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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 각국 부스 이야기

좀좀이 2014. 8. 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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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akorea 2014 세계우표전시회가 8월 7일부터 열렸어요. 저는 그 중 7, 8, 9일 - 3일 연속으로 다녀왔어요. 7일에는 저 혼자, 8일에는 친한 형과, 9일에는 친한 동생 둘과 다녀왔어요. 중학교들 개학하면 만나서 어울릴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세 명 다 방학때 만나서 놀고 싶은데 마침 세 명 다 필라코리아 우표전시회를 보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3일간 가게 되었지요.


이번에는 규모가 작은 편이었어요. 2002 세계우표전시회와는 비교도 안 되고, 2009 아시아우표전시회와 비교해서도 그때보다 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첫날 가서 들은 생각이 '혹시 올해 인천아시안게임 있어서 아시아우표전시회는 따로 운영하나?'라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그저 정부 지원이 축소되었기 때문인 듯 해요.


하지만 2002, 2009에 비해 오히려 올해가 더욱 번잡한 전시회였어요. 이 전시회가 이렇게 번잡해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아요.


(예전과 같은 부분)

1. 초등학교 방학 기간

- 초등학교 방학 기간에는 문화 행사는 어쨌든 일정 부분 수요가 늘어나게 됩니다.

2. 입장료 없음

- 입장료 공짜라면 지나가는 김에 스윽 둘러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지요.

3. 코엑스

- 원래 코엑스 자체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자 관광지에요.


* 코엑스에서 입장료 공짜라는 점만 잘 홍보해도 어느 정도의 방문자수는 일단 깔고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우표에 대한 관심도 줄었고, 일상생활에서 우표를 많이 쓰지 않는데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방학숙제로 무언가를 수집해오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숙제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어져서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예전과 다른 부분)

4. 서울과 지방 간의 접근성 증가

- 계속해서 도로가 개설되면서 이제 서울은 지방에서 예전만큼 먼 곳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5. 아이들의 체험 학습에 대한 관심 증가

- 분명 예전과 달리 우표수집인구가 줄어들면서 중고교생 방문자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 아이들 교육에서는 '경험을 통한 학습' - 즉 체험학습이 확실한 트렌드이고, 아이들은 절대 혼자 이런 곳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오게 되지요. 실제로 3일간 가서 보니 예전에 비해 아이들과 부모들의 비율이 크게 늘었더라구요.

6. 중국인 관광객 폭증

- 예전과 가장 큰 변화라면 중국인 관광객이 폭증했다는 것이에요. 게다가 이 사람들은 관광객이다보니 코엑스에 오게 되고, 이 사람들이 전시회까지 오게 되는 것이었어요.


* 이번 고향인 제주도 가서 듣기도 한 이야기이지만, 워낙 중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다보니 내국인 소비가 줄어들어도 그게 어지간한 양으로 줄어드는 것 정도라면 중국인 관광객으로 다 메꾸어버리게 되요. 거짓말이나 과장이 아니라, 1,2,3,4,5번 상황이 모두 오히려 전에 비해 나빠졌다고 하더라도 6번 - 즉 중국인 관광객만 잘 연결하면 오히려 예전보다 외적으로는 흥행성공처럼 결과가 나와버린다는 거에요. 실제로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 가 보면 반응들이 이런 반응들이에요.


3일간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관찰한 결과 각국 부스들 분위기가 예측과 빗나간 상황에 당황해하는 분위기였어요.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해보면


1. 우취여권 무료 배포

- 2002년 우표전시회에서는 우취여권을 3000원인가 주고 구입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것은 정말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구입해서 판매 부스를 돌아다녔지요. 2002년 당시에는 우취여권은 돈을 주고 사야 하고, 이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해 우표 붙이고 도장 붙일 수 있는 종이를 무료로 제공했었어요. 하지만 책에 차근차근 도장을 받아가는 것과 종이 한 장에 도장 몇 개 받아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이런 저런 현장에서의 체감에 대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그것들이 방구석에서 굴러다닌다고 할 때 종이 한 장은 '그냥 버려버릴까?' 라고 바로 생각하게 되지만 최소한 수첩 같은 것이라면 일단 한쪽에 치워놓고 생각하자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 우취여권을 안내부스에서 무료로 배포했어요.


