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식혜 만들기 - 식혜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하는 이유

좀좀이 2014. 2. 17. 08:15
728x90

식혜를 좋아해서 식혜를 많이 사먹곤 하는데, 식혜 가격이 만만찮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그래서 설날 때 어머니께 식혜 만드는 법을 배워와서 직접 만들어 보았답니다.


1. 쌀 1인분과 그것의 2배 되는 엿기름을 준비.


저는 혼자 자취하다보니 밥솥 크기가 작아서 적당히 밥 1인분을 지어서 만들기로 했어요. 먼저 쌀을 씻기 전에 밥솥 통에 물을 채워서 포트로 적당히 뜨뜻미지근하게 끓이고나서 밥 1인분을 지었어요.


2. 엿기름 불리기


뜨뜻미지근하게 끓인 물에 엿기름을 집어넣고 한 시간 불렸어요.


3. 밥 짓기


밥은 조금 꼬들꼬들하게 짓고, 밥이 다 지어지자 뚜껑을 열고 저어주어서 수분을 조금 날렸어요.


엿기름을 불린지 한 시간 되자 이제 엿기름 물을 밥솥에 부어줄 차례.


'그냥 윗물만 국자로 살살 떠서 부으면 되겠지?'


하지만 여기서 제 생각은 완전히 틀렸어요. 엿기름에서 싹이 튼 부분은 위에 둥실둥실 떠 있었고, 이것을 피해 물만 퍼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렇다고 위의 물을 마구 퍼낼 수도 없는 노릇. 나름 머리를 써본다고 옥수수수염차 티백 껍질을 여과지로 써보려 했지만 그 역시 실패.


결국 숟가락으로 일일이 퍼서 밥에 부어주었어요.


4. 밥 삭히기


밥통에 엿기름물을 지극정성(?)으로 부은 후 뚜껑을 닫고 보온으로 해놓은 후 한숨 잤어요. 5시간 쯤 자고 일어나보니 밥이 잘 삭은 것이 보였어요. 그 증거는 둥둥 떠 있는 밥알들.





5. 끓이기


식혜를 냄비로 옮겼어요.





여기에서 밥알을 건져내고 끓이면 밥알이 떠 있는 식혜를 마실 수 있는데, 저는 그냥 밥알까지 다 끓였어요. 식혜를 끓여야하는 이유는 이렇게 안하면 쉽게 쉬어서라고 하더라구요.


일단 센 불로 끓이다 거품이 올라오자 중불로 낮추었어요.





그리고 계속 맛을 보아가며 졸여갔어요. 원래 목표는 설탕 안 넣고 식혜 만들기.


식혜 물은 계속 졸아들었어요.





"음...이 정도면 되었군."


제가 원하는 단맛이 나왔어요. 집에서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식혜 맛과 거의 비슷했어요. 너무 달게 만들어서 먹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적당히 달게만 만들었어요.





식혜에 왜 설탕이 들어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설탕이 그렇게 풍부했다고 식혜에 설탕을 듬뿍듬뿜 쳐서 만들었다고 그래?


음하하하! 설탕 없이 식혜 만들기 성공!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양이 왜 이리 적지?


이거 고생한 거에 비해 먹을 게 너무 없는데?


그래도 냄비 한가득 나와야 식혜를 만들어 먹는 보람이 있을텐데 막상 설탕 없이 식혜를 만들고보니 이건 양이 너무 적었어요. 냄비 절반 될까 말까한 양이 전부.


식혜에 설탕이 들어가는 이유는 단순해요. 양을 늘리기 위해서이죠. 처음 졸이기 전에 양이 냄비 하나였는데, 설탕을 쓴다면 두 배 이상의 양 - 즉 냄비 두 개 이상의 양으로도 쉽게 불릴 수 있어요. 저는 단지 그 양 늘리기 과정이 싫어서 설탕을 안 넣고 식혜를 만든 것이었는데, 문제는 이렇게 하니 식혜는 되는데 먹을 게 정말 얼마 안 된다는 것.


결국 양이 너무 적어서 당황한 나머지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께서 알려주신 방법은 '물을 끓여서 붓고 설탕 풀어서 섞어라' 였어요.


그래서 결국 포트로 물을 끓인 후, 냄비 한가득한 양까지 부은 후, 주걱으로 딱 세 주걱 설탕을 집어넣었어요.





직접 해보니 왜 식혜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설탕을 안 넣고 식혜를 만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 정말 먹을 게 얼마 되지 않아요. 밥에 물 말아먹듯 밥알만 퍼먹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양을 불리게 되는데, 이 양을 불리는 과정에서 설탕이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것이었어요. 만약 작정하고 왕창 만들겠다고 냄비 두 개 분량을 만들었다면 설탕은 훨씬 엄청 많이 들어갔을 거에요. 그리고 단 맛을 강하게 내려면 설탕이 또 많이 들어갔을 거구요.


어쨌든 완성해서 냄비째 냉장고에 넣고 한 컵 따라 마셨어요.





이 맛이구나!


다음에는 뜰망을 사서 조금 덜 정성스럽게 만들어야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