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밀크티는 공차 신메뉴인 흑임자폼 밀크티 + 펄이에요. 공차 흑임자폼 밀크티 + 펄은 2019년 10월 30일에 출시되었어요.
"공차 신메뉴 나온대."
항상 친구가 제게 공차에서 신메뉴 나온다는 소식을 먼저 알려주었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어요. 제가 먼저 공차에서 신메뉴를 출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왜냐하면 이제 저도 인스타그램을 하거든요.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공차에서 신메뉴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친구에게 알려줬어요.
"신메뉴 뭐 나와?"
"이번에 네 종류나 출시하던데?"
공차에서 2019년 겨울 시즌 메뉴로 음료를 4개나 출시했어요. 초코바른 제주 그린티 스무디, 초코바른 초코 스무디, 제주 그린 밀크티 + 펄, 흑임자폼 밀크티 +펄이었어요. 보통 이런 곳에서는 공통된 하나 갖고 거기에 미세한 차이를 줘서 여러 종류를 만들어요. 그런데 공차의 이번 겨울 시즌 메뉴는 종류 자체도 다른 때보다 더 많은 4종류였어요. 게다가 더욱 중요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초콜렛과 녹차 조합은 좋아. 그런 건 흔하니까. 그런데 대체 저 깨 밀크티는 뭔데?
이번 공차 신메뉴에서 메인은 아무리 봐도 제주 그린 밀크티였어요. 공차 모델로 활약중인 연예인 이승기씨가 제주 그린 밀크티를 들고 웃고 있었거든요. 주인공이 모델에게 간택당하니 메인은 당연히 제주 그린 밀크티겠죠. 여기에 초콜렛은 겨울이 되면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오는 것처럼 항상 돌아오는 소재에요. 여기에 초콜렛과 녹차가 섞인 조합은 그렇게 특이할 것 없는 조합이었어요. 지금은 말차 열풍이 조금 잦아들어서 그렇지, 말차 열풍일 때는 정말 흔하고 흔한 조합이었거든요. 비근한 예로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초코나무 숲 아이스크림이 이런 조합이에요. 여기까지는 아무 무난했어요.
그런데 뜬금없이 흑임자폼 밀크티.
깨로 밀크티가 돼?
진지하게 의문. 깨로 밀크티 만든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봤어요.
깨는 두유 같은 곳에서나 쓰는 거 아냐?
흑임자의 현실은 검은깨. 검은깨가 건강식품이래요.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흑임자를 음료에 사용하는 경우는 진짜 제한적이에요. 이건 무슨 환자식에서나 사용해요. 정말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료에 사용한다고 해야 두유에 첨가되는 거구요. 흑임자 주스, 흑임자 우유 같은 건 보지도 못했어요. 흑임자 요거트 따위는 접해보지도 못했구요.
이것은 무슨 사자와 호랑이를 교배시켜 만든 라이거 같은 거야?
대체 무슨 맛을 만들어놨을지 감도 안 오는 음료였어요. 더 웃긴 것은 초코바른 제주 그린티 스무디, 초코바른 초코 스무디, 제주 그린 밀크티 + 펄과 같이 나왔다는 것이었어요. 이 세 음료와 어울리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광고 사진만 봐도 이건 아주 꿔다놓은 보릿자루였어요. 개밥의 도토리 같은 모습이었어요. '어디 마셔볼 테면 마셔봐라'였어요.
무슨 정신으로 이런 음료 만드셨어요?
진지하게 이렇게 질문하고 싶었어요. 깨 밀크티. 깻잎 밀크티도 아니고 깨 밀크티. 이게 가능하기는 한 거야? 이건 깨의 레볼루션. 아니지, 혁명이 아니야. 이건 깨의 뉴뉴 에볼루션. 살다살다 진짜 깨로 밀크티 만든다는 소리는 처음이었어요. 그게 될 거라 생각해본 적도 한 번도 없었구요.
그러니까 세 개만 출시하면 뭔가 허전하니까 '너네가 설마 이걸 고르지는 않겠지'하는 심정으로 억지로 하나 끼워넣은 거야?
초코바른 제주 그린티 스무디도 있고, 초코바른 초코 스무디도 있고, 제주 그린 밀크티 + 펄도 있어. 그런데 너 진짜 흑임자폼 밀크티 + 펄 고를 거야?
삼지선다형으로 문제를 출제하면 심심하니까 억지로 사지선다형으로 만들기 위해 끼워넣은 것인가. 저게 저기에 끼여들어 있을 이유를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어요. 이건 대놓고 '야, 진짜 저건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은 거니까 제발 고르지 마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짬뽕 맛집인데 어디 구석탱이에 작게 '짜장면' 적혀 있고 그런 거요.
