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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7박 35일 (2009) 62

발칸 유럽 및 중부 유럽에서 사 온 우표

7박 35일 여행을 하며 원래 저의 취미인 우표 수집을 위해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구입했어요. 처음에 구입한 것은 지갑을 분실하며 같이 다 잃어버렸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돌 때 이 우표들을 구입했죠. 그림은 처음 구입했던 것에 마음에 드는 것이 더 많았어요. 하지만 잃어버린 건 어쩔 수 없지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행 다니며 모으기 위해 우표를 구입할 때에는 웬만하면 보통 우표를 구입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랍니다. 먼저 알바니아 우표에요. 코소보 우표 코소보 우표는 정말 추억이 깊어요. 한 번 다 돌고 다시 돌 때, 코소보 프리슈티나에 일요일에 들어갔는데, 한나절 있다가 바로 나갈 거라 코소보 우표는 결국 다시 못 사겠다고 체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운 좋게 일요일에 문을 연 우체국을 찾았고, 거기가서 사..

7박 35일 - 60 에필로그

어렸을 적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소설을 매우 좋아했어요.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에 주인공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돌아오는 배를 구입하는 장면이었어요. 끝까지 안 팔겠다는 미국인에게 현금 뭉치를 턱 보여주며 한 방에 미국인을 무너트리는 장면이 압권이었어요. 해외여행을 하며 이 소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이유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 일행이 동쪽으로 여행을 진행하거든요.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것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피곤하고 시차 적응도 어려워요. 그 절정은 바로 날이 밝을 때. TV에서 보면 필름을 빨리 돌려서 동이 트는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딱 그것을 현실로 보는 기분이에요. 비행기에 타자마자 맥주캔 3개를 연달아 마셨어요. 빨리 취해서..

[체코 여행] 7박 35일 - 59 체코 프라하 성비투스 대성당

"아침 드세요!" 주인 아저씨께서 깨우셔서 일어났어요. 오늘은 귀국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귀국을 할 생각을 하니 속이 울렁거렸어요. 여행을 더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돌아가야만 하는 날. 밥을 먹고 샴푸만 가지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은 후 짐을 꾸리고 카메라와 지갑만 들고 밖으로 나왔어요. "어디를 갈까?" 여행 마지막 날을 무미건조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여행 마지막 날을 무미건조하게 보내면 가뜩이나 귀국하는 게 싫은데 귀국해서 더 많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선택권은 많지 않았어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프라하성으로 가는 것 밖에 없었어요. 이런 것을 지나서 오늘도 건넌다, 카를교! 처음 왔을 때에는 조금 신기했지만 이제는 전혀 신기하지 않았어요. '또 ..

7박 35일 - 58 체코 프라하

민박집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로 일단 중앙역으로 갔어요. "여기 내가 처음에 왔던 역이잖아!" 수수께끼는 거의 다 풀렸어요. 서울에 영등포역과 서울역이 있는 것처럼 여기도 중앙역과 아침에 내린 휑한 역이 있는 것이었어요. 만약 여기를 다시 오지 않았다면 귀국해서도 왜 그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계속 고민했을 거에요. 중앙역에서 나오니 너무나 낯익은 풍경이 펼쳐졌어요. 굳이 사진으로 찍어온 민박집 가는 길을 보지 않아도 대충 찾아갈 수 있었어요. 민박집 앞에 도착해 벨을 눌렀어요. "살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속으로 외쳤어요. 설마 쫓아내겠어. 지금이 성수기여야 맞기는 하겠지만 한국에서 체코 오는 것은 그다지 성수기도 아니에요. 해외 여행은 국내 여행과 달리 방학이 성수기인데 지금은 4월 12..

