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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9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3 태국 치앙마이 하루에 절 14곳 돌기 05 - 왓 마하완, 왓 부파람

빠뚜 타패를 넘어서 걸어가자 서점이 나왔어요. 서점에 들어가보았어요. 딱히 인상적인 책이 보이지 않았어요. 간단히 둘러본 후 바로 밖으로 나와서 다음 절인 왓 마하완으로 갔어요. "여기가 왓 마하완인가?' 일단 절 이름부터 찾아보았어요. 절 이름부터 사진으로 찍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어느 절을 다녀온 건지 여행기 쓸 때 엄청나게 햇갈리거든요. 오늘 절을 한두 곳 간 것도 아니고 매우 많은 절을 돌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피곤하고 귀찮더라도 무조건 절 이름부터 사진으로 찍어놓아야 했어요. 지금 피곤한 것은 잠깐이나, 나중에 여기가 어느 절인지 찾아보려고 하면 그때는 몇 시간, 심할 때는 며칠간 고생하거든요. "왓 마하완 맞네." 글자를 모두 바로 알아볼 수는 없었어요. 저렇게 둥글둥글하게 써놓은 글자는 아직..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2 태국 치앙마이 하루에 절 14곳 돌기 04 - 왓 뿌악삐아, 왓 폰 소이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실버 템플'이라는 곳을 갈 수 있다는 표지판이 또 보였어요. 또 얼마 걸어가자 무슨 승려들 학교 같은 사진과 절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있다는 표지판이 나왔어요. 지도를 보니 일단 길은 맞게 잘 찾아가고 있었어요. 지도를 보니 제가 가고 있는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보면 왓 씨 핑 무앙 Wat Si Ping Muang วัดศรีปิงเมือง 이라는 절이 있다고 나왔어요. 표지판에 길을 따라 내려가면 실버 템플이 있다고 했어요. 실버 템플은 관광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절이었고, 이정표에 'Silver temple' 라는 말과 태국어로 무언가 적혀 있을 뿐이었어요. 사진은 없었어요. '실버 템플이 대체 뭐길래 이정표가 이렇게 붙어 있지?' 왓 씨 핑 무앙이 어떤 절인지도 몰랐지만..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1 태국 치앙마이 하루에 절 14곳 돌기 03 - 왓 창땜, 왓 쩻린, 왓 믄뚬, 왓 빤왠

"이제 부지런히 돌아다녀야겠다!" 아무리 이게 우리나라 절 15곳 도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쉬운 거라 해도 절이 12개나 남았다는 것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동선 자체는 길지 않았어요. 중요한 것은 이 지도상의 동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절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기 위해 돌아다녀야 하고, 들어갈 수 있는 법당이 있으면 들어가보아야 하고, 법당에 불상이 모셔져 있으면 삼배도 해야 했으니까요. 절 12곳을 30분씩 본다고 하면 절 관람만 총 6시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오후 1시 반에 절 관람 소요 시간 6시간을 더하면 7시 30분. 여기에 이동하는 시간도 더해야 했어요. 초행길이라 지도상 거리보다는 분명히 더 걸릴 게 뻔했어요. 보통 인간의 보행 속도..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0 태국 치앙마이 하루에 절 14곳 돌기 02 - 왓 쩨디 루앙

왓 치앙만에서 왓 쩨디 루앙까지는 조금 걸어가야 했어요. 원래 왓 쩨디 루앙은 전날 보아야했던 절이었어요. 왓 프라씽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왓 쩨디 루앙을 보고 돌아오기로 했는데 지갑 잃어버린 줄 알고 숙소로 달려오느라 가지 못했어요. 숙소로 돌아간 후 다시 보러 나가기에는 거리가 조금 있는 절인데다 매우 큰 절이라 해서 오늘 보기로 했어요. 왓 쩨디 루앙으로 가는 길은 전날 갔던 길과 똑같은 길이었어요. 왓 판따오에서 전날은 서쪽으로 갔고, 오늘은 동쪽과 남쪽을 갈 예정이었어요. 지도상에서는 성이 그다지 크지 않았어요. 정사각형 비슷한 치앙마이 성 한 변은 약 1km 정도였어요. 일단 남쪽 절을 보고, 성벽을 타고 돌아서 동쪽으로 올라가서 동쪽을 본 후, 시간이 남으면 다시 성벽을 따라 북쪽으로 가서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9 태국 치앙마이 하루에 절 14곳 돌기 01 - 왓 람창, 왓 치앙만

