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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유럽 26

가상화폐 Swift 로 구입한 크로아티아 엽서, 크로아티아 우표

이번에 가상화폐 Swift 로 구입해서 받은 엽서는 크로아티아 엽서에요. 크로아티아는 2009년 7박 35일 여행 중에 딱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에요. 7박 35일 여행은 제 인생 첫 배낭여행이었어요. 배낭 여행 하는 방법 자체를 아예 몰랐어요. '게스트하우스'라는 것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고, 가이드북도 없이 무턱대고 갔어요. 현지 가서야 가이드북을 구입했지만, 그것은 지도 대용으로만 사용했어요. 그나마 발칸유럽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읽어본 것이 있어서 그걸로 버티며 여행을 다녔어요. 정확히 크로아티아는 플리트비체만 가보았어요. 보스니아에서 만난 한국인 아저씨께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가 그렇게 멋지니 꼭 가보라고 소개해주셨거든요. 이 당시, 발칸 유럽에 대한 정보 자체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었..

알바니아 가요 Kaltrina Selimi- Gezuar Ditelindjen Zemra Ime

Rosela Gjylbegu (로셀라 쥘베구) 노래에 반해 알바니아 노래를 이것 저것 들어보던 중, 우연히 찾은 노래. 참고로 알바니아 노래는 한 가수만 좋아하기에는 참 힘들어요. 좋게 말하면 다양한 장르를 잘 소화한다고 말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자면 한 장르만 전문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에 따라 별별 장르의 노래를 다 부른다는 것이죠. 이 가수 - Kaltrina Selimi (칼트리나 셀리미)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 노래는 매우 좋은데 다른 곡은 전혀 다른 장르에 곡도 영...아니더라구요. 예전에 유투브에 Kënga Magjike 에서 부른 버전이 있었는데, 그건 못 찾겠네요. 노래가 참 잔잔하고 듣기 좋아요. 이런 노래 들을 때마다 알바니아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솟구쳐요. 다..

알바니아 가요 Rosela Gjylbegu - Pa ty pa mua

앞서 올린 노래 때문에 로셀라 쥘베구 Rosela Gjylbegu 의 노래를 찾기 시작했어요. 노래는 구하기 쉬웠어요.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왜 노래 색깔을 바꾸었지? rruge e zemres 다음부터 나온 노래들을 들어보면 전통 노래에 가까운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그런데 이쪽 전통 음악을 심심할 때 듣기에는 저와 알바니아 문화의 간격은 너무나 멀고 멀었어요. 결국은 시간을 거슬러 가기.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가다 Pa ty pa mua 를 듣게 되었어요. 이 노래는 2007년에 나온 곡. 듣자마자 눈 앞에 떠오르는 장면은... 남자 주인공이 심각한 표정으로 오토바이 보롱보롱 몰며 차 없는 밤거리를 질주하는 모습? 여자 주인공이 울며 맨발로 남자의 집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모습? 출근하려고 회사 문..

7박 35일 - 54 세르비아 노비사드

"여기 왜 이리 크지?"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 요새를 걸으며 크게 힘들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어요. 그런데 여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경치는 정말 환상적으로 좋았어요. 하지만...이놈의 더위! 가뜩이나 피곤한데 날은 엄청나게 더웠어요. 푸른 풀이 돋아나서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조용히 연인과 걸으며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였어요. 모든 조건이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하기 좋은 조건이었어요.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네 번은 걸을 만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더워! 피곤해! 왜 끝이 안 보여!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저 문까지도 못 갔어요. 요새에서 내려다본 노비사드. 너무 강렬하지도, 너무 희미하지도 않은 적당한 아름다움이었어요. 날이 좋아서 요새에서 노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

7박 35일 - 52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인민궁전

역시나 또 아무 것도 없는 길거리에서 내려주었어요. 지난 번에 왔었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놀랄 일이 없었어요. "이런 것도 생겼네!" 삭막한 부쿠레슈티도 봄이 오자 변했어요. 정말 계절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부쿠레슈티에 와서 볼 것은 정해져 있었어요. 인민궁전과 농총 박물관 (Museul Satului)를 보는 것이 오늘의 목표. 인민궁전을 찾아가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워낙 큰 건물이라 멀리에서도 매우 잘 보였어요.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거리에 차는 엄청나게 많았어요. 아마 출근 시간이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이것이 인민궁전. 인민 궁전 앞 거리에요. 신경을 많이 써서 꾸민 것 같은데 예쁘지는 않았어요. 왜 세계에서 정말 흉측한 건물 순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지 이해가 되는 풍경이었어요. 인..

