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명동 한국 화교 중국인 민간신앙 사원 거선당

좀좀이 2020. 9. 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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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도권에 있는 외국인 모스크와 외국인 절을 찾아 돌아다닌 후였어요.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외국인 모스크와 외국인 절이 수도권이 분포하고 있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한두 곳 찾아가고 끝날 줄 알았는데 카테고리 하나 만들어서 여행기 연재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여러 곳 있었어요.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못 찾았을 뿐이었어요.


2017년에는 외국인 모스크를 찾아 돌아다녔어요. 이때 이야기를 모아놓은 카테고리가 바로 '등잔 밑 모스크 로드'에요. 2018년에는 외국인 절을 찾아 돌아다녔어요. 이때 이야기를 모아놓은 카테고리가 바로 '벚꽃 바람과 염불소리'에요.


모스크도 찾았고 절도 찾았다. 이제 남은 것은?


외국인 성당은 찾을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이건 아마 없을 거였어요. 가톨릭은 통일된 하나의 종교 집단이니까요. 우리나라에 성당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동네마다 하나씩 있어요. 만약 외국인 성당이 필요하다면 새로 외국인 전용 성당을 건설하기보다는 외국인 국적에 따라 외국인 신부를 파견오게 해서 이미 동네에 존재하고 있는 성당에서 외국인 전용 미사를 열어줄 거였어요. 가톨릭은 통일된 하나의 종교 집단이니 성당 건물을 새로 지을 필요 없이 외국인 신부님만 모셔와서 외국인 전용 미사만 따로 하나 만들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일이었어요. 그래서 이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거 같았어요.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찾아볼 필요가 아예 없었어요. 가톨릭은 외국인 전용 성당을 찾을 게 아니라 외국인 신부님을 찾아야 맞을 건데, 제가 인터뷰하러 돌아다니는 기자도 아니고 그래야할 이유는 없었어요. 그렇게 사람 만나고 인터뷰하는 거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구요. 필리핀 사람들 많은 동네에 있는 성당 가서 거기 계신 분들께 물어보고 돌아오는 것 정도가 될 건데 이런 건 아무 재미 없었어요.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구요. 제가 무슨 외국인 노동자 실태 논문 쓰는 것도 아닌데요.


외국인 교회는 아예 안 가고 싶었어요. 외국인 목사가 한국에 세운 교회가 아니라 한국인 목사가 외국인들 대상으로 선교하는 교회일 게 뻔했어요. 가톨릭은 최소한 필리핀 사람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로 오는 나라 사람들 중 개신교 믿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아예 없었어요. 아시아에서 개신교 세력이 강한 나라는 한국 뿐이거든요. 교회 자체가 전도에 하도 극성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안 되는데 여기에 목적 자체가 선교인 교회? 절대 사양이었어요.


'이제 더 돌아다닐 곳 없나?'


모스크와 절 외에 또 갈 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어요.


'아, 화교들은 뭐 있지 않을 건가?'


중국인 말고 한국 화교들의 신앙이 궁금해졌어요. 중국인들은 미신을 매우 강력하게 믿어요. 특히 중국 공산당의 문화대혁명을 당하지 않은 타이완 사람들, 중국 화교들은 중국인 민간신앙을 매우 강력하게 믿어요. 화교들의 신앙 관련된 곳도 찾아보면 하나 있을 것 같았어요.


서울에서 한국 화교들의 중심지는 명동이에요. 명동 중국대사관 근처가 화교들의 중심지에요. 원래 중국대사관 자리가 타이완 대사관이었던 자리에요. 인천 차이나타운 외에 명동에도 화교들의 민간신앙과 관련된 곳이 하나 있을 것 같았어요.


'중국 화교 관련된 도교 사원 같은 것은 우리나라에 없나?'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봐도 명동에서 그런 곳을 본 기억은 없었어요. 지금까지 명동 한성화교학교 앞을 몇 번을 지나가고 그 주변을 몇 번을 돌아다녀봤는지 몰라요. 하지만 중국 민간신앙 냄새가 나는 건물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있을 것 같은데 없었어요.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복 福자를 거꾸로 달아놓은 것 정도였어요. 제단 만들고 향 피워놓는 것도 본 기억이 없었어요.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봤어요.


"어? 있었네?"


명동에 '거선당'이라는 곳이 있었어요. 여기가 바로 중국 화교 중국인 본토 민간신앙 사원이었어요.


"여기 가봐야겠다!"


매우 궁금해졌어요. 그러나 바로 가지 않았어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어요. 그러다 2019년 봄이었어요. 마침 새로 디카를 구입했어요. 새로운 디카인 캐논 SX70HS 를 구입하자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고 싶어졌어요.


'거선당 가볼까?'


미루고 미루던 거선당을 가보고 싶어졌어요. 새로 구입한 캐논 SX70HS가 저를 움직였어요. 2019년 4월 8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근처로 갔어요.


서울 명동


이 허름한 건물 꼭대기층에 서울 명동 중국 화교 중국인 본토 민간신앙 사원 거선당이 있어요.


서울 화교 문화


계단을 따라 올라갔어요.