아침 8시 30분에 일어났어요. "오늘은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치앙마이 관광을 다 마쳐야 하네." 다음날은 오전에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출발할 예정이었어요. 치앙마이에서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길은 육로로 하루 걸리는 길. 상당히 긴 여정이 될 거였어요. 다음날 하루 종일 이동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땀을 최대한 안 흘리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쾌적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다음날 아침에 어디 돌아다닐 엄두를 낼 수 없었어요. 그렇게 여유로운 아침이 될 리도 없었구요. 보나마나 숙소에서 최대한 뭉쓰고 밍기적거리다 차가 올 때 즈음에야 짐을 들고 밖으로 나가겠죠. 오늘은 2015년 6월 18일. 다음날 루앙프라방 가는 길에 태국 치앙라이에 있는 왓 롱쿤을 들려서 보기는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8 태국 치앙마이 올드 치앙마이 문화 센터 깐똑쇼

이제 어쩌지? 진짜 어쩌지? 땅이 흔들렸어요. 눈 앞이 새하얘졌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스마트폰을 분실한 상태에서 여권과 라오스 여행 경비 전부, 그리고 체크카드를 잃어버렸어요. 이것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 이제 남은 것은 노트북 컴퓨터와 카메라 뿐이었어요. 이것만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할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없었어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돈도 없고 체크카드도 없고 여권도 없으니까요. 치앙마이에 한국 영사관 있나? 그 이전에 치앙마이 경찰서부터 가서 분실 신고를 해야 할텐데. 영사관 가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서 라오스 입국은 될까? 비행기표는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출발인데. 만에 하나 여행증명서로 라오스를 못 들어가면 비행기표도 다시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것은 또 체크..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7 태국 치앙마이 여행 - 왓 시끗, 왓 프라씽

다음 절인 왓 시끗 Wat Si Koet วัดศรีเกิด 으로 갔어요. 왓 시끗은 1638년에 지어진 절이라고 해요. 이 절은 왓 퉁유와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어요. 절당 건물 밖에도 이렇게 불상과 불단이 조성되어 있었어요. 절당 한켠에는 이렇게 벽화가 있었어요. 벽화 앞에는 토끼와 돼지 인형이 있었어요. 시계를 보았어요. 이제 오후 5시 10분이었어요. 아직 왓 프라씽을 못 보았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어요. 깐똑쇼를 보기 전에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조금 쉬고 싶었거든요. 숙소에서 조금 멀리 걸어왔기 때문에 숙소까지 돌아가는 길도 생각해야 했어요. "이건 뭐지? 글자에 불 붙여서 장식하려는 건가?" 절에 왔으니 절당 안 부처님은 뵙고 가야 했어요. 그래서 다른 것은 대충 둘러보고 법당으로 바로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6 태국 치앙마이 여행 - 3왕 동상, 왓 인타낀, 왓 차이 프라 끼앗, 왓 판따오, 왓 퉁유

이제 3왕 동상을 볼 차례. 3왕 동상은 란나 민속 박물관 길 건너편에 있었어요. 길을 건너서 3왕 동상 앞으로 갔어요. "저 동상 앞까지는 절대 못 가겠다." 3왕 동상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거의 역광이라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어요. 작은 동상이 아니라 카메라 내장 플래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3왕 동상 바로 앞에 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했어요. 이때 시각이 오후 2시 40분. 바닥은 달구어질 대로 달구어져 있었어요. 3왕 동상 바로 앞까지 가기 위해서는 맨발로 저 반들거리는 바닥을 걸어가야 했어요. 일단 혹시 걸어갈 정도로 바닥이 안 뜨거운지 신발을 벗고 발바닥을 살짝 바닥애 대어봤어요. 저는 즐거움을 위해 여기 왔습니다. 당신들 앞까지 도저히 갈 수가 없습니다. "앗, 뜨거!" 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5 태국 치앙마이 여행 - 치앙마이 전통 문화와 란나 민속 박물관