2. 저렴한 우표 가격

- 모든 우표가 저렴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우취여권에 각국 기념도장을 받으려면 해당 국가 부스에 가서 우표를 구입해서 우취여권에 붙여야 해요. 각국 부스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판매할 우표를 따로 준비해 두었는데, 그 가격이 500-1000원이에요. 이것은 2002년도와 변하지 않은 가격. 하지만 화폐가치가 2002년도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표 가격은 엄청나게 저렴해진 것이지요.


3. 아이들을 데려온 많은 학부모들

- 방문자 수는 줄어들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은 머릿수만 늘릴 뿐 실제 소비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실제 돈이 되는 것은 성인들 - 특히 아이들을 데려온 학부모들이지요. 어른 혼자 오면 스스로 잘 판단해서 구입을 하지만, 아이가 징징대면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지갑을 열게 되거든요. 아무리 학생들이 많이 모여서 머릿수를 늘려봐도 결국 성인들의 지갑에는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은 여러 분야에서 충분히 증명된 것이고, 게다가 아이들이 옆에 있는 어른은 철저한 경제적 실익에 따른 소비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는 상황이지요. 게다가 이튿날까지는 스탬프 15개 모아오면 큐빅 하나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우표를 장당 1000원으로 잡아야 15000원이에요. 15000원이라면 평범한 식당에서 두 끼 먹는 가격이지요. 아이가 우표를 사달라고 해서 몇 장 사주고 도장 찍다가 15개 채우면 큐빅 하나 받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이왕 시작한 거 15개 채워서 큐빅 하나 받아가는 것이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요. 결국 셋째날 오후 늦게부터는 30개 모으면 에코백 주는 것으로 이벤트가 바뀌었어요. 이런 이벤트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수요 예측이 완벽히 빗나가버렸다는 증거. 셋째날 중간에 발생한 상황이니 아직 전체 행사의 50%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이거든요.


4. 중국인 관광객

-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가는 물량이 어마어마했어요.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력은 이미 관광지에서는 유명해요. 처음에는 물건만 어지럽히고 깨작거리다가 삘 받으면 세일러문 변신하듯 은련카드 꺼내서 좍좍 긁어대지요. 중국인 관광객들은 소비능력이 없어서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돈을 쓸 곳이 없어서 돈을 안 쓰는 것이에요. 더욱이 이제 중국에서도 수집품이 나중에 돈이 된다는 개념이 생겼어요. 우리에게 수집품이 돈이 된다는 개념은 이제 크게 큰 의미를 갖지 않지만, 중국은 1990년대초까지만 해도 이런 개념이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지금 중국인들 대부분이 1990년대말~2000년대에 갑자기 수집품들의 가치가 폭등하는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했다는 것이에요. (1990년대초 우리나라 골동품상들이 중국에 가서 중국의 많은 골동품들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왔지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중국에서 골동품을 많이 구입해갔어요. 그리고 지금은 역으로 중국인들이 웃돈을 엄청 얹어주고 이때 팔려나간 골동품들을 다시 구입해가고 있지요) 우표는 확실한 수집품이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쓸어가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어요.


이런 현상은 우취여권용 우표들만 보아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어요. 첫날 갔을 때 나와 있던 우취여권용 판매 우표와 셋째날 갔을 때 나와 있던 우취여권용 판매 우표가 달라진 부스들도 여럿 있었거든요.


참고로 우취여권용 판매우표가 아니더라도 해당 국가 부스에서 구입한 우표를 우취여권에 붙이고 도장을 찍어달라고 할 수도 있어요. 반드시 우취여권용으로 판매하는 우표를 구입해야만 우취여권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해당 부스의 스탬프는 해당 부스에서 우표를 사느냐만 따질 뿐, 심지어는 우표만 구입하고 우취 여권에 붙이지 않고 도장만 찍어달라고 해도 되요. 물론 이러려면 이상하게 생각할테니 우표를 구입할 때 우취여권에는 도장만 찍어달라고 영어로 이야기해야하지만요.


3일간 둘러본 각국 부스에 대한 기억은 다음과 같아요.


