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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이야기 - 2018년 가장 뜨거운 가상화폐 거래소 올스타빗

좀좀이 2018. 10. 1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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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018년이 끝나지 않았어요. 2018년이 끝나려면 두달 열흘 정도 더 남았어요.


그렇지만 2018년, 우리나라 암호화폐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거래소는 이미 확정되었어요. 바로 올스타빗이에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한들, 이 거래소를 뛰어넘을 거래소는 없을 거에요. 암호화폐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올스타빗' 이라는 이름은 모두 한 번 이상 접했을 거에요. 2018년 오픈한 거래소인데 이렇게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경우는 별로 없어요. 기껏해야 우리나라 최초의 거래소 배당 코인이자 채굴 마이닝 코인인 '코즈'를 운영중인 코인제스트 정도에요.


올스타빗


올스타빗 주소 : https://www.allstarbit.com/


때는 7월 9일.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엄청난 에어드랍 소식이 전해졌어요. 신규 거래소인 올스타빗에서 '올더'라는 암호화폐 1000개를 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올스타빗에만 상장된 암호화폐인데, 1개당 10원을 넘기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즉 받아서 팔면 아주 손쉽게 만원 넘는 돈을 획득할 수 있었어요. 당연히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갔어요.


올스타빗 올더 에어드랍


당연히 서버가 감당할 수 없었어요. 이건 솔직히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접속이었거든요. 더욱이 이 이벤트는 더욱 돋보일 수 밖에 없었어요. 올해초부터 이때까지 비트코인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참고로 2018년 일어난 암호화폐 세계의 일들을 이해하려면 비트코인 시세가 몇 차례 반등이 있기는 했지만 꾸준히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래야 이해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거든요.


지긋지긋하고 진빠지게 하는 하락장 속에서 저렇게 에어드랍을 준다고 하니 사람들이 당연히 우루루 몰려갔어요. 일부는 바로 팔았고, 일부는 팔아서 올스타빗 거래소에서 기축 코인으로 삼고 있는 '루시'라는 코인에 투자했고, 일부는 그냥 쥐고 있었어요. 이 거래소의 특징은 만원 이상 입금한 기록이 있어야 인출이 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거래소에 입금을 했고, 이 중 일부는 이왕 돈 넣은 거, 거래소 기축코인이 '루시'라고 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래소가 띄워줄 거라 생각하고 루시에 돈을 집어넣었어요.


올더는 당연히 폭락했어요. 루시는 순조롭게 올라가나 싶더니 갑자기 물량이 왕창 쏟아져나와 폭락했어요. 루시에 투자한 사람들은 물렸고, 이들 모두가 올스타빗 거래소를 욕했어요. 이 루시 물량이 거래소 것일 거라는 주장에 대해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었거든요. 그 어떤 곳에도 상장되지 않은 코인이 왕창 쏟아져 나왔으니까요. 보통 다른 거래소에 있는 코인을 새로 상장되는 거래소로 옮겨 파는 행위를 '보따리'라고 하는데, 이건 보따리를 할 수도 없었어요.


물론 루시 백서를 보면 Pow 방식이라고 해요. 이 말은 이미 채굴된 물량이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자체가 놀라울 것은 없었어요. 하지만 공분을 사게 된 이유는 그 방식 문제였어요. 어쨌든 사람들이 계속 구입하고 팔고 하면서 시세가 오르고 있는 중이었어요. 보통은 이런 경우 자기 보유량을 살살 팔아요. 그런데 여기는 무식하게 그냥 물량을 쏟아부었고, 당연히 시세는 폭락해 버렸어요. 루시에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시체가 되어 강제로 존버하게 되었어요.


루시 백서 삽화


참고로 위 그림은 올스타빗 거래소에 올라와 있는 루시 백서에 있는 그림이에요. 사람들은 분노했어요. 거래소 코인이라 하면 거래소가 판매하고 싶어하는 가격이 있기 마련이고, 그 가격까지는 살살 잘 올려주기 마련이고 이게 상도덕인데 올스타빗 루시는 가격이 잘 올라가나 싶더니 어마어마한 물량이 쏟아져나오며 투자자 모두 망해버렸거든요.


