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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200

우즈베키스탄 읽기 - 이건 다 그놈 탓이야!

우리나라에서 '하나안'이라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과 관련된 영화가 나왔을 때였어요. "나 오늘 하나안 봤다." "그래?" 한국에 있는 친구가 하나안을 보고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떠올라서 말을 걸었다고 했어요. "거기 마약 많냐?" "글쎄다..." 여기도 마약 문제 때문에 민감하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이건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문제이거든요. 정부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좋은 점만 보여주려고 하지만 몇 개 안 되는 정부가 인정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어두운 부분이 바로 마약과 이슬람 극단주의 문제에요. 하지만 '당연히' 마약은 이 나라에서도 음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게 있을만한 곳에는 가지를 않구요. 우리나라도 마약 중독자들이 ..

우즈베키스탄에서 환전하는 방법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며 재미있던 것 중 하나는 우즈베키스탄 관련 글을 읽는 것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바로 여기 온 사람들이 얼마에 환전했는가였어요. 누구나 알듯 여기는 암시장(?)에서 환전해야 하는 나라이니까요. 그리고 정보성 글을 작성할 때에는 관광객들이 얼마에 환전하는가도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구요. 어떤 사람은 그냥 무서워서 공식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현지어 좀 한다고 으스대다 바가지 쓴 사람도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여행다니며 관광객들끼리 '나 얼마에 바꾸었어'라고 서로 자랑하는데 옆에서 보며 '호갱님 되셨구나'라고 속으로 웃기도 했죠. 이런 것을 보며 언젠가 이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저도 여기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그동안 이건 안 쓰..

우즈베키스탄에서 머물며 풀지 못한 2가지 궁금점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머무르며 이런 저런 일을 겪고 이런 저런 것을 들었어요. 그런 과정들을 통해 많은 궁금점들을 해결했고, 많은 것을 배웠죠. 우리나라 인터넷에 돌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관련 글 가운데 잘못된 정보도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구요. 하지만 여기에서 아직까지도 풀지 못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풀지 못하고 떠나는 우즈베키스탄과 관련된 두 가지 질문이 있어요. 이것들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고 물어보고 했지만 납득이 갈 만한 답을 찾지 못했어요. 나중에 다시 이 나라에 오게 된다면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저장시설은 안 좋은데 고기 질은 낫다. 우즈베키스탄은 이제야 발전하고 있는 나라에요. 이 나라에서 지내다보면 '이 나라는 대체 20년동안 뭐한거야?'라는 생각..

우즈벡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더니...

1월의 어느 날.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국 돌아가면 무엇이 가장 그리울까 생각을 해 보았어요. 그리울 거야 이것저것 많겠지만, 순간 공포처럼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한국 돌아가자마자 우즈벡 음식 그리워지면 어떻하지? 다른 것은 그냥 한국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우즈벡 음식들에 대한 그리움은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먹는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우즈벡 식당이 없다는 것. 동대문에 있는 사마르칸트에 가면 우즈벡 음식들을 맛볼 수 있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식당의 오쉬 (플로브)는 사마르칸트식.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타슈켄트식이 아니었어요. 타슈켄트식 오쉬는 노란 당근, 건포도, 병아리콩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매우 화려한 맛을 내는 데에 비..

밀린 숙제 끝내기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미르 테무르 궁전, 알리셰르 나보이 문학박물관

이제 내일이면 귀국행 비행기를 타네요. 어쨌든 시간은 가고 귀국일은 다가오네요. 어제는 미루고 미루던 아미르 테무르 박물관과 알리셰르 나보이 문학박물관을 다녀왔어요. 살기는 타슈켄트에 사는데 여태까지 안 갔거든요. 기회가 없어서 안 갔다면 새빨간 거짓말. 갈 기회는 제가 타슈켄트에 없었던 기간 및 월요일을 제외하고 전부 있었으니 과장하지 않고 100번은 훨씬 넘는 기회가 있었어요. 이렇게 안 가고 미룬 이유는 오직 하나. 관광지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한때 제가 살던 곳에서 아미르 테무르 박물관은 무지 가까웠어요. 그러다보니 심심하면 산책하러 아미르 테무르 광장까지 걸어가곤 했어요. 당연히 지겹게 본 곳이었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어요. 나보이 문학박물관 역시 마찬가지. 책을 사려고 나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우즈베키스탄 속담