하지만 나는 꼭 그런 걸 일부러 고르는 인간이지.
이것이 의지의 한국인, 근성의 한국인 아니겠습니까.
분명히 연예인 이승기씨는 제발 얌전히 제주 그린 밀크티 + 펄을 고르라고 답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그래도 아둔한 인간들을 위해 초코바른 제주 그린티 스무디, 초코바른 초코 스무디도 마련해놨어요. 그러니까 공차에서 진짜 밀고 싶은 것은 제주 그린 밀크티라는 거겠죠. 겨울 컨셉으로 초콜렛도 발라주고요. 흑임자폼 밀크티 + 펄은 절대 고르지 말라고 한 것 같았어요. 녹차도 싫고 초콜렛도 싫은 답 없다는 사람들을 위해 억지로 구색맞추기로 '그러면 이거나 먹어봐라'라고 끼워넣은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저는 꼭 이런 걸 골라먹어요. 선택지 1번은 항상 이런 거에요. 이런 게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공차로 갔어요. 망설임 없이 바로 흑임자폼 밀크티 + 펄을 주문했어요. 당도는 50으로 설정했어요.
공차 신메뉴인 흑임자폼 밀크티 + 펄은 이렇게 생겼어요.
희무끄름한 색에서 진한 잿빛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 왠지 일본인들이 참 좋아할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이거랑 비슷한 비주얼 있어.
스타벅스 제주 한정 메뉴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 좋은 제주 까망라떼가 딱 이렇게 생겼어요. 제주 까망라떼보다 색이 조금 연했어요.
공차 홈페이지에서 흑임자폼 밀크티 + 펄에 대해 '블랙티가 들어간 고소한 맛의 흑임자폼과 펄이 어우러진 음료'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공차 흑임자폼 밀크티 + 펄 가격은 5100원이에요. 열량은 Ice 가 370.1kcal, Hot 이 446.1 kcal 이에요.
"푸하하하!"
한 모금 마시자마자 빵 터졌어요. 공차 매장에서 큰 소리로 안 웃느라 혼났어요. 맛이 진짜 웃겼어요. 재미있었어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었어요. 깨의 고소한 맛이 아주 진하게 느껴졌어요. 당도 50인데도 별로 안 달지 않았어요. 달고 고소했어요.
"이거 깨송편이잖아!"
나는 밀크티를 마시는 게 아니야. 깨송편을 마시고 있어.
이제 몇 달 뒤면 2020년. 2020년이라 하면 2020 원더키디의 해. 어렸을 적 2020년이 되면 사람들이 막 날아다니고 우주에 살고 있다고 했어. 그러나 그 모든 것 다 2020년이 아니라 2220년에야 이루어질 것 같은 현재.
하지만 우리 시대가 바뀌었어. 분명히 기술은 진전하고 있어. 이제는 깨송편을 찐득찐득 쫀득쫀득 씹어먹는 시대는 갔어.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깨송편을 마시는 거야.
공차 흑임자폼 밀크티 + 펄 음료 자체가 깨송편 맛이었어요. 여기에 이 음료 이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펄이 들어가요. 펄을 씹으면 깨송편과 맛 싱크로율 100% 찍었어요. 가뜩이나 그냥 음료만 빨아 마셔도 깨송편과 맛 싱크로율 99% 찍고 식감에서만 차이 있을 뿐이었는데 펄을 씹으면 식감까지 싱크로율 100% 찍어서 완전 깨송편이 되어 버렸어요.
블랙티 느낌은 찾기 어려웠어요. 그냥 깨송편 맛이었어요.
추석 지났잖아! 추석 9월에 있었다구!
이거 왠지 차례상에 송편 대신에 올려도 조상님들이 쪽쪽 빨아마시며 '음, 요즘은 송편도 액체로 만들어 마시는구나'하며 좋아하실 맛이었어요.
참고로 속쓰릴 때 마시면 꽤 좋을 맛이었어요. 맛이 상당히 부드러웠거든요. 자극적일 것도 없었구요. 과음해서 속 쓰리고 컨디션 메롱일 때 공차 흑임자폼 밀크티 + 펄 한 잔 쪽 빨아마시면 해장될 것 같았어요.
공차 흑임자폼 밀크티 + 펄은 그냥 빨아 마시는 깨송편이라 생각하시면 99.99% 맞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