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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터키, 이란의 재담꾼 나스렛딘 호자

좀좀이 2013. 9. 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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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터키, 이란 민담에는 재담꾼인 '나스렛딘 호자'라는 사람이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봉이 김선달의 튀르크-페르시아판'이라고도 하는데 봉이 김선달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인물이랍니다.


나스렛딘 호자는 중앙아시아 및 튀르크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 얼마 되지 않아 곧 접하게 될 정도로 널리 퍼진 이야기이며, 이야기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요.


더욱 재미있는 것은 서로 자기 나라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지요. 터키에서는 나스렛딘 호자,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물라 나스렛딘,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아판디,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아펜디에요.


일단 터키에서는 이 사람의 일대기가 매우 구체적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편이에요.


터키 버전에서는 1208년 Sivrihisar 의 Hortu 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대요. 그의 아버지는 호르투 마을의 이맘인 Abdullah efendi (압둘라 에펜디), 어머니는 Sıdıka hatun (스드카 하툰)이었어요. 나스렛딘 호자는 메드레세 (이슬람 신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Akşehir 악셰히르로 이주해서 거기에서 이슬람 공부를 하고, 나중에 메드레세에서 가르치기도 하고 이슬람 판관으로도 일하다가 1284-1285에 사망했다고 해요. 아들도 있었고, 딸도 있었다고 하구요. 심지어는 올해 이 사람의 묘지도 찾았다고 해요.


그러나 실제로는 존재 자체가 불확실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의 이력 모든 곳에 물음표가 붙지요. 게다가 튀르크권, 페르시아권 모든 나라에서 자기 나라 사람이라고 주장하니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인 장미의 이름 중 한 장면이 생각나요. 어느 성당을 가든 성물이라고 예수님이 못 박혀 죽은 십자가 조각을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예수님께서는 숲 속에서 죽으셨나보다'라고 말하는 대목이요.


나스렛딘 호자는 항상 당나귀를 타고 다니는데, 터키에서는 이 당나귀도 거꾸로 타고 다녔다고 한답니다.



출처 : http://commons.wikimedia.org/wiki/



일단 나스렛딘 호자는 결혼을 하기는 한 듯 해요. 제가 아는 나스렛딘 호자 이야기 중, 아내와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답니다.


어느 날 밤, 나스렛딘 호자와 아내가 자고 있는데 아기가 앵앵 울어대기 시작햇습니다. 나스렛딘 호자와 아내는 자다가 아기 우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에서 깨어버렸죠.

"당신이 애 좀 달래요."

"내가 왜?"

아내가 나스렛딘 호자에게 아이 좀 달래서 울음을 멎게 하라고 하자 나스렛딘 호자가 되물었습니다.

"저 아이는 당신의 반쪽이잖아요."

이 말을 들은 나스렛딘 호자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울고 있는 건 아기의 내 반쪽이 아니라 당신의 반쪽이라구!"


이거를 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듯 해요.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나스렛딘 호자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는 점이에요. 하나는 나스렛딘 호자가 매우 재치있게 상대방을 혼내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멍청한 - 즉 동문서답하는 식의 나스렛딘 호자 이야기이죠.


우리나라에도 나스렛딘 호자 관련 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중앙아시아, 터키, 이란 쪽 문화에 관심 있으시면 한 번 구해서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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