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먹거리

동원 보성 꽃차 콜드브루 후기

좀좀이 2019. 7. 30.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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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음료는 동원 보성 꽃차 콜드브루에요.


날이 습하고 끈적했어요. 오후까지는 흐린 하늘이었지만, 조금씩 해가 비추기 시작했어요. 해가 뜨자 보송보송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더 더워졌어요. 불쾌지수를 잡아끌어올리는 햇볕이었어요.


"음료수나 하나 마셔야겠다."


길을 돌아다니다 도저히 덥고 습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더위도 식히고 땀도 조금 말리기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갔어요. 간단히 음료수 패트병 500mL 짜리 하나 사서 마시며 앉아 있다가 나갈 생각이었어요. 그 정도만 해도 더위와 습도 때문에 삶아진 것 같은 몸을 많이 식힐 수 있거든요. 근처에 편의점이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바로 들어갔어요.


음료수가 진열된 냉장고로 갔어요. 어떤 음료수를 사서 마실지 고민하며 음료수를 쭉 살펴봤어요.


"어? 꽃차 나왔네?"


동원 보성 꽃차 콜드브루가 있었어요.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는 꽃 향기는 엄청 안 팔려?"


요즘 한국에서는 흑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흑당 밀크티에 이어 온갖 흑당 디저트가 나오려고 하고 있어요. 편의점에 가보면 이미 흑당 크림빵, 흑당 케이크까지 출시되었어요. 아마 조만간 흑당 치킨, 흑당 과자도 출시되지 않을까 싶어요. 전에는 온갖 것에 다 꿀 발라놓더니 이제는 온갖 것에 다 흑당을 발라놓으려 하는 기세에요. 길을 가다보면 거리가 온통 흑당으로 도배된 거 같아요. 카페가 도처에 있는 대한민국 거리에서 카페들이 다 흑당 제품을 걸어놓고 있으니까요.


왜 흑당에 그렇게 열광하는지 개인적으로 추측하는 점이 하나 있어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우리나라에 크게 히트했다고 할 만한 맛이 딱히 없어요. 이벤트도 마찬가지구요. 2018년 월드컵은 월드컵인지도 모를 정도로 마케팅 업체들이 외면해 버렸어요.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졸업식, 입학식 시즌 모두 폭삭 망해버렸어요. 이렇게 이벤트가 싹 다 망해버렸어요. 이것은 최종소비재를 다루는 업체들에게는 매우 뼈 부러뜨리는 현상이에요.


그렇다고 특별한 맛이 대히트를 친 것도 아니에요. 이벤트가 망한다면 뭔가 인기를 확 끌어올리고 선풍적인 유행을 일으킬만한 특별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어요. 맛에 대한 소재를 다 써먹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일반 먹거리에서는 그래도 와사비 하나는 건졌지만, 디저트 업계는 진짜로 참담한 수준이에요. 오죽하면 올해 디저트 업계는 제일 안전한 선택인 딸기만 주구장창 우려먹고 있었어요. 우리나라가 이제 사시사철 딸기를 재배하고 출하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고, 딸기 종자는 다른 나라에 로얄티를 주지 않아도 되는 한국 종자를 사용한다고 해도요. 딸기는 항상 고정수요가 매우 많고 어지간히 못 만들지만 않으면 괜찮은 평을 들을 수 있는 맛이다보니 딸기 하나에 매달렸던 거라 봐요.


그런데 흑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흑당은 시럽만 있으면 맛을 낼 수 있어요. 그리고 흑당은 특유의 향이 있어요. 흑당 특유의 향은 실제 흑당이 들어가 만들어내는 단맛보다 훨씬 더 맛을 달다고 느끼게 만들어요. 흑당 향은 개성이 강하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향이에요. 약간 한약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캐러맬 비슷하기도 한 것 같은 향이니까요. 게다가 활용 범위도 넓구요. 그래서 업계에서 죽기 살기로 흑당 돌풍을 이어가기 위해 발악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해요. 흑당 유행마저 빨리 끝나버리면 절망적이거든요. 디저트 업계는 또 딸기 하나에 매달리는 수 밖에 없으니까요.


희안하게 꽃 향기는 한국에서 정말 인기없어요. 꽃 향기를 띄워볼만도 한데 이상하게 꽃 향기는 전혀 뜨지 못하고 있어요. 시도는 해보고 있어요. 아주 가끔 꽃 향기가 나는 음료들이 나오거든요. 그러나 계속 그렇게까지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간간이 꽃 향기 나는 음료가 등장하고 있지만, 항상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거 한 번 마셔봐야지."