7박 35일 - 57 체코 프라하 카를교

정말 본능적으로 원하지 않았지만 두뇌가 판단을 거부하는 바람에 헤매는데 더욱 큰 문제가 생겼어요. 화장실! 다행히 큰 일은 아니었어요. 방광에 슬슬 자극이 오기 시작했어요.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화장실을 들려서 소변이라도 보고 내리곤 했는데 이날은 급히 내리느라 화장실은 당연히 못 갔고 세수도 못했어요. 기차역에서는 제 기억과 전혀 다른 기차역이라서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중요한 것은 여기는 돈 내고 화장실 가야하는 나라. 우리나라에서라면 일단 화장실 들려서 물이라도 조금 빼고 가자는 식이지만 여기서는 정말 급할 때 아니면 절대 화장실 안 가는 게 좋아요. 괜히 물이나 빼고 가자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돈을 지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더욱이 무슨 10원, 20원 던져주..

7박 35일 - 56 체코 프라하

드디어 혼자 하는 여행. 이제 목표는 오직 하나, 무사 귀환이었어요. 이때만 해도 프라하 성은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내일 바로 공항에 가서 하룻밤만 노숙할까?' 프라하에서 더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체력도 없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노숙하고 바로 떠나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어요. 하지만 문제는 비행기 시각이 너무 늦게 있다는 것. 보나마나 다음날 새벽에 도착할텐데 비행기는 프라하 도착한 다음날 저녁. 공항에서 노숙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었지만 결정적으로 노숙을 할 만큼 체력이 되느냐도 문제였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전날 부다페스트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다는 것이었어요. 혼자 기차를 타고 야간이동을 하려니 확실히 귀찮고 신경쓰였어요. 씻으러 화장실에 가는데 카메라 가방을 들고 가야..

7박 35일 - 55 헝가리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도착하자마자 호텔을 찾았어요. 민박을 찾는 것은 무리. 예전에 인터넷을 검색해본 결과 부다페스트에는 민박이 없었어요. 멀리 돌아다닐 힘도 없어서 켈레티역 근처 호텔에서 방을 잡았어요. 방은 하룻밤에 80유로. 가격은 프랑스 파리와 똑같았지만 3성 호텔이었어요. 방에 들어가니 정말 방이 으리으리했어요. 너무 커서 방을 '걸어다녀야' 했어요.이렇게 큰 방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침대에 드러누웠어요. 잠이 밀려왔어요. 눈을 떴을 때에는 오후 6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어요. 잠깐 눈 좀 붙인다는 것이 너무 깊게 잠든 것이었어요. 잠에서 깨어났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문을 열었더니 후배가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별 일 없었어요?" "오빠 방 몇 번 노크했는데 문 안 열어주어서 ..

7박 35일 - 54 세르비아 노비사드

"여기 왜 이리 크지?"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 요새를 걸으며 크게 힘들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어요. 그런데 여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경치는 정말 환상적으로 좋았어요. 하지만...이놈의 더위! 가뜩이나 피곤한데 날은 엄청나게 더웠어요. 푸른 풀이 돋아나서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조용히 연인과 걸으며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였어요. 모든 조건이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하기 좋은 조건이었어요.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네 번은 걸을 만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더워! 피곤해! 왜 끝이 안 보여!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저 문까지도 못 갔어요. 요새에서 내려다본 노비사드. 너무 강렬하지도, 너무 희미하지도 않은 적당한 아름다움이었어요. 날이 좋아서 요새에서 노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

7박 35일 - 53 세르비아 노비사드

피곤한 것 치고는 기차에서 일찍 눈을 떴어요. 기차는 베오그라드에 거의 다 왔어요. 창밖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어요. 이 쓰레기 매립장같이 생긴 곳이 바로 집시 마을이에요. 집시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바로 집시는 이동하며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거에요. 하지만 거의 모든 집시들은 정착해서 살아요. 그리고 그들이 사는 동네는 말 그대로 빈민굴이에요. 여기가 바로 집시들이 사는 마을이에요. 기차가 빨라서 더 최악인 부분은 찍지 못했어요. 간단히 표현하자면 '쓰레기더미에서 살고 있었어요'. 베오그라드역에 도착하자마자 노비사드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 시각을 알아보았어요. 오늘 베오그라드를 또 본다면 베오그라드만 3일째 보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도시에 가서 구경을 하고 부다페스트..