그렇게 올스타빗은 악명만 남기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나 싶었어요. 루시는 끝없이 떨어져서 0.3원대까지 찍기까지 했어요. 1원을 못 넘겼어요.


모두를 질리게 만들어버린 더위가 지배하던 8월. 루시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무려 6원까지 올라갔어요. 루시에 물려 올스타빗을 욕하던 사람들 모두 진득하게 기다렸다면 돈을 한 보따리씩 품에 껴안고 기분좋게 나갈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면 올 시즌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장 뜨거운 거래소로 등극하지 않았을 거에요.


모두가 기분 좋게 돈 한 보따리씩 안고 집으로 돌아가나 했더니...


원화 출금 불능!


원화 출금이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격분했어요. 올스타빗 측에서는 이것이 누군가 악의적으로 올스타빗 입금 계좌를 보이스피싱으로 이용한다고 신고해서 계좌가 몇 개 정지당해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몰려가 폭언을 하는 바람에 사무실도 옮기고, 직원들이 사람들의 거친 항의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공지를 올렸어요. 그리고 고소장 사진을 공지에 올려놓았어요.


원화 출금이 안 되면 그 거래소 무서워서 어떻게 써!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공포가 하나 있어요. 그것은 바로 거래소가 먹튀하는 거에요. 해킹당했다고 하고 파산했으니 배째라고 하는 거요. 비트코인 초기, '마운트곡스'라는 일본 거래소가 해킹당해 파산해버리는 일이 발생했어요. 이 문제는 아직도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도 야피존 - 유빗이 해킹당해 암호화폐를 탈취당하고, 이 피해를 이용자들에게 부담시킨 사례가 있어요. 그러니 당연히 이걸 가장 두려워해요. 그런데 원화 출금이 안 된다니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후에 해결되기는 했어요. 출금이 조금 느리기는 하지만 잘 되고 있어요. 그리고 올스타빗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기들이 이용하는 입금계좌를 보이스피싱에 이용되었다는 신고 때문에 입금에 문제가 생겼다고 공지를 올리는 일이 줄줄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올스타빗의 이미지는 아주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원화 출금 문제는 정말 예민한 문제거든요. 덕분에 올스타빗의 다른 암호화폐 시세는 전부 폭등해버렸어요. 원화 출금이 안 되니 암호화폐로 바꿔서 다른 거래소로 전송해 출금하려고 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보통 암호화폐 거래소는 강남구 아니면 금천구에 몰려 있어요. 서울에 있는 이 두 개 구는 원래 IT 기업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거든요. 그런데 올스타빗은 신기하게 인천 청라에 위치해 있어요.


올스타빗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이미지를 회복하고 사람들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이벤트를 했는데...


루시 공주를 구해줘!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투자하던 사람들 모두 넋나가게 만들어버린 사건이었어요. 루시 시세를 3일 연속 20원 유지해주면 보유량 1등부터 10000등까지 총 상금 3억원을 준다는 이벤트였어요.


암호화폐에 이렇게 캐릭터성이 있다는 건 처음 봤어요. 올더 왕자, 루시 공주 등등 이건 무슨 RPG 게임처럼 하나의 캐릭터였어요. 더 사람들을 골때리게 만든 것은 바로 20원 시세를 만들어 달라는 것. 게다가 공지에 올라와 있는 그림은 게임 속 공주 얼굴에 루시 마크를 붙여놓은 것이었어요. 구글에 '올스타빗 루시 공주'라고 검색하면 볼 수 있어요. 이게 장난이 아니라 실제 공지에 올라온 사진이에요.


올스타빗 루시 공주


위 사진이 구글에서 '올스타빗 루시 공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에요.


당연히 이 이벤트에 참여할 인간은 없었어요. 그래도 한 가지 아주 좋은 정보는 획득할 수 있었어요. 거래소가 원하는 루시 가격은 20원이라는 점이었어요. 거래소 코인은 거래소가 원하는 시세가 있어요. 어떻게든 최소한 그 시세는 맞추려고 하는 편이에요. 루시는 그게 20원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간접적으로 드러났어요.