7박 35일 - 51 불가리아 벨리코 투르노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세르비아-불가리아 국경은 꽤 멀리 떨어져 있어요. 전날 너무나 최신식인 기차는 오직 하루로 끝났어요. 다시 후줄근한 기차에 올라탔어요.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졌어요. 음냐음냐 쩝쩝쩝 정말 깊게 잤어요. 이제 점점 체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어요. 야간이동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제 머리가 무언가에 닿기만 하면 깊이 골아떨어졌어요.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에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졸리지 않더라도 차에 타면 자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누군가 저를 거칠게 흔들어 깨웠어요. 눈을 떴어요. 분명히 불을 끄고 객실 문을 걸어잠그고 잤는데 불이 켜져 있었어요.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가 난 백인의 거대한 얼굴. '이것이 말로만 듣던 강도!' 순간 머리에서 많은..

7박 35일 - 50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차에 올라탔어요. 베니스에서 베오그라드로 가는 기차 역시 침대칸만 있다고 해서 침대칸에 탔어요. 우리가 탑승하자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갔어요. 베오그라드까지 국경심사를 두 번 받아야 하는데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가 대신 국경심사를 받아준다고 했어요. 도중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점이었어요. 일반 객실과 침대칸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차표를 보니 자그레브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했어요. 그래서 승무원에게 자그레브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하냐고 물어보았어요. 승무원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기차 내부는 낡고 후줄근했어요. 발칸 유럽에서 타고 다니던 그 기차였어요. 씻으러 화장실에 갔어요.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아마 세르비아 기차인 것 ..

7박 35일 - 45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용다리 Zmajski most

성에서 내려와 다시 시내를 향해 걸어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어요. 아무리 도시가 작아도 그렇지, 여기는 엄연한 한 나라의 수도에요. 그런데 벌써 성까지 다 보았어요. 성도 크지도 않았어요. 어쨌든 여기를 와서 발칸 유럽 국가는 전부 간 것이 되었어요. 아까 성에서 본 성당에 간 후,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사고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류블라냐 관광을 잘 하는 방법 - 첫 번째, 절대 그 어떤 기대나 상상도 하지 말 것. 정말 기도에 집중 잘 하게 생긴 교회였어요. 너무 휑해서 아직도 공사중인 교회인줄 알았어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사바 교회가 이렇게 생겼다면 이해를 해요. 그 교회야 겉만 완성해놓은 교회이니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사바교회보다도 더 휑하고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것은 어떻게..

7박 35일 - 44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Ljubljanski grad 류블랴나 고성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슬로베니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버스느 반드시 크로아티아를 통과해야만 해요. 구 유고 연방 국가 가운데 그 어떤 나라도 크로아티아를 거치지 않는 한 슬로베니아에 갈 수 없어요. 좋게 생각한다면 여권에 도장을 추가로 찍을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해요. 여권에 도장이 두두두두 찍혀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뭔가 기분이 좋기는 한데 이거는 솔직히 뻥치는 느낌이 있는 도장이에요. 그래도 안 찍어주는 것보다는 2개고 3개고 마구 찍어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것은 사실이었어요. 야이체를 지나자 더 이상 창밖 풍경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야심한 시각에 창밖에 보이는 것은 야경인데 불빛이 없으니 보이는 게 없었어요. 그냥 시커먼 창밖을 보느니 눈이라도 조금 붙이는 것이 낫겠다 싶었어요. 작년..

