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여기가 벽화마을로 유명하지?"
벽화가 거의 없었어요. 벽화가 있기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요즘 낙후된 동네 가면 다 볼 수 있는 정도였어요. 어째서 개미마을이 벽화마을 출사지로 유명한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계단을 따라 내려왔어요. 내려오는 동안 벽화는 보이지 않았어요.
서대문구 홍제동 달동네 개미마을은 지하철 3호선 홍제역 홍제동 관광명소로 유명해요. 홍제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다시 더 들어가야하기는 하지만 홍제역 자체가 접근성이 괜찮은 편이에요. 지하철 3호선 지하철역으로는 종로에 종로3가역, 강남에 압구정역, 대치역 등이 있어요.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홍제역 가는 것은 종로에서든 강남에서든 편리해요. 홍제동 개미마을이 홍제동 벽화마을 출사지로 유명해진 이유에는 이런 교통적인 이유도 크게 한 몫 할 거에요. 종로에서 놀든 강남에서 놀든 가볍게 휙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서대문구 벽화마을 출사지로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마을 전체에 벽화가 빼곡히 들어차 있지는 않았어요.
푸르른 잡초밭과 샛노란 꽃, 그 앞에는 시들어 죽은 풀 위에서 연탄재가 뒹굴어다니고 있었어요. 뭔가 서울에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달동네, 판자촌, 낙후된 동네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았어요.
제 예상과 달리 제가 갔을 때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사람은 오직 저 뿐이었어요.
연탄재 하나가 '이 동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계단을 계속 내려갔어요.
봄이 되어 텃밭에서는 작물이 싹을 틔우고 열심히 성장하고 있었어요.
개미마을은 매우 조용했어요. 길을 따라 계속 돌아다녔어요.
녹슨 교회 첨탑과 십자가가 보였어요.
달동네 개미마을에 있는 이 교회 첨탑은 매우 녹슬었어요. 왠지 버려진 교회 같았어요.
길을 따라 서대문07 마을버스 종점까지 내려왔어요.
계속 길을 따라 걸어다녔어요.
서대문구 벽화마을 출사지 개미마을 다른 쪽을 보기 전에 일단 아래로 내려가서 아래쪽에서 위로 올라오기로 했어요. 그렇게 돌면 다시 서대문07 마을버스 종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거든요.
아래쪽으로 내려오자 벽화가 그려진 집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서울 서대문구 벽화마을 출사지로 유명한 지하철 3호선 홍제역 홍제동 달동네 개미마을 벽화는 2009년에 만들어졌어요.
개마마을 벽화 조성 사업은 금호건설이 지원하고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려주는 '빛 그린 어울림 마을 프로젝트'로 시작했어요. 달동네, 낙후된 지역 주택에 빛 그린 어울림 마을 프로젝트 사업을 접한 홍제3동장은 홍제동 달동네인 개미마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이 프로젝트에 사업을 신청했어요.
그 결과, 2009년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개미마을 49가구를 대상으로 벽화작업이 진행되었어요. 개미마을 벽화 제작에는 건국대, 상명대, 성균관대, 한성대, 추계예대 등 5개 대학 미대 학생 12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어요. 개미마을 벽화는 환영, 가족, 자연 친화, 영화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 이렇게 5개 주제에 따라 제작되었어요.
벽화가 완성된 후, 홍제동 개미마을 벽화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달동네로 알려진 개미마을이 '벽화가 아름다운 마을'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구경하려고 오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에 홍제동 개미마을은 1960년대 및 1970년대 풍광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해졌어요. 여기에서 촬영된 대표적인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이에요.
그러나 외견상 매우 성공한 것 같은 이 프로젝트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었어요.
일단 어느 곳이든 관광지화되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인 주민들의 피로감과 불쾌감 문제가 여기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어요. 개미마을이 관광지화되기는 했는데, 주민들 대부분이 관광업 종사자가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문제였어요. 오히려 주민들 중 자신들의 가난한 처지가 구경의 대상이 되는 것에 큰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벽화로 인해 아름다운 동네처럼 보이지만, 실제 진짜 여기 있는 주택과 생활환경은 여전히 매우 열악하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는 바로 생활환경 개선인데, 이 문제가 아름다운 벽화로 가려져버린다는 문제였어요.
실제 개미마을을 돌아다녀보니 여기는 생활환경이 열악한 편이었어요. 경사가 매우 심하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 집들이 대부분이었어요. LPG 가스통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도시가스는 들어오지 않아 보였고, 연탄재가 굴러다니는 것으로 보아 난방은 연탄을 사용하고 있을 거였어요. 이 연탄도 다 가파른 계단만 있는 곳으로는 손으로 들고가야 할 거에요. 게다가 개미마을 관련 글을 보면 아직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집도 있다고 하구요.
여기에 개미마을이 관광지로 유명해지고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지자 서대문구청은 여기를 문화특구로 조성하는 것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청은 2010년 개미마을 경관을 보존해서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 만들고 문화예술인들을 불러모아 문화특구로 키울 구상을 발표했어요. 관광사업 따위가 아니라 당장 절실하고 급박한 문제인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제시한 것은 두 가지였어요. 여기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과 구청 예산으로 영화 촬영지를 조성한 후 이를 이용하는 제작진들이 주민에게 생활이 일정액을 지원하는 방법이었어요.
이와 같은 서대문구청 구상에 대해 개미마을 주민들 반응은 두 개로 갈렸어요. 개미마을 이주대책 추진위원회는 적극 환영했어요. 그러나 개미마을공동주택조합은 서대문구청의 구상이 개발을 원하고 있는 주민들의 의견에 배치되며, 만약 개미마을 인근 동네와 같은 토지비용으로 보상해주고 임대주택이 아닌 입주권을 준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히며 반대입장을 표명했어요. 결국 서대문구청의 개미마을 문화특구 구상은 공동지역주택조합의 격렬한 반대로 인해 중단되었어요.
이후 서울시 및 서대문구청에서 사후 관리는 고사하고 유지, 보수도 안 해주다보니 벽화 칠이 많이 벗겨졌어요.
여기에 벽화로 인해 한 가지 문제가 또 생겼어요. 겉보기에는 벽화도 그려져 있고 마을 중심인 서대문07 마을버스 종점까지 가는 중심도로에는 아스팔트도 깔려 있다보니 살기 좋은 동네처럼 보여요. 그래서 이러한 외관만 보고 도시재생, 재개발 모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실상은 서울에서 가장 살기 열악한 동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동네라 도시재생이든 재개발이든 최우선순위로 꼽혀야 정상인 동네인데요.
이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벽화 속 해바리기는 예쁘게 활짝 피어 있었어요.
아까 갔던 곳 반대편 윗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위로 올라가자 홍제동 개미마을 중 아까 돌아다녔던 곳이 보였어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어요.
계속 위쪽으로 올라갔어요.
해가 아까 돌아다녔던 쪽에 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