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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많이 찍고 충분히 볼 만큼 보았기 때문에 다시 택시로 돌아갔어요.


"밥은 테젠 Tejen 가서 먹어요."

"예. 그러면 이제 메르브 가죠."

"메르브?"


택시 기사가 점심을 '테젠'이라는 도시 가서 먹자고 했어요. 그래서 좋다고 하고 이제 우리가 택시 기사에게 가자고 한 메르브 유적으로 가자고 했어요.


"예. 메르브요."

"여기 메르브인데요?"

"여기는 마르잖아요."


투르크메니스탄 지도를 펼쳤어요.


메르브 이미 지나왔잖아!


투르크메나바트에서 메르브 유적을 지나야 마르 Mary 로 갈 수 있었어요. 일단 창 밖에서 유적 같은 것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메르브 유적은 길에서 더 들어가야 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마르를 '메르브'라고 부르기도 한대요. 이 택시 기사는 자기 멋대로 지레 짐작한 것이었어요.


택시 기사는 자기도 거기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겠다고 했어요. 우리가 차에 타자 택시 기사는 택시를 몰고 마르 버스 터미널로 갔어요.


"내 이럴 줄 알았다."


우리가 말하지도 않은 곳을 데려다 줄 사람들이 아니지. 이 도시에 차를 끌고 들어온 이유는 이 택시 기사가 메르브 유적을 몰랐거나, 아니면 밥 먹으러 들어온 것인데 밥은 아니라고 했어요. 그러면 당연히 남는 이유는 오직 하나. 메르브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택시 기사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데 사람들도 메르브 유적이 어디 있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몇 명에게 물어보다가 겨우 메르브 유적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을 찾았어요. 그 사람은 메르브 가려면 우리가 왔던 길을 한참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어요.


"메르브 가지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가죠."


한참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그냥 메르브 따위는 제끼고 테젠으로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원래 계획에서 메르브는 버리는 곳이었어요. 게다가 이 택시 기사가 악의적으로 메르브를 뺀 것이 아니라 '마르'로 잘못 알고 마르로 데려다 주었구요. 메르브는 볼 것도 없는데 외국인은 입장료가 턱없이 비싼 곳. 책을 구입할 생각을 하면 돈을 아껴야 했어요. 더욱이 돌아가서 보는 건 시간을 잡아먹는 짓이었구요. 시간 낭비에 돈 낭비라 버려도 아무 미련이 없었어요. 오히려 마르를 보아서 기뻤어요. 여기는 설명이 별로 없어서 계획 단계에서 전혀 고려도 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의외로 볼 만한 도시였어요.






마르를 빠져나가는 길. 아까 모스크가 있던 거리는 화려했으나, 그 외 거리는 그냥 평범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도시의 모습과 별로 다를 게 없었어요.



"응?"


신호등을 황금 신호등으로 만들지 못해서 그런가? 노란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호등이었어요. 시커멓게 만들면 열 받아서 저렇게 만든 건가? 그런데 왠지 전자가 더 그럴듯한 것 같았어요.


재질은 속일 수 없는 법.


아무리 예쁘게 보이려고 해도 플라스틱이라는 재질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는 법이에요. 차라리 금빛 락카칠을 잔뜩 했다면 '오오, 이 미친 나라는 돈이 넘쳐나서 신호등도 황금 신호등이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건 그냥 노란 플라스틱. 오히려 돈이 없어서 저렇게 만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 아슈하바트는 얼마나 해괴한 도시이길래...


마르를 보고 나오는 길. 새로운 의문이 생겼어요. 대체 아슈하바트는 얼마나 해괴한 도시이길래 사람들이 악평을 그렇게 잔뜩 써놓는 것일까? 일단 지금까지 이 나라를 지나간 사람들이 왜 '북한 같다'고 악평을 했는지 와닿지가 않았어요. 거리에 차가 없다고 했는데 적어도 몰타의 일요일 만큼은 차가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에 몰타의 일요일 만큼 차가 다니고 있다면 그렇게까지 혹평하고 차가 없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검문소가 많고 경찰이 많고 아슈하바트 가는 길에 몇 번에 걸쳐 검문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검문은 단 한 번도 당하지 않았어요. 사실 검문소 가지고 게거품을 문다면 그건 어처구니 없고 웃긴 거에요. 우즈베키스탄도 검문소 엄청 많거든요. 우즈베키스탄은 주 경계마다 검문소가 있어요. 게다가 과속 차량 잡아서 벌금 매기기 위해 경찰이 도로에 많이 있구요.


