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바람과 염불소리 04 - 인천 부평 미얀마 불교 문화 - 미얀마인 절 미얀마불교전법사원
어디 있는지 알지만 어디 있는지 모르는 곳.
우리나라에 미얀마 절은 여러 곳 있어요. 미얀마인들은 불심이 정말 많이 깊은가봐요. 우리나라에 미얀마인 노동자 및 이주민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유독 독보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미얀마인 불교 사원 수를 보면 이 정도로 만나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많이 있어요. 종교 시설이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담당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종교를 믿는 사람, 그리고 신심의 강도에 따라 그 수와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인천 부평은 미얀마인들이 많이 몰려 사는 곳이에요. 예전에 부평에 있는 미얀마 식당에 가본 적이 있어요. 음식도 먹고 밀크티도 마셨어요. 미얀마 밀크티는 매우 맛있었어요. 그때 그 근처에 미얀마 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식당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었어요. 그러나 어디인지 찾아가보지 않았어요. 찾을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어요. 밥을 먹고 나니 시간이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았거든요.
그 이후, 부평에 미얀마인 절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정작 정확한 위치는 모르는 상태로 쭉 지냈어요.
미얀마 절도 한 번 가봐야지.
그러나 미얀마 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미얀마어를 안다면 페이스북을 뒤져서 어떻게 찾아낼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 자기들만의 커뮤니티가 페이스북 페이지로 존재할테니까요. 문제는 미얀마어는 모른다는 것. 글자를 딱 한 번 외워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얼마 안 가 다 까먹었어요. 글자를 외운 이유는 언젠가 미얀마 여행을 한 번 가지 않을까 해서였고, 그 이후 미얀마 여행은 고사하고 외국 여행 자체를 안 갔거든요.
"일단 가 보자."
예전 미얀마 식당에 갔을 때 받아온 명함이 하나 있었어요.
모르면 가서 물어보면 되지.
브더욱 글로리 카페 근처에는 미얀마 식료품을 판매하는 가게도 있어요. 정 못 찾겠으면 식당이든 가게든 들어가서 물어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태국 절 왓풋타랑씨서울에서 나와 저수지를 구경하며 걸어갔어요. 12시 41분. 8155번 버스를 다시 탔어요.
'오늘 진짜 힘든 길이네. 의정부까지 어떻게 돌아가.'
버스가 어서 사당역에 도착하기만을 바랬어요. 버스는 열심히 달렸어요. 1시 25분. 사당역에 도착했어요.
'이제 전철 타고 또 인천 가야하네.'
화성에서 인천 부평까지 바로 가는 방법이 있나 찾아보았지만 없었어요. 이게 그나마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었어요.
사당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사당역에서 신도림역으로 간 후,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야 했어요. 전철은 금방 왔어요.
오후 1시 57분. 신도림역에 도착했어요.
신도림역은 낮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한 편이었어요.
오후 2시 33분. 부평역에 도착했어요.
'오늘 일정은 널널하게 잘 끝낼 수 있겠다.'
다음에 가야할 절과 여기는 그렇게 먼 곳이 아니었어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돌아다녀도 되었어요.
이쪽은 전에 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길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굳이 지도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었어요. 전에 가보았던 미얀마 식당을 먼저 찾아가야 했어요. 거기 가는 길은 매우 쉬웠기 때문에 딱히 잊어버리고 말고 할 것도 없었어요.
바로 길 건너편에 미얀마 식당도 있고, 미얀마 식료품 가게도 있고, 미얀마 절도 있어요. 아직 절이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상태.
인터넷에서 미얀마 불교 사원이 6층에 있다는 글을 보았어요. 주변에 6층이 있는 건물은 다행히 몇 곳 없었어요.
"여긴가?"
6층이 있는 건물은 일단 이것이었어요. 교회가 있는 건물이었어요.
'여기 아니면 상점 가서 물어보든가 해야겠다.'
건물 내부에 무엇이 입주해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여기다!"
6층에 '미얀마불교전법사원'이란 곳이 있었어요. 바로 여기가 인천 부평에 있는 미얀마인 절이었어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엘리베이터 옆에 이렇게 미얀마어로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었어요. 이 종이는 엘리베이터 내부에도 붙어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갔어요.
"여기구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서 미얀마인들이 누워서 자고 있었어요. 제가 들어가자 하나 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렸어요. 미얀마인들끼리 한국어를 아는 미얀마인을 찾기 시작했어요. 한국어를 아는 미얀마인이 제게 왜 왔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여기 미얀마 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와보았다고 이야기했어요.
불단 앞으로 가서 삼배를 드렸어요.
새하얀 불상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불단을 천천히 둘러보았어요.