7박 35일 - 43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Yellow Bastion

표를 구입하고 버스 터미널에 짐을 맡긴 후 점심을 먹으러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왔어요. 간단히 점심을 먹고 사라예보의 공원에 가기로 했어요. 트램 타러 가는 길에 본 유고 연방군 및 세르비아 민병대의 사라예보 포위도에요. 이때 사라예보 시민들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땅굴 때문이었어요. 유엔이 공항에 보급품을 내려놓으면 땅굴로 사라예보 시내로 보급품을 운반, 도시에 물자를 공급해서 버텼대요. 이것은 유고 내전 지도에요. 내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단연코 보스니아, 코소보에요. 크로아티아에서도 많은 전투가 일어났지만 보스니아는 그냥 전국이 전쟁터로 나와 있어요. 유고 내전 중 유일하게 전쟁이 없었던 곳은 마케도니아 밖에 없어요. 여기는 전쟁 없이 조용히 독립한 유일한 국가에..

7박 35일 - 42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문을 열었어요. "오빠, 10시에요." "예?!" "11시까지 체크아웃이에요. 빨리 준비해요!" 후배 말에 정신없이 씻고 짐을 꾸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다행히 11시를 넘기지 않아 추가 요금은 물지 않아도 되었어요. "달러로 내도 되나요?" "아니요. 유로나 보스니아 카엠으로 내세요." "달러 안 되요?" "안 되요." 다행히 일요일이 아니라 은행에 가서 환전을 해서 지불하면 되는 일이었어요. 여기는 환전을 하려면 여권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여권 없으면 환전을 안 해줘요. 돈과 함께 여권을 제시해야만 환전을 해주는 나라에 속해요. "여권 주세요." "돈 내세요." "환전하려면 여권이 필요해요. 제 친구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전날 카운터..

7박 35일 - 41 몬테네그로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아침 9시 35분. 울친 구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자축하며 버스에 올라탔어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잠들었어요. 기억난다고 할 게 없어요. 진짜 의자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었어요. 다행히 버스 종점은 포드고리차였어요. 아침 11시 35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 도착했어요. 버스 시각을 보고 경로를 결정해야 했어요. 일단 울친에서 버스시간표는 아래와 같았어요. 울친 -> 두브로브니크 (새벽 05시 20분) 울친 -> 포드고리차 (아침 09시 35분) 두 개의 선택권이 있었는데 울친을 보고 나오기 위해 울친에서 두브로브니크로 바로 가는 것은 포기했어요. 그래서 온 포드고리차. 이제 확실히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두브로브니크로 들어갈 것인가, 다른 도시로 들어갈 것인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오늘은 ..

7박 35일 - 40 몬테네그로 울친 구시가지 Stari Grad Ulcinj

"가자!" 신나서 외쳤어요. 와~신난다! 짐을 끌고 오르막길 오르니 몸이 건강해져요. 악력 운동 제대로 되요. 거기에 오르막길 경사도 급해요. 길도 지그재그에요.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려요. 야~신난다! 짐을 끈다는 표현보다 잡아 댕긴다는 표현이 맞았어요. 진짜 너무 신나서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입에서 욕이 나오고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후배의 짐도 끌어주고 싶었지만 제 짐 끄는 것도 충분히 벅찼어요. 소가 달구지 끄는 기분이 어떤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어요. 그냥 곧은 길을 짐을 끌고 가면 그래도 나을 거 같은데 길은 계속 꼬불꼬불했어요. 잠깐 쉬려고 섰어요. 쉬는데 쉬는 게 아니었어요. 가방이 제 멋대로 뒤로 자빠지려고 했기 때문에 쉬는 동안에도 가방을 잡고 있어야 했어요. ..