전날 역시 늦게 잤어요.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기는 했지만 그 전에 여행 기록 쓰고 여행기를 조금 쓰다보니 새벽 3시가 넘어버렸거든요. 당연히 아침 일찍 일어날 리가 없었어요. 느긋하게 푹 자고 눈을 떠보니 아침 10시. 이렇게 마음놓고 자도 되었던 이유는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지 않으니 굳이 아침 먹겠다고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어요. 방에 창문이 있기는 했지만 햇볕이 쫙 들어오는 방은 아니었어요. 햇볕을 쬐어야 잠이 많이 깰텐데 빛이 비실비실 들어오니 잠도 비실비실 깨어갔어요. 오늘 가장 큰 일정은 밤에 깐똑쇼를 보는 것. 그 전에는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치앙마이를 구경하는 것이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허리가 아팠어요. 급히 나가야할 이유가 없..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4 태국 여행 - 치앙마이 야시장, 치앙마이 반허 모스크 มัสยิดบ้านฮ่อ

이제 썽테우 기사와 약속한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어요. 돌아가야만 했어요. 다시 케이블카를 탔어요. "나중에 치앙마이를 또 오게 된다면 여기는 또 와야지." 도이수텝 사원은 다시 꼭 오고 싶었어요. 정말로 마음에 들었거든요.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썽테우에 도착했어요. 썽테우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어요. 500바트를 주고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어요. "저녁 먹어야겠다." 이제 6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저녁은 아까 점심을 먹었던 그 식당으로 가서 먹기로 했어요. 한 그릇으로는 식사가 전혀 되지 않아서 두 그릇 시켰어요. "이 식당이 음식을 잘 하는 건가, 방콕에서 내가 갔던 식당들이 죄다 형편없는 식당이었던 것일까?" 음식을 먹으며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태국 음식 맛있다고 하는데 방콕에서 먹은 음식들..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3 태국 추천 여행지 - 치앙마이 도이수텝 사원 วัดพระธาตุดอยสุเทพ

숙소로 돌아와 돈을 내고 체크인을 했어요. 짐을 되찾고 카운터를 보는데 우표가 붙어 있는 우편물이 하나 있었어요. "이 우표 저 주면 안 되나요?""가져요." 직원이 우표를 잘라주었어요. 절을 세 곳 다녀오니까 운이 마구 상승했나봐! 너무 좋아! 중학교때 '대항해시대2' 라는 게임을 매우 좋아했다. 그 게임에서 운을 올리기 위해서는 꼭 모스크나 성당에 들어가서 기부를 해야 했다. 나야 절대 그 게임에서 기부 따위는 안 했기 때문에 언제나 그런 종교 시설 들어가면 아주 불운이 가득하다는 소리만 들었지만 말이다. 치앙마이 도착하자마자 절 세 곳을 돌았더니 운이 좋아진 것인가? 갑자기 그 게임이 떠올랐다. 게임에서는 치사하게 성금을 내어야만 운이 좋아졌는데 태국 절은 가서 절만 똑바로 해도 운이 좋아졌다. 앞..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2 태국 치앙마이 여행 - 왓 빤삥, 왓 우몽 마하테라 찬, 왓 두앙 디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썽테우 기사들이 우루루 달려왔어요. '역 앞은 바가지 쓰기 딱 좋은 곳이지.' 숙소까지 걸어갈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어요. 거기까지 짐을 다 들고 걸어가는 것은 정말로 추천할 행위가 아니었거든요. 치앙마이 기차역이 제가 가야하는 곳과는 매우 멀기는 했지만, 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분명히 썽테우 가격이 매우 낮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대체로 어느 곳이든 역에서 벗어나면 이런 운송수단은 탑승 가격이 좀 더 낮아지거든요. 치앙마이 일정은 총 3박 4일. 나름 여유로운 일정이었기 때문에 급할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차피 지금 당장 달려가봐야 체크인하지 못해 짐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었구요. 느긋하게 여유부리며 기차역 사진을 찍었어요. "여기가 치앙마이구나!" 치앙마이역 사진을 이것저..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1 태국 여행 - 방콕 중앙 우체국, 방콕-치앙마이 기차 침대칸 야간 이동