1. 아르헨티나 부스

-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 중 유일하게 단독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미녀 직원들이 매우 친절했어요. 아르헨티나 부스는 여러 종류의 우표를 검은 판에 끼워놓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우표를 고르면 우표를 우취여권에 붙이고 도장을 받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가장 깔끔하게 운영을 잘 한 부스였어요. 위치만 좋았다면 아마 매우 인기좋은 부스가 되었을 거에요.


2. 타이완 부스



- 타이완은 내년 - 2015년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타이페이 2015 아시아 우표전시회를 홍보하기 위해 참가했어요. (타이페이 2015 아시아 우표전시회 : http://taipei2015.post.gov.tw/post/taipei2015/) 하지만 홍보 목적으로 온 것과 달리 대박 흥행을 쳐버렸어요. 이 부스는 타이완 장관들이 직접 방문해서 매우 흡족해했다고 해요. 이렇게 타이완이 대박을 친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01. 우리나라에서 개최대는 전시회에서 중국과 일본 부스는 항상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된다.

= 우리나라 주변 국가인 중국, 타이완, 일본은 우리와 이래저래 밀접한 연관이 있고, 문화적으로도 공통요소들이 많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약간씩은 직간접적으로 접해보고 관심이 있는 나라들이에요. 그래서 이들 부스들은 어떤 전시회든 일정 정도의 흥행은 보장되는 부스이지요. 참고로 이는 꼭 전시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02. 우표 자체가 예쁘다.

= 이번에 타이완에서 가져온 우표들은 디자인들이 예쁜 것들이 많았어요. 타이완 우표의 디자인이 예쁜 것은 원래 유명한 이야기인데, 이번에 가져온 우표들 - 특히 우취여권용 판매 우표로 풀어놓은 우표들은 우리나라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디자인들이었어요.

03. 저렴한 가격

= 타이완 부스에서 우취여권용으로 판매되는 우표들은 장당 500원이에요. 다른 부스가 보통 1000원인 것에 비해 매우 저렴하지요. 실제로 제가 우취여권에 타이완 우표를 6장이나 붙이자 뒤에서 제 우취여권을 보던 사람들이 정말 우표 많이 붙인다고 놀라워했고, 제가 3천원만 내는 것에 또 놀라워했어요. 500원이라는 가격은 코엑스 내부에서 500원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을 뿐더러, 2장 해야 다른 부스에서 1장 사는 가격과 같아요. 게다가 지폐를 부수어서 동전을 만들기 싫어하는 심리도 없다고 할 수 없지요. 우표 자체의 디자인도 괜찮은데 2장 사봐야 다른 부스에서 한 장 사는 것과 같은 가격이니 잘 팔릴 수 밖에 없지요.

04. 중국인들

= 중국인 관광객들이 타이완 우표를 많이 구입해갔어요. 심지어는 중국 부스에 가서 '중국 음식 우표 같은 것은 없나요?'라고 물어보면 타이완 부스 가보라고 하기도 했어요.

05. 부실한 일본과 중국 부스

= 중국과 일본 우표는 어쨌든 수요가 많아요. 이쪽 나라들 디자인이 한국인들에게 크게 어색한 디자인도 아니고, 문화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이다보니 동양적으로 예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부스와 일본 부스에서 가져온 우표들이 부실했어요. 중국 부스는 우표 종류가 많지 않았고, 일본 부스는 아예 5개국 합동관으로 운영되었어요. 이러니 일본과 중국 부스로도 가야 할 수요가 타이완 부스로 몰려버린 것이지요.


게다가 첫날 타이완 부스에서 우취엽서용으로 내놓은 우표들의 디자인은 다른 부스들에서 우취엽서용으로 내놓은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그 결과...



타이완의 관광지 우표인데, 이것은 첫날 매진되어버렸어요. 이 우표가 우취여권용 우표로 풀렸는데, 사람들이 다 이것을 골라갔거든요. 둘째날, 이 관광지 우표 10종을 완매하러 갔는데 전날 다 매진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첫째날에는 우취여권용 우표로 이 관광지 10종 및 음식 5종, 간식 5종, 여름 절기 6종을 팔았는데, 셋째날에는 관광재 10종 대신 전통놀이 5종이 추가되었어요.




