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기적과 저주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1장 18화

좀좀이 2017. 8. 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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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그 날이 찾아왔다. 오늘은 1115년 7월 14일. 드디어 성적이 공개되는 날이다. 분명히 나는 합격할 거야. 수백번을 마음 속으로 되뇌였지만 과연 이것이 현실이 될까? 마음 한 켠에는 계속 불안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나를 아는 척 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던 교수와 학생들. 그 모습들은 계속 내게 어차피 떨어질 거 실낱같은 희망을 갖지 말라고 귀에 외쳐대고 있다. 그 정도로 너를 계속 무시했다면 이제 좀 알아들어. 너는 절대 합격할 수 없어. 괜히 되도 않는 헛된 희망 부여잡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편히 현실을 직시해.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귀로, 머리로 이 소리가 올라온다.


 옷을 입고 서점으로 들어갔다.


 "야, 너 오늘은 일 쉬어."

 "오늘? 왜?"

 "너 오늘 성적 발표일이잖아. 어디 가서 머리나 좀 식히고 와."


 이고의 배려가 고맙다. 하지만 저 배려는 당연히 내가 낙제를 할 거라는 것을 전제로 한 배려다. 이고는 내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 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알고 있다. 자기 눈으로 봐도 내가 합격할 확률은 도저히 없다는 것이겠지. 제발 합격이어야 할텐데. 만약 합격이라면 오늘 하루 합격의 기쁨과 함께 신나게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저 이고에게 당당히 너의 생각보다 나는 훨씬 더 잘났다고 당당히 소리칠 수 있겠지.



 뜨거운 햇볕 아래를 걸어서 강의실 문 앞으로 갔다. 성적이 붙어 있었다. 맨 위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간다. 역시 1등은 라키사, 2등은 아다비아. 라키사는 장학금 꼭 타야한다고 하더니 진짜로 장학금 타내는구나. 아다비아는 조금 속이 상하겠는데? 라키사와 아다비아 중 누가 1등을 차지할지 궁금했다. 둘 다 셀베티아어 전공에서 공부를 가장 잘 하는 학생들이고, 둘 사이에 실력 차이가 있다는 것은 거의 못 느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나 내가 본 거나 라키사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아다비아는 머리가 뛰어나다는 평이었다. 물론 이고는 그러면 아다비아는 노력 안 할 거 같고 라키사는 머리가 안 좋을 거 같냐고 뭐라고 했었지만. 어쨌든 1등은 라키사다. 머리가 아파서 마딜어로 된 책을 읽으며 쉬려고 저주술 책을 읽는다더니 진짜 공부 열심히 했구나. 둘이 이름이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라키사가 1등인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라키사는 조용하지만 확실히 자기 할 것은 딱부러지게 해. 교실 분위기로는 아다비아가 1등할 것 같았는데.


 명단을 하나하나 위에서 아래로 읽어나갔다. 역시나 내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내 이름이 있을 리 없지. 하지만 아직 맨 밑바닥을 읽지 않은 상태다. 계속 아래로 내려간다. 전부 나보다 성적이 좋구만. 나도 아드라스어와 대륙공통어를 다른 애들만큼 했다면 가운데 어디쯤에 내 이름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 가운데를 지나 아래쪽을 읽어나간다. 여전히 내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점점 불안한 예감이 현실화되어 나를 뒤에서 살포시 감싸안아가는 것 같다. 드디어 맨 아래.


 "합격이다!"


 이건 기적이야. 내게 기적이 일어났어! 아다비아, 라키사, 이고의 말이 맞았어! 나에게 이 시험은 낙제를 모면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지 내가 꼴등을 면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애초에 아니었다. 맨 아래에 내 이름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확인하는 동안 이렇게 불안한 마음에 괴로워할 필요 자체가 없었을 거다. 내 일은 아니지만 아다비아와 라키사 중 누가 1등을 차지했을까 궁금해서 맨 위부터 보았다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며 내 이름을 찾다보니 불안해졌던 거다. 그렇게 교실에서 없는 사람 취급받았지만 결국 합격이야!