외국어를 공부하다보면 속담이나 관용구도 공부하게 되요. 단어 외우는 것도 벅찬 제게 속담 외우는 건 더욱 끔찍한 일. 하지만 많이 쓰는 표현들은 외워놓는 것이 좋기는 해요. 아제르바이잔어에는 'Canavarsız meşə ola bilməz.' 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 말을 직역하면 '늑대가 없는 숲은 있을 수 없다'. 의미는 '나쁜 놈 없는 곳은 없다'라는 의미에요. 개인적으로 저 말을 참 좋아해요. 여행을 하다 보면 결국 사람들 때문에 머리 끝까지 화나는 일을 겪기도 해요. 하지만 저 말을 생각하며 그냥 재수 좀 없었다고 넘어가곤 했어요. 저 속담과 함께 셋트 메뉴로 기억하면 좋은 말은 Canavardan qorxan meşəyə girməz. 직역하면 '늑대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숲에 들어갈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마지막 목표

여기에서 마지막으로 세웠던 목표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훌훌 날려버리던 요즈음. 무언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될 거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냥 생각 없이 푹 쉬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시간을 훌훌 날려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여기에서 일구고 가꾼 제 블로그를 깨작거려보다 우연히 글 갯수를 보았어요. 중앙아시아 생존기 카테고리 글 192개. 글 192개? 확 200개 채워? 애매한 192개보다는 200개를 채우는 것이 좋을 거 같은데...우즈베키스탄 관련 글을 쓴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쓴다면 중앙아시아 생존기 카테고리에 넣을 일은 없죠. 한국에서 살면 한국 생존기이니까요. 그제서야 예전에 글감으로 쓰려고 적어놓았던 문서파일을 열어보았어요. 중앙아시아 생존기 카테고리에 들..

우즈베크어로 '~라고 하더라' 말하는 방법

우리가 대화하면서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카더라'이죠. '카더라 통신'이라고 비꼬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라던데?'라는 표현을 말하는 것이에요. 이게 일상 대화에서는 많이 쓰는 표현인데 이 표현을 다룬 우즈베크어 교재는 많지 않아요. 우즈베크어로 '~라고 하더라', '~라고 해요'는 mish 를 써서 만듭니다. 기본 구조는 이래요. 과거 - 동사어간+ganmish+인칭접사 현재~미래 - 동사어간+armish+인칭접사 예를 들면 U kecha qochganmish. 그가 어제 도망갔다고 해요. 이 mish 는 원래 남에게 들은 것이나 소문을 나타낼 때 사용해요. 다른 사람의 소식을 직접 들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다는 뜻이죠. 다른 사람의 소식을 들었다는 표현으로 ekan도 있는데..

실패한 우즈베키스탄 문자개혁 - 우즈베크인들은 Sirk를 어떻게 읽을까요?

Sirk 이곳은 타슈켄트 서커스장이에요. 위치는 나보이 거리에 있어요. 이곳이 중요하다고 할 만한 이유는 사실 오직 하나 - 타슈켄트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우즈벡 음식점이 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에요. 현지인들도 추천하고 한국인들도 추천하고 론니플래닛도 추천하는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인데 왜 안 알려졌는지 미스테리.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평도 안 좋은 플로브 센터 갈 바에는 그냥 여기나 갈 것이지... 어쨌든 Sirk. 이것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오늘의 화두는 바로 SIrk 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5년 키릴문자에서 라틴문자로 문자개혁을 실시했어요. 그러나 반발이 심했고, 초등학생에게는 라틴 문자로 된 교과서로 가르치고, 그 이상의 학생들에게는 별도로 라틴 문자를 알려주는 수업을 실시했을..

나의 우즈베키스탄 생활을 가장 어렵게 한 것들

우즈베키스탄 생활을 하며 나를 정말 힘들게 한 두 가지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게 우즈베키스탄과는 솔직히 관련이 없다는 것. 나는 여기에서 음식이나 문화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은 솔직히 없다. 타슈켄트를 무슨 오지 깡촌이라고 상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리고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한국에는 모든 게 다 있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여기도 모든 게 다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뒤지면 다 나온다". 한국보다 돈이 조금 더 들기는 해도 삼시 세 끼 모두 한국식으로 먹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EMS도 우즈베키스탄 기준으로는 한국이 1지역이다. (한국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부칠 때에는 3지역이다) 여기 생활을 가장 어렵게 한 첫 번째는 바로 핸드폰이 부서진 것. 여기에서 인터..