타이완 부스는 Chunghwa Post 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는데, 만약 이 부스 이름을 Taiwan Post 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궁금해요. Chunghwa Post 라는 간판을 보고 '여기는 무슨 관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거든요. 타이완 부스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두 명 있었고, 운영 자체도 매우 깔끔했어요.


3. 중국 부스

- 여기는 위치도 좋고 어느 정도 기본적인 흥행은 되는 부스인데 준비해온 우표 종류가 많지 않았어요.


4. 방글라데시 부스

- 여기는 큰 특징은 없었어요. 그냥저냥 한산한 부스였어요.


5. 에티오피아 부스

- 여기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외국의 우표상이 에티오피아 및 웨일스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6. 독일 부스

- 여기는 그냥 평범한 부스였어요. 예쁜 우표들을 여럿 준비해왔는데 가격은 비싼 편이었어요. 이곳은 일단 유로를 쓰는 나라라서 기본가 자체가 높지요. 여기는 한 명이 부스를 계속 지키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가끔 사람이 밀리곤 했어요.


7. 건지 부스

- 백인 남자 점원이 한국어로 '여기는 영국입니다'라고 말하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8. 보츠와나 부스

-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유일한 단독 부스를 운영하는 나라였어요. 첫날에는 스탬프는 준비되어 있는데 우취여권용 낱장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우취여권에 보츠와나 우표를 붙이려면 시트를 뜯어서 붙이고 도장을 받아야 했어요. 시트 중 1000원짜리가 있어서 별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시트를 구입해서 뜯는다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지요. 그리고 시트는 왠지 일단 비쌀 것 같구요. 여기는 첫날 MBC에서 인터뷰 촬영을 했어요. 그리고 셋째날에는 우취우편용으로 낱장을 준비했는데, 여전히 풀은 준비해놓지 않았어요. 그래도 직원이 자기가 침을 발라서 붙여주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별 상관은 없었어요. 그저 일일이 침 발라서 붙여야 하는 부스 운영자가 힘들 뿐이지요. 첫날에는 오직 흑인 아주머니만 계셨는데, 셋째날에는 한국인 직원도 있었어요. 여기는 거의 다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우표였는데, 이게 꽤 인기가 좋았어요.


9. 페로 제도 - 올랜드 제도 - 핀란드 부스

- 여기는 두 개 부스를 합쳐놓은 공간에서 페로 제도는 따로 도장을 받고, 올랜드 제도와 핀란드는 같은 곳에서 도장을 받는 구조였어요. 여기도 독일처럼 그냥 무던하게 잘 운영되는 부스였고, 한국인 직원도 있어서 깔끔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어요.


10. 체코 부스

- 부스 자체는 깔끔하게 잘 돌아가는 편이었어요. 스탬프 받는 곳 옆에 우표 세 종류를 붙여놓고, 그 중 우표를 고르면 그 우표를 붙이고 도장을 찍어주고 있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깔끔히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셋째날 가보니 부스 한쪽 끝에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우표 낱장을 박스에 풀어놓고 장당 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상자에 대해 특별한 표지판을 만들어놓지 않아서 사람들이 상자에서 크로아티아 및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우표를 골라서 체코 도장을 찍어달라고 하고, 그러면 직원이 그 우표는 안 되고 벽에 걸려 있는 우표 세 종 중 하나를 골라야 기념 스탬프를 찍어줄 수 있다고 해서 조금 혼잡해졌어요. 사실 체코란에 크로아티아나 보스니아 우표 붙이고 체코 도장을 받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 맞기는 하지만,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우표'라고 상자에 표지판만 잘 세워놓으면 해결될 일을 그렇게 해놓지 않아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우표 골라가서 도장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왔어요.


11. 마카오-포르투갈 부스

- 여기는 마카오 부스에서 포르투갈 우표와 스탬프를 같이 취급하고 있었어요. 직원도 전부 중국인이라 얼핏 보아서는 그냥 마카오 부스이지, 전혀 포르투갈 부스까지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첫날에는 포르투갈 우표가 들어와 있지도 않았지요. 여기는 진짜 우표상처럼 우표를 뱅뱅 돌려볼 수 있는 회전식 앨범에 전시해놓고, 그것들을 보며 우표를 고르고 나면 점원이 우표 목록이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어요. 그러면 거기에 자신이 구입할 우표에 갯수를 체크해서 점원에게 제출하고, 점원은 그 종이에 적힌 우표를 갖고 와서 판매하는 식이었지요. 우취여권용 수집우표는 따로 그릇에 넣어서 준비해 두었구요. 마카오 부스라고 보면 여기도 상당히 깔끔히 운영을 잘 하고 있었는데, 포르투갈 부스라고 본다면 존재감이 아예 없을 정도였어요.


