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무슬림들이 거지에게 적선을 잘 하는 이유

좀좀이 2012. 8. 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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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꽤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거지에게 적선을 잘한다는 거에요. 분명 유럽보다 확실히 못 사는 지역인데 거지들에게 푼돈을 잘 줘요.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자기 먹고 살기도 팍팍할텐데 거지에게 적선하는 건 유럽보다 많이 보이니 나름 놀랄 만한 일이죠. 거지들에게 빵을 주는 빵 파는 상인들도 그다지 보기 어렵지 않구요.





그래서 이런 모습을 보고 '이슬람권이 유럽권보다 더 마음이 너그럽고 따뜻하구나'라고 생각하는 여행자들도 간혹 있어요.


물론 그것도 이슬람권에서 거지에게 적선을 잘 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죠. 여행자들이 가난한 일반인들이 거지에게 적선을 잘 한다는 것만으로 그런 생각을 했을 리는 없으니까요. 자기들에게도 무언가 따스함을 느낄 행동들을 이슬람권 사람들이 해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겠죠.


하지만, 이슬람권에서 거지에게 적선을 잘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답니다.


이슬람 5대 의무 중에는 '자카트'라는 것이 있어요. 이것은 보통 '헌금' 또는 '기부'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자카트는 기독교의 십일조와는 전혀 다릅니다.


일단 계산법이 달라요. 자카트는 실수입을 가지고 계산합니다. 만약 내가 100만원을 벌었는데 실수입이 0원이다? 그러면 자카트도 0원입니다. 이런 계산법이 나온 이유에 대해 사도 무함마드가 상인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정했다는 설이 있어요.


그러나 이런 단순한 계산 방법이 다르다면 기독교의 십일조와는 전혀 다르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겠죠. 기독교의 십일조와는 전혀 다른 자카트의 특징은 바로


내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기독교는 십일조를 내는 곳이 정해져 있어요. 그러나 이슬람에서는 십일조를 내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모스크에 가서 돈을 내도 되고, 불쌍해서 도와주어야 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어도 됩니다. 모두 자카트로 인정이 되요.


즉, 무슬림들이 거지에게 적선하는 것은 단순히 불쌍하기 때문에 동정심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 5대 의무인 자카트를 행하는 것이라는 것이죠. 기독교에서 내야 하는 곳에 내는 십일조는 십일조이고, 적선은 적선인 것과 달리, 이슬람에서 자카트는 모스크에 돈을 기부하는 것도 자카트이고, 거지에게 적선하는 것도 자카트입니다. 정말 이건 천지차이죠.


게다가 더 재미있는 것은 '반드시 돈으로 낼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아랍권에서는 팔다 남은 빵을 거지들에게 그냥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 팔다 남은 빵을 거지에게 주는 행동 역시 자카트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이슬람권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대거 나온다는 것의 의미는 그 지역에서 진짜로 '대재앙'이 일어났다고 보면 됩니다.


그 이유는 '자카트'에서 출발하죠. 위에 언급한 대로 자카트는 실수입에서 계산하고, 거지에게 돈을 주든, 거지에게 빵을 주든, 모스크에 큰 기부를 하든 다 자카트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모두가 잘 사는 것과는 관계 없이 이슬람권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런데 한 둘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재앙이 일어났다는 것이죠. 물론 모든 무슬림들이 자카트를 철저히 지킨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아주 적은 것들조차 자카트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모두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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