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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웃 블로그에 놀러갔더니 문체와 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문체도 많이 바뀌었다. 이 잡담에 쓰는 것이 예전 문체에 가장 가깝다. 최대한 단순하고 최대한 쉬운 문장을 쓰려고 했다. 의도적으로 짧은 문장을 선호했다. 이 문체로 쓴 여행기가 바로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다. 2006년에 쓴 여행기다. 이 문체는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인 일기나 여행 기록, 소설을 쓸 때 주로 사용한다. 저 셋 다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거의 없어서 블로그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짧은 문장, '-했다' 체로 쓰니 너무 밋밋했다. 글에 효과를 주기 어려웠다. 그래서 문체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핵심은 '-했다' 체에서 '-했어요' 체로 쓰는 것. '-했어요'체로 쓰면 보다 기교, 효과를 주기 쉽다. 대신 내 블로그를 처음 본 사람들이 종종 나를 여자로 오해하곤 한다.


요즘은 문체를 개선해볼까 하고 있다. 일단 기본은 '-해요'체이지만, 다른 것들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게다가 지금 쓰고 있는 여행기는 2015년부터 쓰고 있는 여행기인데, 문체가 앞과 지금 쓰는 것이 다르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의식하고 쓰지 않으면 기존의 문체로 글을 끝까지 써버린다. 계속 의식하고 고민하며 써야 이 변화가 자연스럽게 문체에 정착될건데 그것까지 의식하며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적당히 문체만 바꾸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글 전개와 구조에도 손을 대어야 한다. 그래서 글쓰다 피곤하면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서 주르르 쓰고 끝내버리는 거다.


02


나는 속 빈 칭찬을 하는 사람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속 빈 칭찬은 결국 무시의 다른 표현이다. 적당히 훌륭해요, 좋네요 하고 끝내는 것이 편하니까. 그래서 내가 뭐가 부족한지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정말 소중히 여긴다.


친구가 내 글을 읽고는 글이 재미있기는 한데 장황한 느낌이 있다고 했다. 개인적인 느낌이니 너무 염두에 두지는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저 의견이 정말 너무 고맙고, 곰곰히 고민하고 있다. 저런 지적을 듣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더욱이 친구는 대충 쓱 보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내 여행기를 꼼꼼히 다 읽고 이야기해준 것이었다.


나 스스로도 내 글이 장황하고 군더더기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이해를 못 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글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려고 설명을 빼면 꼭 그 부분에서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한다. 당연히 알 줄 알고 빼면 딱 그 자리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글 쓰는 단계에서부터 이것을 의식하고 쓰게 되었고, 글이 장황하고 군더더기가 많아졌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중인데 이것은 참 쉽지가 않다. 여행기에 각주를 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책에 있는 각주도 잘 안 보는데 블로그에 있는 각주는 정말로 안 본다. 가독성만 떨어뜨릴 뿐. 그렇다고 무턱대고 빼버리면 정작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주는 분들이 내 글을 읽다 헤매게 될 거다.


내 글과 문체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물어보곤 한다. 부족한 것은 느껴지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03


올해 봄에 돌아다닌 24시간 카페 글을 다 올렸다. 내게 참 큰 가르침을 준 일이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글을 쓰고, 한계에 다다라야 글이 늘었다. 처음에는 글 쓰기 정말 쉬웠다. 하지만 가면 갈 수록 한계에 다다라갔다. 솔직히 그 카페가 그 카페다. 카페베네가 카페베네고, 탐앤탐스가 탐앤탐스지. 표현을 쥐어짜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한계에 다다르자 다른 것들이 보이고 표현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어서 밀린 여행기들을 끝내야 하는데 정말 여행기가 안 잡힌다.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다 끝내야할텐데...2015년 것들 다 써야 2014년 것을 쓸텐데...