'대체 언제 어디에서 내리라는 거야? 이러다 후아람퐁역까지 가는 거 아니야? 혹시 내가 버스 방향을 반대로 탔나?'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차장 아주머니는 계속 앉아서 기다리라고만 할 뿐이었어요. 설마 후아람퐁역에서 버스로 고작 한 정거장 밖에 안 되는 거리였던 걸까? 아니면 7번 버스 반대 방향 종점쪽에 있는 걸까? 버스가 달려갈 수록 점점 차이나타운 및 숙소는 계속 가까워져갔어요. 계속 차장 아주머니를 쳐다보았어요. 차장 아주머니는 제게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어요. '설마 까먹은 거 아냐?' 버스는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왔어요. 차장 아주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라고 알려주었어요. 버스에서 내렸어요. "여기 대체 어디에 중앙 우체국이 있다는 거야?"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았지만 우체국 비슷하게 생긴 건..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0 태국 여행 - 방콕 넝캠 구역 타위 왓타나 운하 Khlong Thawi Watthana

2015년 6월 15일. 드디어 방콕을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어요. 전날 짐을 모두 꾸렸기 때문에 매우 느긋한 아침이었어요. 오늘은 마땅히 할 것이 없었어요. 짐을 숙소에 맡기고 돌아다니다 돌아와서 짐 찾아 바로 기차역으로 가야 했거든요. 야간 이동이 있는 날이라 오늘은 어디 한 곳을 더 보는 것보다 몸에 땀이 덜 나는 것이 중요했어요. 옷이 땀에 푹 젖어도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할 수 없으니까요.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일단 조식을 챙겨먹으러 1층으로 내려갔어요. 조식을 챙겨먹고 숙소 앞 벤치에 앉았어요. 더웠어요. 태국인들이 태국의 계절에 대해 hot, very hot, very very hot, terribly hot 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그렇게 햇볕이 쨍쨍한 아침도 아닌데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9 태국 배낭 여행 - 방콕 카오산 로드, 프라쑤멘 요새

중요하다는 절을 돌아볼까? 카오산 로드를 가볼까? 왓 아룬까지 왔기 때문에 카오산 로드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후아람퐁역에서 카오산 로드까지 가는 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왓 아룬에서는 배를 타고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올라가면 카오산 로드까지 쉽게 갈 수 있었어요. 방콕에 있는 다른 중요하다고 하는 절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카오산 로드 가는 것이 더 쉬운 길이었어요. 배만 타고 가면 되었으니까요. 카오산 로드만 가기 위해 거기를 가는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거기가 어떤 분위기일지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거기에 다른 무언가 볼 것이 있어서 그것을 보러 갔다가 곁다리로 보는 것이라면 몰라도 카오산 로드만 보러 가는 것은 제게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태국 관광 산업을 조사하러 온 것도 아니었고, 거기가 보나..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8 태국 방콕 왓 아룬 사원 (새벽 사원) วัดอรุณ, Wat Arun

왓 포 사원에서 나오면서 고민이 하나 시작되었어요. '점심 뭐 먹지?' 아침을 먹어서 점심을 꼭 먹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점심을 안 먹으면 언제 먹을지 모르는 저녁을 먹기 전까지 배가 많이 고플 것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침을 먹었기 때문에 점심을 지금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이 딱 점심 시간이었기 때문에 지금 점심을 먹지 않으면 저녁 먹는 시간까지 덩달아 매우 애매해질 것이 안 봐도 뻔했어요. 평소에도 상당히 어정쩡한 시간에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식사를 해서 저녁 먹는 시간이 애매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배가 고프지는 않은데 식사를 안 하면 체력이 이따 급격히 떨어질 수 있었어요. 게다가 지금 점심을 먹는다면 길거리 음식을 먹어도 만든지 그렇게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7 태국 방콕 왓 포 사원

2015년 6월 14일 아침 8시 30분.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원래는 이 즈음에 이미 식사를 마치고 올라와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지만 오늘 아주 일찍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8시 30분까지 잤어요. 이것도 제 기준에서는 매우 이른 아침이기는 했지만요. 이렇게 조금은 느긋하게 아침에 일어난 이유는 이날이 바로 일요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오늘은 일요일이니 단체 관광객이 아침부터 왓 포, 왓 아룬으로 몰려올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을 거다.' 전날 잠자기 직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요일이라면 단체 관광객들 및 개인 관광객 상당수가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이나 짜뚜짝 주말 시장으로 많이 빠질 거에요. 이 둘은 주말에만 열리는 곳이니 단체 관광객들은 분명히 담넌 싸두악 쪽으로 다 몰리고,..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6 태국 배낭 여행 - 방콕 짜뚜짝 주말 시장

