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식당은 서울 이태원 우사단로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식당인 예루살렘 식당이에요. 여기는 이름이 두 개에요. 한국어 이름으로는 '예루살렘 식당'이고, 아랍어로는 마트암 알-쿠드스에요.
"우리나라에 팔레스타인 식당이 있다구?"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어요. 모처럼 외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음식은 그렇게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남아시아 식당이라고 하면 인도 카레 전문점, 동남아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베트남 쌀국수나 태국 음식점이 있어요. 이런 것은 한때 많이 먹었지만 이제는 하도 많아져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어요.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량한 베트남, 태국 식당도 있고, 아직도 원색적인 현지 맛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가게도 있어요. 이런 두 부류의 식당 모두 의정부에도 여럿 있어요.
그래서 제가 못 먹어본 나라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나 하나하나 검색해 보았어요. 처음부터 팔레스타인 식당을 찾아본 것은 아니었어요. 떠오르는 대로 찾아보다보니 팔레스타인까지 흘러갔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팔레스타인 식당이 우리나라에 있었어요. 그것도 무려 이태원에 있었어요. 여기는 다음 지도, 네이버 지도에 아직 등록되지도 않았어요. 어디인지 다음 로드뷰로 살펴보았어요. 다음 로드뷰에는 식당 사진이 있었어요.
팔레스타인 음식이라면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라크 음식도 먹어보았고, 예멘 음식도 먹어보았어요. 그러나 팔레스타인 음식은 못 먹어보았어요.
'여기는 어떤 충격을 줄까?'
아랍 음식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 버렸어요. 이제 제 기준은 이태원에 있는 예멘 식당 페르시아 랜드에요. 여기보다 못하고 덜 원색적이면 다 시원찮아요. 어지간해서는 성에 차지 않았어요. 사실 예멘 식당 페르시아 랜드의 '만디'라는 메뉴가 너무 사기적인 메뉴라 이 기준을 채울 음식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어요. 이건 지방에서 서울로 친구가 놀러오면 제가 '이것이 서울의 맛이다'라고 보여주려고 데려가서 먹이기도 하는 것이거든요. 어마어마한 양에 어마어마한 고기. 원색적이지만 콜라 시켜주면 입에 잘 맞는 맛. 그런 것을 찾기는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봐요.
아랍 식당 중 믿고 걸러도 되는 곳이 있어요. '홈무스' 또는 '훔무스'라고 부르는 콩 갈아 만든 죽 비슷한 것을 '허머스'라고 부르는 곳요. 이런 곳은 십중팔구 별로에요. 아랍어에 '어' 발음은 아예 없어요. 즉 이건 이름도 똑바로 못 읽는다는 소리니까 한국화 많이 된 식당이라는 소리에요. 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흉내만 내는 얼치기 식당이거나요. 하지만 허머스라고 하지 않고 훔무스, 홈무스, 호무스 등으로 써놓은 곳은 일단 1차 사전 판단 기준에서 통과. 메뉴는 아쉽게도 없었어요.
이태원으로 갔어요.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아랍어를 공부할 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요. UN 안보리 결의안 제242조, 1,2,3,4차 중동전쟁, 인티파타 등 아랍어를 공부하면 피하갈 수 없는 것들이 있었어요. 아랍어로 예루살렘을 '알-쿠드스 al-quds'라고 해요. 예멘 수도 사나보다 이 알-쿠드스를 몇십 배 더 많이 들었어요. 중동 관련 논문 대부분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었구요. '아랍 정치'라 하면 십중팔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였어요. 이후 잠깐 이라크 문제, 아랍에미리트의 경제 발전에 대해 몇 년 관심이 몰린다 싶더니 이슬람 극단주의로 관심이 완벽히 쏠려버렸어요. 하여간 저는 아랍어를 공부할 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엄청 많이 들었어요.
아랍어를 공부할 때의 추억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팔레스타인 식당을 더욱 가보고 싶었어요. 팔레스타인은 고사하고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 '샴 지역' 자체를 못 가봤어요. 팔레스타인 서쪽에 있는 이집트의 경우, 가볼 수 있는 기회가 꽤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제가 안 간다고 해서 싹 다 날려먹었구요. 정작 가보지는 못했지만 아랍어 공부할 때 엄청나게 많이 들었던 팔레스타인.
이태원 우사단로에 있는 팔레스타인 식당인 예루살렘 식당 주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우사단로 9 에요.
예루살렘 식당 앞에 도착했어요.
식당 안에는 아랍이 두 명이 있었어요. 일단 자리에 앉았어요.
식당은 매우 작았어요. 테이블 자체가 몇 개 없었어요. 테이블마다 메뉴판이 있었어요. 메뉴판은 영어로 되어 있었어요.
'가격은 괜찮은 편인데?'
팔라펠은 7천원, 훔무스 5천원 등 다른 아랍 식당에 비해 가격은 괜찮은 편이었어요. 빵은 얇은 빵인 난을 팔고 있었어요. 이것은 한 장에 천원이었어요.
"이것들 팔레스타인 음식이에요?"
아랍어로 물어보았어요. 주인 아저씨는 맞다고 대답하셨어요.
"샥쇼카에그는 뭐에요?"
"야채와 계란으로 만든 거에요."
한국인에게 외식이란 고기 먹는 날이지.
사실 팔레스타인 음식은 고사하고 샴 지역 음식도 현지에서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뭘 골라야 잘 고르는 것인지 진짜 많이 고민되었어요. 제가 고민하는 것을 보고 주인 아저씨께서 제게 물어보셨어요.
