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일본

일본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1학년 1학기

좀좀이 2013. 8. 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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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어렸을 때부터 참 많이 듣던 말이에요. 그런데 이 말이 어렸을 때에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꽤 많이 와닿아요. 어렸을 때만 해도 일본은 비자 받아서 가야하는 나라이다보니 그냥 먼 나라로 느껴졌어요. 이때만 해도 일본 갔다 오던 사람들이 럭키 스트라이크 및 각종 전자기기를 사서 들어오고, 이 때문에 공항에서 걸렸는데 빌었다는 이야기가 흔했던 시절.


이제는 일본은 무비자로 여행갈 수 있어요. 비행기 타고 오래 걸리는 거리도 아니다보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진짜 가까운 나라가 되었죠. 하지만...일본의 물가를 고려하면 섣불리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저의 현실.


일본 문화도 마찬가지. 제 또래에서 우리나라 사람 치고 일본 문화를 단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태어나서 주구장창 외국에 있었던 사람. 아니면 귀화했거나 국적을 속이든가요. TV에서 해주던 수많은 만화가 일본 애니메이션이었고, 만화책도 일본 만화책이 많았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접하지 않을 수는 없었어요. 비록 옛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책은 반대로 되어 있어서 일본 만화책을 거꾸로 인쇄해 우리나라 책처럼 만든 것들도 있었어요. 이렇게 되면 갑자기 만화에 무수히 많은 왼손잡이들의 등장. 그래서 어렸을 때에는 일본에 왼손잡이가 그렇게 많나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참고로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왼손잡이 애들이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선생님께 손바닥 맞던 시절이었거든요.


막상 써놓고 보니 나이 엄청 먹은 것 같지만...지금의 20대 후반인 사람들만 해도 잘 와닿지 않는 내용들일 수 있어요.


어쨌든, 일본어 공부 역시 마찬가지. 요즘과는 다르게 교재들이 형용동사라든지, 미연형, 종지형 등등의 처음 보면 그저 괴상한 문법 용어로 도배되어 있던 시절. '사무라이 픽션'이라는 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제가 적어놓은 내용을 보며 '아...그때는 그랬었지' 하실 거에요. 진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국 극장에 개봉한 일본 영화라고 가서 보았다가 대체 어디서 웃을지 모르겠고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일본 문화는 우리랑 정말 다른가보다'를 느끼게 해준 사무라이 픽션.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에 갔는데 일본의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구입할까 하다가 전부 사려고 하니 비싸기도 하고, 하필 그때는 1학년 1학기가 없어서 구입하지 않았어요. 더욱이 이 시기, 몰타의 초등학교 몰타어 교과서 및 카자흐스탄의 초등학교 교과서 1학년 것을 구입하는 바람에 재정이 간당간당한 상태.


그리고나서 나중에 가 보았더니 이번에는 나머지는 다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에 있었던 1학년 2학기가 없었어요. 또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1학년 2학기는 들어오는대로 구입하고 나머지부터 다 사자는 생각에 바로 구매했어요. 물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위에서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만 사고, 나중에 다 삼으로써 경제적 타격도 줄이고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다 모았겠죠.


이번에 볼 책은 일본의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일본어 교과서랍니다.


지문 내용은 : http://pptcoms.tistory.com/category/국어%20교과서/일본%20초등학교%20국어%20교과서%201학년%201학기



일본_초등학교_일본어_교과서_1학년_1학기


교과서 이름은 かざぐるま. 우리말로 하면 풍차. 일본 국어 교과서는 이렇게 각 학년 각 학기마다 이름이 있어요. 참고로 반디앤루니스 서점에 주문한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의 이름은 토모다치. 우리말로 하면 친구.


일본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1학년 1학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삽화.




삽화가 왠지 참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들이에요. 삽화만 놓고 본다면 확실히 이란의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다음으로 마음에 들어요.




일단 교과서는 히라가나부타 시작해요. 하지만 히라가나를 처음부터 배운다기 보다는 이미 히라가나를 알기는 하므로 똑바로 쓰기를 가르친다는 쪽에 가까운 구성이에요. 아이들을 보면 한글을 떼었다고 해서 한글을 순서에 맞게 쓰는 것은 아니듯, 여기도 히라가나를 순서에 맞게 똑바로 쓰는 법을 가르쳐줘요.


히라가나를 알려준다고 보기에는 무리인 것이, 위의 맨 처음 아이우에오 나오기 전에 이미 다른 히라가나가 잔뜩 나오거든요.


지문의 내용 역시 일본어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물론 일본에서의 일본어 비중을 고려하면 전혀 이상할 게 없어요. 어차피 모국어가 일본어인 사람이 거의 전부인데 굳이 일본어를 처음부터 가르쳐야할 필요는 없지요.


지문의 난이도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아요. 일본어를 조금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준이에요. 단, 이 역시 이게 한국어와 일본어의 문법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 한국인이 일본어를 쉽게 배우기 때문이지, 만약 일본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일본어 조금 공부하고 덤빌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한자를 보면


사스가 유도리 교육!


교과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히라가나에 띄어쓰기를 해서 적은 일본어랍니다. 그래서 사전 찾기는 편해요.


한자 자체를 1학기에 거의 안 배워요. 숫자 1~10, 木, 口, 目, 山, 水, 雨, 上, 下, 竹, 田, 川, 林, 森, 月 이 나와요. 교과서 거의 마지막에 나온답니다. 이 한자들 가운데 山, 水, 雨, 上, 下, 竹, 田, 川, 林, 森, 月 은 교과서 마지막에야 나오죠. 예전 1학년 1학기 교과서와 비교했을 때, 한자를 꽤 늦게 배우고, 한자와 히라가나를 섞어 쓴 지문은 더욱 늦게 나와요. 물론 유도리 교육은 옛날에 실패했고 문부과학성 (우리나라 교육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그만두기로 했어요. 하지만 이게 무슨 만화도 아니고 '내일부터 우리는!' 이럴 수도 없지요.


가타카나는 더 심하답니다. 예전 교과서보다 비중이 더욱 작아졌죠. ハンカチ, ズボン, ポケット, ランドセル 만 나온답니다. 교과서 맨 마지막에서 세 번째 지문에 딱 한 번 나온답니다.


일본의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를 손에 넣게 되면 이 부분 때문에 드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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