7박 35일 - 39 몬테네그로 울친

국경심사를 받고 바로 다시 골아떨어졌어요. 깊게 자다 잠시 눈을 떴어요. 버스 안도 밖도 어두컴컴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어요. 시계를 보았어요. 포드고리차 도착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어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잠이 덜 깨어서 비틀거리며 운전기사 옆으로 갔어요. "포드고리차 멀었어요?" "포드고리차 지나갔어." "예? 저 포드고리차에서 지나가는데요?" "포드고리차 지나갔어. 울친에서 내려!" 그제서야 정신이 확 들었어요. 후배를 깨웠어요. "무슨 일이에요?" "포드고리차 지나갔대요!" "예?!" 후배도 당황해하며 잠이 깼어요. 우리 둘은 짐을 가지고 앞좌석으로 옮겼어요.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려서 버스는 거의 텅 비어 있었어요. 앞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 창밖을 보았어요. 아무 것도 보이지 ..

7박 35일 - 38 코소보 프리슈티나 - 아뎀 야샤리, Bac, u kry!

황량한 거리를 후배와 둘이 걸으니 그래도 좀 나았어요. 다시 느끼는 것이었지만 전쟁의 참상을 느끼는 도시보다 그냥 황량함을 느끼게 하는 도시였어요. 진짜 전쟁으로 인해 부서진 도시들은 보스니아에 몰려있고 여기는 스산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폐허는 아니었어요. 그냥 개발이 잘 되어 있지 않았어요. 지난번이 '저개발 + 새벽'의 힘이었다면 이번은 '저개발 + 일요일'의 힘이었어요. 계속 스산한 길을 걷다 보니 프리슈티나 국립 도서관에 도착했어요. 들어가보려 했지만 이게 사용하는 건물인지 버려진 건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어요. 디자인도 특이하기는 했지만 예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정체 불명으로 보이게 만드는 디자인이었는데 주변까지 사진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건물 안에 들..

7박 35일 - 36 알바니아 티라나

"그런데 우리 열심히 다닐 필요 없지 않나요?" "예?" 후배가 힘들게 우체국까지 한 번에 가지 말고 느긋하게 스칸데르베그 광장에서 푹 쉬다가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스칸데르베그 광장 안쪽 벤치에서 쉬기로 했어요. "어이쿠! 괜히 내려왔네요!" 바닥이 자갈이라 가방이 끌리지 않았어요. 둘이 사이좋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낑낑거리며 벤치에 가서 앉았어요. "이런 게 여행이지, 오빠는 무슨 훈련하는 거 같아요!" 벤치에 앉은 후배가 툴툴댔어요.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요." 후배를 달랬어요. 다시 일어나서 가방을 들고 스칸데르베그 광장에서 나왔어요. 가게에 가서 후배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 들려주고 우체국에 갔어요. 크게 심호흡을 했어요. 여기도 우표를 사려면 한참 옥신각신해야 하는 것은 보나마나 뻔한 ..

7박 35일 - 35 알바니아 티라나 인공 호수 Liqeni artificial i Tiranёs

알바니아 입국 심사를 받고 잠을 자고 있는데 후배가 저를 깨웠어요. "오빠, 일어나요!" "예? 왜요? 뭐 일 터졌어요?" "저 자리로 옮겨 앉으래요." 버스 기사가 왼쪽에 앉아 있는 승객들 모두 일어나서 오른쪽에 가라고 했어요. 버스가 텅 빈 버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오른쪽에 앉을 자리가 없었어요. "아...다른 승객들 또 태우려고 그러나! 거 참 짜증나게 하네." 서로 연락하고 자리를 비워주어야 하는데 연락이 잘못 가서 우리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가뜩이나 졸린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니 짜증이 확 났어요. 그래도 다 옆으로 가기에 저도 같이 갔어요. 옆에서 혼자 궁시렁대며 서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버스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어요. "오빠, 길에 집..

