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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삼대악산 (2010) 24

삼대악산 - 23 지리산 (번외편)

드디어 함양 백무동 코스 입구에 도착했어요. 칠흑 같은 어둠...까지는 아니었어요. 가로등도 켜져 있었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내려서 랜턴을 켰기 때문에 그다지 어둡지도 않았어요. 버스가 계속 들어오는데 들어오는 버스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어요. 외롭고 무서운 새벽 산행이 아니라 북적대고 정신없는 새벽 산행이 되겠구나. 슬슬 속도를 내서 걸었어요. 여기도 비가 꽤 많이 왔다고 했어요. 한참 가다가 조금 쉬고 한참 가다가 조금 쉬고 하다 보니 어느새 선두권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조금 가다보니 뭔가 보였어요. 읽어보니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가는 길은 비가 많이 와 길이 유실되었기 때문에 입장을 통제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바로 가는 길로 가야 했어요. 사람들이 이 갈림길에서 어느..

삼대악산 - 22 지리산 (번외편)

지리산 국립공원 : http://jiri.knps.or.kr/ 무언가 해야 할 것을 안 한 느낌.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높은 산과 세 번째로 높은 산은 갔다 왔어요. 바로 한라산과 설악산이에요. 한라산 높이는 외우기 쉬워요. 한국전쟁 발발년도인 1950년. 한라산 높이도 1950년. 한라산 정상은 관음사 코스, 성판악 코스 둘 다 다녀왔어요. 개인적으로는 관음사 코스로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요. 영실기암을 제외하면 한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다 관음사 코스에 있거든요. 탐라계곡, 삼각봉, 병풍바위, 왕관릉 모두 관음사 코스에 있어요. 얘네들의 특징은 올라가면서 봐야 멋있다는 것. 내려가면서 보면 특히 왕관릉과 병풍바위는 놓치기 쉬워요. 성판악 코스에서 멋있는 곳이라면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정상가는 길..

삼대악산 - 21 월악산

옆을 보니 그냥 답이 없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계단이 많고 급한데 옆은 이렇게 생겼어요. 진짜 설악산 대청봉 때처럼 바람까지 휭휭 불었다면 정말 대책 없었을 거에요. 정말 열심히 올라갔어요. 그래서 14시 40분, 정상 도착. “젊은 것을이 왜 이제야 올라와?” 친구의 친척분들께서는 정상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드시고 계셨어요. 우리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나름 열심히 올라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체력이 저질이라 너무 오래 걸렸어요. 이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었어요. “와서 밥 좀 먹어. 이거 우리 혼자 다 먹기에는 많다.” “그래, 와서 좀 먹어. 산에 와서 배고프면 안 되잖니.” 친구의 친척분들께서 우리에게 점심밥을 조금 나누어 주셨어요. 우리가 다 먹자 친구의 친척분들께서는 먼저 ..

삼대악산 - 20 월악산

쭈욱 올라가는데 열심히 산 아래로 뛰어내려가는 남녀 한 쌍을 만났어요. “야,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했어요. 남자는 정장 바지에 구두를 신었고, 여자는 원피스에 한 손에는 굽 있는 샌들을 들고 맨발로 뛰어 내려가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 한 장면이 생각났어요. - 다음 중 잘못된 부분을 찾으시오. 원피스 입고 하이힐 신은 여자와 구두를 신은 남자 그림을 주고 잘못된 부분을 찾으라는 교과서의 한 부분이었어요. 원피스 입고 울산바위 올라가는 여자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살아있는 교과서의 한 장면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돌이 물에 젖어 미끄러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교과서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물에 젖어 미끄러운 돌 위를 전력질주하며 내려가는 한 쌍의 커플을..

삼대악산 - 19 월악산

덕주사는 그럭저럭 볼 만 했어요. 전체적인 느낌은 오래된 고찰의 느낌보다는 새로 지은 절 같았어요. 덕주사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주변 풍경을 감상했어요. 덕주사를 보고 나오니 이런 것이 있었어요. 동양의 알프스라...설마 신기조산대까지 닮지는 않았겠지. 4.9km만 더 가면 영봉 정상. 걸어가면 1시간 반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 그러나 이것은 산길. 3시간 20분 동안 4.9km 간다는 건데 이 정도라면야...1시간에 1km 이상 가니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난이도. 오전 9시 45분. 드디어 산길로 들어갔어요. 산길을 걷는데 누군가 친구를 불렀어요. 알고 보니 친구의 친척분이셨어요. 친구 말로는 오랜만에 보는 친척분들이라고 했어요. 그분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일단 우리가 먼저 앞으로 가기 시작했..

