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2부 08 -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예밀리 망경대산 불교 절 만경사 운탄고도1330 3길 샛길 비경

좀좀이 2023. 3. 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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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길을 계속 걸어 올라갔어요.

 

 

"뭐 이렇게 오르막이야?"

 

갈 수록 경사가 심해졌어요. 아까는 운동되는 오르막길 정도였지만 이제는 아니었어요. 여기부터는 진짜로 산 기어올라가는 길이었어요.

 

망경대산 올라가야하지 않소?

설마 계속 널널하게 갈 줄 알았소?

 

낙엽송 삼거리까지 가는 길도 오르막길이었어요. 비탈길을 올라가는 구간도 있었고 평지를 올라가는 구간도 있었어요. 비탈길은 경사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어요. 운탄고도1330 3길은 망경대산 등산로와 석항역에서 예미역까지 걷는 구간이 있어요. 이 중 운탄고도1330 3길 망경대산 등산로 구간은 망경대산 정상 근처까지 올라가요. 망경대산은 별로 유명한 산이 아니에요. 그래도 산인데 올라가야할 거에요. 지금까지 나름 꽤 올라오기는 했지만 산 정상 근처로 가려면 꽤 남아 있었어요. 그러니 경사가 급해지는 구간이 나와야 맞았어요.

 

'그래, 차라리 여기가 급경사인 게 좋아.'

 

길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었어요. 비포장 흙길에 여기저기 돌이 박혀 있는 길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힘들 거라면 차라리 시멘트 도로 오르막에서 힘든 것이 나았어요. 걸어가는 데에 힘든 부분은 없으니까요.

 

 

"이건 너무 힘들잖아!"

 

시멘트 포장도로라서 뭐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경사가 상당히 높았어요. 시멘트 포장도로만 아니었다면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도 되는 경사였어요. 숨이 가빠졌어요. 땀도 줄줄 흘렀어요. 운탄고도1330 3길 망경대산 등산로가 나중에 갈 수록 경사가 심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힘들었어요. 그래도 이런 건 괜찮았어요. 산인데 올라가야죠.

 

"이거 절 때문에 포장해 놨나?"

 

운탄고도1330 3길을 걷다가 만경사로 빠지는 길도 있다고 했어요. 만봉사와 망경산사는 낙엽송 삼거리 바로 지척에 있었어요. 거기는 아까 지나갔어요. 만경사로 빠지는 길은 아직 안 왔어요.

 

 

 

'스님들은 참 대단해.'

 

우리나라 절을 보면 첩첩산중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너무 험한 곳이라 등산화 신지 않으면 갈 엄두가 안 나는 곳인데 절이 있는 곳도 꽤 있어요. 만경사 스님들은 일이 있어서 내려오려고 하면 이 길을 걸어내려와야 할 거고, 일 다 보고 돌아갈 때는 이 길을 걸어올라가야 할 거에요. 맨몸으로 가는 것도 힘든데 스님들이 항상 맨몸으로 다닐 리 없어요. 이런 길을 짐 짊어매고 올라간다면 정말 힘들 거에요. 배낭 메고 올라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요.

 

뒤를 돌아봤어요.

 

 

거리상으로는 별로 안 걸었어요. 그러나 많이 올라왔어요.

 

다시 힘을 내서 앞으로 걸어갔어요.

 

 

운탄고도1330 이정표에는 제가 걸어온 쪽으로 내려가면 낙엽송 삼거리가 있고, 제가 가는 방향으로 더 가면 수라삼거리가 나온다고 나와 있었어요.

 

"낙엽송 삼거리? 거기 있었어?"

 

낙엽송 삼거리 표지판은 보지도 못했어요. 아까 갈김길이 낙엽송 삼거리인 모양이었어요. 낙엽송 삼거리에 도착하면 낙엽송 삼거리 사진을 촬영하려고 했는데 안내 표식은 이미 지나왔다고 하고 있었어요.