여기까지 읽었다면 충분히 예상했겠지만, 이 이벤트는 욕만 엄청 먹었어요. 호응 0이었어요. '이런 거래소 때문에 암호화폐가 도박 소리 듣는다!'라는 원성만 자자해졌어요.


이러자 올스타빗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어요.


루시 봉인 및 루시와 올더의 배당코인화.


어?


9월 7일. 올스타빗 루시와 올더가 배당코인으로 전환될 예정이라는 공지가 올라왔어요.


이 당시, 코인제스트의 거래 마이닝 배당 코인인 코즈가 폭발적인 열풍과 수익률을 안겨주면서 우리나라 암화화폐 투자자들은 '코즈를 가진 자'와 '코즈를 못 가진 자'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비록 시세가 고점을 찍고 폭락해 반토막이 나서 4천원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거 처음에 가입하기만 하면 100개씩 주던 코인이었어요. 시세가 최악일 때는 55원까지 찍었던 것이 8200원을 넘기기까지 했어요. 게다가 배당이 정말 미친 수준이었어요. 여기에 코즈가 이렇게 광적인 상승률과 미친 배당을 자랑할 때, 하필 비트코인 및 거의 대부분 알트코인들이 바닥이 어디인지 땅을 파내려가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게 실상 코즈 밖에 없었어요.


더욱이 기존 거래소 코인들은 모두 망했어요. 대세는 배당이었어요. 거래로 코인을 획득하는 방법은 둘째치고 그간 거래소 코인들이 내세웠던 투표니 에어드랍이니 다 쓰레기에 별 효과없는 정책이라는 게 증명되어버렸어요. 이럴 수 밖에 없는 게 이런 모델은 모두 지난해 대세상승장에 나온 모델로, 이때는 뭘 해도 되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올해 대세하락장으로 전환되면서 진짜 좋은 게 아니면 뭐든지 폭삭 망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어요.


투표에 참여하면 일정 기간 락업되는데 - 즉 거래할 수 없는데, 이때 비트코인이 하락하면 거래소 코인도 덩달아 하락해 손해를 보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게 대세상승장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참을성 없는 인간 투성이인 암호화폐 투자자 세계에서 '강제 존버'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세하락장이니 문제였어요. 괜히 투표 참여해서 락업되었는데 그새 시세가 하락해버리면 손해보는 거니까요. 게다가 투표에 참여한 그 자체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자신이 투표한 상장 후보 토큰/코인이 상장되기로 결정되어야 그 토큰/코인을 에어드랍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어요. 당연히 눈치 싸움으로 이어져 결과가 거의 확정되어야 거기에 몰표를 던지는 경우가 발생했고, 이런 점을 이용해 투표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여기에 락업 기간 하락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었구요.


에어드랍 받은 코인도 제대로 시세가 올라보지도 못하고 비트코인 떡락빔에 모가지 댕강 짤리기 일쑤였고, 그나마도 에어드랍이라 어쩌다 불규칙적으로 가끔 나왔어요. 게다가 에어드랍 혜택은 다량 보유자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었구요. 매에는 장사 없고, 가랑비에 옷이 젖듯 다량 보유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니 소량 보유자는 시세에 따라 사고 파는 수 밖에 없고, 이는 거래소가 뭔 짓을 해서라도 가격을 올리려 해도 소량 보유자들이 쏟아져 나와 던져대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웠어요. 소량 보유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대세하락장이라 오래 쥐고 있기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혜택이라고는 쥐뿔도 없으니 시세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어서 빨리 던지는 게 최고고 떨어질 때는 그걸 구입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거죠.


결국 대세는 배당이었어요. 하루를 갖고 있더라도, 소량을 갖고 있더라도 매일 배당이 들어오는 거요. 그거 외에는 거래소 코인을 갖고 있어야할 이유가 없었어요. 코인제스트는 이 상황을 정확히 읽은 것이었어요.


