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제주 한라마을 선인장 비누

좀좀이 2018. 3. 1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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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제주도 고향집에 갔을 때에요. 제주도 고향집에 갔을 때 의정부 자취방으로 들고올 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았어요. 집에서 들고오는 것은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많아요. 그리고 저장성이 매우 좋은 것들이 많구요. 왜냐하면 혼자 살고 혼자 사용하다보니 소규모로 조금씩 쓰는 것들이 많거든요. 어차피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들고 오지도 못하구요.


집에 무엇이 있나 찾아보았어요.


"어? 비누다."


집에 비누가 몇 개 있었어요. 저는 샤워할 때 바디워시가 아니라 비누를 사용해요. 이것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어요. 그래서 비누는 매우 유용한 물품. 게다가 이런 건 부피도 얼마 되지 않고, 집에서 선물로 들어온 것들이 많이 쌓여 있어서 가지고 올라와도 별 무리가 되지 않는 것이었어요. 집에서는 당연히 무슨 비누를 들고 가냐고 했어요. 저도 필요하기 때문에 들고갈 뿐이었어요. 샤워할 때 비누로 씻으니까요.


그렇게 집에서 비누를 들고온 후, 방구석에 처박아놨어요. 비누를 들고 왔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어요. 심지어는 비누를 다 썼을 때 이 비누가 있다는 사실을 까먹고 새로 구입하기까지 했어요. 그렇게 제주 한라마을 선인장 비누는 기억에서 잊혀져갔어요.


그러다 얼마 전, 방을 정리했어요. 날이 이제 조금 풀렸기 때문에 방을 한 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방을 하나하나 정리하다보니 예전에 제주도에서 들고 온 한라마을 선인장 비누를 발견했어요.


"오, 횡재했다!"


횡재했다고 좋아했어요. 돈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진작에 방정리를 꾸준히 잘 했으면 예전에 발견해서 사용했을 것이었는데, 귀찮다고 대충 여기저기 물건을 던져놓고 쌓아놓다보니 기억에서 사라진 것 뿐이었어요.


심심해서 뒷면을 보았어요.


"6천원?!"


제주 한라마을 선인장 비누 가격을 확인한 순간 경악했어요. 가격이 6000원이라고 인쇄되어 있었거든요. 두 눈을 의심했어요. 제주도 집에서 들고 올 때 그 누구도 이 비누가 6천원짜리 비누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어요. 기껏해야 2천원이나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것도 이것이 '제주'가 붙어있으니 프리미엄을 붙여서 2천원. 그런데 2천원의 세 배 가격이었어요.


'내 인생 최고의 고급 비누네.'


가격을 보고 제 인생 최고의 고급 비누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은 가장 싼 세숫비누를 쓰니까요. 그러다 문득 최고까지는 아니고 2등이라는 것이 떠올랐어요. 예전에 친구가 제게 '너 이것저것 글로 잘 쓰는데 비누로도 글 써볼 수 있냐?'하고 집에 굴러다니던 고급 비누를 하나 준 적이 있었거든요. 그 비누는 수제 비누였어요. 나중에 보니 비누가 조금 녹아서 글도 안 쓰고 다 써버렸지만요. 그 비누 이후 최고로 비싼 비누.


마침 세숫비누를 살 때가 되었기 때문에 이 비누를 쓰기로 했어요.


제주 한라마을 선인장 비누 상자는 이렇게 생겼어요.


제주 한라마을 선인장 비누


앞면을 보면 '백년초'라고 인쇄되어 있어요. 그래서 '백년초 비누' 아닌가 싶게 생겼어요. 오른쪽 상단에는 Only Jeju 라고 인쇄되어 있어요.


선인장 비누 설명


품명은 '선인장 비누'래요. 앞면에는 '백년초'라고 크게 인쇄해놓고 정식 명칭은 선인장 비누.


중량은 수분 포함 100g, 제조원은 제우, 판매원은 한라마을이래요. 소비자 권장가는 6천원. 이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죠.


효능과 효과를 보면 '제주 선인장 미용 비누는 천연 식물성 원료에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손바닥 선인장에서 추출된 엑기스와 각종 한약재에서 추출한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여 만든 고급 클렌징 맛사지 비누입니다. 천연 팜오일 및 야자 오일을 자연 상태로 정제시킴으로써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며, 피부 보습 효과로 인하여 피부를 촉촉하고 탄력있게 만들어 줍니다.' 라고 되어 있었어요.


상자 양쪽 측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상자를 열어보면 흰색 비닐 봉지에 담긴 비누가 나와요.



선인장 비누는 이렇게 생겼어요.


선인장 비누


분홍색에 테두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태 비누였어요.


향이 날아갔나? 왜 빨래 비누 비슷한 향이 나지?


뭔가 독특한 향이 날 줄 알았는데 연한 빨래 비누 향이었어요. 몇 번을 냄새 맡아보고, 거품을 만들어 다시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향은 상당히 연했고, 그 향은 빨래 비누와 비스무리한 향이었어요. 비누 자체는 무른 편이 아니었어요. 6천원짜리 비누가 쉽게 녹고 흐물흐물해진다면 그건 그거대로 사람 황당하게 만들 일일 거에요. 거품은 일반 세숫비누만큼 잘 났어요.


뭐가 좋은 것인지 잘 알 수 없었어요. 사실 피부 보습 같은 것에는 상당히 둔감하거든요. 비누 한 번 써봤다고 바뀔 피부라면 사람 피부가 아니라 카멜레온 피부겠죠.


이것은 제게 있어서 '6천원 짜리 비누를 써봤다'는 것과 '비누로 글을 써봤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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