삼대악산 - 18 월악산

버스에서 내려 아침 식사를 했어요. “여기 진짜 맛있는데?” “그러게. 왜 이런 식당은 서울에 없는 거야?” 순간이동 게이트를 설치하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왜 맛있고 양도 푸짐한 식당은 다 지방에 있을까요? 이 식당 위치상 시내보다는 분명 비싸요. 하지만 그래도 서울보다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장담컨대 순간이동 게이트 기술 개발되면 서울에 있는 식당 절반 이상 망할 거에요. 역시 원산지에서 먹는 맛과 양은 아무리 서울의 인심 좋은 식당도 따라가기 어려워요. “이제 등산 할까!” “가자!” 사기가 충천하여 등산을 시작했어요. 월악산 입구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어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월악산에서 조심해야 하는 구간은 영봉 가는 길. 그리고 식수를 꼭 확인..

삼대악산 - 17 월악산

월악산 국립공원 : http://worak.knps.or.kr/ 끝판 왕. 오락에서 ‘라스트 보스’를 순수 우리말로 바꾸면 끝판 왕. 설악산도 끝냈어요. 치악산도 끝냈어요. 이제 남은 것은 월악산. 해발고도도 별로 높지 않고 설악산과 치악산에 비해 상당히 덜 알려진 산. 작은누나가 갔다 온 적이 있다고 했는데 매우 힘들다고 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올라갈 만 했다는 것이었어요. 작은누나도 올라갔다고 하는데 설마 내가 못 올라가겠어. 버스가 충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이게 무슨 시외버스터미널이야?” 확실히 어마어마하게 컸어요. 게다가 안에 대형 할인마트도 있었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충주시외버스터미널은 별명이 ‘충주 공항’이래요. 그만큼 엄청 커요. “야, 여기서 그냥 장 봐서..

삼대악산 - 16 치악산

하산은 계곡길이 아니라 입석사-황골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원래 계획은 계곡길로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갔던 길 또 가기 싫다고 친구가 입석사-황골 쪽으로 가자고 해서 그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비가 왔었어요. 벌레 대신 물이 잡힌 거미줄. 거미가 물 먹었네요. 내려가는 길은 큰 특색 없었어요. 별로 힘들지도 않았어요. 사다리병창에서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당연히 아무 것도 아니었고, 다른 일반적인 산에 비해서도 험하다고 할 만한 길은 아니었어요. 그냥 정말 무난한 길. 길이 물에 젖어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단지 신발만 많이 더러워졌을 뿐이었어요. 그냥 감흥 없는 평범한 길. 드디어 입석사에 도착했어요. 16시 40분. 입석사 본당에서 조금 내려와 세수를 하고 조금 쉬..

삼대악산 - 15 치악산

일단 사다리병창 입구에 있는 표지판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치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는 사다리병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놓았어요. - 사다리병창길은 계단이 약 1,000여개 정도이며, 길이는 2.7km로 비로봉으로 가는 가장 난코스에 해당된다. 이미 인터넷으로 충분히 사다리병창에 대한 정보를 보았어요. 이게 능선길이라는데 멀리서 보면 나무에 가려져 있고 능선이라 완만하고 별 거 아닐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말 힘든 길이라고 했어요. 각오는 되어 있었어요. 사다리병창 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를 사진으로 찍었어요. 계단. 계단. 또 계단. 이제 그만 좀, 계단! 진짜 별별 계단이 끝도 없이 나왔어요. 처음에는 계단이라 ‘이까짓 계단, 그냥 기어 올라가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물량으로 밀어붙이니 ..

삼대악산 - 14 치악산

시작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날도 시원해서 걷기 좋았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이 많이 나지? 절대 힘들거나 더운 것이 아닌데 땀이 많이 나고 숨이 가빴어요. 요즘 학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그런데 설악산 갈 때도 그랬는데? 설악산 때와 분명히 몸 상태가 달랐어요. 제 몸에서 나는 땀 냄새가 확실히 달랐어요. 계곡길을 걷는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어요. 전날 인터넷에서 치악산과 월악산 정보를 수집, 분석하며 알게 된 것 한 가지. 사람들이 한결같이 치악산에서는 ‘사다리병창’만 조심하라고 했어요. 치악산 사다리병창은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장비 없이 갈 수 있는 산행길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험한 길이라고 했어요. 치악산은 ‘사다리병창’만 빼면 별 거 없다고 했어요. 보기만 해..

