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첫 걸음 (2007)2011. 12. 4. 13:27

부제 : 뒤죽박죽


01.26


오늘은 다른 일행 둘과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라는 곳으르 가기로 했습니다. '사이드의 아버지 귀하'라는 뜻이 되겠군요. 시디 부 사이드로 가기는 해야하는데 전차 정거장을 버스 정거장으로 착각했고, 전차로 시디 부 사이드까지 갈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일단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세 명이 택시를 타니 탈만 하더군요. 확실히 택시요금은 저렴했습니다. 일행이 많고 택시요금은 저렴하니 여행이 참 편하더군요.


택시를 타고 시디 부 사이드로 가는 길. 무언가 으리으리한 건물을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저곳이 바로 대통령 관저라고 했습니다. 확실히 으리으리하기는 으리했습니다. 규모도 대단하고 삐까뻔쩍 그 자체. 사진도 찍고 밖에서 구경도 하고 싶었지만 괜히 사진 잘못 찍어서 다른 사진까지 다 날릴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은 참았습니다.


택시로 시디 부 사이드에 도착해서 오르막을 조금 걸어올라가니 시디 부 사이드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습니다.


아침 9시 반쯤에 도착했기 때문에 아직 가게들이 문을 열기 전이었습니다. 관광객도 없었습니다.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안 보였습니다. 간간이 차량이 지나갈 뿐, 조용함이 아직 시디 부 사이드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에게해와 지중해를 배경으로 찍은 뭐시기 이온음료 광고가 방영된 적 있었습니다. 정말 그 광고 그 느낌이에요. 깔끔한 흰색과 푸른 문. 나도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리면 그 광고 분위기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그 광고와 시디 부 사이드의 차이점이란 바로 '차'! 수스에서 말한 것처럼 튀니지의 어느 곳이 매우 아름답고 평화롭다고 해서 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성격이 느긋하고 착한 것은 아니에요. 시디 부 사이드 거리를 질주하는 승용차와 트럭 역시 광폭한 운전. 그나마 다행이라면 길에 경사가 있어서 차량이 악셀을 마구 밟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 수스 갈 때처럼 시디 부 사이드도 공사하는 곳이 많았고, 이 공사 때문에 트럭이 이른 아침부터 다니고 있었습니다. 차만 없다면 아주 평화로운 아침의 시디 부 사이드. 그래도 좋아요. 차는 많지는 않았습니다. 단, 한 대라도 지나가면 매우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뿐이었어요.


야옹! 야옹!


예쁜 곳이 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가는데 고양이가 가정집을 무단방문하지 말라며 짖어댑니다. 여기가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남의 집을 마구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죠. 관광객도 기본은 지켜야죠. 관광객이라고 남의 집을 무단침입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닙니다.


잠깐!!!!!


고양이가 짖는다.


이거 말이 참 이상해요. 고양이는 운다고 표현하지 짖는다고 표현하지는 않아요. 짖는 것은 개가 할 일. 집을 지키는 것도 개가 할 일. 그런데 고양이가 가정집을 무단방문하지 말라며 짖어댑니다...이거 한 번 생각해보니 매우 이상한 문장. 물론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은 아니에요. 그러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문장. '고양이가 야옹야옹 짖습니다'라는 말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했고 읽어보지도 못했어. 고양이가 집을 지키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세상은 넓고 동물은 많으니 이해할 수도 있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고양이가 집을 지키기 위해 짖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야! 너는 개가 아니야! 자아정체성을 찾아!"

"야옹!야옹!"