'진짜 잠 안 오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어요. 카오산 로드를 꼭 가봐야 할 건가? 머리 속에서 이 질문이 계속 맴돌았어요. '태국 배낭 여행'이라고 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나오는 곳이 '카오산 로드'. 카오산 로드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었어요. 태국에 '카오산 로드'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은 2006년이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카오산 로드 글을 본 것이 못해도 몇백 개는 될 거에요. 태국 배낭여행 여행기라고 올라오는 글을 보면 카오산 로드 이야기가 거의 필수적으로 나오니까요. 오직 태국 여행하는 사람만이 태국에 오는 것이 아니라 미얀마나 인도 여행 가는 사람들도 방콕에서 조금 머무르다 가기 때문에 미얀마 여행기 읽는데 곁다리로 접하고, 인도 여행기 읽는데 곁다리로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5 태국 펫부리 특별 음식 머깽 หม้อแกง, 금요일 방콕 짜뚜짝 야시장

"드디어 버스 터미널이네." 휘청거리며 버스 시간표를 보았어요. 이제 여기를 더 돌아다닐 체력도 정신도 없었어요. 어서 빨리 방콕 돌아가서 저녁을 먹고 싶었어요. "지금 출발하는 표는 없어요. 7시에 있어요." 방콕으로 가는 미니밴은 있었지만 이미 만석이었어요. 그나마 자리가 있는 가장 빠른 것은 7시 출발하는 미니밴이었어요. 7시 미니밴 표를 구입하고 주변을 잠깐 돌아다녀보았어요. 딱히 볼 것이 없었어요. 이 주변에 야시장도 있다고 했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야시장이 제대로 열리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어요.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을 닫고 있었거든요. 이미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구요. 뭔가 먹을까 했지만 7시까지 시간이 정말 애매하게 남아서 버스 터미널 대..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4 타이 펫부리 여행 - 페차부리 왓 프라 논 วัดพระนอน, 시내 풍경

땀 카오야이 사원에 올 때 타고 온 뚝뚝을 다시 탔어요. 하늘은 소나기가 내릴 것처럼 회색빛 구름이 가득했어요. 오후 4시 40분. 다음 목적지인 왓 프라 논 วัดพระนอน 에 도착했어요. 이곳은 펫부리 관광 안내 팻말에는 왓 프라 논으로 되어 있었고, 가이드북에는 왓 풋타 싸이얏 วัดพุทธไสยาสน์ 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정작 절에는 '위하라 프라 논'이라고 적혀 있었구요. 아까 동굴 사원은 분명히 관광 안내 팻말 보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서 잘 갔는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고, 이번 절은 관광 안내 팻말에 나와 있는대로 물어보아서 가니 제대로 오기는 한 것 같은데 가이드북에는 없었어요. 나중에야 가이드북에 이 절이 '왓 풋타싸이얏'이라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기는 한데, 딱히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3 태국 배낭 여행 - 펫부리 카오왕, 카오 여이 동굴 사원

건물 앞에는 프라 나콘 키리 국립 박물관 Phra Nakhon Khiri National Museum 이라고 적힌 팻말이 있었어요. 돈 내고 들어왔으니 전부 다 보고 가겠다는 일념으로 올라가 보았어요. 그냥 보수 공사중이고 크게 볼 것은 없었어요. 조금 더 가자 조그만 인공 샘이 나왔어요. "저기까지 가야되는구나." 멀리 하얀 쩨디가 보였어요. 저 쩨디까지 올라가야 했어요. "저기까지 언제 가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벌써 숨이 차고 땀이 뻘뻘 나서 옷이 흠뻑 젖었어요. 카오왕은 산 능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곳이고, 입구는 능선을 타고 가는 관람로 중간 지점에 있었어요. 한쪽 끝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 다른쪽 끝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능선 자체가 험한 것은 아니었어요. 산 아래부터 걸어서 올라왔다면 매우 ..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2 태국 여행 - 방콕에서 미니밴 타고 펫부리 가기