 너무 기쁘다. 이것은 나도 믿을 수 없는 기적이야! 결국은 이렇게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그렇게 불안해하면서도 아다비아와 라키사 말을 따르고 합격할 거라 믿고 열심히 했더니 정말로 어떻게 합격은 했다. 너무 좋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이 벽보를 뜯어서 양손에 쥐고 두 팔을 치켜든 상태로 거리를 달리고 싶다. 이고에게 보여주며 내가 합격했다고, 여기 내 이름 있지 않냐고 당당히 소리치고 싶다.


 감비르 이름은 당연히 없다. 나처럼 그 굴욕을 참아가며 꾸준히 강의실을 들어가고 시험을 치르었다면 감비르도 합격이었을텐데. 감비르도 굴욕을 참아가며 나와 같이 강의실에 계속 들어왔다면 라키사와 아다비아가 감비르도 도와줬을 거다. 그리고 나와 같이 꼴찌로 합격했을 수도 있겠지. 감비르와 나 중 누가 맨밑에 이름이 적히는지 자존심 대결을 벌였을 수도 있구. 어쩔 수 없다. 걔는 저주술에 빠져서 정신 못 차리고 있으니까. 어쨌든 나는 합격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것이 정말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다음 학기에도 유령 취급 당하는 것은 매한가지일가? 어쨌든 정말 기쁘다. 첫 학기를 허송세월한 것은 아니라는 거잖아!


 그때 누군가 내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려는데 손톱이 오른뺨을 찔렀다.


 "아야! 뭐야?"

 "나야! 너 낙제야? 너랑 이제 수업 같이 못 듣는 거지?"


 아다비아가 조롱하듯이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아가며 아쉬워하는 흉내를 내어가며 이야기했다.


 "아니야! 여기 내 이름 있어!"


 아다비아가 합격했냐고 물어보자 아주 당당하게 합격자 명단 제일 아래에 적혀 있는 내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축하해! 꼴찌라도 통과한 것이 어디야!"

 "고마워!"

 "아까 와서 합격자 확인하고 너 기다리고 있었어."

 "나를?"

 "응!"


 아다비아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에 낙제를 면하게 해준 건 아다비아 때문이다. 라키사도 나름대로 많이 도와주기는 했지만 아다비아는 거의 매일 서점으로 찾아와서 내 공부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아다비아가 계속 내게 수업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중간에 안 들어가기 시작했겠지. 매일 서점으로 와서 공부를 알려준 것도 정말 고맙지만, 끝까지 나를 수업을 들으러 오게 만든 것이 아마 낙제를 면하는 결과를 얻는 데에 가장 중요했을 거다.


 아다비아에게 보답을 해야 하는데 뭘로 보답하지? 최소한 점심 한 번은 사주고 싶다. 오늘은 마침 일이 없으니 지금 아다비아가 일이 없다고 하면 같이 점심 먹자고 해야겠다.


 "아다비아, 우리 오늘 점심 같이 먹을래?"

 "오늘? 너 오늘 일하러 가야 하지 않아?"

 "이고가 오늘 하루 푹 쉬래. 보나마나 낙제일텐데 머리나 식히고 들어오라구."

 "뭐? 진짜? 이고 나를 너무 우습게 본 거 아니야?"


 아다비아가 깔깔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러고보니 내 입장에서는 내가 합격하느냐의 문제이지만 아다비아 입장에서는 나를 합격시키느냐의 문제였겠다. 그렇게 온갖 노력을 기울여서 내 공부를 봐주고 시험도 치르게 해주었는데 그 결과가 낙제였다면 아다비아도 매우 허탈했을 거다.


 "그런데 내가 이고였어도 그러기는 했겠다."


 하여간 아다비아는 쓸 데 없는 말을 한 마디 더 해서 미움을 산다니까. 저건 미움을 사는 정도가 아니라 미움을 노력해서 쟁취하는 거다. 하고 싶은 말 한 마디만 참아도 훨씬 더 예쁘고 덜 미워보일텐데.