고양이는 저의 말을 이해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지 계속 짖어대었습니다. 그래요. 이 고양이가 사람말을 알아듣는다고 해도 그건 불어나 튀니지 방언이겠죠. 한국어를 이해하는 튀니지의 고양이라면 아마 타고날 때부터 삼라만상에 대한 깨우침을 얻은 고양이일 확률이 99.9% 그런다고 이 고양이가 '자아정체성을 찾으시오'라는 말을 불어나 아랍어로 한다고 해서 알아들을 리는 없어요. 저 말을 이해하는 고양이라면 고양이가 중차량을 운전하고 인간에게 100억원대 사기를 쳤다고 해도 믿을 거야. 결론은 내가 고양이들의 의사소통방식에 사용되는 고양이 소리-즉 묘어(猫語)를 익혀서 고양이의 자아정체성을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고양이와 의사소통을 위해 나온 어학서적은 없어. 가끔 애완동물 서적에서 고양이의 행동과 그것이 무엇을 암시하는지에 다룬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고양이의 소리와 행동으로 '자아정체성'이라는 인간에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단어를 나타내는 법에 대해 나와있는 서적은 보지 못했어요. 즉 이 고양이의 자아정체성을 찾아주는 것은 포기. 방법이 없어요. 자신이 개라고 착각하는 듯한 이 고양이에게 자아정체성을 찾아주고 싶지만 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역시 모델이 예쁘니 마구 찍어도 그럴싸한 사진이 나오는군요.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햇볕도 적당하고 날도 좋았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요.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 이틀 연속 보는 지중해라지만 그냥 좋아요. 겨울에 춥지 않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매우 만족할만했습니다. 지중해 근처에 온 김에 지중해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지중해를 보러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멀리 크게 돌아서 내려가는 것과 산길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길을 타고 내려가는 길은 바다를 보러 내려갈 때 발견하지 못해서 크게 돌아가는 길로 내려갔습니다.


바다로 내려가보니 바다는 수스의 바닷물보다 훨씬 깨끗했습니다. 모래의 질은 수스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수스의 바닷물은 거의 똥물 수준, 여기의 바닷물은 보통 바닷물 수준이었습니다. 여기 바다를 보지 않았다면 수스의 바닷물도 예쁘다고 했겠지만 아쉽게도 이 곳 시디 부 사이드의 바닷물을 보고 말았습니다. 미안해요, 수스의 바닷물. 그러나 수스의 바닷물이 더러운 것은 사실이었어요. 내가 원하는 지중해 바다란 바닥까지 보이는 바다이지, 부유물이 둥둥 떠 있는 바다는 아니에요. 바다에 온 기념으로 조개껍질을 주워가기 위해 바닥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조개껍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래 속을 파 보아도 조개껍질 따위는 없었습니다. 지중해는 조개가 살지 않는 곳인가? 하여간 이틀 연속 지중해의 조개껍질 줍기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러다 정말 지중해의 조개껍질을 하나도 주워가지 못하는 것 아니야?'


사실 지중해를 보기 전부터 지중해의 조개껍질은 무척 크고 화려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기 주먹만한 예쁜 조개껍질은 상품 가치가 없어서 해변에 굴러다니고, 진짜 상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어른 머리만한 조개껍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기 주먹만한 조개껍질은 커녕 새끼손톱만한 조개껍질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가 조개껍질을 다 삼킨 것일까요? 밀물과 썰물? 아니면 이 지역은 조개가 서식하지 않는 지역? 아무리 밀물과 썰물이 조개껍질을 다 바다로 가져갔다고 해도 이렇게 아무 것도 없을 수는 없었습니다. 정말 모르겠어요. 대체 이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해변을 따라 쭉 걸어가는데 무장한 경찰 비슷한 사람이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유력자의 건물이랍니다. 별장인지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튀니지의 한 유력자의 건물이 있답니다. 다시 크게 돌아서 시디 부 사이드 입구로 돌아가기는 너무 힘들어서 무장한 경찰 비슷한 사람이 알려준대로 산길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산길 쪽으로 가는데 아까는 해변감상으로 인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해변 맞은편은 공사중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수스 가는 길도 여기저기 전부 공사중이었는데, 시디 부 사이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공사중 표지판이 나타났습니다.  튀니지 공사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삽에 손잡이가 없다는 사실.  삽질 몇 번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거에요.  삽에 손잡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일의 힘듦이 엄청나게 차이납니다.  그런데 이네들 삽에는 손잡이가 없어요.  대신 삽자루가 우리나라 삽의 1.5배 정도.  자루가 매우 길어요.  삽질 하는 거 보면 정말 힘들게 삽질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손잡이가 달린 우리나라 삽을 나누어주고 싶을 정도에요.


이것이 바로 튀니지의 삽



일부러 삽을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돌아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해주다보니 튀니지의 삽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찍어온 사진을 샅샅이 뒤져본 결과 이거 하나 있네요. 삽에서 푸는 부분은 우리와 똑같습니다. 크기도 우리와 똑같구요. 삽의 길이에 깜짝 놀라며 걸어가는데...