제가 절대 약속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갈께."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것만큼은 약속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건 제가 못하는 것이거든요. 아무리 노력해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무리. 아침 일찍 출발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그냥 밤을 새버리고 말아요. 여러 번 시도해보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혼자 힘으로 절대 되지 않더라구요. 아무리 알람을 시끄럽게 울리도록 설정해 놓아도 못 일어나요. 알람 때문에 주변 사람들 다 일어나고 짜증내도 못 일어나요. 결국 알람을 맞추어놓으면 알람 때문에 일어나기는 해요. 그 알람 소리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그 알람 듣고 다른 사람이 일어나서 알람을 끄면서 저를 깨우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죠. 마음 같아서는 아침 일찍 펫부리로 가고 싶었어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1 태국 방콕 아눗싸와리 (전승기념탑)

2015년 6월 11일. 눈을 떠보니 아침 9시였어요. 일단 아침을 먹으러 1층으로 내려갔어요. 식권을 받아서 음식을 받아서 먹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요. 전날 땡볕 아래에서 열심히 돌아다닌 부작용이었어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전날 마신 물이 얼마인데도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아침을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대충 먹어치우고 밖으로 나갔어요. "아, 더워!" 오늘도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태양. 벌써부터 뜨거웠어요. 방으로 돌아왔는데 마침 청소하시는 분들이 돌아다니고 계셨어요. 그래서 청소를 부탁했어요. "저 방에서 사진 찍어도 되나요?""예. 찍어요." 제 방 맞은편 방은 비어서 청소를 하기 위해 문이 열려 있었어요. 맞은편 방에서 내려다본 전망이 어떤지 궁금해서 허락을 받..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0 타이 아유타야 왓 나 프라멘, 왓 로까야 수타

"이제 드디어 섬 바깥 절을 보러 나간다!" 왓 프라람을 보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어요. 섬 안에서 볼 유적은 이제 끝났어요. 남은 것은 섬 바깥에 있는 유적. 섬 바깥에서 볼 유적은 두 곳이었어요. 동선을 보니 북쪽에 있는 왓 나 프라멘을 먼저 본 후, 와불이 있다고 나와 있는 왓 로까야 수타를 보면 깔끔하게 최소한의 목표는 다 달성할 수 있어 보였어요. 섬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다리가 있는 곳으로 먼저 가야 했어요. 지도로 길을 확인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 위에 올라탔어요. 자전거를 밟는 발이 매우 가벼웠어요. 왓 나 프라멘, 왓 로까야 수타만 보면 아유타야 일정이 끝날 것이었어요. 설령 시간이 아무리 많이 남는다 하더라도 더 돌아다닐 생각이 없었어요. 지도에 나와 있는 유적 상당수가 그렇게..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39 태국 아유타야 왓 프라 시산펫, 왓 프라 람

"이제 왓 프라 시산펫 보고 점심 먹어야겠다." 일단 주변에 식당이 보이지 않았어요. 점심을 먹으려면 이곳에서 멀리 걸어나가야 했어요. 지금 이 땡볕 아래에서는 1mm라도 덜 걷고 싶었어요. 다행히 배가 크게 고프지는 않았어요. 그저 목이 마를 뿐이었어요. 돌아버릴 것처럼 더웠고, 목만 말랐어요. 액체를 아무리 뱃속으로 흘려보내도 소용이 없었어요. 이 정도로 콜라와 물을 계속 마시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기 마련인데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동선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은 바로 옆에 있는 왓 프라 시산펫을 보고 점심을 먹는 것이었어요. "별로 배고프지도 않고..." 그저 타는 목마름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갔어요. 입장료는 이번에도 50바트. 들어가자마자 이곳이 아유타..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38 태국 아유타야 왓 프라 몽콘 보핏 Wat Phra Mongkhon Bophit

"헉! 벌써 11시 되어가잖아!" 왓 마하탓을 다 보고 나오니 10시 45분. 왓 랏차 부라나를 다 보고 나왔을 때가 9시 30분 조금 넘었을 때였어요. 왓 마하탓을 둘러보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각을 확인해보니 한 시간 동안 둘러보았어요. 왓 랏차 부라나는 그렇게까지 볼 게 없었고, 왓 마하탓도 나무 뿌리가 품고 있는 불상 머리 외에는 그렇게까지 오랫동안 사람의 발을 묶어놓는 곳이 없었어요. 날이 워낙 더워서 천천히 걸어다니며 보기는 했지만 한 곳에 지나치게 오래 서 있었던 곳은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규모가 크고 하나하나 잘 살펴보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보니 왓 마하탓에서만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그 부처님 머리가 무슨 시간을 축지법으..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37 태국 아유타야 왓 랏차 부라나, 왓 마하탓