삼대악산 - 13 치악산

“구룡사 가려면 버스 갈아타야 해요.” 아무리 직행 버스를 찾아보았지만 직행 버스는 없었어요. 분명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을 때에는 직행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하여간 인터넷 정보를 다 믿으면 안 돼...직행 버스를 찾아 돌아다니다 찜질방도 찾았어요. “우리 만약 여기로 돌아오게 된다면 저 찜질방에서 자면 되겠다.” 이번 치악산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원주에서 충주로 가는 시외버스 막차가 20시였어요. 즉, 어떻게든 늦어도 19시 50분까지는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야 했어요. 만약 이 시간까지 도착 못하면 원주에서 1박 하고 충주로 넘어가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버스 정거장을 돌아다녔지만 구룡사행 직행 버스는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알려준 대로 버스를 갈아타기로 했어요. 버스 갈아타는..

삼대악산 - 12 치악산

치악산 국립공원 : http://chiak.knps.or.kr/ “야, 설악산이 우리나라 3대 악산 중 하나라던데?” 설악산 다녀와서 며칠간 다리에 힘이 없고 알이 박혀서 고생했어요. 돌아와서 학원으로 출근하는데 역에서 5~10분 걸리는 학원까지 걸어가는 길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다리가 풀리자마자 또 등산이 가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험한 산은 어디인가요?’라는 글을 보게 되었어요. 보통 3대 험한 산으로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을 뽑고 있었어요. 특히 치악산의 사다리병창, 월악산의 정상 가는 길이 험하다고 나와 있었어요. “나머지는 어디인데?” “원주 치악산하고 충주 월악산.” “그래, 한 번 가보자.” 마침 학원에서 방학이라 수요..

삼대악산 - 11 설악산

눈을 떠보니 우리가 자는 쪽에도 사람들이 꽤 잠을 청하고 있었어요. 일단 양양에 하나 밖에 없는 찜질방이래요. 그리고 확실히 어젯밤 기억에 의하면 저쪽 건물은 사람들이 넘쳐났어요. 진짜 더운 것 억지로 참으면서 자지나 않으면 도저히 그 사람들이 다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우리가 잠을 청할 때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 우리처럼 잠잘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이쪽으로 계속 보내주셨나 봐요. 씻고 밖에 나왔어요. 아침을 먹어야 했어요. “해물탕 있다. 해물탕 먹자.” 친구가 해물탕을 먹자고 했어요. 그래서 식당에 가서 해물탕 2인분을 시켰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관광지에서 잘 나와봐야 얼마나 잘 나오겠어. “대박!” 진짜 해물이 꽉꽉 찬 해물탕 냄비가..

삼대악산 - 10 설악산

정상에서 조금 쉬다 오색으로 정신없이 내려갔어요.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정말 꽤 많이 내려간 것 같았는데 한참 남았어요. 경사가 매우 급해서 확확 내려가는 것 같은데 기껏 많이 내려갔다 싶으면 다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어요. “악!” 물 먹은 돌을 잘못 밟아서 미끄러졌어요. 미끄러진 것 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장딴지가 미치도록 아팠어요. ‘근육 끊어졌나?’ 아무리 허벅지를 주물러 주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어요. 다리를 꽉 움켜쥐고 걸으면 통증이 덜한데 그런 자세로는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어요. 18시 15분. 드디어 오색으로 내려왔어요. 오색으로 내려오며 별로 인상 깊게 느껴지는 풍경도 없었고 다리도 아팠기 때문에 그냥 정신없이 내려왔어요. 그러다보니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어요..

삼대악산 - 09 설악산

“으악! 이거 뭐야!” 아마 소청봉이었을 거에요. 하여간 무슨 언덕 비슷한 것 올라가는데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사정없이 온몸을 때렸어요. 어린 아이는 충분히 날려 보낼 듯한 바람이었어요. 일단 날아가면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어요. 고향에서 바람을 많이 맞아보았지만 이 정도로 센 바람은 거의 맞아보지 못했어요. 더욱이 산에서는 맞아본 적이 없었어요. 수난이 시작되었어요. 두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야, 조심해!” “너도 조심해!” 모자를 손에 움켜쥐고 난간에 매달렸어요. 어떻게 언덕을 넘어갔어요. 그러자 바람이 없어졌어요. “응?” “응?” 언덕 하나 넘었는데 바람이 사라져서 둘 다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바람도 없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 빨리 걸을 수 있었어요. 또 한참을 걷자 드디어 중청..