공사중 표지판이 또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까와는 방향이 반대. 아까는 사람이 오른쪽을 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왼쪽을 파고 있어. 설마 이 나라는 오른쪽 공사중과 왼쪽 공사중을 엄격히 구분해서 표지판을 세우는 것일까? 이것은 지금도 풀리지 않는 신비로운 수수께끼에요. 일단 저는 이 나라의 교통표지판에 표준이란 없다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로 '좌측 공사중'과 '우측 공사중'을 엄밀히 구분해서 표지판을 세울 수도 있지요.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어요. 문제는 이 표지판이 두 개 나란히 서 있는 지점도 있다는 거에요. 이럴 때는 '양쪽 다 공사중'? 그러나 분명 한 쪽만 공사하고 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좌측 공사 중과 우측 공사중을 엄밀히 구분해서 표지판을 세우도록 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게 엄하게 따질 튀니지 사람들도 아니구요. 이런 시시껄렁한 것 조차 꼼꼼히 따질 사람들이라면 차도와 횡단보도의 구분이 없을 리가 없겠죠. 자세히 보면 교통표지판이 거의 현장에서 급히 제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외곽 테두리도 구불부굴, 사람도 구불구불, 삽도 휘어졌어요. 그러면 그냥 자기 마음대로 그리다보니 졸지에 '좌측 공사중'과 '우측 공사중'이라는 희안한 교통 표지판이 생긴 건가요? 하여간 재미있어요, 튀니지. 공사하는 것을 구경해도 정말 재미있어요.


공사중 표지판을 뒤로 하고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데 등산 아닌 등산을 해야 했습니다. 튀니지에 와서 등산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올라가는데 조금 힘들었습니다. 매일 이 길을 왔다 갔다 하면 허파가 많이 커질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기어올라가서 다시 처음 왔던 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용설란 꽃을 처음 보았습니다. 사람 키보다 훨씬 컸습니다. 제주 공항 앞에 심어진 녀석들은 꽃을 피울 생각을 하지 않아서 꽃대가 올라가 보아야 얼마나 올라갈까 생각했는데 사람보다 훨씬 크더군요. 아무리 높이 뛰어올라도 꽃대 위의 꽃을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역시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으니 식물들의 덩치도 크네요. 어쩌면 이곳 음식이 하도 기름져서 식물도 과도하게 성장하는 것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튀니지 사람들 덩치는 큽니다. 식물도 우리나라 식물보다 덩치가 커요. 이건 음식과 흙과 빛의 차이인가? 하여간 용설란 꽃대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전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전차인줄 모르고 기차인줄 알았습니다. 나중에야 전차를 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기찻길이나 전차길이나 사람들이 마구 돌아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차가 경적을 울리지 않고 달리면 아마 매일 사람 여럿 치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라면 전철역이나 기차역에서 철로로 껑충 뛰어내리면 경찰이 당장 달려와서 잡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는 그런 것이 없어요. 그냥 마구 돌아다닙니다. 어제와 오늘의 철로에서의 튀니지 사람들의 도보는 내일의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하여간 철로도 튀니지 사람들에게는 일반 도로와 별 차이 없는가 봅니다.



튀니지 전차 내부


전차역에서 내려서 호텔 쪽으로 걸어올라가는데 튀니스에서 매우 유명한 시계탑이 나타났습니다.