갑자기 확 불어닥친 흑당 돌풍과 달리 식음료 업계에서 꾸준히 밀어보려고 하지만 영 안 되고 있는 꽃 향기. 동원 보성 꽃차 콜드브루는 꽃 향기를 앞세우고 있었어요. 그래서 궁금해서 한 번 구입해봤어요. 개인적으로 꽃 향기 나는 디저트, 음료를 꽤 많이 좋아하거든요.


동원 보성 꽃차 콜드브루는 이렇게 생겼어요.


동원 보성 꽃차 콜드브루


통 뚜껑은 분홍색이에요. 통만 보면 봄날 벚꽃 시즌에 나와야 될 것 같이 생겼어요. 통 아래에는 연한 갈색 차가 투명한 잔에 들어 있고, 차 위에 녹차 꽃 한 송이가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차 옆에 녹차꽃이 떨어져 있구요. 동원 보성 꽃차 콜드브루 통에 그려진 그림은 타이완 제품 같은 느낌이었어요.


통에는 '녹차꽃으로 담아낸 향긋한 말차'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통 하단에는 COLDBREW 라고 적혀 있었구요.


보성꽃차


제가 구입한 동원 보성꽃차 음료는 500mL 짜리였어요. 0kcal 이래요.


동원 보성꽃차 가격은 GS25 편의점에서 1500원이었어요.


통 한쪽 측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동원 보성녹차


통 윗부분에는 '동원 보성꽃차는 한정 재배되는 녹차 꽃잎을 말차와 함께 추출하여 녹차꽃의 우아한 향을 살린 특별한 차입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보성 꽃차


이 제품의 정식 제품명은 '보성꽃차'에요.


동원 보성꽃차 유통전문판매업소는 (주)동원F&B 회사로,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9번로에 위치해 있대요. 제조업소는 (주)남양F&B 회사로, 충청남도 홍성군 결성면 만해로에 위치한 회사래요.


보성꽃차 원재료


동원 보성꽃차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녹차꽃추출액 (고형분 함량 0.03%이상, 정제수, 녹차엽:보성산, 녹차꽃:보성산) 99.879%, 비타민C, 탄산수소나트륨, L-아스코브산나트륨, 차광재배말차(보성산) 0.002%, 합성향료, 천연녹차꽃향


차엽혼합비율 : 녹차엽 49.95%, 차광재배녹차엽 49.95%, 녹차꽃 0.1%


녹차꽃 향기가 이런 향이구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녹차꽃 향기를 직접 맡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주도가 고향이고 제주도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지만 오설록 녹차밭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녹차꽃 자체를 본 적이 없어요.


일단 색깔. 색깔이 연두색에 가까운 색이었어요. 통에는 연한 갈색 차가 컵에 담겨 있는데 정작 통 안에 들어 있는 음료 색은 연두색이었어요. 이건 디자이너가 꽤 크게 실수한 것 같아요. 장님이 아닌 이상 연두색과 갈색이 다른 색이라는 것 정도는 보고 생각하고 자시고 없이 바로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에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능의 영역에서 100% 완벽히 구분 가능해요.


맛은 살짝 쌉쌀했어요.


동원 보성꽃차 향은 오렌지 주스 향과 묘하게 닮은 향이었어요. 아카시아 꽃 향기와 오렌지 주스 향기의 중간에 위치한 것 같은 향이었어요. 이런 향기가 녹차꽃 향기인가봐요.


꽃 향기가 은근히 강했어요. 동원 보성꽃차 콜드브루 맛을 보면 살짝 쓴맛이 있었어요. 이 쓴맛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꽃 향기에 있었어요. 꽃향기가 강한 편이라 씁쓸한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동원 보성꽃차를 한 모금 삼키면 향기 속에서 쓴맛이 가볍게 혀뿌리를 자극했어요. 씁쓸한 맛이 끝에 살짝 있었지만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였어요. 가끔씩 가볍게 느껴지는 쓴맛을 무시해버린다면 이건 꽃향기 나는 맹물 맛에 가까웠어요.


동원 보성꽃차 콜드브루는 정말로 꽃향기를 마시기 위해 마시는 물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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