우즈베크어 학습 단계에 따라 필요한 사전

원래 오늘은 어제인가 올린 글의 2탄을 올릴 생각이었어요. 약간만 손질하면 바로 올릴 수는 있을 정도로 미리 다 작성해놓고 손질해서 올릴까 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왠지 이틀 연속 연재물을 올리면 왠지 재미없어하고 시큰둥해하실 듯 하여 오늘은 일단 다른 주제를 올리기로 했어요. 이제 여기를 떠날 날이 멀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기에서의 생활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정리의 핵심은 바로 여기 온 첫 번째 목적인 '우즈베크어 공부'이죠. 이것도 실상 연재물 형식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연재물로 할까 아니면 그냥 게시물 하나에 다 우겨넣을까 곰곰히 생각중이에요. 일단 오늘은 가볍게 어학 공부를 할 때 필수품인 사전과 그 리뷰들을 올리도록 할게요. 1. 초급 우-한 사전 (김병일 외, KU..

실패한 우즈베키스탄 언어정책 - 우즈벡어로 세계의 거울은 무엇일까요?

독립 이후, 우즈베키스탄도 자국어 보급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어요.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아직까지도 실상은 지지부진한 상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엄한 문자개혁 잘못 했다가 혼돈의 상태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거에요. 우즈벡어 보급은 둘째치고, 우즈벡어를 라틴으로 적을지 키릴로 적을지 확실히 결단을 내리고 강력히 밀어붙이지 않은 나머지 우즈벡어를 적는 문제조차 문제가 되어버린 상황. 한창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어를 몰아내고 우즈벡어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할 때, 그 노력의 일환으로 러시아어 차용어를 우즈벡어로 바꾸려는 작업도 진행했어요. 결과요? 당연히 대실패. 워낙 반발이 심해서 1년 정도 우즈벡어 신조어를 보급해보려고 노력하다가 포기. 그리고 현재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영어+하다' 조합을 심심찮게 쓰는..

정신 차려야 하는데...

요즘 정신이 멍하다. 정한 이유는 별 거 없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아쉬움만 남는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아쉬울수록 더 많은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기 위해 더 열심히 남은 날을 보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뒤숭숭해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블로그에 글도 뜸하게 올리고 있다. 하루 종일 멍한 머리로 있다보니 당연히 글을 쓸 것이 없지. 모든 것을 마무리짓고 천천히 정리하며 이런 주저리를 늘어놓고 멍한 머리 속을 걷고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문제는 내가 목표한 것을 아직까지 이루지 못해 천천히 정리할 여유가 아직은 없다는 것. 설마 또 여행기 쓰던 때처럼 떠나기 전날에야 가까스로 다 하고 잠깐 눈 붙이고..

우즈베크어로 '철 주차장'은 무엇일까요

요근래 타슈켄트는 날이 포근해진다 싶었는데 어제 봄비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밤부터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죠. 바람과 함께 눈이 내려 함박눈이 아니라 함박눈이 다 부서져서 싸리눈이 되어 내렸어요. 그래도 양이 많아서 또 많이 쌓이더군요. 무슨 눈 스프레이를 하늘에서 뿌려대는 줄 알았어요. 싸리눈이 매우 많이 내렸고, 이게 바람을 타고 날아다녀서 땅으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땅과 거의 평행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었거든요. 새벽에 본 풍경은 정말 멋있었어요. 어떤 모습이었냐하면 '적외선 사진 실사판'. 딱 그랬어요. 묘한 붉그죽죽한 색깔의 배경에 그 빛을 머금은 눈이 쌓인 풍경. 아침에 보니 눈이 참 예쁘게 쌓였어요. 여기서 문제. 저 집 모양의 창고처럼 생긴 것은 무엇일까요? 저것은 우즈베크어로..