마르 중심가의 건물들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수준이었어요. 만약 그게 그렇게 충격적인 것이라면 타슈켄트의 아미르 테무르 광장은요? 그리고 나보이 거리의 중앙 도서관 건물과 데데만 호텔은요?


아직까지는 투르크메나바트와 마르만 보았지만, 이게 왜 그렇게 많은 악평을 받은 나라인지 그 이유를 알 수도 느낄 수도 없었어요. 분명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악평을 했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에요. 단순히 비자 받기가 어려워서 악평을 그렇게 써놓고 '북한 같은 나라'라는 최악의 욕까지 써놓았을 리는 없으니까요. 설마 별 볼 일 없는 유적들 보고 그렇게 국가 자체에 악평을 써놓았을 리는 없을 테니...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해요. 아슈하바트가 정말 충격적이었다는 것이겠죠.


마르에서도 담배 꽁초와 해바라기씨 껍질은 흔히 볼 수 있었어요. 차로 지나가며 담배를 태우는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해바라기씨를 까먹는 사람은 몇 명 보았어요. 정말 국경에서 마르까지는 그냥 평범한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나바트 기차역 앞에서 경찰이 있으니 차 안에서만 담배를 태워야 한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놀라거나 충격을 받을 게 없었어요.


기대가 너무 컸던 건가?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간 여행자들의 글에서 찾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좋은 점이라고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물가가 싸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물가가 싸다는 점 중에서도 특히 기름값이 엄청 싸다는 것이었어요. 그 외의 장점은 없었어요. 그 외에는 정말 다 악평 투성이. 그래서 '대체 얼마나 해괴한 나라이길래...'라고 생각하며 내심 기대했어요. 하지만 이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은 아직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슈하바트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괴로워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신경쓸 필요도 없었구요. 어차피 이 차는 아슈하바트에 도착할 거니까요. 오늘 내에 아슈하바트를 볼 것이고, 가서 직접 보면 풀리는 문제였어요. 오히려 신경쓰이는 것은 아슈하바트 도착 시각이었어요. 당장 오늘밤을 보낼 호텔을 찾아야 하는데 너무 늦은 시각에 도착하면 호텔 찾기가 어려워질테니까요.


차가 마르에서 빠져나오자 또 다시 지루한 풍경이 나타났어요.


나 사막 싫어!


저는 사막에 대한 로망 따위는 없어요. 드넓은 초원에 대한 상상이나 동경도 없구요. 정말 무슨 데자뷰도 아니고 가도 가도 반복되는 것 같은 풍경이 다시 펼쳐졌어요. 게다가 햇볕이 앞자리로 강하게 들어와 제 체력을 부수어 먼지로 만들고 있었어요.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눈 좀 감고 있어야지.


지루한 풍경과 슬슬 밀려오는 잠 정도는 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퍼부어대는 햇볕 때문에 눈이 너무 피곤했어요. 투르크메나바트에 도착할 때에만 해도 이 나라에서 보는 것 모두를 사진으로 찍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투르크메나바트를 넘어가면서 그 다짐은 사르르 날려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마르를 넘어서 또 그 황량한 사막과 초원이 나오자 이제는 지겹다 못해 지긋지긋했어요. 정말 몇 시간 만에 풍경 보는 것을 지겹게 만드는 사막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눈을 감았어요. 그래도 어떻게 획득한 비자인데...아무리 지긋지긋한 똑같은 풍경이라도 다 외워가고 사진 찍어야지. 여기는 다시 올 거 같지도 않은 나라인데...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언제든 갈 수 있는 나라도 아닌데...


"어이, 어이!"


잘 자고 있는데 택시 기사가 흔들어 깨웠어요.


'벌써 다 왔나?'


분명히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식당에 온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주유소였어요. 택시 기사는 뭐라고 말을 하는데 가뜩이나 알아들을 수 없는 투르크멘어에다 졸려서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계속 못 알아듣겠다고 이야기하자 택시 기사는 일단 주유소 구석으로 차를 끌고가 세우고는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역시나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택시 기사는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 숫자를 찍어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아...돈 일부를 먼저 달라는 거구나!


대충 상황이 이해되었어요. 택시 기사가 차에 기름을 넣었는데 돈이 얼마 없으므로 미리 얼마를 달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계산하는 방법도 이상한데다 택시 기사가 달라고 하는 돈은 투르크메니스탄 마나트였고, 우리가 택시 기사에게 줄 돈은 미국 달러였어요.