04


올해 목표 하나는 끝냈다. 너무 뿌듯했다. 그런데 그거 말고도 올해 목표가 너무 많다. 자가증식한 책들을 어서 빨리 다 봐 치워야 하는데 이게 양이 너무 많으니까 대체 뭐부터 손대야할지 감이 안 온다. 책을 보면 여행기가 진도가 안 나가고, 여행기를 쓰면 책이 그대로 있고...참 이도 저도 안 된다. 제일 좋은 것은 하나 딱 찍어서 그것만 일단 끝내는 것인데 그것이 참 안 된다. 당장 내 책상 겸 탁자 양 옆으로 쌓여 있는 책만 몇십권이니까. 아예 책을 쌓아서 침실 공간과 그 외 공간을 분리해놨다. 이 장벽을 다 읽어서 치워야하는데 장벽이 높아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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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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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7.06.19 08:41 [ ADDR : EDIT/ DEL : REPLY ]
  2.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7.06.19 22:43 [ ADDR : EDIT/ DEL : REPLY ]
  3.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7.06.20 01:56 [ ADDR : EDIT/ DEL : REPLY ]
  4.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7.06.20 13:55 [ ADDR : EDIT/ DEL : REPLY ]
  5. 제가 느낀 좀좀님의 글(특히 여행기부분)은 우선 꼼꼼해요. 타 블로그에서 볼 수 없는 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어요. 글 많이 읽지 않고 즉석적인 내용파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장문으로 느껴지겠지만, 좀좀님 여행기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읽는 재미가 꽤 있구요. 저같은 경우는 특히 중앙아시아나 동유럽쪽 생활기/여행기가 정말 좋더라구요. 문체는 부드러워서 좋아요. 사실 남자분들 문체가 너무 딱딱해요. 저도 좀좀님이 처음엔 여자분일까 생각도 했는데 여행기 읽다가 군대생활 말씀하셔서 남자분이구나 알았어요. 하지만 딱딱한 문체보다 좀좀님 문체가 읽기 편하고 친근해요. 개인적인 평으로 본다면 간단하고 내용 별로 없는 타 블로그(특히 여행블로그)와 비교해 좀좀님 블로그는 급이 다르다고 평가됩니다. 저는 좀좀님 블로그가 아주 좋아요. ^^*

    2017.06.21 12: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 글과 블로그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제 글 보고 여성인 줄 아는 분들 의외로 많아서 처음에 꽤 많이 놀랐어요. 그래서 그 후부터는 가끔 의도적으로 남자임을 암시하는 표현을 집어넣곤 해요. ㅎㅎ 중앙아시아는 다시 가보고 싶어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못 가보아서 거기는 꼭 가보고 싶은데 기회가 오지 않네요. 거기 가서 살아있는 컥컥 거리고 즈즈 거리는 말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2017.06.22 20:45 신고 [ ADDR : EDIT/ DEL ]
  6. 1,2,3번 모두 개인적으로 공감 빡 받았어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때 '-다' 혹은 '-요' 중에서 뭘 쓸지 고민해야했는데, 좀좀이님과 히티틀러님 블로그를 보고선 '-요'로 마음을 굳혔었어요. 그런데 평소 쓰는 말투가 아니라선지 상당히 불편하고 어색하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이제는 적응해서 그나마 낫지만, 여전히 좀좀이님 글을 보면 제가 한참 더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특유의 창의적인 비유들과 미사여구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더라구요. 장황하다는 느낌은,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나셔서 이걸 표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점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좀좀이님 블로그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씩 들어와서 쭈욱 몰아서 읽고 가는데, 저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계시다니 왠지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들를게요 ㅎㅎ

    2017.06.30 1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와 히티틀러님 블로그 문체를 보고 문체를 '-요'로 사용하시기로 결정하셨군요! 이런 영광이 ㅋㅋㅋㅋㅋ;;;; 저는 '-다'체보다 '-요'체가 기교부리기 쉬워서 '-요'체로 쓰고 있어요. 말 끝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져서 그 효과를 100% 활용하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요. 나름 구상은 되어 있는데 막상 글 쓸 때는 익숙한 '-요'체로 다다다다 써서 끝내버리기 일쑤에요 ㅋㅋ;; 신입상어님 글 매우 재미있어요. 보면서 안산 돌아다녀보고 싶어지곤 해요. ^^

      2017.07.01 17:1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