 "이번 학기 그래도 네가 도와줘서 낙제 면했잖아. 아다비아, 정말 고마워!"

 "고마운 줄 아는구나! 어때? 내 실력에 많이 놀랐지?"

 "응."


 아다비아가 계속 웃으며 기뻐한다. 내가 낙제를 모면해서 기뻐하는 건지 나를 낙제에서 구해낸 자신의 능력에 스스로 감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 내가 먹고 싶은 거 아무 거나 먹어도 돼?"

 "당연하지! 너 때문에 낙제 모면했는데!"

 "진짜 비싼 거 먹어도 돼?"

 "응! 진짜로 너 먹고 싶은 거 사줄께! 너 때문에 낙제 모면했는데 뭔들 못 사주겠어?"

 "우와! 그러면 어서 나가자!"


 순간 깜짝 놀랐다. 아다비아가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얘가 왜 이러지? 그보다 아다비아 손은 정말로 부드럽고 따뜻하구나. 여자 손이 이렇게 부드러운 줄 처음 알았다. 여자와 손을 잡아본 적이 있어야지. 그런데 얘는 이렇게 내 손 막 잡아도 별 생각 없는 건가? 보통 손을 잡는 것은 연인들끼리나 하는 거잖아. 에드자 여자들은 남자 손 잡는 것에 별 생각이 없는 걸까? 얘는 나를 좋아할 리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내 손을 잡고 가는 거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얘가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으니 얼떨떨하다.


 "여기에서 조금 머니까 마차 타고 가자!"

 "어? 학교에서 멀어?"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어. 마차 삯은 내가 낼께."

 "아니야. 너 때문에 낙제 면했다니까. 당연히 내가 내야지."

 "오! 정말로 나한테 많이 고마운가봐?"


 너에게 정말로 고맙지. 그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다. 내가 고맙다고 하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싶은가보다. 교문 밖으로 나가 마차에 올라탔다. 에드자 와서 마차는 처음 타본다. 이렇게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구나. 아다비아는 정말로 신나보인다. 대체 어떤 식당으로 나를 데려가길래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뭐 아다비아가 기뻐하면 그걸로 되었다. 아다비아가 기뻐해야 내가 고마워서 점심 사주는 보람이 있지.



 마차는 내성의 남문을 통과했다. 여기가 바로 에드자의 중심인 내성이구나! 헌책방 주변, 에드자 대학교와는 아주 다른 세계다. 일단 간판부터 총천연색에 화려하다. 건물 벽이 밋밋한 곳이 안 보인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무늬를 그린 벽, 섬세하게 벽에 조각을 하고 그 위에 물감을 입힌 벽, 회칠을 하고 회칠을 파내어 무늬가 새겨진 것처럼 보이게 만든 벽 등 벽이 다 다르다. 게다가 여기저기 등이 보인다. 밤에는 저 등에 불이 다 들어오겠지? 그러면 이 길은 백주대낮처럼 매우 밝겠다! 사람들의 옷도 정말 깨끗하고 단정하다. 모두가 새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인 거리의 악취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확실히 내성은 내가 살고 있는 외성과는 많이 다르구나!


 마차가 멈추어섰다. 아다비아는 마부에게 1주므아 20마르라를 주라고 알려주었다. 마차 함부로 탈 것 아니구나. 마차 삯이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1주므아 20마르라를 내라고 할 줄은 몰랐다. 마차 종종 타고 다니다가는 거지 되는 거 순식간이겠다. 나라면 아무리 덥더라도 1주므아 20마르라라는 액수 때문에 열심히 걸어왔을 거다. 아다비아도 오늘은 모처럼 기분 좀 낼 수 있는 날이라 마차 타고 가자고 한 거겠지? 설마 툭하면 마차 타고 다니려구.


 마부에게 돈을 지불하고 아다비아를 따라갔다.


 "여기야!"

 "여기?"