7박 35일 - 52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인민궁전

역시나 또 아무 것도 없는 길거리에서 내려주었어요. 지난 번에 왔었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놀랄 일이 없었어요. "이런 것도 생겼네!" 삭막한 부쿠레슈티도 봄이 오자 변했어요. 정말 계절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부쿠레슈티에 와서 볼 것은 정해져 있었어요. 인민궁전과 농총 박물관 (Museul Satului)를 보는 것이 오늘의 목표. 인민궁전을 찾아가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워낙 큰 건물이라 멀리에서도 매우 잘 보였어요.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거리에 차는 엄청나게 많았어요. 아마 출근 시간이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이것이 인민궁전. 인민 궁전 앞 거리에요. 신경을 많이 써서 꾸민 것 같은데 예쁘지는 않았어요. 왜 세계에서 정말 흉측한 건물 순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지 이해가 되는 풍경이었어요. 인..

7박 35일 - 51 불가리아 벨리코 투르노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세르비아-불가리아 국경은 꽤 멀리 떨어져 있어요. 전날 너무나 최신식인 기차는 오직 하루로 끝났어요. 다시 후줄근한 기차에 올라탔어요.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졌어요. 음냐음냐 쩝쩝쩝 정말 깊게 잤어요. 이제 점점 체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어요. 야간이동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제 머리가 무언가에 닿기만 하면 깊이 골아떨어졌어요.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에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졸리지 않더라도 차에 타면 자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누군가 저를 거칠게 흔들어 깨웠어요. 눈을 떴어요. 분명히 불을 끄고 객실 문을 걸어잠그고 잤는데 불이 켜져 있었어요.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가 난 백인의 거대한 얼굴. '이것이 말로만 듣던 강도!' 순간 머리에서 많은..

7박 35일 - 50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차에 올라탔어요. 베니스에서 베오그라드로 가는 기차 역시 침대칸만 있다고 해서 침대칸에 탔어요. 우리가 탑승하자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갔어요. 베오그라드까지 국경심사를 두 번 받아야 하는데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가 대신 국경심사를 받아준다고 했어요. 도중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점이었어요. 일반 객실과 침대칸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차표를 보니 자그레브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했어요. 그래서 승무원에게 자그레브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하냐고 물어보았어요. 승무원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기차 내부는 낡고 후줄근했어요. 발칸 유럽에서 타고 다니던 그 기차였어요. 씻으러 화장실에 갔어요.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아마 세르비아 기차인 것 ..

7박 35일 - 49 이탈리아 베니스

기차에 타는데 이탈리아 학생들 한 무리와 선생님 몇 명이 올라탔어요. "오늘 잠 잘 자기는 글렀다." 침대칸이었기 때문에 아무 자리나 가서 앉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좌석에 가서 앉아 있다가 누워야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표를 아침에 구입했어요. 기차에 올라타서 지정된 좌석에 가서 앉았어요. "실례하지만 좌석 좀 바꾸어줄 수 있나요?"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좌석 좀 바꾸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어느 좌석과 바꾸어달라고 하는지 가서 보았어요. 바꾸어달라고 하는 객실에는 엄청난 체취를 풍기고 있는 인도인 가족 4명이 타고 있었어요. 문제는 우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체취도 문제였지만 인도인 가족의 짐이 너무 많았어요. 객실 한가운데에 정말 '산 처럼' 쌓아 놓았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짐은 배..

