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를 끌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것일까?' 캐리어를 끌고 일터로 갔던 것이 작년 늦가을. 그리고 이제야 캐리어를 끌고 방으로 돌아오는 것이다보니 정말 긴 여행을 떠났다가 귀가하는 기분이었다. 일하는 도중 간간이 자취방에 들리기는 했지만, 이렇게 긴 기간 쉬기 위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물건 가지고 가져다놓기 위해 들리고, 휴일에 잠을 자기 위해 들렸던 정도였다. 가장 오래 내 자취방에 머물렀던 것이 이틀이었다. 그것도 딱 한 번. 내일도 내 자취방에 있을 것이고, 모레도 내 자취방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진짜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것 같았다. 어제 얼마나, 어떻게 잠을 잤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