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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시간을 뒤섞어 (2014) 14

시간을 뒤섞어 - 13 에필로그

이것은 반성문. 여행기를 쓰면서 반성을 하기로 했어요. 가이드 여행을 어떻게 즐겨야하는지 깨달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그것을 깨달았다고 하기에는 민망했어요. 이미 알고 있었고, 항상 여행가기 전에 하던 것이었으니까요. 처음 계획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가이드 뒤만 졸졸 따라다니자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가서 보니 가이드가 대동하는 패키지 여행도 여행이었어요. 가이드가 대동하는 패키지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말은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자유가 없고 남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무슨 여행이냐고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이번 대만 여행은 분명 자유도가 높았어요. 화리엔과 예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주어진 시간 중 절반 정도는 설명해주시며 데리고 다니셨고, 나머지 절반은 알아서 자유롭게..

시간을 뒤섞어 - 12 안녕, 타이완...귀국

정말 깊게 잘 자고 일어났어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일어나서 씻은 후 호텔 1층에 가서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어요. 아직 10시까지 시간이 그럭저럭 남아 있었어요. 짐을 꾸릴 것은 없었어요. 전날 이미 짐을 깨끗하게 다 꾸려놓았거든요. 들고온 짐도 얼마 없었고, 자오시 와서 꺼낸 짐도 얼마 없었어요. 여기 와서 꺼낸 짐이라고 해봐야 세면도구와 잠옷으로 입을 옷이 전부. "아버지, 저 잠깐 나갔다 올께요." "어디 가려구? 이제 곧 떠날 시간인데." "아...그냥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려구요." "늦지 않게 와라." "예, 9시 반까지 돌아올께요. 짐은 제가 돌아와서 들고 내려갈테니 아버지께서는 어디 가실 거 아니시면 그냥 방에 계세요." 너무 아쉬워서 방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

시간을 뒤섞어 - 11 대만 자오시 礁溪

자오시. 한자로는 礁溪. 우리말로 읽으면 초계, 영어로는 Jiaoxi. 타이완에서의 마지막 밤은 자오시에서 보내기로 되어 있었어요. 여행사 설명을 보니 여기는 온천이 유명한 곳이며, 만약 숙소에 있는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수영복을 준비해와야 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자오시란 대체 어디인가? 자오시는 아직 여행 가이드북에도 실려있지 않은 곳이었어요. 여행 일정에서 가는 곳을 대충 찾아본 적은 있었는데, 자오시는 대체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혹시 여행 경비 줄이기 위해 이상한 외진 도시에다 집어넣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 보았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로 여행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숙소가 의정부로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밤 늦게 의정부역을 지나가다 보면 중국인 단체 관광버스가 종종 눈..

[타이완 여행] 시간을 뒤섞어 - 10 대만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시먼딩

타이베이로 돌아가는 길. 하늘은 다시 맑게 개고 있었어요. '타이베이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중정기념당과 시먼딩 거리를 구경하면 이제 타이베이는 끝이에요. 저녁은 타이베이에서 먹고, 그 후에 자오시로 이동해서 거기에서 잠을 잔 후, 다음날 아침 귀국하는 일정이었거든요.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 아쉬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분명 지금까지의 일정 모든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계속 타이베이에 가까워질수록 알 수 없는 아쉬움은 커져만 가고 있었어요. 중정기념당은 대만민주기념당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장화민국 초대 총통인 장제스를 기리기 위해 1980년에 설립했다고 해요. 중정기념당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이곳에 있는 6.3m 높이의 장제스 동상이에요. 이 동..

시간을 뒤섞어 - 09 대만 예류 野柳

이제 남은 오전 일정은 예류에 가서 구경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원래는 한문을 한국식으로 읽어서 말씀해 드리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을까 해요."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마이크를 잡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예전에는 타이완 지명은 한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오면 우리나라에서 한문 읽는 방법으로 말씀하셨다고 하셨어요. 예를 들면 화리엔은 화련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관광을 다녀온 사람의 추천을 받고 타이완으로 놀러온 관광객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있어서 이제부터는 조금씩 중국식 발음으로 말하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예류. 우리나라에서 읽는 식으로 읽으면 '야류' 인데, 이렇게 읽으면 그 어떤 대만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없다..