관광객은 이 시계탑 앞에서 반드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튀니스 시내에서 매우 유명한 시계탑. 튀니스 사람들은 이 시계탑을 보고 '스몰벤'이라고 불렀습니다. 영국의 시계탑 '빅벤'처럼 튀니스의 시계탑은 '스몰벤'이라는군요. 이 시계탑 앞의 분수는 시간이 되면 화려하게 뿜어져 나옵니다. 하나의 쇼를 하는 것처럼 수직으로 뿜다가 대각선으로 뿜다가 물줄기가 왔다갔다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보았어요. 드디어 보았습니다! 교통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계탑이 있는 광장에서는 제가 본 튀니지 전체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교통정리하는 경찰이 이렇게 신기하게 보인 것은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튀니지에 며칠이나 있었다고 벌써 교통경찰이 교통정리하는 것이 신기하게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이 시계탑이 튀니지에서는 매우 특별한 장소인가 봅니다. 하여간 완전 놀랐습니다. 튀니지에서 교통경찰이 교통정리를 하는 곳도 있었구나.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 거대한 광장에서, 교통경찰이 교통정리를 하는 이 광장에서 무단횡단해도 된다는 사실! 광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서 무단횡단 했습니다. 죄의식? 그런 거 없어요. 여기 사람들도 당연하다는듯이 하는걸요. 단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 광장에서 자기 신호를 받은 차량은 절대 보행자를 위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밟아요. 보행자를 보고 더욱 속력을 내기 위해 악셀을 밟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 그래요. 제발 보행자를 보고 악셀만 밟지 말아주세요.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낮잠을 잔 후, 선물을 사기 위해 튀니스의 구시가지로 갔습니다. 구시가지로 가는 길에 발견한 교통표지판들. 공사중 표지판 이후 교통 표지판에도 관심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무단횡단을 권장하는 표지판 같아. 차도로 가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저씨와 겁에 질려 발발발 쫓아오는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아무리 곱게 보려고 해도 이건 무단횡단 권장지역 표지판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정말 리얼해요. 어른들은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무단횡단 하지만 다리 짧은 소녀는 겁에 질려 전력질주. 느낌이 살아있어요.



이 표지판의 기본적인 내용은 '차량견인'이에요. 그런데 차량 주인은 자신의 차량이 견인되는 것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무리 봐도 영화 ET에서 ET와 소녀가 손가락으로 마음이 통하는 장면이에요. 차량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인가요? 아니면 이 지역에서 불법주차하면 견인차량의 쇠갈고리와 차량을 그 자리에서 용접해 하나로 만든다는 것일까요? 후자라면 완전 무서워. 차량 다 망가지고 용접된 거 떼어내려면 돈 또 들어. 하여간 매우 마음 훈훈하게 만드는 견인 표지판이었습니다.



같은 '차량견인'표지판. 아주 감정이 살아있어! 정말 제대로 살아있어! 차량이 견인되면 차주의 분노게이지는 머리 끝까지 치솟기마련이에요. 당장 견인차량을 쫓아가서 삿대질하고 욕설 실컷 퍼부어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겠죠. 그 느낌, 아주 잘 살아있어! 불법 주차 차량과 견인차량이 피튀기는 진검승부를 하고 있어. 불법 주차 차량은 전설 속 튀니지 카르타고 유파의 검술 고수. 날아서 멋지게 칼을 휘두르고 있어요. 보검의 울림이 귀에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어. 그러나 문제는 견인차량은 검객이 아니라는 사실. 대공포로 사용해도 되는 무거운 기관총을 들고 있어요. 찰나의 승부. 불법 주차 차량이 선제 공격을 날렸지만 견인차량이 약간 둔한 사람 정도로만 대응해도 불법 주차 차량은 곧바로 피떡신세+저승에서 조상님과 집단 정신상담.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을 넘어서 양자가 칼을 빼들은 상황이에요. 견인되는 차량의 분노와 불법주차 차량을 견인해야한다는 귀찮음으로 인한 분노의 충돌이 마구마구 느껴져! 정말 감정 표현 하나만은 리얼해요. 정말 생동감이 있어요.


튀니지는 정말 교통 표지판만 구경해도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아까 위에서 말한 공사중 표지판도 좌측 공사중과 우측 공사중으로 끝이 아니에요. 모자를 쓴 공사중 표지판이 있고, 모자를 벗은 공사중 표지판도 있어요.



너는 뭐야? 너는 뭐가 특별해서 혼자 모자를 쓴 거야? 일단 공사중 표지판 종류의 수는 (좌/우)x(모자착용/미착용)=4종류에요. 그러면 모자를 착용한 공사중 표지판의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요? 여기는 양달에서 공사중? 튀니지는 확실히 햇볕이 매우 강해요. 햇볕이 강한데다가 대부분의 건물을 흰색으로 칠해서 눈이 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일 때도 많아요. 그래서 특별히 양달 공사중과 음달 공사중을 구분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어차피 멀리서 보면 모자 썼는지 안썼는지 안 보이잖아.