 

낙엽송 삼거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찾아서 사진을 찍고 다시 오고 싶었지만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니 엄두가 안 났어요. 이 길을 내려갔다가 또 올라와야 하니까요. 망경대산 내려간다고 운탄고도1330 3길이 끝도 아니고 예미역까지 걸어가는 길이 남아 있었어요. 여기에 다음날은 이날 걸은 길보다 훨씬 더 긴 운탄고도1330 9길도 걸어야 했어요. 체력을 아끼며 걸어야 했어요. 샛길 같은 건 가고 싶지 않았어요.

 

"낙엽송 삼거리 어디였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앞으로 걸어갔어요.

 

실제로 아까 삼거리가 낙엽송 삼거리였어요. 이것은 여행기 쓸 때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만봉사 넘어가면 나오는 삼거리가 낙엽송 삼거리에요.

 

 

2022년 10월 20일 오전 8시 45분, 갈림길이 또 나왔어요.

 

"이거 또 사람 고민에 빠뜨리네?"

 

 

먼저 운탄고도1330 이정표 표시목을 보면 아래 방향은 낙엽송 삼거리로 가라고 되어 있었어요. 문제는 수라삼거리 방향이었어요. 수라삼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렵게 되어 있었어요. 왼쪽 길로 가라는 건지 2시 방향 오르막길로 가라는 건지 헷갈리게 되어 있었어요. 화살표 모양이 절묘하게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다 맞아보이게 생겼어요. 아래 나와 있는 지도는 무용지물이었어요.

 

산꼬라데이길 이정표를 보면 여기가 '만경사 사거리'라고 나와 있었어요. 오른쪽 위로 올라가면 만경사로 가고, 아래로 내려가면 낙엽송 사거리라고 나와 있었어요. 여기가 왜 사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산꼬라데이길 이정표를 보면 만경사 사거리였어요.

 

주변에 운탄고도1330 3길 표식은 이것 뿐이었어요. 정말 마음 따스해지는 게 아니라 머리 뜨거워졌어요.

 

왼쪽 길을 봤어요.

 

 

왼쪽 길에는 차단기가 있었어요. 차단기가 열려 있었어요. 차단기 옆에는 팻말이 서 있었어요.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작업 임도 안내문

본 작업임도는 간벌재 등 원목 반출 및 숲가꾸기사업에 필요하여 시설한 임도로 도로폭(3m)이 좁고 경사가 급하니 관계자외 출입을 통제합니다.

시설년도 : 2011년

시설거리 : 7.1km

임도시설물을 파손시에슨 산림보호법 제57조에 의하여 처벌됨을 알려드립니다.

영월국유림관리소장

 

왼쪽 길이나 오른쪽 길이나 운탄고도1330 3길 표식이 없었어요.

 

'어디로 가지?'

 

스마트폰은 먹통이었어요. 안테나가 아예 안 떴어요. 둘 중 하나를 찍어야 했어요.

 

'오른쪽으로 가자.'

 

오른쪽 오르막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였어요. 그리고 산꼬라데이길은 오른쪽 길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산꼬라데이길 이정표는 운탄고도1330 이정표보다 훨씬 정확했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운탄고도1330 이정표는 사람 헷갈리게 방해만 했어요. 여기까지 제대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던 것은 산꼬라데이길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산꼬라데이길 이정표를 믿고 만경사 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더욱이 왼쪽 길 차단기 옆 표지판을 보니 그 길은 들어가면 안 될 거 같았어요. 차단기를 통과하며 오기는 했지만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문구를 보자 저쪽은 가면 안 될 거 같았어요.

 

오른쪽 길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시멘트 포장 도로가 사라지고 험한 산길이 등장했어요.

 

 

흙은 물기를 머금고 있었어요. 방심하면 발이 미끄러지기 딱 좋은 길이었어요.

 

 

"어? 만경사네?"

 

절이 나왔어요. 만경사였어요.

 

 

 

"여기에서 어떻게 가라는 거지?"

 

만경사를 둘러보며 안에서 길을 찾아봤어요.

 

 

"절은 엄청 예쁘네."

 

만경사는 망경대산에 있는 조그마한 암자였어요. 단풍이 잘 든 망경대산 속 암자 만경사는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절 못지 않게 상당히 아름다웠어요. 숨어있는 보석 그 자체였어요.