일단 1달러가 2.8 마나트라는 것에는 서로 간에 이견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계산을 해서 보여 주었더니 택시 기사는 아니라며 또 뭔가 막 계산해서 보여주었어요. 택시 기사는 달러에 14.25를 곱한 후 막 무슨 숫자로 나누어 보여주었어요. 지금 주고 얼마를 주느냐가 문제였는데 계산 결과는 제가 하나 이 택시 기사가 하나 똑같았어요. 문제는 계산 방법이 아주 달랐다는 것. 게다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를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로 계속 핸드폰 계산기만 찍어서 보여줄 뿐이었어요.


'이 사람, 혹시 옛날 환율로 계산하고, 그것을 다시 지금 환율로 고쳐서 보여주는 건가?'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화폐 개혁이 있었어요. 그 화폐 개혁으로 인해 투르크메니스탄 마나트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어요. 예전 화폐 개혁 전에 투르크메니스탄을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보면 100 마나트 넘는 큰 액수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절대 아니에요. 지금 1000 마나트면 투르크메나바트 환율인 1달러 = 2.8 마나트로 계산할 경우 무려 357달러에요.


뒤에서 자고 있던 친구가 일어나 갑자기 투르크메나바트에서 택시 기사에게 30달러를 주었다고 했어요. 10달러 주고, 20달러를 다시 주었다고 했어요.


이건 무슨 소리야?


투르크메나바트에서 친구와 택시 안에서 다른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돈을 낸 적이 없었어요. 지금 이 택시 기사에게 미리 준 돈은 오직 20달러. 그런데 친구가 자기가 아까 투르크메나바트에서 10달러 더 주었다고 했어요.


'분명 돈 더 준 적이 없는데...'


제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돈은 20달러만 주었어요. 왜냐하면 일단 20달러는 제 돈으로 내었거든요. 그 외에 돈을 준 적은 아예 없었어요. 아무래도 이 친구는 지금 국경에서 환전하고, 국경에서 투르크메나바트까지 오는 택시 비용 내고 한 것이 머리 속에서 섞여서 이러는 것 같았어요. 친구가 택시 기사에게 자기가 돈을 10달러 아까 내지 않았냐고 하고, 택시 기사는 자기는 받은 적이 없다고 했어요.


'졸려 죽겠는데 정신 없어 죽겠네...'


택시 기사가 대체 왜 14.25를 곱한 후 막 나누는지 확실히 알지 못해서 갑갑한데 뒤에 앉은 친구는 10달러 아까 주었다고 우기고 있었어요. 졸리고 머리도 안 돌아가는데 정신이 사나워졌어요.


"아까 우리 10달러 안 줬어! 돈 세 봐!"


친구가 택시비로 10달러를 낸 적이 없는 것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우리가 택시비로 20달러만 지불했다고 하고 친구에게 일단 있어보라고 했어요. 친구가 돈을 세는 동안 택시 기사에게 핸드폰을 달라고 해서 차근차근 계산을 했어요.


"1달러, 2.8마나트. 맞죠?"

"예."

"줄 돈 60달러, 맞죠?"

"예."

그래서 계산기로 60 곱하기 2.8을 했어요.


"맞죠?"

"맞아요."

택시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여기서 40마나트 달라고 했죠?"

"예."


그래서 40을 빼었어요.

"맞죠?"

"맞아요."


"그럼 이거 다시 달러로...다시 2.8. 맞죠?"

"맞아요."

그래서 다시 2.8로 나누었어요.


"지금 40 마나트 주고, 아슈하바트에서 이거 주면 되죠?"

"예!"


기사는 맞다고 끄덕였어요. 그래서 40마나트를 주었어요. 택시 기사는 택시에서 나가 주유소에 기름값 내고 다시 탔어요. 친구는 자기가 착각한 것이 맞다고 했어요.


"대체 14.25 뭐에요?"


핸드폰 계산기를 가지고 택시 기사와 서로 숫자 꾹꾹 눌러가며 우즈벡어와 투르크멘어로 손짓 발짓 해가며 이야기했더니 잠이 확 깨어버렸어요. 그냥 2.8 곱하고 나누고 했으면 될 것을 무슨 이상한 수를 마구 곱하고 나누고 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슨 소리 하나 했고, 나중에는 뭔 엉뚱한 짓을 하려고 하나 했어요. 즉, 잠을 다 깨게 만들고 서로간의 불신을 싹 틔우려 했던 문제의 숫자 14.25.


"투르크메니스탄 돈 바뀌었어요."


