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irk




이곳은 타슈켄트 서커스장이에요. 위치는 나보이 거리에 있어요. 이곳이 중요하다고 할 만한 이유는 사실 오직 하나 - 타슈켄트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우즈벡 음식점이 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에요. 현지인들도 추천하고 한국인들도 추천하고 론니플래닛도 추천하는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인데 왜 안 알려졌는지 미스테리.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평도 안 좋은 플로브 센터 갈 바에는 그냥 여기나 갈 것이지...


어쨌든 Sirk. 이것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오늘의 화두는 바로 SIrk 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5년 키릴문자에서 라틴문자로 문자개혁을 실시했어요. 그러나 반발이 심했고, 초등학생에게는 라틴 문자로 된 교과서로 가르치고, 그 이상의 학생들에게는 별도로 라틴 문자를 알려주는 수업을 실시했을 뿐...그 외에 큰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어요.


그 결과 아직까지도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우즈베크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 및 대충 우즈베키스탄을 둘러본 사람들 및 우즈베크어와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고 와서 훑어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는 라틴 문자로 표기하고 있다고 해요. 이런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이고, 우즈베크어는 라틴 문자만 쓴다느니, 우즈베크어는 라틴 문자를 쓰기 때문에 공부하기 쉽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95% 헛소리입니다. 95%라고 한 이유는 우즈베크어에서 키릴 문자의 비중이 95%이고, 라틴 문자의 비중이 5%라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죠.



우즈베키스탄_신문우즈베키스탄에서 거리에 파는 신문 가운데 그 어떤 신문도 라틴 문자로 적혀 있지 않다. 제목이 라틴 문자라서 라틴 문자로 적힌 신문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제목만 라틴 문자다. 라틴 문자로 적힌 신문은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거리에서 구할 수는 없고, 도서관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다.


현재까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일간지든 주간지든 모든 신문은 키릴 문자로만 출판되고 있어요. 가끔 신문 제목이 라틴 문자로 되어 있어 라틴 문자로 되어 있는 신문이 있다고 낚일 수 있으나 신문 기사는 전부 키릴 문자로 되어 있어요. 또한 우즈베크어 공문서 대부분 역시 키릴 문자로 적히고 있구요. 심지어는 국영 TV에서도 키릴 문자로 쓴 우즈베크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단지 거리 간판과 TV에서 라틴 문자로 적힌 우즈베크어가 보인다고 속지 마세요. 그나마 최근에는 책이 라틴 문자로 출판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아직도 키릴 문자로 출판되는 책이 훨씬 많아요. 즉, 라틴 문자만 알아서는 읽을 수 있는 우즈베크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심지어는 라틴 문자를 아예 못 읽는 사람들도 허다합니다. 게다가 우즈베크어를 라틴 문자로 적는 것을 국민들이 매우 싫어하구요. 그 이유를 분석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먼저 1문자 1발음 원칙이 깨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키릴 문자와 라틴 문자의 1:1 대응이 잘 되지 않았어요. 키릴 문자에서 2발음 1문자인 어두에서의 е와 ё,я,ю는 각각 ye, yo, ya, yu가 되었어요. 문제는 자음. ч,ш는 각각 ch, sh가 되었는데, 이게 가독성을 상당히 많이 떨어트린다는 것. 게다가 ъ는 아포스트로프 (역점) - 즉 기호가 되어 버렸어요. 아포스트로프와 역점은 오직 작은 따옴표의 방향 차이이기 때문에 이 역시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데에 일조하고 있어요.


아제르바이잔의 국어인 아제리어, 투르크메니스탄의 국어인 투르크멘어는 키릴에서 라틴으로 가는 과정에서 ч,ш 를 ç, ş 로 대체했어요. 그래서 라틴으로 쓴다 해도 가독성을 크게 저하시키지는 않았죠. 단, 이 두 언어의 경우, 아제르바이잔어는 첫 문자개혁에서는 ä 가 있었는데, 이걸 쓰니까 글 쓸 때 점을 너무 많이 찍어야한다고해서 키릴 문자에서 ä 를 표기하던 ə 로 바꾸었고, 투르크멘어는 초기에 $를 문자로 썼으나 나중에 ş로 대체했어요. 90년대에 나온 투르크멘어 교재를 보면 가끔 $를 사용하는 교재들이 있답니다.


두 번째로 ь와 ц의 문제. 먼저 ь는 전부 없어져 버렸어요. 그리고 ц는 어두에 오면 s로, 어중에 오면 ts로 표시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문제는 우즈베키스탄은 아직까지도 러시아어가 널리 사용되며, 러시아어 발음이 잘 살아있는 곳이라는 점이에요. 쓰기는 Aprel 이라 쓰지만 읽는 것은 апрель 라고 읽어요. ц는 문제가 더욱 심합니다. ц를 어두에는 s로 쓰는데, 문제는 우즈베크어에서 ц는 확실히 살아있는 발음이라는 것이에요. 즉, 전혀 다른 발음 두 개를 한 글자로 합쳐버렸고, 그나마도 어두에서는 s와 합쳐버렸고, 어중에서는 ts로 두 알파벳을 써서 표시하게 했다. 그래서 Sirk는 모두가 '찌르크'로 읽지 '시르크'라고 읽지 않습니다. 졸지에 s는 1문자 2발음이 되어버렸고, 어중의 ts는 2문자 1발음이 된 것이지요.


세 번째로 우즈베크어 문법은 키릴 문자에 맞추어서 정형화되었는데, 이게 라틴 문자로 가면서 어긋나는 부분들이 생겼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қўймоқ qo'ymoq 은 키릴 문자로 쓸 경우 특수변화하는 동사에 들어가요. 그러나 라틴 문자로 쓸 경우 특수변화하지 않죠.


그래도 문자 개혁은 나름대로 점진적으로 밀어붙여서 요즘 젊은이들은 라틴 문자를 곧잘 쓰고 읽는 편이에요. 문제는 이 젊은이들이 우즈벡어를 키릴 문자로 쓰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 그래서 이게 요즘은 또 문제라고 하고 있어요.

반응형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문자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게 정말 편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되네요.

    2013.01.22 19: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문자가 통일되어 있지 않으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까요^^

      2013.01.22 21:12 신고 [ ADDR : EDIT/ DEL ]
  2. 알 수 없는 사용자

    1문자 2음이라니 ㄷ ㄷ 한자도 아니고... 확실히 언어라는 것은 쉽게 움직일 수 있는게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많이 틀리는 맞춤법들도 조만간 표준어로 바뀔 것 같아요. 법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법을 움직이는....

    2013.01.22 22:00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 말이에요. 2문자 1발음도 아니고 그 반대인 1문자 2발음...문제가 크죠. 이 발음이 없어진 발음도 아니고 살아있는 발음인데요. 언어와 문법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죠. 아마 우리나라 말도 언젠가 문법이 또 바뀌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띄어쓰기 규정 좀 바꾸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2013.01.23 08:10 신고 [ ADDR : EDIT/ DEL ]
  3.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게 감사해야겠어요...

    2013.01.23 17: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우리도 우리의 문자가 없었다면 많은 혼란을 겪지 않았을까요?

      2013.01.24 13:4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