 

 

"전망 장난 아니잖아!"

 

전망도 매우 뛰어났어요. 저 아래 산에서부터 제가 기어올라왔어요. 아주 멀리까지 매우 시원하게 잘 보였어요.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험한 산은 산 자체로 거대한 초록빛 파도를 이루고 있었어요. 산의 바다였어요. 첩첩이 겹친 산 속 첩첩산중이 아니라 첩첩이 겹친 산으로 이루어진 바다 첩첩산해였어요. 저 멀리 끄트머리에서 구름이 여기까지 오려고 하면 구름도 산을 하나 둘 넘다가 너무 힘들어서 대성통곡하고 사라지게 생겼어요.

 

"이렇게 멋진 곳이 왜 안 알려졌지?"

 

만경사가 조그만 암자라고 해도 풍경이 너무 멋졌어요. 이 정도면 전국에서 산 좋아하는 사람들이 줄 서서 올라와야 할 거 같았어요. 그러나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오직 저 혼자였어요.

 

"운탄고도 3길 길이 어디 있는 거지?"

 

만경사 내부를 둘러봤어요. 만경사 넘어가는 길이 안 보였어요.

 

 

 

"스님께 물어봐야겠다."

 

스님께 길을 물어보기로 했어요. 만경사 안에서 스님을 찾았어요. 방 안에 스님 두 분이 계셨어요. 노크를 하자 스님 두 분이 저를 향해 고개를 돌리시더니 유리문을 여셨어요.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에서 운탄고도 3길 수라삼거리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운탄고도요? 거기는 여기에서 아래 차 세워진 곳으로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가야 해요."

"예? 여기에 길 없나요?"

"예, 운탄고도는 여기가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셔서 차 세워진 쪽으로 가야 해요."

 

스님께서는 수라삼거리로 가려면 아래로 내려가서 차 세워진 곳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쪽에는 길이 없다고 하셨어요. 아까 올라오던 중에 차 한 대 세워진 걸 보기는 했어요. 스님께서 알려주신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디로 가라는 하신 건지 알았어요.

 

차단기가 정답이었다.

왼쪽 차단기 있는 길로 가야 했다.

여기는 운탄고도1330 3길 아냐!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되돌아섰어요. 머리가 뜨겁게 달구어졌어요.

 

"아, 진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운탄고도1330 3길 만든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분노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에 있는 만경사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만경사로 올라가요. 비경을 볼 수 있는 코스에요. 그러나 경사가 꽤 험해요. 여유가 있으면 꼭 가는 게 좋지만, 여유가 별로 없다면 무시하고 가도 되요.

 

네 놈이 감히 만봉사를 지나쳐?

대웅보전 들어가서 삼배를 안 드려?

받아라, 부처님의 응징

 

이런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운탄고도1330 3길 걸으며 이정표 볼 때마다 찜찜한 기분이 들었어요. 왠지 길 한 번 제대로 잘못 들어갈 거 같았어요. 이정표가 엉망이었어요.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는 오히려 사람 더 헷갈리게 만들었어요. 표식도 엄한 외줄기 길에 설치해놓고 정작 중요한 갈림길에는 설치해놓지 않았어요. 운탄고도1330 3길 지도는 완전히 무용지물이었어요. 너무 대충 나와서 그거 보고 갈 수가 없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에 나와 있는 지명 보며 산꼬라데이길 이정표를 보며 가야 했어요. 이러니 갈림길 나올 때마다 찝찝했고, 결국 한 번 엉뚱한 길로 빠졌어요.

 

다행히 만경사는 너무 멀지 않았어요. 단지 경사가 참 심한 비탈길에 돌 많이 박혀 있는 자연상태 비포장 흙길일 뿐이었어요.

 

"빨리 가야겠다."

 

내리막길을 열심히 내려왔어요. 시간 낭비가 발생했어요.

 

 

2022년 10월 20일 오전 9시 7분, 만경사 삼거리로 돌아왔어요. 8시 45분에 만경사 삼거리에 도착했으니 20분 조금 넘게 허비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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