7박 35일 - 48 프랑스 파리

"유리 피라미드다!" 유리 피라미드는 책에서 꽤 많이 보았어요.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어요. 정말 엄청난 인파. 처음에 무슨 식물원 온실인줄 알았어요. "여기 뭐 하는 곳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궁금해서 유리 피라미드로 갔어요. 여기가 루브르구나! 유리 피라미드가 루브르 박물관 입구라는 사실은 몰랐어요. 루브르 박물관 유명한 거야 두 번 말하면 잔소리죠. 유리 피라미드도 꽤 많이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유리 피라미드 = 루브르 박물관' 이라는 생각은 지금껏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어요. 정작 유리 피라미드 앞에 가서야 여기가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루브르 박물관을 들어가기엔 늦은 시간이라서 요금이나 보고 가기로 했어요. 금요일 오후 6시 이후에는 할인된 요금이라는 문구를 ..

7박 35일 - 47 프랑스 파리

프랑스 파리를 가기 위해 제가 세운 원칙을 또 버려야 했어요. 정말 어쩔 수 없이 침대칸에 탔어요. 지금까지는 계속 일반 객실에서 잠을 잤지만 이때 처음 침대칸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어요. 침대칸은 매우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었어요. 2등실 침대칸은 6명이 잠을 자는 방식. 침대칸은 짐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아야 했고, 그래서 방이 더욱 비좁았어요. 일반 객실 의자에 드러누워 자는 것보다 훨씬 불편했어요. 말이 좋아 침대칸이지 일반 객실 의자 위에 누워 자는 것보다 훨씬 불편했어요. 게다가 자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 같이 자서 다 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매우 불편했어요. 제가 잠에서 깨었을 때 기차는 프랑스 안을 달리고 있었어요. 방금 비가 멈춘 듯 하늘은 흐렸고 대..

7박 35일 - 46 이탈리아 베니스

우리가 탈 기차는 새벽 2시 반 기차였어요. 류블라냐 밤거리를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역시나 작은 동네. 얼마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계속 제자리만 맴돌고 있었어요. "우리 기차역으로 돌아가요." 후배가 기차역 대합실에서 앉아서 쉬다가 기차를 타자고 했어요. 날이 어두워진 유럽의 거리는 우리나라처럼 안심하고 돌아다닐 거리는 확실히 아니었기 때문에 무의미하게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짓을 그만하고 기차역으로 가서 쉬기로 했어요. 어두컴컴한 대합실. 잠을 자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어요. 밤이 깊어갈수록 기온도 뚝 떨어져 갔어요. 말이 새벽 2시이지, 기차역에 들어온 시각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긴 시각이었어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었어요. 가끔 후배와 잡담하는 것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한국..

7박 35일 - 45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용다리 Zmajski most

성에서 내려와 다시 시내를 향해 걸어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어요. 아무리 도시가 작아도 그렇지, 여기는 엄연한 한 나라의 수도에요. 그런데 벌써 성까지 다 보았어요. 성도 크지도 않았어요. 어쨌든 여기를 와서 발칸 유럽 국가는 전부 간 것이 되었어요. 아까 성에서 본 성당에 간 후,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사고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류블라냐 관광을 잘 하는 방법 - 첫 번째, 절대 그 어떤 기대나 상상도 하지 말 것. 정말 기도에 집중 잘 하게 생긴 교회였어요. 너무 휑해서 아직도 공사중인 교회인줄 알았어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사바 교회가 이렇게 생겼다면 이해를 해요. 그 교회야 겉만 완성해놓은 교회이니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사바교회보다도 더 휑하고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것은 어떻게..

7박 35일 - 44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Ljubljanski grad 류블랴나 고성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슬로베니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버스느 반드시 크로아티아를 통과해야만 해요. 구 유고 연방 국가 가운데 그 어떤 나라도 크로아티아를 거치지 않는 한 슬로베니아에 갈 수 없어요. 좋게 생각한다면 여권에 도장을 추가로 찍을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해요. 여권에 도장이 두두두두 찍혀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뭔가 기분이 좋기는 한데 이거는 솔직히 뻥치는 느낌이 있는 도장이에요. 그래도 안 찍어주는 것보다는 2개고 3개고 마구 찍어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것은 사실이었어요. 야이체를 지나자 더 이상 창밖 풍경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야심한 시각에 창밖에 보이는 것은 야경인데 불빛이 없으니 보이는 게 없었어요. 그냥 시커먼 창밖을 보느니 눈이라도 조금 붙이는 것이 낫겠다 싶었어요. 작년..