삼대악산 - 08 설악산

정신없이 올라갔어요. 계속 소시지와 초콜릿을 먹으며 가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체력 자체가 저나 친구나 저질이라서 숨이 자꾸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12시. 드디어 공룡능선에 도착했어요. 공룡능선 옆에는 헬리콥터 착륙장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공룡능선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기 위해 헬리콥터 착륙장에 올라갔어요. 위이잉 “야! 이게 뭔 바람이냐!” “바람 엄청 센데?” 헬리콥터 착륙장에 올라갔더니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고 있었어요. 사람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강한 바람. “이곳 기후가 이상한가 본데?” “그러게. 왜 헬기 착륙장에만 바람이 심하게 불지?”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내려오니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어요. 둘이서 왜 바람이 헬리콥터 착륙장 위에만 심하게 부는지 투덜거리며 다시 걸었..

삼대악산 - 07 설악산

눈부신 천당폭포를 뒤로하고 또 걸었어요. 목표는 대청봉. 천당폭포에서 너무 오래 놀 수 없었어요. 천당폭포를 넘어가자 슬슬 길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아직은 여유만만. 다람쥐 사진도 찍고 앉아서 쉬기도 하고 계곡물 받아 마시기도 하면서 갔어요. 꽤 올라와서 만난 다람쥐였는데도 우리가 뭔가 먹으면 우리 주변으로 쪼르르 달려와 우리를 바라보았어요. 혼자 먹기 미안해 소시지를 조금 잘라서 던져주어 보았더니 잘 받아먹었어요. 그리고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서 사진도 찍을 수 있었어요. “길이 슬슬 험해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하고 바보 같은 소리. 길이 험해지는 것은 당연했어요. 천불동 계곡까지 많이 올라가지 못하고 올라간 만큼 내려가고 내려간 만큼 올라가는 일의 반복. 해발고도가 많이 ..

삼대악산 - 06 설악산

아름다운 천불동 계곡. 천불동 계곡을 걸으며 뭔가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조금 올라간다 싶으면 올라온 만큼 다시 내려갔어요. 다시 올라간다 싶으면 또 올라간 만큼 내려갔어요. 산을 올라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올라간다’는 것인데 올라간 만큼 계속 내려가니 고도는 얼마 높아지지 않은 거 같았어요. 예전에는 정말 힘들었다고 하는데 계단을 잘 만들어 놓아서 산책로 같았어요. 거기에 적당히 걷다 쉬고 다시 걷다 쉬고 쉬면서 계속 소시지와 초콜릿을 뜯어 먹었어요. 등산을 하는 건지 계곡에 놀러와 계속 먹고 뒹굴거리는지 분간이 안 되는 산행이었어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말 그대로 천국이었어요. 소시지와 초콜릿은 잔뜩 남아있어서 먹어도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날은 시원하고 공기는 상쾌했어요. 진짜..

삼대악산 - 05 설악산

“우와, 계곡 진짜 예쁘다!” 감탄이 끝날 줄 몰랐어요. 아니, 끝날 수가 없었어요. 길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었어요. 비취색의 물결. 너무나 맑아서 바닥이 투명하게 다 보였어요. 안 뛰어들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 뛰어들면 과태료 부과 참았어요. 정말 뛰어들어 물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참아야만 했어요. 상수도원이라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서 바라보기만 했어요. 시작부터 너무 아름다워 앞으로 어떤 비경이 펼쳐질지 알고 싶었어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올 비경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계속 걸었어요.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비선대로 가서 대청봉을 가는 코스였어요. 비선대는 수학여행때 가 보았던 곳. 하지만 정확히 비선대까지만 갔어요. 그 이후는 어떻게 생겼는지 전..

