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이 있다 (2019)

서울 강서구 방화2동 개화산 상사마을 벽화마을 - 제비 사는 가게 칠성마트 있는 서울 서쪽 끝 마을

좀좀이 2019. 6. 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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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1일 15시 03분. 드디어 이날 마지막 목적지인 상사마을 입구에 도착했어요.


상사마을 입구


"저기만 돌아보면 오늘 목적지는 다 끝이네."


서울 각 구마다 있는 달동네를 하나씩 돌아보는 것이 원래 목표였어요. 그러나 달동네라고 부를 동네가 없는 구가 여러 곳 있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 모두들 생각하는 단층 슬레이트 지붕 집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동네는 서울에 의외로 별로 없었어요. 그런 동네가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다 단독주택 내지 다세대주택, 원룸, 필로티 구조 건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도봉구에서는 산골 마을인 무수골 마을을 갔고, 강서구에서는 서울 제일 서쪽에 있는 마을인 상사마을을 가기로 한 것이었어요. 서울 서쪽 끝에 있는 마을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니까요. 상사마을 뒷편에는 개화산이 있어요. 그러나 개화산 자체가 높거나 험한 산은 아니기 때문에 달동네라고 보기 상당히 무리가 있었어요. 여기도 슬레이트 지붕 단층 주택들이 모여 있는 동네는 당연히 아니구요. 강서구에서 억지로 하나 끼워넣자니 '서울 서쪽 끝 마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찾아온 것이었어요.


강서구 상사마을


6647번 버스가 상사마을에서 돌아나가고 있었어요.


서울 서쪽 끝 마을인 서울 강서구 방화2동 개화산 상사마을 안으로 들어갔어요.


강서구 상사마을 입구


마을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건 현수막이었어요. 현수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공고문

허가없는 주차장 운영은 불법이므로 주차료를 절대 받지 않습니다.

주차료를 요구할 시는 횡령으로 형사고발조치 할 것입니다.

상사마을 자치위원회 일동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벽화가 보였어요.


상사마을 벽화


서울특별시 강서구 상사마을은 법정동으로는 개화동이에요. 그러나 행정동은 방화2동이에요.


상사마을 벽화는 2016년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시작된 골목길 벽화에요. 마을 청년들로 구성된 마을공동체 '청년 보라'가 그린 벽화라고 해요.



상사마을 안으로 들어가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상사마을 풍경


상사마을 옆쪽으로는 텃밭이 있었어요. 과일 나무도 자라고 있었어요.



골목길을 바라보았어요.


개화산


사진 속에서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같은 것이 바로 개화산이에요. 개화산은 꽃이 피는 모양 같다고 '개화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개화산 쪽으로는 약간 비탈진 오르막이었어요. 그러나 올라가기 힘든 오르막길은 아니었어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오르막 비탈이었어요.


방화2동 상사마을 골목길


집 벽에는 벽화가 있었어요. 그림을 그려놓은 곳도 있고, 위 사진 속 담벼락처럼 무언가를 담벽에 붙여서 벽화를 만들어놓은 곳도 있었어요.


서울 강서구 방화2동 개화산 상사마을 벽화마을 - 제비 사는 가게 칠성마트 있는 서울 서쪽 끝 마을


동네 골목길이 매우 깔끔하고 예뻤어요. 벽화마을이라고 하면 보통 엄청나게 허름한 곳인데, 여기는 그러지 않았어요. 깔끔하게 정비된 단독주택과 도로, 담벼락 벽화가 어우러진 동네였어요. 벽화가 조금 더 많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어요.


버스 종점


개화동상사마을종점 버스 정류장까지 왔어요.


칠성마트


버스 정류장 앞에는 칠성마트가 있었어요. 조그만 동네 슈퍼마켓이었어요.


'저기 들어가서 음료수나 하나 사서 마시고 가야겠다.'



칠성마트 맞은편에 이렇게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어요. 콜라캔 하나 사서 마시고 가기 위해 칠성마트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녕하세요."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어요. 콜라를 하나 구입한 후, 할머니께 가게 내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쭈어보았어요.


"제비 찍으러 왔어?"

"예? 제비요?"

"여기 사람들 제비 찍으러 많이 와요."

"아...예."