그러면 고급인력 및 장비가 작업중? 고급인력과 장비는 아무래도 돈이 있으니 작업을 하더라도 모자를 쓰겠죠. 운전하다가 인부나장비와 충돌했을 때 피해가 더 크니 조심할 것?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튀니지 운전자 대부분 보험 가입 안 되어 있어서 차에 박은 놈만 독박쓰는 시스템. 그리고 운전할 때 모자 썼는지 안 썼는지 확인할 리도 없어.


여기 운전자들이 표지판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사람들이 무단횡단할 때 브레이크를 밟겠지.


장기간 공사중? 어차피 운전자에게 중요한 정보는 '공사중'이라는 것 뿐. 운전자에게는 전방에 공사중이니 조심하라는 의미만 전달하면 되요. 그러나 지역 주민들에게는 공사가 얼마나 진행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소음과 먼지, 통행불편 등 차로 한 번 지나가는 사람과 달리 공사장 근처 거주 주민들에게 공사 진행 기간은 매우 중요한 문제에요. 그러나 이 나라, 문맹률 높아. 아랍 국가 치고 문맹률 낮은 나라 없어요. 게다가 공사 진행 기간을 알리기 위한 표지판을 제작하려면 아랍어와 불어-즉 두 개로 제작해야 해요. 이 사진을 찍은 시디 부 사이드는 매우 유명한 휴양도시로 관광객들도 많이 오고 별장도 많고 요트도 많아요. 그래서 더더욱 표지판을 두 개 만들 필요성이 있지만 아랍어 표지판과 불어 표지판을 만들어 붙이면 공사중 표지판까지 합쳐서 표지판 3개를 세워야 해. 이거 귀찮고 불필요한 지출일 수도 있어. 그래서 튀니지 사람 특유의 잔머리를 굴린 것이 아닐까요? 오랫동안 작업해야 하므로 모자를 쓴 인부가 작업하는 공사중 표지판을 그리는 거야.


하지만 바로 뒤에 모자를 쓰지 않은 표지판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아니면 무언가 특별하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표현? 평범은 싫지만 그런다고 교통 표지판을 자기 마음대로 그려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게 그리면 안 되기 때문에 머리를 굴려서 모자를 씌운 것이 아닐까요? 다른 교통 표지판보다 제작비도 더 들어. 이건 고가의 교통표지판임이 분명해. 다른 공사중 표지판과의 차별화를 위해 일부러 모자를 씌워놓은 것이야. 페인트비를 더 지불할 수 있다는 경제적 여건, 더 나아가 자신들은 그런 경제적 여건을 지니고 있는 고급 노동자라고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모자를 그린 것일 거야!


시디 부 사이드에서 차 한 잔 마셨는데 관광지라 무지 비싸더군요. 역시 관광지는 한국이든 외국이든 뭐든지 바가지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관광지에 와서 실랑이 벌이며 가격을 깎는 것은 지금까지의 좋은 감정을 한 번에 엎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바가지를 썼습니다. 아직까지는 한 두 푼에 아쉽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에 웃으며 겸허하게 바가지를 받아들였습니다.


시디 부 사이드에서 전차를 타고 튀니스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전날 갔던 식당으로 갔는데, 그 식당에서 파는 햄버거 비슷한것을 보자마자 속에서 위가 강렬하게 거부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전날, 일행과 식사를 하는데 저는 수스를 다녀오느라 너무 늦게 식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음식을 정신없이 주워먹다보니 다른 일행보다 많이 먹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음식 먹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주로 엇박자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가 음식을 항상 조금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배가 뽕뽕하게 불러서 기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일행들이 굶어서야 되겠냐며 음식주문을 강권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문하러 갔습니다.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음식 이름을 아는 것이 없어서 제일 주문하기 만만한 햄버거 비슷한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래서 햄버거 비슷한 것을 시켰는데 정말 얼굴이 큰 남성의 얼굴보다 훨씬 큰 햄버거 비슷한 것이 나왔습니다. 두께는 거의 7cm! 7cm을 넘겼으면 넘겼지 그보다 작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보다 훨씬 얇게 먹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속에 들어가는 것을 모두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가게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손님에게 어떤 재료를 넣을지 일일이 물어본다는 것...그러나 귀찮아서 그냥 다 넣어달라고 했더니 음식이 아니라 괴물이 나왔습니다. 이걸 혼자 어떻게 먹어...받자마자 두 다리가 후덜덜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식을 남기는 것을 거의 범죄처럼 여겼기 때문에 결국 속으로 폭식의 고통으로 울면서 꾸역꾸역 다 먹었습니다. 그 후유증이 매우 크게 남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조금만 시켜서 먹고 호텔로 돌아가서 느긋하게 낮잠을 잤습니다. 확실히 아랍에서는 음식을 조금만 시켜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습니다. 음식 자체도 기름질 뿐더러 양도 정말 무식하게 많았습니다. 더욱이 빵이 워낙 속이 알차서 작은 빵이라도 소화가 매우 늦고 배가 엄청나게 부를 수 있다는 사실...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잠을 잔 후, 튀니스의 재래시장에 가서 선물을 구입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에 15디나르를 부르더군요. 그리고 세번째로 간 가게.