삼대악산 - 04 설악산

시. 친구가 깨웠어요. 씻고 나가서 6시부터 등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하지만 다시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놀다가 5시 반에 나와 근처 편의점에 갔어요. “아침 먹어야지.” “나는 괜찮아.” 그다지 아침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도 굶으면 등산이 힘드니 삼각김밥으로 때우기로 했어요. 친구가 냉동 짬뽕면을 골라 전자렌지에 돌리는 동안 편의점에서 짐을 다시 꾸렸어요.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과 스포츠 음료, 점심으로 먹을 김밥까지 다 챙겼어요. 빠트린 것은 없었어요. 한 사람당 이온 음료 500ml 한 통, 물 500ml 3통, 참외 2개, 김밥 1줄, 캔커피를 준비했어요. 그리고 같이 먹을 간식으로는 초콜릿 한 봉지와 소시지 한 봉지, 제과점에서 구입한 미니 갈릭 소보로 한 봉지가 있..

삼대악산 - 03 설악산

버스는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밤 11시가 조금 넘었어요. 숙소는 찜질방. 찜질방을 미리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설마 하나도 없겠냐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속초‘시’인데 찜질방이 몇 개는 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과 함께 무작정 걷기 시작했어요. 버스 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걷다 길을 건너 계속 걸었어요. 등대공원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등대공원에 가서 속초 야경을 한 번 보기로 했어요. 전에 와서 길이 기억날 줄 알았지만 길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고 계속 걷다보니 큰 호수가 나타났어요. “우리 왠지 길 잘못 가는 거 같은데?” “그러게. 어떻게 된 게 찜질방이 하나도 안 보이냐?” 버스 터미널에서 가져온 지도를 펼쳐보며 현재 위치를 찾아보았어요. 왠지 상당히 잘못 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침 우리 ..

삼대악산 - 02 설악산

친구집에서 동서울터미널로 출발해 표를 끊었어요. “속초 2명이요.” 날이 날이어서 그런지 표가 별로 없었어요. 맨 뒷자리에서도 구석 두 자리를 받았어요. 역시 여름. 7월 중순이라 그런지 속초행 버스는 계속 매진이 되고 있었어요. 일단 가볍게 저녁을 자장면으로 해치우고 버스에 올라탔어요. “가방 아래 넣으세요.” 차장 아저씨께서 가방을 버스 아래 짐칸에 넣으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우리는 짐이라고 해봐야 한 사람당 배낭 1개가 전부였어요. “저희는 그냥 탈게요.” “배낭 들고 타시면 매우 좁아요. 배낭은 아래 넣고 타세요.” 거의 강권. 그래서 버스에서 마실 물 2통만 빼고 배낭을 아래에 넣고 올라탔어요. “뭐야! 배낭을 아래 넣을 필요 없었잖아! 자리 무지 넓네.” 이건 뭐 비행기의 비즈니스석만큼 넓은 ..

삼대악산 - 01 설악산

설악산 국립공원 : http://seorak.knps.or.kr/ 개인적으로 속초를 매우 좋아해요. 2009년, 친구와 함께 속초로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원래 속초에 갈 계획은 없었지만 강릉에서 차 없이 여행하기 너무 불편하고 크게 볼 것이 없었어요. 더욱이 둘이 조용히 맥주를 마시러 들어간 호프집 안주가 생긴 것은 참 맛있어 보였는데 맛이 아무 맛이 없었어요. 웬만하면 맛있는 소시지도 맛이 없었고 스파게티는 색은 참 그럴싸한데 편의점에서 파는 냉동 스파게티를 전자레인지에 돌린 것보다도 맛이 없었어요. 사이좋게 대분노. 당장 강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강원도 왔으면 설악산 정상을 가 봐야하지 않겠어?’라는 친구 말에 무작정 속초로 떠나 울산바위 정상을 올라갔어요. 하지만 울산바..

삼대악산 - 프롤로그

인터넷을 뒤져보면 우리나라에서 험한 산으로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이 나와요. 이 세 산을 묶어서 ‘3악산’이라고도 하구요. 나름 등산을 좋아하지만 등산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취미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등산은 거의 안 가요. 1년에 한 두 번 가는 것이 등산이에요. 그나마도 지금까지 정상을 다녀온 산이 한라산, 속리산, 관악산, 남해 금산 정도에요. 그나마 속리산도 정상만 다녀오고 정상보다 더 유명한 문장대는 가보지도 못했어요. “야, 여행가자.” 친구 K군의 전화. 하지만 저는 갈 수가 없었어요. 6월말은 중학교 기말고사 기간. 그래서 6월은 정신이 없었어요. 애들 보강도 해 주어야 하고 자습 지도도 해 주어야 했어요. 가뜩이나 애들이 중간고사 때보다 공부를 안 하고 학생들의 중간고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