무언가 투르크멘어로 설명해 주는데 다 이해는 못 했어요.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 화폐 개혁 때문에 이렇게 계산을 한다는 것은 알아들었어요. 보통 이러면 그냥 지금 환율로 계산하는데, 이 택시 기사는 옛날 환율로 계산한 후, 그것을 다시 지금 환율로 계산한 거였어요.


다시 이어지는 지루한 길.





오후 5시가 되어서야 테젠 Tejen 에 도착했어요. 택시 기사는 우리를 식당으로 데려갔어요.



"여기 엄청 비싼 곳 아니야?"


이런 가옥들이 여러 개 모여 있었어요. 이런 가옥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 있는 테이블에서 먹을 수도 있었지만, 택시 기사는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어요.



외관은 그냥 전통 천막인데 내부에는 LCD 액정 평면 텔레비전에 에어컨까지 갖춘 현대적인 공간이었어요. 시설이 좋고 매우 시원하고 쾌적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밥값 엄청 비싸게 나오는 거 아니야?'


그냥 적당한 동네 식당에서 먹고 갈 줄 알았는데 꽤 괜찮은 곳으로 왔어요.


"뭐 먹을래요?"

"뭐 있어요?"

"만두, 샤슬릭 등등등..."

"뭐가 맛있어요?"

"이 집은 만두가 맛있어요."


택시 기사는 이 집은 만두 (현지어로는 만트)가 맛있는 집이라고 했어요. 오쉬는 맛 없냐고 물어보자 이 집 오쉬는 맛이 없고, 오쉬가 맛있는 집은 따로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만두를 먹기로 했어요.


'만두 가지고 점심이 될 건가?'


우즈베키스탄에도 만두가 있어요. 그런데 그건 식사용으로 먹기에는 너무 적어요. 현지인들은 식사로 먹기도 하는데, 한국인에게는 반찬이지, 밥으로 먹을 양은 아니에요. 일단 만두가 맛있다고 해서 만두를 시켰어요. 정 부족하면 먹고 더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택시 기사는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비스듬히 옆으로 누웠어요. 여기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다 먹고 누워요. 말이 좋아 '누워서 떡 먹기'이지, 누워서 떡 먹는 게 오히려 얌전히 앉아서 떡 먹기 보다 더 어렵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 다 알아요. 오히려 누워서 떡 먹으라고 인절미, 시루떡 같은 거 주면 그건 고문, 가혹행위에요.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그랬고, 여기 투르크메니스탄도 그렇고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는 비스듬히 누워서 먹어요. 저도 흉내는 내 보았지만 도저히 불편해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입에 가져가기가 어려웠어요.



"여기 만두는 왜 이렇게 커?"


만두 하나가 여자 주먹만 했어요. 이것을 7개씩 주었어요. 택시 기사 것은 6개만 나왔고, 나중에 하나 더 가져다 주었어요. 아마 준비된 만두가 부족해서 택시 기사에게는 먼저 6개 주고 나중에 1개 더 준 거 같았어요. 중요한 것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던 만두보다 훨씬 크다는 것.


'우즈베키스탄이 음식들을 작게 만드는 건가?'


우즈베키스탄 샤슬릭은 맛은 좋지만 크기가 엄청 작아요. 그런데 만두도 투르크메니스탄 만두를 보니 엄청 작게 만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맛은 좋을 건가?'


택시 기사는 만두에 버터를 발라 먹으라고 했어요. 택시 기사가 어떻게 먹는지 보고 일단 버터를 바르지 않고 한 입 베어물었어요.


"이거 완전 맛있잖아!"


속에는 기름과 육즙이 꽉 차 있었어요. 고기 냄새도 거의 없었어요. 조지아에서 먹었던 낀깔리보다 훨씬 맛이 좋았어요. 온통 비계로 꽉 채운 것도 아니고 살코기가 듬뿍 들어 있는데, 그 살코기에다 기름과 육즙까지 가득한 만두였어요.


버터를 발라 먹으니 더욱 맛있었어요. 처음 발라 먹을 때에는 아무래도 처음 먹는 거라 어색했지만, 딱 세 번 그렇게 먹으니 버터를 안 발라 먹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막 먹어도 되나?


돈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돈이야 내면 되는 것이기는 한데, 중요한 것은 이 만두가 엄청나게 기름지고, 거기에 버터를 팍팍 발라 먹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왠지 빠르면 오늘 중, 늦으면 내일 아침 분명히 한 번 시원하게 배출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먹고 보자!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 일단 실컷 잘 먹기로 했어요. 친구는 맛있게 먹다가 만두 2개를 제게 먹으라고 했어요. 자기는 더 먹으면 분명히 오늘 숙소 가기도 전에 시원하게 배출할 거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친구 것까지 2개 더 먹었어요.