7박 35일 - 43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Yellow Bastion

표를 구입하고 버스 터미널에 짐을 맡긴 후 점심을 먹으러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왔어요. 간단히 점심을 먹고 사라예보의 공원에 가기로 했어요. 트램 타러 가는 길에 본 유고 연방군 및 세르비아 민병대의 사라예보 포위도에요. 이때 사라예보 시민들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땅굴 때문이었어요. 유엔이 공항에 보급품을 내려놓으면 땅굴로 사라예보 시내로 보급품을 운반, 도시에 물자를 공급해서 버텼대요. 이것은 유고 내전 지도에요. 내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단연코 보스니아, 코소보에요. 크로아티아에서도 많은 전투가 일어났지만 보스니아는 그냥 전국이 전쟁터로 나와 있어요. 유고 내전 중 유일하게 전쟁이 없었던 곳은 마케도니아 밖에 없어요. 여기는 전쟁 없이 조용히 독립한 유일한 국가에..

7박 35일 - 42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문을 열었어요. "오빠, 10시에요." "예?!" "11시까지 체크아웃이에요. 빨리 준비해요!" 후배 말에 정신없이 씻고 짐을 꾸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다행히 11시를 넘기지 않아 추가 요금은 물지 않아도 되었어요. "달러로 내도 되나요?" "아니요. 유로나 보스니아 카엠으로 내세요." "달러 안 되요?" "안 되요." 다행히 일요일이 아니라 은행에 가서 환전을 해서 지불하면 되는 일이었어요. 여기는 환전을 하려면 여권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여권 없으면 환전을 안 해줘요. 돈과 함께 여권을 제시해야만 환전을 해주는 나라에 속해요. "여권 주세요." "돈 내세요." "환전하려면 여권이 필요해요. 제 친구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전날 카운터..

7박 35일 - 41 몬테네그로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아침 9시 35분. 울친 구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자축하며 버스에 올라탔어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잠들었어요. 기억난다고 할 게 없어요. 진짜 의자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었어요. 다행히 버스 종점은 포드고리차였어요. 아침 11시 35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 도착했어요. 버스 시각을 보고 경로를 결정해야 했어요. 일단 울친에서 버스시간표는 아래와 같았어요. 울친 -> 두브로브니크 (새벽 05시 20분) 울친 -> 포드고리차 (아침 09시 35분) 두 개의 선택권이 있었는데 울친을 보고 나오기 위해 울친에서 두브로브니크로 바로 가는 것은 포기했어요. 그래서 온 포드고리차. 이제 확실히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두브로브니크로 들어갈 것인가, 다른 도시로 들어갈 것인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오늘은 ..

7박 35일 - 40 몬테네그로 울친 구시가지 Stari Grad Ulcinj

"가자!" 신나서 외쳤어요. 와~신난다! 짐을 끌고 오르막길 오르니 몸이 건강해져요. 악력 운동 제대로 되요. 거기에 오르막길 경사도 급해요. 길도 지그재그에요.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려요. 야~신난다! 짐을 끈다는 표현보다 잡아 댕긴다는 표현이 맞았어요. 진짜 너무 신나서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입에서 욕이 나오고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후배의 짐도 끌어주고 싶었지만 제 짐 끄는 것도 충분히 벅찼어요. 소가 달구지 끄는 기분이 어떤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어요. 그냥 곧은 길을 짐을 끌고 가면 그래도 나을 거 같은데 길은 계속 꼬불꼬불했어요. 잠깐 쉬려고 섰어요. 쉬는데 쉬는 게 아니었어요. 가방이 제 멋대로 뒤로 자빠지려고 했기 때문에 쉬는 동안에도 가방을 잡고 있어야 했어요. ..