"고기 요리?"
"예."
아저씨께서는 몇 가지 추천해주셨어요. 저는 팔라펠, 고기요리 Meat Tajine, 그리고 난 한 장을 주문했어요.
'아, 여기 카드 되나 물어봐야지!'
이런 식당에 올 때는 반드시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해요. 주인 아저씨께 카드로 계산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아저씨께서 3일 전에 카드 기계가 고장나서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주문을 하고 가격을 확실히 들은 후 저는 근처 ATM으로 돈을 인출하러 갔어요. 총 17000원이었기 때문에 2만원을 인출해 왔어요.
제가 돈을 찾으러 간 동안 주방에서는 제가 먹을 음식을 요리하고 있었어요. 이것을 어떻게 아냐 하면 제가 돌아왔을 때 주방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삭당에 손님은 저만 있었구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식당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어요.
정면과 왼쪽을 보면 평범한 아랍 및 터키 식당 인테리어였어요.
벽 오른쪽에는 예루살렘 알-아크사 모스크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예루살렘 알아크사 모스크는 이슬람에서 세 번째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에요.
먼저 Meat Tajine 가 나왔어요. 이것은 아랍어로 타진 알-라흠.
이건 진짜 아랍의 맛이다.
한국어로 표현이 안 되는 맛. 우리나라에 원래 이런 맛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로 표현이 안 되었어요. 맵지는 않았어요. 레몬과 토마토가 들어가서 신맛이 느껴졌어요. 감자와 브로콜리가 들어 있었어요. 그리고 양고기가 들어 있었어요. 양고기는 숟가락과 포크를 이용해 살을 발라낼 수 있었어요. 일반인에게 이 맛을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그나마 가까운 맛과 향이라면 토마토 페이스트 정도 될 건데, 여기에 아랍 음식 특유의 향과 양고기 향이 섞여 있었어요.
여기에서 가운데 있는 튀김이 팔라펠. 팔라펠은 고소하고 단단하고 거친 튀김이었어요. 맛 자체는 좋았어요. 이것만 먹으면 한국인 모두 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었어요.
그러나 소스를 찍는 순간 대체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하나 심각해지는 아랍의 맛이 되었어요. 소스도 아랍 음식에서 느껴지는 향과 시큼한 맛이 있었어요. 샐러드도 시고 짠맛이 강했어요.
이건 그냥 얇은 밀가루 반죽을 구운 빵.
샤와르마가 별 거인가? 이렇게 먹으면 샤와르마지.
아랍 음식 중 샌드위치에 해당하는 '샤와르마'라는 음식이 있어요. 팔라펠과 샐러드를 난에 싸먹으면 이것도 나름대로 샤와르마에요.
이것은 진짜 아랍의 맛이다!
먹고 경악했어요. 진짜로 아랍의 맛이었어요. 제가 아랍지역 여행했을 때, 그리고 아랍 지역에서 잠시 있었을 때 맛본 그 아랍의 맛이었어요. 이건 잊을 수가 없어요.
제 친구들은 간간이 제게 어느 나라 문화가 우리나라 문화와 가장 다르냐고 물어보곤 해요. 저는 무조건 '아랍 문화'라고 자신있게 대답해요. 거리상으로는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더 멀어요. 그러나 문화적으로는 아랍 문화가 우리나라 문화와 진짜 엄청나게 달라요. 아프리카 문화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프리카를 제외한다면 아랍 문화만큼 우리나라 문화와 차이가 많이 나는 문화도 없을 거에요.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케밥 맛이 아니었어요. 아랍 현지에서 먹던 그 샤와르마 맛이었어요. 맛은 좋았으나, 대체 이걸 어찌 말로 표현해야 하나 엄청나게 심란해지는 맛. 분명 튀김에 샐러드에 밀가루 반죽 구운 것의 조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단군 할아버지 등장 이래 1986년 아시안게임 이전까지 이 땅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은 맛.
주인 아저씨께 팔레스타인 분이냐고 물어보았어요. 맞다고 대답하셨어요. 지금은 이스라엘 땅인 곳에서 태어났다고 하셨어요. 아랍어로 몇 마디 나누고 음식을 열심히 먹었어요.
"이거 먹어봐요."
아저씨께서 제게 돌마를 주셨어요. 주방을 보니 주인 아저씨와 아들, 아들의 친구가 먹을 돌마를 만들었는데, 그 중 두 개를 제게 주신 것이었어요. 외국어를 할 줄 알면 먹을 복이 생겨요.
이거 특이하지만 맛있어!
향이 거의 없는 깻잎에 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맛을 가진 Meat Tajine 국물에 비빈 밥을 싸먹는 맛!
이것을 정식 메뉴로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한국인은 쌈싸먹는 것을 매우 좋아하니까요.
저는 이것들이 너무 맛있어서 깨끗하게 다 비웠어요.
서울 이태원 우사단로에서 팔레스타인 음식을 파는 식당인 예루살렘 식당 (마트암 알-쿠드스)는 원색적인 아랍 음식의 맛을 내는 가게였어요. 그래서 제목에 '맛집'이라고 했어요. 가격도 저 정도면 괜찮은 편이었어요. 아랍 문화가 한국 문화와 얼마나 다른지 느껴보고 싶다면 이태원 우사단로에 있는 팔레스타인 식당인 예루살렘 식당에 가 보는 것을 추천해요.
여기는 아직 카카오맵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요. 가는 방법은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모스크 가는 길을 따라 쭉 가요. 보광초등학교도 지나가서 계속 쭉 가다보면 길 오른편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