서울화교거선당문화회


서울화교거선당문화회 사무실이 있었어요. 사무실에 들어갔어요. 직원분 허락을 받고 직원분과 같이 거선당으로 올라갔어요.


거선당


거선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제단이 있었어요.


중국인 제단


중국인 명패


거선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서울 명동 중국 화교 중국인 본토 민간신앙 사원 거선당


寺院居善堂 사원거선당은 삼국지의 영웅이자 재신과 무신인 관우, 바다의 항행을 지켜주는 신 마조(媽祖), 중생을 위험에서 구제해주는 불교의 관세음보살, 재앙을 물리치고 평안을 가져다주는 신 호삼태야(胡三太爺), 산육과 육아의 신 자손낭낭(子孫娘娘), 도교의 신 중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옥황대제(玉皇大帝), 그 다음으로 권위가 높은 삼청노조(三淸老祖), 한 가정을 보호하고 감찰하며 옥황대제에게 가정의 선행과 악행을 보고하는 조왕노야(灶王老爺), 토지를 관장하는 복덕정신(福德正神), 각종 질병을 치료해 주는 약왕(藥王), 토목건축의 행업신(行業神)인 노반사조(魯班師祖) 등 18가지의 각종 신을 모신 작은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신들을 보면 온갖 종교의 신이 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관우는 민간신앙, 관세음보살은 불교, 옥황상제는 도교에요. 하나의 사원 안에서 모시는 신이 중국의 토테미즘, 민간신앙, 도교, 불교가 섞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국 화교 문화


서울 화교 사원


서울 관광지


서울 명동에 거선당이 설치된 시기는 1901년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처음 명동에 거선당이 설치되었을 때는 기와 건축물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기와집 거선당은 1954년에 철거되었고, 새로운 중국 전통의 사합원(四合院) 양식의 건물을 지었다고 해요. 이 건물 또한 1982년에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 오늘날까지 존재하고 있는 4층 건물이 세워졌고, 4층에 거선당이 들어갔다고 해요.


거선당은 단순히 종교 기관 역할만 담당한 것이 아니에요. 원래는 종교 시설로 시작했지만, 종교 시설 기능 외에 이주지에서 불우하게 사망한 화교 시신을 안치하고 고향으로 보내주는 시구 施柩 및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가 부족한 화교에게 금전을 제공하는 자선활동도 펼쳤다고 해요. 이 점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외국인 모스크, 외국인 불교 사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요. 또한 외국에 있는 한인 교회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경우가 있구요. 이런 곳들은 단순 종교 시설이 아니라 커뮤니티 센터, 복지 센터 역할도 담당해요.


서울 타이완 화교


한국 자유중국 화교 문화


예전에는 거선당에서 자손낭낭의 탄신일인 음력 3월 20일을 전후로 전국의 화교 다수가 모여 행사를 거행했다고 해요. 탄신일의 전날인 19일은 입산(入山), 20일은 정일(正日), 21일은 출산(出山)이라 해서 3일간 거선당 사원에서 경극 공연을 했고, 여기에 참가한 화교에게는 장수의 국수인 수면 壽麵 을 제공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 행사는 1982년 사합원 건물이 철거된 후 사라졌고, 오늘날에는 거선당 임원 및 일부 화교가 참가해 제향제배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요.


중국 화교 문화


우리나라에서 화교 문화를 찾기는 이제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졌어요. 중국인 노동자, 중국인 불법체류자, 조선족이 득실거리고 곳곳에서 창궐하면서 이제 한국인들 머리 속에서 중국 문화는 화교 문화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 본토 문화로 변했고, 이게 한국 사회 속에서 주류 중국 문화로 자리잡았거든요. 한국 화교 문화인줄 알고 찾아봤는데 중국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 문화와 뒤섞여버린 경우도 많아요. 더 이상 짜장면을 중국 음식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한국 사회에 사실상 동화된 화교들의 고유한 문화는 이제 찾아보기 매우 어려워요. 한국 문화에 동화되어버렸거나 중국 공산당 치하 중국인 문화에 섞여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라서요.


한국 화교 문화와 중국 공산당 치하 중국인 문화는 확실히 달라요. 화교가 운영하는 오래된 중국집과 양꼬치 가게만큼 차이가 엄청나게 커요. 중국집과 양꼬치집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탕수육과 꿔바로우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구요. 그렇지만 둘 다 중국 음식인데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아요.


현재 한국 사회를 보면 한국 화교, 타이완인, 중국인 구분을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이 셋은 분명히 달라요. 한국인과 조선족만큼 문화적으로 차이가 커요. 애초에 타이완인을 중국인으로 싸잡아 보는 것 자체가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관점이에요. 또한 이들을 모두 중국인으로 싸잡아보는 관점은 이들을 대할 때 혼란만 가중시켜요.


한국 화교 문화가 어떻게 방향을 잡고 가는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제는 한국 화교 문화와 중국 문화, 타이완 문화를 확실히 구분해야 해요. 우리가 뭉뚱그려서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최소한 한국 화교, 타이완인, 중국인으로 구분해서 봐야해요.


서울 명동 거선당


서울 명동에는 한국 화교 중국인 본토 민간신앙 사원 거선당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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