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비락 식혜로 미숫가루 타서 먹기

좀좀이 2014. 1. 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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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즐겨 마시는 음료는 비락 식혜에요. 이것은 대학교 다닐 때에도 엄청 마셔대었어요. 쉬는 시간에 음료수 뽑아먹을 때마다 언제나 항상 변치 않고 뽑아먹던 것이 비락 식혜.


그래서 식혜는 종종 사서 마셔요. 여러 종류 있으면 저렴한 것으로 마시는데, 집 근처 가게에는 비락 식혜만 있어서 비락 식혜를 사서 마시곤 해요.


사건의 발단은 작년 겨울.


지난 여름에 가져온 미숫가루가 아직도 남아 있었어요.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면서 우유 사기는 돈이 아깝고 맹물에 타먹기는 싫고 해서 어쩌다 가끔씩 먹다보니 많이 가져온 것도 아닌데도 남아 있었어요.


때마침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 위 비락 식혜.


"한 번 이것으로 타서 마셔봐?"


하지만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커피를 타서 마셨거든요.


식혜를 사서 방에 들어올 때마다 항상 미숫가루를 비락 식혜로 타서 먹으면 무슨 맛이 날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방에 들어오자마자 귀찮아서 커피를 타서 마시고 식혜는 그냥 식혜 대로 마셨어요.


1월 1일도 지나고 재미있는 일 하나 없이 흘러가는 지루한 하루들. 물론 할 일 없고 널널해서 지루하다는 것은 아니구요. 바쁘기는 하지만 밋밋한 그런 일상이 지속되는 중이었어요. 날이 풀렸으면 바람이라도 쐬러 잠시 나갔다 올텐데 추워서 일 없으면 그냥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나날의 연속.


그래서 비락 식혜로 미숫가루 타서 먹어보기로 했어요.


준비물 : 비락식혜, 미숫가루, 쉐이크통




미숫가루를 쉽게 타는 방법은 쉐이크통에 식혜를 탈 액체를 먼저 붓고 미숫가루를 넣은 후 그 위에 다시 액체를 부은 후 쉐이크통 뚜껑을 덮고 흔드는 것이랍니다. 이렇게 하면 찬 우유에 커피 믹스를 녹여서 커피 우유를 쉽게 만들어 먹을 수도 있어요.




뭔가 말초신경까지 흥분시킬 맛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뚜껑을 덮었어요.


몇 초만에 다 섞어서 마시기 시작.


"응?"


지극히 평범하네...


그냥 단팥빵에 들어가는 팥소를 물에 개서 마시는 맛. 그런데 왜 팥소를 물에 개서 마시는 맛이 나지? 여기에 팥 안 들어가는데...목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딱 팥소를 물에 질척하게 개어서 마시는 느낌. 달기는 엄청 달아졌어요. 식혜가 설탕물에 가까운 것이니 당연한 것이려나?


대학생때 아침햇살로 커피 타 먹고 인생을 낭비하는 맛이 무엇인지 느꼈었는데, 이건 그냥 지극히 평범했어요.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이렇게 타서 미숫가루 타서 주는 거라고 해도 아무도 모를 듯 했어요. 그냥 설탕을 왜 이리 많이 퍼부었냐는 말 정도나 듣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맛이었어요.


새해는 정말 밋밋하게 시작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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