코인제스트 코즈의 대성공에 자극을 받은 캐셔레스트는 캡, UIOEX는 uio 코인을 자사의 거래 마이닝 배당 코인으로 출시했고, 이것들 모두 인기몰이를 어느 정도 했어요. 이 대세에 따르기 위해 올스타빗은 원래 배당코인이 아닌 루시와 올더를 배당코인으로 전환한 것이었어요.


루시 배당 코인


거래소 배당코인은 초반에는 수익이 매우 좋아요. 시장에 풀린 물량이 적다보니 배당률이 무지막지하게 높거든요.


루시도 다시 한 번 날아올랐어요.


올스타빗 직원들 다 남자냐? 루시만 여자 캐릭터라고 마구 밀어주네.


많은 사람들이 물려 있는 올더는 별 재미 없었어요. 사실 이건 매물이 너무 많아서 올라갈래야 올라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올더


참고로 이것은 2018년 10월 18일 오전 3시 23분 올더 상황이에요. 매도 0.09원에 쌓여 있는 매물이 무려 1,549,385,136.9912 개에요. 15억 4천9백3십8만 5천1백3십6개라는 거에요. 이게 얼마냐 하면 139,444,662원이에요. 약 1억4천만원이에요. 이런 건 정말 광기가 불지 않는 한 거의 못 올라요. 한 틱 올리기 위해 순매수 1억 4천이 있어야 한다는 거니까요. 당연히 오직 매수만 있는 게 아니라 매도도 있을 테니 저거 한 틱만 올라가도 어마무지한 거래량이 필요해요.


반면 루시는 올더에 비해 매우 가벼웠어요. 그래서 시세가 아주 훨훨 날아갔어요. 락업 공지도 루시가 먼저 나왔고, 애초에 발행량도 루시가 적었어요. 거래소 기축 통화도 루시구요. 아무리 남자들이 게임에서 할머니를 고르는 한이 있더라도 여캐를 고른다지만 이건 너무 대놓고 루시 공주를 키워주고 있었어요. 올더 왕자는 흙을 파먹든 개미를 주워먹든 신경도 안 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당연히 루시는 훨훨 날아갔어요. 그러나 20원은 넘지 못했어요. 이로써 루시에 물려 있던 사람들은 또 돈보따리 하나씩 안고 웃으며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무려 공주님께서 선물해주신 돈보따리였어요. 괜히 게임에서 곧 죽어도 여캐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님이 입증되었어요.


이렇게 매우 자비로우신 루시 공주님께서 무려 두 번이나 사람들에게 돈보따리를 안겨주자 이때부터 사람들이 올스타빗을 칭송하기 시작했어요. 그깟 출금 느린 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어쨌든 출금은 제대로 되고 있었어요. 돈보따리 안겨준다는데 그깟 몇 시간이 대수였겠어요. 게다가 무려 두 번이나 중생들을 구제해주셨어요. 거래소 코인들 보면 한 번 추락하면 거래소에서 방치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여기는 무려 두 번이나 사람들을 구제해주신 그야말로 진정한 아름답고 상냥하고 자상한 루시 공주님이었어요.


이때부터 사람들은 올스타빗을 '올토토빗'으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출금이 느리기는 하지만 돈 벌게 해주는 좋은 거래소'로 인정받기 시작했어요. 반어법이 아니라 진짜로요. 비트코인 탈레반들이야 개거품을 물겠지만, 결국 좋은 코인은 돈 벌어다주는 코인이에요.


여기에서 하나 더 놀라운 일이 발생했으니...


루시 공주 애완동물 루시캣, 올더 왕자 애완동물 올더독 코인 상장!


이쯤 되면 이게 4차산업혁명의 구성 요소 암호화폐 세계인지, MMORPG 게임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은 스토리를 구입해요. 스토리에 열광해요. 그걸 '감성'이라고 어렵게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스토리에 빠져서 소비하는 거에요.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무지 중요한 거구요.


이게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이걸 잘 생각해보세요.