12. 일본-싱가포르-슬로바키아-리히텐슈타인-영국 부스

- 영국이 합동 부스를 운영한 것은 약간이라도 이해할만한 것이 대규모 우표상 부스 중 영국 우표상 부스도 있었고, 에티오피아-웨일스 부스라든지, 건지 부스처럼 영국의 부속 지역 부스들이 따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리히텐슈타인이야 그렇다고 쳐요. 그런데 일본이 이렇게 합동부스로 들어온 것은 정말 의외였어요. 그리고 일본은 이번에 우표를 정말 별로 준비해오지 않았어요. 그저 옛날 일본 우표 재고 떨이용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 같았어요. 심지어는 벽에 붙여놓은 일본 우표 발행 포스터에 나와 있는 우표도 없었고, 두어 종 제외하면 모두 옛날 일본우표들이었어요. 심지어는 우취엽서용 우표조차 1970년대 우표를 팔고 있었어요. 일본 옛날 우표를 판매한다고 낱장을 시트지 봉투에 하나씩 넣어서 바구니에 담아놓고 알아서 골라서 구입하라고 하고 있었어요. 즉 어떤 우표를 팔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어요.


13. 인도 부스

- 인도는 이번 정식 국가 부스를 운영하지는 않았고, 인도 우표상이 부스 한 곳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기념도장은 없었고, 스티커든 1루피짜리 간디 우표든 4장에 천원으로 팔고 있었어요. 첫날에는 스티커만 있었는데 스티커라고 해서 시큰둥해 하는 사람이 꽤 많았나봐요.


그리고 이제부터 대규모 합동 부스에요.


14. 라틴아메리카 합동 부스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엘 살바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니카라과, 파나마, 쿠바,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 라틴아메리카 합동 부스인데 브라질이 중심이고 나머지 나라들은 끼어들어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라틴아메리카 합동 부스에 끼어있었고, 에콰도르는 첫날에는 없었는데 셋째날에는 추가되어 있었어요. 쿠바, 에콰도르, 인도네시아는 정식 참가가 아니라 우취여권에 제대로 항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아서 뒤에 있는 비망록 칸에 붙이고 도장을 받는 것이었어요. 여기는 장당 2천원으로 팔고 있었어요. 11개를 다 찍으려면 22000원이 필요한 곳. 다른 부스 우표들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여기를 통하지 않으면 도장 못 받는 페이지가 왕창 생겨벼리기 때문에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여기는 부스 관리자가 일일이 우표를 붙여주고 도장을 찍어주었는데, 이게 첫날에는 10장, 셋째날에는 11장을 붙여주고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다보니 사람들이 얼마 없어도 줄을 서야 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줄을 서면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다른 우표들을 고를 수도 없었어요. 여기는 가뜩이나 오직 부스 운영자 한 명만 있어서 툭하면 줄이 생겼고,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우표를 고르고 싶어도 제대로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부스 운영자 아저씨가 계속 질서를 잡아가고 각 국가별로 우표를 딱 정리해서 준비해놓은 후 자기가 일일이 우표를 붙여주고 도장을 찍어주어서 혼잡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줄을 기다리는 게 지루하고 우취여권용으로 판매하는 우표 말고 다른 우표 구경 좀 하려면 매우 불편했을 뿐이었죠. 여기는 아예 미리 11개국 우표 한 세트를 만들어놓고 판매를 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15. 26개국 합동부스

앤티가바부다, 도미니카, 감비아, 가나, 그레나다, 그레나다 그레너딘스 제도, 가이아나, 이스라엘, 레소토, 라이베리아, 미크로네시아, 몽골, 몬트세라트, 네비스, 팔라우, 파푸아뉴기니, 시에라리온, 세인트 키츠, 세인트 빈센트, 탄자니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토고, 터크스카이코스제도, 투발루, 우간다, 잠비아