7박 35일 - 34 마케도니아 스코페

계단을 다 올라와서 또 걷다 벤치가 보이자 앉아서 쉬었어요. 전혀 급하게, 그리고 무리해서 걸을 필요가 없었어요. 지금은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아니라 남는 시간을 주체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벤치에 앉아서 푹 쉬다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어요. 다른 쪽에서 보면 이래요. 동상 근처에서 햄버거를 파는 아주머니가 보였어요. 전에 니슈에서 먹은 것과 똑같은 크기에 비슷하게 생긴 햄버거를 팔고 있어서 식사 대신 하나씩 먹기로 했어요. 햄버거를 구입해 벤치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어요. 멀리 보이는 스코페 성과 바로 앞의 동상을 감상하며 열심히 먹었어요. 먹고 또 앉아서 쉬었어요. 바람만 없다면 정말 좋은 날씨였는데 바람 때문에 벤치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옷 속으로 바람이 들어와 ..

7박 35일 - 33 마케도니아 스코페

버스가 휴게소에 들어갔어요. 여기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어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잠들었어요. "오빠, 일어나요. 국경심사요." 여권을 꺼냈어요. 검문소 직원이 버스에 타서 여권을 전부 걷어갔어요.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는 국경이 아니라 검문소에요.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고 있지 않거든요. 잠시 후. 여권을 돌려주었어요. 세르비아 출국 도장은 당연히 없었고, 여권 사이에 무슨 카드가 하나 끼워져 있었어요. "도장은 안 찍어주고...이 카드는 뭐지?" 당연히 국경이 아니라 검문소였기 때문에 도장은 안 찍어주었어요. 카드가 뭔지 살펴보았어요. 이건 제가 받은 카드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이에요. 이렇게 생긴 카드를 한 장 여권에 끼워줘요. 제가 받은 것도 이것과 똑같이 생겼..

7박 35일 - 32 세르비아 니슈

"프리슈티나행 버스 몇 시에 있어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어요. 프리슈티나에 가기 위해서는 사실상 바로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기껏 니슈까지 왔는데 오자마자 다시 떠나게 생겼어요. 되도 않는 세르비아어와 불가리아어를 섞어가며 버스 시각 확인을 했어요. 매표소 직원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어요. 손짓 발짓 하고 펜으로 숫자를 써가며 알아낸 정보는 잠시 후 바로 프리슈티나행 버스를 타든가 16시에 있는 베오그라드행 버스를 타고 베오그라드로 돌아간 후 21시 30분 버스를 타고 프리슈티나에 가는 것이었어요. 당장 버스를 타면 프리슈티나에 정말 엄한 시각에 떨어질 것이 뻔했어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프리슈티나에서 1박을 하든가 아니면 베오그라드로 돌아가 프리슈티나행 버스를 타든가 둘 중 하나를 ..

7박 35일 - 31 세르비아 니슈

기차에 타자마자 가방을 열고 수건과 세면도구를 꺼냈어요. 피곤해서 빨리 씻고 자고 싶었어요. 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녔고, 지갑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그저 빨리 씻고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먼저 씻고 와요." "오빠는요?" "저는 오늘 양말도 빨아야해요. 그러니까 먼저 씻고 와요." 후배가 먼저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갔어요. 저는 그동안 일기를 썼어요. 잠시후, 세수하고 양치를 한 후배가 돌아왔어요. 이제 제가 씻으러 갈 차례. 양치하고 세수하고 발 씻고 양말을 빨 준비를 했어요. 신발을 벗고 자야 하는데 제 발냄새로 객실 안을 오염시킬 수는 없었어요. "혹시 모르니까 문 잠가놓고 있어요." 기차가 별로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배에게 문을 잠가놓고 있으라고 했어요. 후배는 알겠다고 했어요...

7박 35일 - 22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공동묘지 Bare Sarajevo -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

왠지 그냥 자기 아쉬운 밤이었어요. 사라예보의 거리를 더 걷고 싶었어요. "우리 밖에 좀 더 돌아다닐까요?" "또요?" "예. 여기는 밤에 마음껏 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후배는 피곤해했지만 저를 따라 나왔어요. 눈 내리는 3월. 3월 말이라고 해도 크게 탈리지는 않은 이때,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완전 3월의 크리스마스네요. "올해는 선물 뭘 사지?" "이거는 어때?" "이건 너무 비싸잖아." "하긴...요즘 물가 왜 이렇게 비싼지 몰라." 크리스마스를 앞둔 부부가 자식 선물을 고르면서 가격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모습. 그러나 지금은 3월말. 그래요. 여기는 사라예보. 동화 속 도시에요. 눈이 정말 펑펑 내리고 있었어요. 여기에서 그렇게 처절하고 잔..