빌 게이츠가 자선단체에 기부한 거랑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력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렇잖아요. 빌 게이츠가 자기 재산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연구개발비용으로 기부했다면 빌 게이츠의 기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력에는 상관관계가 있어요. 하지만 엉뚱한 자선단체에 기부한 거랑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력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물론 혹자는 그게 마케팅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바로 그거에요. 그 '마케팅'이 바로 스토리에요. 스티브 잡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아이폰 성능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성능 따질 거면 기계적 성능만 따지면 되요. 그런데 스티브 잡스 인생을 줄줄 읊어대며 아이폰을 찬양하는 모습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천삽을 공들여 땅을 팠다 한들 포크레인 몇 삽 앞에서는 의미없어요. 무슨 의미를 부여하려 해도 결과물은 포크레인으로 휙휙 파는 게 훨씬 뛰어나요. 그런데 포크레인 앞에서 천 삽을 공들여 파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에 대해 찬양하고 그런 것을 소비하는 것이 현대 사회 소비의 특징 - 바로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이에요.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이 아무리 현대 사회 소비 특징이라지만 무슨 게임 캐릭터마냥 암호화폐를 루시 공주, 올더 왕자, 린, 뮤즈, 스케치, 루시캣, 올더독 만들어내는 것에 웃음 밖에 안 나왔어요. 어떻게 보면 머그 게임이 진화한 형태라 할 수도 있겠네요. 현질해서 캐릭터를 키우는 건 온라인 게임에서 흔한 현상이구요. 리니지에서 사람들이 길드 조직하고 현질해서 길드 키우는 것과 같다고 볼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루시캣, 올더독 다 잘 상승했거든요. 게다가 이때 루시 공주는 또 폭등해서 30원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어요. 사람들에게 또 돈보따리를 안겨서 집으로 돌려보내주었어요. 이쯤 되면 루시는 공주가 아니라 천사 - 그것도 대천사에요. 4차산업혁명이든 4차폰지혁명이든 상관없어요. 무려 세 번이나 사람들에게 돈보따리 안겨주었잖아요.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도덕이니 윤리니 사람을 배부르게 못 만들어준다면 그건 쓰레기만도 못한 무가치한 거에요. 결국 사람들은 일단 자기 배부터 채우려 하니까요. 아니라구요? 그건 배고파본 적이 없다는 거에요. 사람들에게 돈보따리를 안겨줘서 기쁨과 행복, 그리고 도덕과 윤리를 지킬 힘을 안겨준 루시는 한낱 공주가 아니었어요. 이건 여신님으로 승격시켜야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러나 루시, 올더 시세는 또 힘없이 떨어졌어요. 사람들은 이게 또 언젠가는 날아오를 거라 믿었어요. 매의 눈으로 루시, 올더를 주시하고 있었어요. 이제 암호화폐 투자 및 거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올스타빗'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런 커뮤니티 가면 꼭 접하게 되는 단어였으니까요.


이제 올스타빗의 이미지가 조금 좋아지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나 싶던 때.


바로 어제 - 2018년 10월 17일. 올스타빗 해킹설이 확 퍼졌어요. 임직원 명단 및 연락처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녔어요. 이로써 사람들은 또 뒷목을 잡게 되었어요. 올스타빗 측은 이것이 해킹이 아니라 단순 협박으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지만요.


이게 진짜든 가짜든 암호화폐 투자 및 거래를 하는 사람들 모두 뒷목 잡을 일이었어요. 진짜라면 진짜 큰일이고, 가짜라면 왜 이 거래소는 유독 이런 황당한 일을 앞장서서 겪는지 미스테리였어요.


올스타빗은 2018년 한국 암호화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거래소였어요. 앞으로 남은 2달 열흘 정도 기간 중 또 어떤 일이 발생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일만으로도 2018년 한 해 최고로 이름을 날린 거래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 더 재미있는 점은 거래소가 의도했는지 의도한 게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돈보따리를 선물해준 거래소라는 사실이구요. 뒷목도 많이 잡게 하고 돈보따리도 많이 안겨준 희안한 거래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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