓았다고 생각하니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말 경주장 입구. "응?..

두 개의 장벽 - 08 투르크메니스탄

'저래도 되는 거야? 경찰 있는데?' 오히려 보는 사람이 불안할 지경이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의 승용차는 뒷자리 유리창은 밖에서 잘 보이지 않게 선팅을 하는데 앞자리 유리창은 밖에서 보면 보여요. 택시 기사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앞자리에 앉죠. 투르크메니스탄이 아무리 '이상한 나라'라고 알려졌다 해도 운전석이 뒷자리에 있는 차들이 굴러다니는 나라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뒤에 경찰이 있었어요. 하지만 택시 기사는 아무렇지 않게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담배를 뻑뻑 태워대었어요. 차에 올라타자마자 담배를 뻑뻑 태우는 택시 기사...정말 혼란스러웠어요. 그동안 인터넷에서 보아 온 '금연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어요. '금연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은 사파르므라트 니야조프의 악명을 드높이는 데에 일등공신..

두 개의 장벽 - 07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메나바트

조금 가자 드디어 도시처럼 보이는 마을에 들어왔어요. "이제 드디어 투르크메나바트인가?" 달리는 차 안에서 다시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어디에 세워줄까?" 택시 기사가 투르크메나바트의 어디에 세워주어야 하는지 물어보았어요. 우리는 별 고민 없이 기차역에 세워달라고 했어요. 일단 제 1 안은 투르크메나바트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아슈하바트로 넘어가는 것이었어요. 거리에 있는 전광판. 워낙 햇볕이 강해서인지 사진이 시커멓게 나온 것들이 많아요. 우즈베키스탄과는 확실히 무언가 다른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을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어요. 그리고 아무리 보아도 큰 도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기차표 산 후에 뭐 하지?' 기차표를 사면 여기에서 하루 종일 놀아야해요. 그런데 마땅히 할 게 전..

두 개의 장벽 - 06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투르크메나바트 가는 길

국경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기사와 환전상을 찾았어요. "왜 다가오는 사람이 없지?"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국경에서는 우리가 국경에서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다가와 택시와 환전을 물어보았어요. 그러나 여기는 이상할 정도로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어요. 무언가 매우 이상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라고는 큰 트럭 그늘에 앉아 쉬는 아주머니 세 명과 남자 몇 명이 전부. 이렇게 조용한 국경은 또 처음이라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어요. 육로로 국경을 여러 번 넘어보았지만 파라브 국경처럼 황량하고 사람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없는 국경은 처음이었거든요. 우즈베키스탄 쪽도 마찬가지였고, 투르크메니스탄 쪽도 마찬가지였어요. "저기 하나 온다." 혹시나가 역시나. 국경에 택시기사 하나가 없을 리 없었어요. 키가 큰 청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