"이거 얼마에요?"
"5000."


팔찌 하나에 5천 디나르? 미친 거 아냐! 이게 여행자를 완전 봉으로 보나? 1디나르는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400원 정도. 400 x 5000 = 2000000원! 이건 누가 봐도 미친 가격. 정말 루비나 사파이어 왕방울 하나 떡하니 박혀있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다른 제품 구입으로 목적 변경하겠지만, 이건 분명히 다른 가게에서 8디나르까지 불렀던 제품이야. 전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어. 이런 가격을 부른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장난을 치거나 가게 주인이 미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5000디나르요?"
"5디나르."


아이쿠...그런 것이었습니까. 튀니지는 화폐단위가 디나르입니다. 그리고 디나르 아래 단위인 밀림이 있습니다. 1000밀림이 1디나르입니다. 우리나라도 원과 전이 있습니다. 전은 환율계산할 때나 숫자로 등장하고 화폐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밀림' 이라는 녀석은 실제 화폐로도 존재하고 살아있는 액수입니다. 그래서 튀니지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몇 디나르 몇'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몇 천 몇 백 몇 십 몇'이라고 말하더군요. 하여간 처음 당하자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5디나르라는 것을 듣고 바로 흥정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나는 잘 안 깎아주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3개를 살테니 5디나르를 깎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상인은 1디나르만 깎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흥정이 오가다가 15디나르에서 2디나르를 깎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선물구입후, 전차역을 물어물어 찾아가서 전차를 탔습니다. 전차표를 사야하는데 일행 모두 가지고 있는 현지 화폐가 거의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제일 싸고 시내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표를 달라고 해서 타는데 그 과정에서 이 내용을 이해시키느라 약간 고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철에 비교하자면 외국인이 1호선 서울역 지하철 창구에 와서 '서울 구경하고 싶으니까 한바퀴 뺑 도는 표 주세요'라고 말한 격이었습니다.




전차를 타고 시내안을 돌아다니자 마치 놀이공원에 있는 관광열차를 탄 기분이었습니다. 전차는 튀니스역을 지나서 조금 더 가더니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한 바퀴 도는 것이 맞기는 맞군요...


표를 파는 직원의 센스에 박수를 보내며 전차에서 내렸습니다. 이렇게 1월 26일 하루가 끝났습니다.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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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표지판에 대한 그 세심한 관찰력에 엄지 척! ㅎㅎ 저는학부에서 사인시스템 디자인을 해본 적이 있거든요. 한건물이나 한 지역의 성격을 반영한 사인시스템이었는데- 커리큘럼상 사인에 대해 연구하기보단, 있는 사인시스템을 가져다가 조금 변형을 하는 정도였어요. 어이없는 다양한 사인시스템이 곳곳에서 탄생했었죠 ㅋㅋ 국가단위에서는 분명 통일된 사인시스템이 필요할텐데, 지금의 튀니지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2012.08.13 07: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여행 다니다 보면 표지판이 재미있더라구요. 특히 개발도상국으로 가면 대충 자기들이 손으로 그린 것들도 있다보니 매우 다채로워요 (?).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가장 최근에 본 인상적인 공사장 표지판은 사람을 너무 작게 그리고 삽은 엄청 크게 그려서 아이가 삽질하는 것처럼 그려놓은 것이었어요 ㅋㅋ

      지금 튀니지는 제 생각에 아마 그대로일 거에요. 모양만 국가에서 정해주면 자기들이 그려서 쓰는 경우도 많거든요.

      2012.08.13 08:4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