시간을 뒤섞어 - 08 대만 주펀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호텔 카운터로 가서 50달러를 환전했어요. "얘, 뭐 그렇게 많이 환전하니?" "그렇게 환전 많이 하면 어떻하려고 그래? 너 그 돈 다 쓸 수 있겠어?" 가족들은 제가 50달러를 환전하는 것을 보더니 모두 한결같이 여행 일정 이제 고작 하루 남았는데 왜 그렇게 돈을 많이 환전하냐고 했어요. "이 정도는 더 필요할 거에요." 이렇게 대답한 이유의 50%는 그냥 직감, 50%는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본 경험에 의한 것이었어요. 아직 그 어떤 선물도 기념품도 사지 않았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마땅히 기념품과 선물을 살 만한 코스도 없었어요. 다음날 일정은 지우펀, 예류, 시먼딩 거리를 구경하고 자오시로 넘어기는 일정이었는데, 이 코스에서 기념품과 선물을 사지 않으면 더 이상 기념품과 ..

시간을 뒤섞어 - 07 대만 화리엔

아침 8시 반. 버스에 올라탔어요. "여러분 모두 어제 잘 주무셨어요?"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버스에 탑승하셨어요. 오늘은 여행 2일차, 화리엔 (화련, 花蓮) 가는 날. 전날 잠을 잘 시간은 많았지만, 그래도 정신이 완벽히 맑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딱 세 시간만 더 자면 머리가 맑아질 것 같았지만, 오늘은 일정이 일정인지라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했거든요. 일단 날씨는 맑았고, 모두 기분이 괜찮은 듯한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곧 저는 졸았어요. 그리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전날 보았던 야시장을 다시 떠올려 보고는 했어요. 오늘도 화리엔 일정 후 야시장 한 곳을 들리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물론 전날 그 '참사'의 반복이겠지만요. 그리고 전날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야시장 가는 길에..

시간을 뒤섞어 - 06 대만 TV 방송 구경

"모두 한국에서 일찍 출발하셔서 많이 힘드시죠? 내일은 아침 일찍 출발해야하니 오늘은 일찍 주무세요." 라오허제 야시장에서 호텔로 오는 길에 아마 모두가 잠을 잤을 거에요.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드러누웠어요. '아...망했네...' 침대에 눕는 순간 드는 생각은 오직 이것뿐. 첫 가족여행에다 첫 패키지여행에 여행 첫날이라 매우 신나있기는 했지만, 야시장에서의 충격은 너무나 컸어요. 일단 첫날 일정은 제 예상과 꽤 다르게 돌아갔어요. 흔히 말하는 가이드가 관광객들 다 끌고 휙 보고 이동하고 휙 보고 이동하고 하는 그런 여행이 아니었어요.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처음에 같이 돌면서 설명해주신 후, 자유시간을 꽤 많이 주는 식의 여행이었어요. 예전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전국 일주를 생각하라고 ..

시간을 뒤섞어 - 05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라오허제 야시장

저녁을 먹고 버스에 올라타자 가이드 아주머니께서 관광객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어요. "타이완이 요즘 이상기후라서 밤에 비가 자주 내려요. 요새 계속 그랬는데 오늘은 모처럼 맑아요. 그러니 오늘 101 타워를 보는 게 어떻겠어요?" 어차피 오늘 남은 일정은 라오허제 야시장 하나 뿐이었어요. 관광객들 모두 좋다고 했고, 버스는 101 타워를 향해 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기억이 흐릿해요. 밥을 먹고 나니 잠이 밀려왔거든요. 이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어요. 버스에 탑승한 여행객들 모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김포 공항까지 아침 8시 반 집결이었거든요. 그렇다고 비행기에서 푹 잘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구요. 여기서 한 가지 깨달았어요. 대만 여행 갈 때 비행기가 너무 아침에 있으..