절을 둘러본 후, 한국어를 아는 미얀마인과 대화를 나누었어요.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먼저 물어보았어요.
"의정부에 미얀마인 절 있나요?"
"없어요."
"여기 말고 다른 곳에도 미얀마인 절 있나요?"
"예. 있어요."
몇몇 도시에 미얀마인 절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그 중에는 포천 송우리도 있었어요.
포천? 포천이면 의정부에서 갈만한데?
포천에 있는 미얀마 절 위치를 물어보았어요. 그런데 그쪽은 안 가봐서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미얀마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4월 22일에 부천 시민소체육공원 (원미운동장)에서 미얀마인 축제가 있다고 했어요. 미얀마 역시 4월 14일이 신년 축제인데, 이 절에서는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이 근처에 미얀마인 절 또 있나요?"
"예, 있어요."
지도를 켜서 어디인지 알려주었어요. 부평역 근처 어딘가였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제가 같이 가줄께요. 거기 스님 계세요."
미얀마인 청년이 제게 다른 미얀마인 절까지 같이 가줄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어요. 청년이 미얀마인 남성 전통 하의에서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왔어요.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거 무슨 내용이에요?"
"그거 주말에 하나은행에서 와서 은행 업무 봐준다는 거에요. 통장 발급."
아까 위에 있는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 있는 미얀마어가 인쇄된 종이 내용은 하나은행에서 주말에 미얀마인 절에 와서 은행 업무를 봐준다는 것이었어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곳에서는 은행이 외국인 노동자 편의를 위해 주말에 업무를 보는 경우가 있어요. 여기도 그런 경우였어요.
"페이스북 해요?"
"예."
페이스북으로 친구 추가를 했어요.
"오늘 여기에서 자고 가도 되요."
"아니에요. 저 의정부 돌아가야 해요."
미얀마인은 오늘 여기에서 미얀마인들과 음식도 같이 먹고 자고 가라고 했어요. 종교시설에서 자고 가라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어요. 미얀마어를 조금만 알았더라면 여기에서 미얀마인들과 놀며 같이 날을 보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미얀마어를 아예 몰랐고, 청년은 한국어가 많이 어눌했어요. 나중에 반드시 또 놀러오겠다고 이야기했어요. 페이스북 친구이니 이제 연락은 될 거에요.
"미얀마 음식 좋아해요?"
"예."
미얀마 음식은 지금까지 네 번 먹어봤어요. 한 번은 축제에 있던 미얀마인 부스에서 먹어보았어요. 세 번은 미얀마 식당에서 먹어보았어요. 그 중 한 번은 부평, 두 번은 안산이었어요.
청년이 어떤 음식 이름을 말하며 먹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아...미얀마 식당 가서 음식 먹어봤어요. 그런데 전부 미얀마어로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무엇을 먹었는지 몰라요."
제 말에 청년이 웃었어요.
이것은 사실이에요. 안산에 있는 미얀마 식당 두 곳, 그리고 부평에 있는 미얀마 식당 한 곳에서 미얀마 음식을 먹어보았어요. 그때 메뉴가 전부 미얀마어로 되어 있었어요. 뭘 먹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뭘 시켜야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어요. 식당 주인에게 여쭈어보고 부탁해 주문해서 먹었어요. 그게 끝. 그 음식들 이름이 뭔지는 몰라요. 미얀마어로 되어 있었고, 뭔지 고를 수 없어서 식당 주인이 추천해주는 걸로 그냥 먹었으니까요.
또 다른 절에 도착했어요. 한국어를 잘 하시는 스님이 계셨어요. 그 스님이 바로 전법사원을 담당하시는 스님이셨어요.
스님께 포천 절에 대해 여쭈어보았어요. 스님께서는 그 절에 대해서 알고 계셨어요. 위치는 잘 모르셨지만, 포천에 있다는 사실은 아셨어요. 스님께서는 그 절에는 지금 스님이 안 계시다고 알려주셨어요.
미얀마 불교와 한국 불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여쭈어보았어요. 스님께서는 머리를 박박 깎는 점은 같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옷은 다르다고 말씀하셨어요. 미얀마는 덥기 때문에 가사만 입고, 지금 자신이 입는 것처럼 껴입으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 아닌가 쳐다본다고 말씀하셨어요. 스님의 말씀이 재미있어서 웃었어요.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해주셨어요.
삼배를 드린 후 절에서 나왔어요. 저를 미얀마 절까지 데려다준 청년이 부평역까지 배웅해주었어요.
인천 부평에는 미얀마인 절인 미얀마불교전법사원이 있어요. 미얀마 문화가 궁금하다면 부평역 2번 출구로 나가서 브더욱글로리 식당 및 미얀마 상점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