7박 35일 - 17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성 사바 성당 Храм Светог Савe

생각보다 사바 교회를 찾는 것은 쉬웠어요. 하도 커서 멀리서도 보였거든요. "저건 슈퍼 뚱땡이다!" "예?" 제 말에 후배가 거리 한 가운데에서 배를 잡고 깔깔 웃기 시작했어요. "왜 웃어요!" "아니...센스 하고는...슈퍼 뚱땡이가 뭐에요!" 사바 교회는 둥글둥글 푸짐하게 생겼어요. 그런데 그 크기가 불가리아 소피아의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보다 훨씬 더 커요. 얘도 '뚱땡이 교회'라고 별명을 붙여주고 싶은데 그 별명은 이미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가 가져갔어요. 그래서 붙여준 별명이 '슈퍼 뚱땡이 교회'. 교회 외관은 정말 깔끔했어요. 화려하지만 오래된 맛이 있었던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와는 정반대였어요. 사바 교회를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와 비교해서 보니 더욱 재미있었어요. 사바 교회는 정면에서 보면..

7박 35일 - 16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공화국 광장 Трг републике, 칼레메그단 요새 Београдска тврђава

"우와! 여긴 진짜 도시답다!" 시작부터 쏟아져나온 감탄사!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였어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다 있나 싶었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아름다움과 관련된 수식어를 다 사용해도 묘사할 수 없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유럽의 대도시에요. 거기에다 현재 비교대상은 티라나, 프리슈티나, 스코페, 소피아, 부쿠레슈티. 유럽 도시 인구 순위로는 베오그라드가 전 유럽에서 14위에요. 1위는 모스크바, 9위는 부쿠레슈티, 10위는 부다페스트, 15위가 오스트리아 빈이고 프라하는 23위에요. (유럽 도시 인구 순위 : http://www.citymayors.com/features/euro_cities1.html) 인구 규모는 부쿠레슈티가 더 크지만 역사적으로 중요성을 놓고 보면 부..

7박 35일 - 11 불가리아 소피아

버스표를 산 후 버스 사무실 2층 대합실로 올라갔어요.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는데 동양인 여성 두 명이 들어왔어요. '중국인인가?' 순간 경계를 하기 시작했어요. 중국인과 엮이는 것은 무조건 최악. 특히 이런 동유럽에서는 특히 안 엮이는 것이 정신 건강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좋아요. 아랍과 동구권에서 중국인은 최악이에요. 과장 하나 안 보태고 거의 바퀴벌레 대하는 수준이에요. 문제는 얘네들이 동양인은 무조건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으로 생각하는데 일본인은 부자이고 중국인은 불법체류자라고 아주 편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어요. 단적으로, 러시아 스킨헤드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중국인들이에요. 그런데 얘네들이 동양인을 구분하는 능력이 너무 떨어져서 동양인은 무조건 공격한다고 해요. 아제르바이잔..

7박 35일 - 09 마케도니아 스코페

버스에서 정신없이 잤어요. 국경검사를 받고 또 잤어요. 정말 푹 잔 거 같았어요. 2009년 3월 14일 오후 1시. 마케도니아 스코페에 도착했어요. 버스 터미널은 그냥 그랬어요. 특별한 인상을 주는 것이 전혀 없었어요. 일단 환전을 했어요. 1유로가 63디나르였어요. 버스표를 구입하고 짐을 사무실에 맡겼어요. "택시?" 우리를 보자 달려드는 택시기사들. 사방팔방에서 우루루 달려들었어요. 소매를 잡고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20유로, 시내 전부 구경!" 스코페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게 괜찮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20유로는 좀 너무 심했다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데 계속 잡아댔어요. "저리 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한 할아버지께서 택시기사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