사진기로 그린 그림

사진을 찍다 보면 손떨림과의 싸움이 벌어지기 마련이에요. 2012.09.25 우즈베키스탄 그런데 지난 우즈베키스탄 여행에서는 신기하게 흔들렸기 때문에 오히려 괜찮아 보이는 사진이 몇몇 나왔어요. 맨날 흔들리면 지워대기 정신 없었는데 이때는 무슨 운이 따랐는지 흔들려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찍히곤 했어요. 이 사진이 마음에 든 이유는 흔들려서 왠지 더 부드러워졌고, 손으로 그린 것처럼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어떻게 손을 흔들어야 저렇게 찍을 수 있는지 참 궁금해요. 알게 되면 일부러 저렇게 손을 흔들어 찍기도 할텐데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하스트 이몸 모스크의 봄과 겨울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가장 볼만한 것을 두 개 꼽으라면 하나는 TV타워가 될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하스트 이몸 모스크에요. 이 모스크에 대한 소개글도 적어야하는데 매일 귀찮다고 미루고 있네요. 소재 고갈은 소재 고갈이고, 귀찮음은 귀찮음이라...추워서 집에만 있으니 게으름은 제곱으로 늘어나는 것 같아요. 어쨌든, 타슈켄트에서 가장 유명한 볼 곳인 하스트 이몸 모스크의 봄 (4월 중순)과 겨울의 모습이에요. 아쉽게도 아래 사진 구도로 찍은 것은 오직 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찍은 것 외에는 없네요... 하스트 이몸 모스크는 타슈켄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저도 개인적으로 타슈켄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데 이상하게 정작 사진은 찍어놓은 것이 거의 없네요. 특히 왜 마지막 사진 구도..

눈 내린 타슈켄트 - 직접 그려보고 싶은 풍경들

나는 그림을 참 못 그린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정말 굉장해 보이고 많이 부럽다. 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 12월 말에 일부러 카메라를 들고 타슈켄트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날 눈이 정말 많이 쏟아진데다 해가 일찍 져서 사진을 많이 남기지는 못했다. 그때 찍은 사진들 가운데 직접 그려보고 싶은 사진 두 장. 만약 지금 안디잔이나 부하라 구시가지에 있었다면 예쁜 사진을 더 많이 찍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두 지역은 여기 타슈켄트보다 훨씬 더 추운 곳이니... 지금 창밖에 눈이 또 내리고 있다. 요즘 눈 온다고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글감이 고갈되어가고 있구나...

우즈베키스탄 전통 의상 - 톤

영화, 뮤직비디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의상이 있어요. 사진 한 가운데 남자가 입고 있는 저 외투가 우즈베키스탄 TV, 영화, 뮤직비디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전통 의상이죠. 겨울에는 거리에서도 종종 볼 수 있어요. 저 외투를 우즈벡어로는 '톤' (To'n) 이라고 합니다. 저 옷을 걸치면 두꺼운 담요를 걸친 느낌? 엄청 따뜻해요. 추울 때 담요처럼 덮거나 뒤집어쓰면 딱이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옷은 두꺼운 솜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냥 간단히 집에서 막 뒹굴며 입을 목적으로 만든 것도 있는 반면, 화려한 금실로 수놓은 톤도 있어요. 화려한 금실로 수놓은 톤은 주로 검은 색에 금실로 수를 놓지요. 보면 엄청 비싸보여요. 하지만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다는 ..

세상에 완벽히 같은 단어란 없다

세상에 완벽히 같은 단어란 없다. 대학교 4학년 수업시간때 들은 말이다. 아마 인지언어학 관련해서 들었던 것 같다. 졸업학점은 채워야 하는데 듣고 싶은 수업은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관심가는 것을 선택한 수업이었다. 그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다. 그 수업과 관련해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오직 저 말 한 마디다. 저 말 속에 또 다른 의미란 없다. 저 말 그대로 보면 된다. 세상에 완벽히 같은 단어란 없다. 이 말을 알아두면 외국어를 배울 때, 가르칠 때 모두 큰 도움이 된다. 아주 쉬운 예를 들자면, '진지'.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인은 '밥'과 '진지'를 쉽게 구분해서 쓴다. 하지만 이 두 단어가 가리키는 것은 완벽히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밥'과 '진지'는 동의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2013년은 어떤 느낌인가요?