7박 35일 - 39 몬테네그로 울친

국경심사를 받고 바로 다시 골아떨어졌어요. 깊게 자다 잠시 눈을 떴어요. 버스 안도 밖도 어두컴컴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어요. 시계를 보았어요. 포드고리차 도착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어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잠이 덜 깨어서 비틀거리며 운전기사 옆으로 갔어요. "포드고리차 멀었어요?" "포드고리차 지나갔어." "예? 저 포드고리차에서 지나가는데요?" "포드고리차 지나갔어. 울친에서 내려!" 그제서야 정신이 확 들었어요. 후배를 깨웠어요. "무슨 일이에요?" "포드고리차 지나갔대요!" "예?!" 후배도 당황해하며 잠이 깼어요. 우리 둘은 짐을 가지고 앞좌석으로 옮겼어요.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려서 버스는 거의 텅 비어 있었어요. 앞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 창밖을 보았어요. 아무 것도 보이지 ..

7박 35일 - 38 코소보 프리슈티나 - 아뎀 야샤리, Bac, u kry!

황량한 거리를 후배와 둘이 걸으니 그래도 좀 나았어요. 다시 느끼는 것이었지만 전쟁의 참상을 느끼는 도시보다 그냥 황량함을 느끼게 하는 도시였어요. 진짜 전쟁으로 인해 부서진 도시들은 보스니아에 몰려있고 여기는 스산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폐허는 아니었어요. 그냥 개발이 잘 되어 있지 않았어요. 지난번이 '저개발 + 새벽'의 힘이었다면 이번은 '저개발 + 일요일'의 힘이었어요. 계속 스산한 길을 걷다 보니 프리슈티나 국립 도서관에 도착했어요. 들어가보려 했지만 이게 사용하는 건물인지 버려진 건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어요. 디자인도 특이하기는 했지만 예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정체 불명으로 보이게 만드는 디자인이었는데 주변까지 사진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건물 안에 들..

7박 35일 - 37 코소보 프리슈티나

밥을 먹고 쿨쿨 자고 싶었어요. 그러나 정말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었어요. 버스에 탄 알바니아인들이 정말 열심히 떠들어댔거든요. "저 사람들은 졸리지도 않나." 들어올 때에는 집채만한 바위 덩어리 때문에 엄청나게 시끄러워서 잠을 다 깨었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떠들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마케도니아 국경심사를 받고 마케도니아 휴게소를 지나서야 버스 안이 조용해졌어요. "이제 잠 좀 자야지."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어요. 그러나 얼마 못 가 마케도니아 출국 및 코소보 입국 심사 때문에 또 일어나야 했어요. 여권을 차장에게 제출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마케도니아 출국 심사는 매우 간단히 통과되었어요. 이번에는 코소보 입국 심사. 역시나 내릴 필요가 없었어요. 어서 빨리 여권을 돌려주기만..

7박 35일 - 36 알바니아 티라나

"그런데 우리 열심히 다닐 필요 없지 않나요?" "예?" 후배가 힘들게 우체국까지 한 번에 가지 말고 느긋하게 스칸데르베그 광장에서 푹 쉬다가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스칸데르베그 광장 안쪽 벤치에서 쉬기로 했어요. "어이쿠! 괜히 내려왔네요!" 바닥이 자갈이라 가방이 끌리지 않았어요. 둘이 사이좋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낑낑거리며 벤치에 가서 앉았어요. "이런 게 여행이지, 오빠는 무슨 훈련하는 거 같아요!" 벤치에 앉은 후배가 툴툴댔어요.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요." 후배를 달랬어요. 다시 일어나서 가방을 들고 스칸데르베그 광장에서 나왔어요. 가게에 가서 후배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 들려주고 우체국에 갔어요. 크게 심호흡을 했어요. 여기도 우표를 사려면 한참 옥신각신해야 하는 것은 보나마나 뻔한 ..