가격은 세 명 먹은 것 다 합쳐서 20마나트 채 나오지 않았어요. 정말 가격에 다시 한 번 놀랐어요. 아무리 투르크메니스탄 물가가 저렴하다고 해도 이렇게 괜찮은 곳에서 잘 먹었는데 20마나트 채 나오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샤슬릭도 시킬 걸...만두 값이 많이 나올 거 같아 샤슬릭은 시키지 않았어요. 물론 만두 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찼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의 샤슬릭은 어떤 맛인지 맛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어요. 그런데 의외로 가격이 너무 저렴했어요. 제가 예상한 가격은 최소 세 명 다 해서 30마나트. 제 예상의 거의 절반 수준 밖에 안 나왔어요. 만두 3인분에 샐러드, 빵, 차 2 주전자를 시켜 먹었는데도요.


아슈하바트로 가는 일만 남았어요. 다시 차에 올라탔는데 유적 같은 것이 보였어요.


"저기서 잠깐 세워주세요!"


사진만 잠깐 찍고 오겠다고 하자 택시 기사가 차를 세워주었어요. 택시 기사는 택시 밖에 나와 담배를 뻑뻑 태우며 제가 무엇을 하나 구경했어요.




테젠의 차르만 아훈 모스크 Çarman Ahun metjidi 였어요. 나름 유적지인 것 같았지만 별로 볼 것은 없는 것 같고, 시간도 너무 늦어서 밖에서 대충 둘러보고 다시 택시에 올라탔어요.








다시 이어지는 지루한 풍경. 제발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랬지만 길은 끝날 것 같지 않았어요. 택시 기사는 레이싱 게임 실사판으로 차를 몰고 계셨지만 겁이 나지 않았어요. 거리에 워낙 차가 적어서 그저 함정처럼 푹 파인 안 좋은 곳만 요리조리 피하고 가끔 추월하는 정도였거든요. 도로 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굳이 푹 파인 곳을 밟고 지나가도 차가 크게 흔들리지도 않았어요. 타지키스탄 샤흐리스탄에서 느꼈던 그 '제발 살려만 주세요'는 당연히 전혀 느낄 수 없었어요. 자동차 사고가 난 것을 보기는 했어요. 둘 다 제대로 박아서 차 앞쪽은 다 날아갔어요. 그걸 보아도 우리가 탄 차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어요. 그저 지루할 뿐.


차는 서쪽을 향해 달렸고, 해도 서쪽을 향해 달렸어요.


"눈이 너무 아프네..."


이제 차 정면에 해가 떠 있었어요. 앞을 계속 보려고 했지만 태양이 눈 앞에 있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앞을 가리고 눈을 감았어요. 눈이 얼얼했어요.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았어요. 아까 지루한 사막과 초원을 달릴 때 실컷 잤어요. 도로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꽤 잘 잘 수 있었어요. 아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지루한 풍경 뿐. 간혹 보이는 낙타만이 인상 깊을 뿐이었어요.


제발 좀 도착해라.


창밖 풍경은 재미 없어진지 오래. 게다가 앞에서 들어오는 햇볕은 눈을 아프게 만들었어요.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이제는 셔터 스피드마저 느려져서 그나마 찍을 것도 없는 풍경을 아예 찍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뒤에 앉아 있던 친구는 깊게 골아 떨어진 것 같았어요. 자다가 일어나서 에어컨 꺼 주면 안 되겠냐고 했는데, 끄지는 않고 약하게 틀기만 했어요. 뒷자리는 햇볕이 바로 들어오는 곳이 없어 시원할지 몰라도, 앞자리는 햇볕이 다 들어와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뜨거웠거든요. 분명 에어컨 곁이 시원해야 하는데 에어컨 곁은 그냥 '조금 시원하구나' 정도였어요. 하지만 뒷자리는 춥다고 난리. 에어컨을 줄이자 친구는 다시 잠을 청했어요.



어느덧 해가 저물고 어둠이 우리를 덮쳐오고 있었어요. 해가 저물자 에어컨을 껐어요.


해가 완벽히 사라진 후에도 차는 계속 달렸어요. 그렇게 한참 달리는데...


택시 기사가 담배를 깊게 빨아 들이마시고 꽁초를 차 밖에 던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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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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