미래에 계신 여러분, 2013년은 어떤 느낌인가요? 여기는 한국보다 4시간 느린 우즈베키스탄. 지금 창밖에서는 간헐적으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요. 창밖을 보면 가끔 불꽃놀이가 잠깐씩 볼 수 있어요. 한국보다 4시간 느리니 한국은 지금 2013년인데, 여기는 2012년이로군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한 번 농담을 해 보고 싶었어요. 아마 저보다 더 서쪽에 계신 분들께서는 아직 저처럼 2012년에 계시겠군요. 그래도 여기는 이제 2시간 반 정도 뒤이면 2013년인데, 아메리카 대륙 계신 분들께서는 아직도 2013년이 찾아오려면 많이 남았을 거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날짜 경계선에 서서 새해를 두 번 맞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네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 해를 보내며

오늘은 드디어 2012년 마지막 날이다. 2012년은 처음부터, 아니 시작 전부터 많은 일이 있었다. 갑자기 목적지를 바꾸어 우즈베키스탄으로 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심했고, 급히 학원에 양해를 구하고 학원 강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출국 준비. 집이 서울이 아니다보니 출국 준비가 곧 이사 준비였다. 들고갈 짐만 먼저 싸놓고 나머지는 전부 고향으로 부쳐야 했으니까. 정신없이 1월을 보내고 2월부터 지금까지 여행 두 번 다녀온 것 외에는 줄곧 우즈베키스탄에 있었다. 올해 참 많은 일이 있었지. 그리고 많은 목표를 세웠지... 부끄럽게도 올해 목표 중 완벽히 끝낸 것은 오직 '밀린 여행기 작성 완료' 뿐이다. 그 외에는 반올림을 한다 해도 전부 이루지 못한 목표가 되었다. 아니, 대부분이 한 걸음 내딛은..

중앙아시아에서 빙판길 조심하세요

요즘 여기는 눈이 내리고 있어요. 대체 애들이 얼마나 1월 1일에 눈이 내리게 해달라고 빌어대는지 모르겠지만, 애들 소원대로 눈은 펑펑 쏟아지고 있어요. 아침에 본 장면. 버스도 빙판길이라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넥시아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 이게 맨질맨질한 빙판은 아니에요. 빙판보다는 흙이 섞인 눈이라 엄청 푸석거리고 미끄러운데 이 눈 때문에 자꾸 바퀴가 헛도는 거랍니다. 참고로 수도인 타슈켄트가 이렇답니다. 참고로 우즈베키스탄은 도로 사정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동부쪽은 겨울이 되면 완전 고립이 되어버린답니다. 꼭 필요한 물건들은 비행기로 운송하고, 육상 교통수단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죠. 타슈켄트에서 동부로 들어가는 길은 험하거든요. 그래서 동부 사람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미..

우즈베키스탄 1980년대 목화 스캔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목화 농업이 매우 중요한 산업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세계적인 목화 생산국 중 하나이지요. 그리고 지금도 목화 수확철이 되면 학생들이 목화 수확에 동원되기도 하구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목화를 하얀 황금 'oq oltin' 이라고 합니다. 교과서에도 종종 나오죠. 이 나라를 목화를 모르고 본다면 그건 이 나라를 보지 못한 거나 다름없어요. 알고 보든, 모르고 보든 목화밭을 보게 되거든요. 목화밭이 얼마나 많고 넓은지 확실히 보려면 목화 수확철인 9월에 우즈베키스탄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답니다. 하지만 목화가 항상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축복이었던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목화 때문에 아픈 역사가 있지요. 소련 시절, 우즈베키스탄은 소련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주요 거점이었어요. 소련 전체를 놓고..

국어 교과서를 통해 본 우즈베키스탄의 지하철 자부심

우즈베키스탄은 지하철이 있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요. 우리처럼 광역시에는 지하철이 대부분 들어가 있는 나라에서는 이게 왜 자랑스러운가 궁금할 정도. 심지어는 어학원 교재에 '대도시에 지하철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라고 지문이 나와 있을 정도에요. 참고로 우즈베키스탄의 지하철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있어요. 그 다른 점이란 바로 지하철 역이 땅굴이 아니라는 것. 구 소련권 지하철 역은 땅 속 깊이 들어가 있어요. 이는 군사시설 기능이 매우 강하기 때문.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지하철은 모스크바에서 군용물자를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 널리 쓰였죠. 또한 지하철은 방공호로도 쓰여요. 그러다보니 구소련 지역에서는 공통적으로 지하철 역 내부에서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해요. 몰래 잘 찍으면 찍지만, 걸..