시간을 뒤섞어 - 04 타이완 타이베이 고궁박물관, 충렬사

이제부터 우리가 타고 다닐 버스는 2층 버스. 1층은 짐칸이었고, 2층이 객석이 있는 층이었어요. "짐은 아래에 싣고 위로 타세요." 버스 앞에 서서 잠시 망설였어요. 이유는 날씨. 정말 더웠어요. 실제 기온은 그렇게 더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추운 한국에 있다가 갑자기 대만으로 오니 초여름처럼 덥게 느껴졌어요. 이 정도 날씨라면 외투를 입고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할 정도였고, 굳이 밤이 되어서 기온이 떨어진다 해도 외투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어요. 괜히 걸리적거리고 귀찮게 버스 안에 옷을 벗어놓고 다니기보다는 차라리 지금 가방에 외투를 넣어버리는 것이 나을 듯 했어요. "짐 안 넣고 뭐 해요? 무슨 문제 있나요?" "아뇨, 그냥 더워서 외투를 가방에 넣어버릴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아, 외투 들..

시간을 뒤섞어 - 03 대만 가는 길

개찰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려니 매우 어색했어요. 솔직히 이 모든 상황 전체가 매우 어색했어요. 이렇게 이른 시간에 김포공항에 온 적도 없었고, 김포공항에 오는 목적은 항상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5호선 방화행 지하철에서 나온 후 국내선 청사로 가는 왼쪽으로 갔어요. 외국에 나갈 때에는 항상 인천공항으로 갔구요.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여기 올 때는 항상 다른 사람이 외국 나가는 것을 배웅해주러 온 것이었어요. 제가 외국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를 가는 것은 처음. 그리고 이렇게 이른 시각에 김포공항에 오는 것도 처음. 인천공항이 생기기 전, 우리나라 최대의 국제공항은 당연히 김포국제공항이었어요. 그러나 인천공항이 생긴 후, 인천공항은 국제선 전용, 김포공항은 국..

시간을 뒤섞어 - 02 출국하러 김포공항 가기

여행 갈 날짜는 다가오는데 모든 것을 대책없이 손 놓고 있었어요. 아는 중국어라고는 '니하오'와 '소토소토경경도' 뿐. 거창하게 중국어를 조금 공부하고 가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단념해버렸기 때문에 당연히 아는 것이 없었어요. '설마 내가 중국어를 사용해야할 일이 있겠어?' 이것이 만약 배낭여행이었다면 오기로 어떻게 해보려고 노력했을 거에요. 하지만 이것은 패키지 여행. 기껏해야 숙소 들어온 후 편의점이나 갈 텐데, 편의점 가서 기계에 나온 숫자 보고 돈 꺼내서 주면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어요. 이도 저도 안 되겠다 하면 대충 아무 돈이나 내면 끝. 많으면 거슬러줄테고, 적으면 더 달라고 손을 내밀며 저를 쳐다볼테니까요. 얼마나 대책없이 여행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냐 하면, ..

시간을 뒤섞어 - 01 여행 준비?

여행은 결정되었어요. 당연히 으례 그랬듯 이것 저것 궁금해졌고, 이 여행 전체를 계획한 누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응? 이 분위기는 뭐지?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어요.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나? "이거 패키지 여행이야. 너는 계속 지금껏 네가 해왔던 여행을 생각하고 있나보구나." 당연히 저는 패키지 여행 경험 전무.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버스에 학생들 태우고 장소에 도착하면 풀어놓고 몇 시까지 오라고 하고 시간 되면 선생님들이 애들을 버스에 몰아태우는 것으로 끝. 그 외의 여행은 제 마음대로 하는 여행이었어요. 그래서 패키지 여행이 어떤 것인지 솔직히 잘 알지는 못했어요. 그냥 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여행 정도로 생각하고 ..

시간을 뒤섞어 - 프롤로그

"우리 가족여행 간다." 1월 어느날. 갑자기 통보처럼 들어온 소식. 저는 누나로부터 당연히 전해들은 소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리둥절했어요. "무슨 말이야?" 하지만 누나는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말해주었어요. 목적지는 타이완. 거의 결정된 것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설날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진짜 무슨 일이지?' 해외로 가족여행을 간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어요. 학원에서 수업하고 자습하고 돌아와 피곤해서 방바닥에 누우려는데 온 큰누나의 전화는 다짜고짜 가족여행을 갈 것이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이었고, 자세한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어요. 정말 일방적인 통보였어요.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지만 일단 설날때 내려가서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설날 전에 한 번 전화가 더 왔어요. 여행사에서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