우르릉 꽝! 불을 끄고 자리에 눕자 천둥과 번개가 치고 스콜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태국 와서 3일 연속으로 밤에는 스콜이 내리고 있었어요. 예전 어떤 글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태국 우기에는 스콜이 자주 내리는데 주로 밤에 내리고, 스콜이 밤에 내려주어야 다음날이 그나마 선선하다고 했어요. 이게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스콜이 내리든 말든 상관없이 낮에 무지 더운 것은 사실이었어요. 하루에 샤워를 6번 했다는 것에서 얼마나 더운지 증명되었어요. 밖에서 돌아다니다 들어와서 샤워한 것이야 그렇다 치지만, 마지막에 샤워하고 에어컨 바람 쐬고 있는데도 더워서 다시 찬물로 샤워한 것은 얼마나 더운지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어요. 폭우처럼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다 아침 8시 즈음..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36 태국 아유타야 야시장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처음 타고 왔던 뚝뚝 기사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보트 기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드린 후, 뚝뚝에 올라탔어요. 태국인 커플은 선착장에 올 때 다른 뚝뚝을 타고 왔지만 돌아갈 때에는 제가 탄 뚝뚝과 같은 뚝뚝을 탔어요. 뚝뚝 기사는 태국인 커플에게 어느 숙소에 머무르고 있는지 물어본 후, 태국인 커플을 먼저 데려다준 후 제가 머무르고 있는 숙소로 가겠다고 했어요. 숙소로 돌아오니 진짜 밤이었어요. 숙소 주변에는 저녁을 먹을 식당이 보이지 않았어요. "아까 야시장 가서 저녁 먹으라고 했었지!" 아까 숙소에서 알려준 야시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밤이라 모기가 더 많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어요. 걸어가는 동안 팔을 스치고 지나간 모기가 여러 마리였어요. 다행히 모기에게 뜯기지는 않았어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35 태국 아유타야 보트 투어 - 왓 풋타이 싸완, 왓 차이 왓타나람

"저 하얀 탑이 왓 풋타이 싸완인가?" 보트는 천천히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오후 5시 15분. 드디어 왓 풋타이 싸완 Wat Phutthai Sawan 에 도착했어요. 역시나 관람시간은 20분이었어요. "여기는 볼 만한 것이 뭐가 있지?" 배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저를 반긴 것은 바로... 닭 조각이었어요. "여기는 닭을 모시는 사원이야? 왜 절 입구에 닭 조각이 이렇게 많아?" 이 절에 왜 닭 조각이 많은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닭 조각이 많다는 것은 이 절이 닭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 하지만 왜 닭 조각이 많이 있는지 설명을 찾을 수 없었어요. 가운데에 있는 인물상 5기는 태국 왕들의 동상인 것 같아 보였어요. 그러나 이 역시 그것으로 끝. 아무리 설명을 찾아보려 해도 이것과 관..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34 태국 아유타야 보트 투어 - 왓 파난 청

네 명이 모두 타자 보트가 출발했어요. 모터 보트는 강 위를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어요. 조금 지나지 않아 부레옥잠 뭉텅이가 앞을 가로막았어요. '이거 피해갈 건가?' 보트는 부레옥잠 뭉텅이를 정면돌파했어요. 물이 바바박 튀었고, 보트 안으로 부레옥잠 이파리가 살짝 들어왔다 순식간에 빠져나갔어요. "완전 밀림 대탐험같아!" 여기는 사실 밀림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어요. 양 옆으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어요. 밀림 분위기와는 전혀 거리가 먼 곳. 그런데 보트가 부레옥잠 뭉텅이를 쫙 가르고 나가자 지금 여기가 열대 밀림 아닌가 하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월남전 영화에 나오는 베트콩들의 침투 장면 같은 느낌이었어요. 베트남에서 했던 투어에서 탔던 보트는 사람이 손으로 저어서 가는 보트였어요. 그래서 매우 조용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