 아다비아가 데려간 식당 입구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여기 정말 식당 맞아? 벽돌을 쌓아서 만든 건물이었다. 외벽은 새하얗게 칠하고 그 위에 여러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림 속에는 빨간 꽃도 있고 파란 꽃도 있고 노란 꽃도 있다. 커다란 벚나무는 꽃이 만발해 있다. 바람이 불어 꽃잎이 하나 둘 꽃비가 되어 떨어진다. 푸른 하늘에는 새가 날고 있고 요정들이 공중에서 춤추며 금가루를 뿌리고 있다. 이런 그림을 너무나 화려하고 섬세하게 그려놓았다. 입체적으로 보였던 이유는 벽면 위에 석고를 두껍게 바르고 그것을 파내고 그 위에 덧붙여서 입체감을 만들어낸 후 물감을 입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게 꾸민 건물이 고작 식당이라고?


 아다비아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내부도 외부 못지 않게 화려하다. 아니, 외부보다 내부가 더 화려하다. 벽마다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 있고 색색의 등이 걸려 있다. 테이블마다 새하얀 테이블보가 깔려 있다. 테이블보 끄트머리에는 촘촘하게 실을 떠서 만든 레이스가 달려 있다. 저 테이블보 빨려면 그것도 장난 아니겠는데? 저 테이블보가 다 관리가 될까? 아다비아가 테이블 앞에 앉았다. 나는 아다비아 맞은편에 앉았다.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종업원이 와서 메뉴판을 나와 아다비아 앞에 놓아주었다. 메뉴판을 펼쳐보았다. 1주므아 50마르라! 1인당 가격은 1주므아 50마르라였다. 아다비아 몫까지 내가 내준다고 했으니 3주므아. 여기 진짜 장난 아니구나. 완전 고급 식당인데? 3주므아면 내가 저녁으로 사먹는 야채국수가 30마르라니까 그 야채 국수가 10그릇이네. 나라면 여기 절대 오지 않는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아다비아가 내 퇴학 막아주었잖아. 아다비아도 여기 와보고 싶었을 거야. 그나저나 여기는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지? 메뉴판을 보는데 감도 안 온다. 무슨 메뉴가 이렇게 많아? 아다비아를 바라보았다. 아다비아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메뉴판을 하나씩 넘겨보며 천천히 음식을 고른다.


 잠시 후 종업원이 테이블로 왔다.


 "너 다 골랐어?"

 "음...그냥 너 먹는 걸로 먹을께."

 "아...알았어!"


 아다비아는 직원에게 뭔가 이야기한다. 저건 분명히 마딜어인데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뭘 저렇게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주문하지? 아다비아가 주문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려 노력하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다. 쟤가 지금 대륙공통어나 아드라스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아다비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아다비아가 딱히 뱅뱅 돌려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식당을 둘러보았다. 테이블마다 연인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서로 먹어주고, 하하호호 웃으며 부드럽게 대화를 한다. 게다가 그 연인들 모두 돈 좀 있어보이는 옷차림이다. 여기에 나와 아다비아가 있어도 되는 거 맞나? 여기는 연인들이 사랑이 듬뿍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인 거 같은데? 음식을 먹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얘는 여기에 나를 왜 데리고 왔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다비아와 나는 정말 다르다는 거다. 솔직히 아다비아가 나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 적이 없지는 않다. 거의 매일 일부러 서점에 찾아와서 내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수업 꼭 끝까지 들어오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며 좋아하는 거 아닌가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겠지. 그래서 정말로 얘가 나를 좋아해서 그런건가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라고 답을 내렸다. 왜냐하면 나와 정말 다르거든. 어쩌면 사는 세계 자체가 나와 다를 수 있다. 그냥 같은 땅 위에 있을 뿐, 아다비아의 세계와 내 세계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아다비아가 나를 좋아한다고? 그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아마 최소한 바하르 같은 애들을 좋아하겠지. 아다비아가 말하는 거 빼고 못난 부분이 없는데 뭐가 아쉬워서 나를 좋아해? 단지 친구가 없으니까 나랑 놀자고 드는 것일 거다.