그야말로 혼돈의 공간. 여기에서 우취여권의 남은 국가 26개국을 모두 해결해야 해요. 그렇다고 해서 26개국 모두 독자적 스탬프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그냥 한 종류 도장으로 쾅쾅 찍어야 해요. 우표 장당 가격이 500원이기는 하지만 일단 스탬프가 오직 한 종류고, 그걸로 좍 찍어야 한다는 것이 유쾌할 리는 없지요. 라틴아메리카 통합관은 도장 종류는 골고루였거든요. 게다가 라틴아메리카 통합관은 인도네시아를 제외하면 진짜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인데, 여기는 뭐 국가들이 두서없어요. 그냥 너무 국가들 없으면 쪽팔리니까 갯수 채우려고 이런 것 아닌가 싶을 정도.


부스는 완전 넓은데 26개국 우취여권용 판매 우표를 4개 상자에 집어넣고 알아서 고르라는 식이었어요. 이러니 사람 네 명만 되도 혼잡이고, 6명 넘어가면 아수라장. 한 사람이 무조건 '1개국 1우표'로 사가는 것이 아니므로 어떤 나라는 있고 어떤 나라는 없는 상황이야 아주 흔했고, 상자에 무슨 국가 우표들이 있다고 적어놓은 것도 아니니 자기들 말로는 상자들에 분류를 해놓았다고 했는데 이것들이 섞이는 것은 순식간이었어요. 사진을 보면 부스도 넓게 쓰는데 대체 뭘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각 국가들마다 선택지가 많냐면 그것도 아니에요. 국가별로 한두 종류, 많아야 세 종류 정도였어요. 게다가 지나가다 상자에서 우표 두어 장 집어서 구입하고 가는 경우들도 있었으니 이들 생각대로 '1개국 1우표'로 저렇게 준비해놓았다면 완벽히 생각 잘못한 것이죠. 가게 운영자는 밥을 사놓고 한 숟갈도 떠먹을 수 없었어요. 계속 불러대니까요. 이것은 부스 운영자 쪽이 무질서한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쉴 틈이 없고 툭하면 혼란이 발생한다고 해서 고객들에게 뭐라 할 수도 없어요. 실제 보면 정말 어리석게 부스를 운영한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한국인 직원이 없는 것은 덤. 결국 셋째날, 이 부스는 하루 문을 닫았어요. 그것을 보며 속으로 '내 그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했어요. 라틴아메리카관에서 세트로 묶어파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더 좋은 대안이었다면, 여기에서 세트로 묶어 파는 것은 대안이 아니라 필수였으니까요.


필라코리아 2002 세계우표전시회에서는 이런 경우는 없었어요. 그때는 태평양관에서 열렸고, 이번보다 훨씬 규모가 컸지만 그때는 이런 일은 없었지요. 단지 워낙 규모가 커서 각 부스를 다 돌아다니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에요. 이번 필라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 우취여권은 15개 부스만 돌면 모든 스탬프를 다 모을 수 있어요. 하지만 2002년도 필라코리아때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왔어요. 아시아 국가들만 해도 여럿 참가했고, 우취여권도 이번 것은 1쪽 1국가였지만 그때는 1쪽 2국가였어요. 그때도 이렇게 여러 국가를 취급하는 부스가 있었지만, 도장은 몇 종류 되었고, 아예 미리 세트를 짜서 봉투에 담아서 팔았어요. 세트를 구입후 자기가 알아서 우취여권에 다 붙여오면 부스 운영자가 도장만 쫙 찍어주는 식이었지요.


일단 전체적인 감상은 10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인데 2002년에 비해 너무 규모가 쪼그라들어서 매우 아쉬웠어요. 전문적인 우표수집가들에게는 출품작들의 수준도 중요하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부스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으니까요. 솔직히 이게 단순한 우표 전시회가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 다양한 국가들의 자연, 인문, 사회, 문화 모습들을 한 번에 쭉 구경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적어요. 우표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나라의 여러 모습들을 구경하고 다양한 외국인 보는 재미를 위해 갈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규모 세계우표전시회로, 2024년에는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가 개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던데, 2024년에는 세계 모든 국가가 각국의 부스를 세워서 모두가 직접 구경할 수 있는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가 개최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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