이때까지만 해도 이 동네에 제비가 많이 살고 있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줄 알았어요. 할머니께 허락받고 가게 내부 사진을 찍었어요.


상사마을 칠성마트


"여기 제비 많이 사나봐요? 사람들이 제비 찍으러 오게요."

"아니, 저기 제비집 있잖아요."

"제비집요?"


할머니께서 가게 안에 있는 제비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셨어요.


강서구 상사마을 칠성마트 제비집


"어? 진짜 제비네?"


제비


"저 제비 찍으러 사람들 여기 잘 와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 제비가 이 안에 살게 된 거에요?"


깜짝 놀랐어요. 진짜로 가게 안에 제비가 살고 있었어요.


"여기 제비 찾아온 지 6년째에요. 1년에 다섯 알씩 두 번 새끼를 까요."


제비 사는 가게 칠성마트


할머니께서는 상사마을 칠성마트 안에 제비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지 벌써 6년째라고 말씀하셨어요. 여기 사는 제비들은 1년에 다섯 알을 2번 낳는대요.


"그런데 제비가 카메라에 찍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제비집


진짜 제비집에 제비가 있었어요.


칠성마트 제비집


"올해는 아직 어미가 안 왔네. 두 집은 왔는데 어미들이 안 왔어. 얘네들은 며칠 전에 와서 자기 집 다듬고 제 어미 집도 보수하더라구."

"아, 얘네들 다 한 어미의 자식들이에요?"

"응."

"어미 집 보수하고 만지고 있다면 어미새는 조금 늦게 날아오나보네요."

"그런가봐. 작년에 너무 뜨거워서 얘네들 올해는 안 오는 거 아닌가 했어요. 작년에 매우 고생했거든. 그래도 작년에도 다행히 30마리 딱 채워서 날아갔어."


할머니께서는 작년 엄청나게 더웠을 때 여기 사는 제비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말씀하셨어요. 하도 뜨거워서 새끼들 죽는 거 아닌가 걱정하셨는데 다행히 고비를 잘 넘겨서 작년에도 30마리 다 채워서 나가셨대요.


상사마을 제비


"얘네들 월세 안 내요? 뭐 박씨라도 물어다 줘야죠."

"얘네들 들어오고 나서 벌레가 싹 사라졌어. 예전에는 파리가 드글드글했는데 얘네들 들어오니까 그 다음부터 파리가 하나도 없어."


할머니께 농담으로 제비들 월세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씀드리자 할머니께서는 제비들이 가게로 들어온 후 가게 안에 드글드글했던 날파리 같은 게 싹 없어졌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제비가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 더 착하다고 이야기하셨어요. 가끔 가게 안에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제비가 둥지에서 내려와 날개로 술주정부리는 사람 뺨을 딱 때리고 날아간대요. 그리고 남쪽으로 날아갈 때가 되면 꼭 가게 안에 30마리 모두 들어와서 짹짹거리며 할머니께 인사하고 날아간대요.


할머니께 상사마을이 언제부터 있었던 동네인지 여쭈어 보았어요. 동네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집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새로 지었다고 하셨어요. 그게 약 42년 전 일이라고 하셨어요. 과거에는 밀물 때가 되면 상사마을 앞에 있는 개천까지 짠물이 올라왔대요. 이 마을 도로가 깔끔하게 정비된 것은 몇 년 안 되었다고 알려주셨어요.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가게에서 나왔어요.












가게에서 나와 개화산 쪽으로 올라가며 골목을 둘러보았어요.






상사마을 보호수와 상은약수터가 나왔어요.


개화마을 보호수


개화마을 보호수는 나이가 많아서 링겔을 맞고 있었어요. 아마 노환이겠죠.



개화마을 보호수는 은행나무로, 1971년 10월 12일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수령은 지정일 기준 410년이고, 높이는 22m, 나무 둘레는 445cm 라고 해요.


상은약수터


상은약수터와 보호수가 있는 곳에는 정자도 있었어요.


예전에 상은약수터에는 맑은 샘물이 흘러나왔다고 해요. 그러나 인천 국제공항로가 생기면서부터 더 이상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고 해요.


상은약수터 공원


상은약수터와 개화마을 보호수를 보고 돌아나왔어요.











"일단 목표 다 끝냈다!"


발걸음 가볍게 상사마을에서 나와 개화산역을 향해 다시 걸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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