올해 마지막 홍시

이제 올해도 며칠 안 남았네요. 그리고 제가 한국 돌아갈 날도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월 중으로 한국 돌아갈 생각이거든요. 요 며칠 따뜻해졌다가 오늘부터 다시 추워지고 있어요. 창밖을 보니 눈이 또 쌓였어요. 순식간에 눈이 다 녹았다가 또 눈이 많이 쌓였답니다. 지금까지 한국이 추우면 여기가 따뜻하고, 여기가 추우면 한국이 추운 식으로 기온이 엇박자였는데, 이제 양쪽 다 똑같이 추워진 거 같아요. 어제 오늘부터 매우 추워질 거라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시장으로 갔어요. 왜냐하면 집에서 안 나오기 위해서. 장을 보며 혹시 아직까지 홍시가 남아 있나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그러나 홍시는 이미 다 없어졌어요. 누누히 말하지만 저장시설이 안 좋은 이 나라에서 과..

우즈베키스탄 관광기념품 - 마그네틱

얼마 전 '브로드웨이'에 갔어요. 여기는 아미르 테무르 공원과 이어진 길. 아미르 테무르 공원에 오면 자연스럽게 가게 되는 곳이죠. 이 길에서는 관광기념품을 팔아요. 옛날 우표도 팔고, 그림도 팔고, 그 외 이것 저것 다 팔아요. 그래서 이것들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에요. 길을 걸어가는데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은 냉장고 자석. 이상하게 타슈켄트와 관련된 냉장고 자석은 모두 흙빛으로만 된 곳 뿐이었어요. 그나마도 타슈켄트에는 오래된 유적들이 별로 없어서 크게 마음을 끄는 것이 없었고, 마그네틱을 모으는 것은 제 취미가 아니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곤 했어요. 그런데 마침 제가 갔을 때,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과 다른 종류의 것들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 것 두 개를 사 왔어요. 첫 번째는 이것 자세..

이층 얼음

여기에 눈이 며칠 걸려 엄청나게 내리기 전. 한파가 몰아닥쳤어요. 한파가 몰아닥치기 전에 수로에 물이 차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로에 얼음이 얼었어요. 이때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수로의 물이 줄어들다가 다시 얼어버려서 2층 얼음이 얼어버렸어요. 신기해서 살짝 깨보았는데 와장창 깨져버렸어요. 지금은 저 2층 얼음 위에 눈이 잔뜩 쌓였답니다. 2층까지 한 번에 밟아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지만 아래 물이 있을 것 같아서 그건 못 해보았어요. 여기 와서 이런 것도 보네요. 대체 얼마나 건조했으면...

외풍을 막는 방법

일단 추운 집을 가스레인지를 켜는 방법으로 어떻게 급히 해결하기는 했지만...(관련글 : http://zomzom.tistory.com/594) 문제는 이것을 하루 종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댓글을 달아주신 많은 분들의 걱정보다는 훨씬 안전하지만, (사실 가스불을 켜놓는 것보다, 1. 가스불 켜기 전에 가스가 새고 있다든가 2. 가스불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아서 그게 타버릴 경우가 훨씬 위험합니다. 태울 수 있는 게 없도록 주변을 싹 치우고 불 자체만 켜놓으면 크게 위험하지 않아요. 더욱이 당연히 저희 집에 애는 없어요. 결혼도 안 했고, 혼자 살거든요.) 이게 미봉책이라는 것. 일단 첫 번째로 방까지 따스해지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가스레인지를 켜 놓아야 하고, 두 번째로 아무리 가스 요금이 싸다 해..

천연가스 자원 부국의 난방 방식

요 며칠 엄청 추워지더니 이제는 말도 못하게 춥네요. 기온이 영하로 푹 떨어졌고, 지금도 눈이 내리고 눈이 쌓이고 있어요. 물론 한국이나 이웃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불과 한 주 전에 20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려 30도 대폭락이에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이런 폭락장이라면 진짜 사상 초유의 난리가 나고 국가가 망하네 한강물 따스하냐 등등 온갖 난리가 났을텐데 다행히 우즈베키스탄의 기온이 불과 일주일만에 30도 대폭락했어요. 진심으로 다른 나라에서 더위를 수입하고 싶다는 실현 불가능의 망상이 두뇌를 지배하고 있는 주말이에요. 이 나라는 추우면 참 문제인 것이 난방이 별로 안 좋아요.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는데, 이게 생각만큼 시원찮거든요. 이게 잘 돌아가면 그럭저럭 따스하고 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