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동대문구 이문동 천장산 기슭에 있는 달동네를 돌아다닐 계획은 없었어요. 관불사만 보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계획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당장 내일부터 하나 둘 밀어버리기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동네 분위기.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개발 공사가 곧 시작될 것이었어요.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이 동네는 흔적도 없이 없어질 거에요. 저는 오른쪽 길을 먼저 가기로 했어요. 아무도 없는 동네. 조용했어요. 골목길 옆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어요. 벽이 부서진 집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에 있는 집 내부를 볼 수 있었어요. 그 이전까지 골목길을 걷기만 했지, 여기 있는 집 내부는 본 적이 없었어요. 만감이 교차했어요. 사진을 찍으며 아까 스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를 떠올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