7박 35일 - 35 알바니아 티라나 인공 호수 Liqeni artificial i Tiranёs

알바니아 입국 심사를 받고 잠을 자고 있는데 후배가 저를 깨웠어요. "오빠, 일어나요!" "예? 왜요? 뭐 일 터졌어요?" "저 자리로 옮겨 앉으래요." 버스 기사가 왼쪽에 앉아 있는 승객들 모두 일어나서 오른쪽에 가라고 했어요. 버스가 텅 빈 버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오른쪽에 앉을 자리가 없었어요. "아...다른 승객들 또 태우려고 그러나! 거 참 짜증나게 하네." 서로 연락하고 자리를 비워주어야 하는데 연락이 잘못 가서 우리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가뜩이나 졸린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니 짜증이 확 났어요. 그래도 다 옆으로 가기에 저도 같이 갔어요. 옆에서 혼자 궁시렁대며 서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버스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어요. "오빠, 길에 집..

7박 35일 - 34 마케도니아 스코페

계단을 다 올라와서 또 걷다 벤치가 보이자 앉아서 쉬었어요. 전혀 급하게, 그리고 무리해서 걸을 필요가 없었어요. 지금은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아니라 남는 시간을 주체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벤치에 앉아서 푹 쉬다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어요. 다른 쪽에서 보면 이래요. 동상 근처에서 햄버거를 파는 아주머니가 보였어요. 전에 니슈에서 먹은 것과 똑같은 크기에 비슷하게 생긴 햄버거를 팔고 있어서 식사 대신 하나씩 먹기로 했어요. 햄버거를 구입해 벤치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어요. 멀리 보이는 스코페 성과 바로 앞의 동상을 감상하며 열심히 먹었어요. 먹고 또 앉아서 쉬었어요. 바람만 없다면 정말 좋은 날씨였는데 바람 때문에 벤치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옷 속으로 바람이 들어와 ..

7박 35일 - 33 마케도니아 스코페

버스가 휴게소에 들어갔어요. 여기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어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잠들었어요. "오빠, 일어나요. 국경심사요." 여권을 꺼냈어요. 검문소 직원이 버스에 타서 여권을 전부 걷어갔어요.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는 국경이 아니라 검문소에요.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고 있지 않거든요. 잠시 후. 여권을 돌려주었어요. 세르비아 출국 도장은 당연히 없었고, 여권 사이에 무슨 카드가 하나 끼워져 있었어요. "도장은 안 찍어주고...이 카드는 뭐지?" 당연히 국경이 아니라 검문소였기 때문에 도장은 안 찍어주었어요. 카드가 뭔지 살펴보았어요. 이건 제가 받은 카드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이에요. 이렇게 생긴 카드를 한 장 여권에 끼워줘요. 제가 받은 것도 이것과 똑같이 생겼..

7박 35일 - 32 세르비아 니슈

"프리슈티나행 버스 몇 시에 있어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어요. 프리슈티나에 가기 위해서는 사실상 바로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기껏 니슈까지 왔는데 오자마자 다시 떠나게 생겼어요. 되도 않는 세르비아어와 불가리아어를 섞어가며 버스 시각 확인을 했어요. 매표소 직원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어요. 손짓 발짓 하고 펜으로 숫자를 써가며 알아낸 정보는 잠시 후 바로 프리슈티나행 버스를 타든가 16시에 있는 베오그라드행 버스를 타고 베오그라드로 돌아간 후 21시 30분 버스를 타고 프리슈티나에 가는 것이었어요. 당장 버스를 타면 프리슈티나에 정말 엄한 시각에 떨어질 것이 뻔했어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프리슈티나에서 1박을 하든가 아니면 베오그라드로 돌아가 프리슈티나행 버스를 타든가 둘 중 하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