 "너 여기 자주 와?"

 "자주 오면 내가 너랑 여기 오자고 했겠어?"

 "응?"

 "나도 여기는 생일 때나 오는 곳이야. 아, 내가 이야기 안 했니? 올해 초에 가족들이 멀리 이사갔거든. 그래서 지금 나 혼자 에드자에서 하숙하고 있잖아. 매년 내 생일때마다 가족들이랑 여기에서 식사했었어. 그런데 가족들이 멀리 이사가서 올해 내 생일때 이 식당 못 오나, 아니면 혼자 가서 쓸쓸하게 혼자 식사해야 하나 고민했지. 너 덕분에 오늘은 생일 미리 챙긴 걸로 해야겠어!"

 "아, 그래?"


 아다비아 여기 매우 오고 싶어했나보다. 매해 생일마다 왔다고 하니 추억이 많기는 하겠다.


 "여기 비싸니까 내 몫은 내가 낼께."

 "아니야, 너 아니었으면 나 낙제였을 거 아냐. 실상 퇴학이었을텐데. 그거보다 훨씬 저렴하니까 신경쓰지 마."

 "그건 그렇네! 그러면 대신 차는 내가 살께."


 아다비아가 웃었다. 그 문제가 아니라도 이 분위기라면 내가 안 내고 버티지를 못할 거다. 죄다 연인들이구만!


 종업원이 테이블에 포크와 나이프를 올려놓았다. 포크와 나이프에서 광이 번쩍번쩍 난다. 여기는 하나부터 끝까지 내가 가는 식당과는 차원이 다르구나! 종업원이 포크와 나이프를 올려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빵은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 연갈색에 광택이 없는 표면. 한 조각 뜯어서 입에 넣어보았다. 매우 부드럽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가 입안에 확 퍼진다. 이제 고기를 먹을 차례. 칼로 고기를 썰었다.


 "이거 왜 이래?"

 "응?"

 "이거 설익은 거 아니야? 막 핏물 나오는데?"


 고기를 썰자마자 고기에서 불그죽죽한 물이 흘러나왔다. 단면을 보니 아무리 봐도 이건 설익은 고기다. 여기 고급 식당 맞아? 고급 식당이 고기를 설익혀서 줘?


 "이거 설익은 거 아니야. 원래 이렇게 먹는 거야."


 아다비아 말이니 한 번 믿어보자. 고기 한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비릿한 향이 확 느껴졌다. 빵 때문에 즐거워진 입이 고기의 피 냄새로 엉망이 되었다.


 "이거 진짜 이렇게 먹는 거 맞아?"

 "응. 입에 안 맞아?"

 "이거 아무리 봐도 설익은 거 같아. 피냄새 확 올라오는데?"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아다비아는 종업원을 불러서 내 고기를 바싹 구워달라고 부탁했다. 종업원은 아무 말 없이 내 고기가 담긴 접시를 들고 갔다.


 "고급 고기는 원래 살짝 익혀 먹는 거야."

 "저건 아무리 봐도 살짝 익힌 게 아니라 설익힌 건데..."


 아다비아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기를 잘라 입에 넣었다. 아다비아 고기도 아까 내 고기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분명히 저건 설익은 고기다. 그런데 어떻게 맛있게 먹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쟤는 핏물 먹는 것이 그렇게 좋나? 말만 뱅뱅 돌려서 말하는 줄 알았는데 식성도 참 이상한 애였군.


 모든 게 적응되지 않는다. 여기 마딜 공화국 맞아? 에드자 맞아? 인파사랑 에드자랑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에드자 외성에서만 돌아다녀서 그런 거였다. 내성은 아예 다른 세계구나. 여기가 바로 '에드자'라고 부를만한 곳이구나. 어떻게 1.5주므아나 되는 돈을 내고 피비린내 나는 설익은 고기를 먹을 수 있지? 그리고 식당이 어떻게 인파사에 있는 주요 건물들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지? 이 사람들은 옷을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고 화려하게 입을 수 있지? 그리고 아다비아는 어떻게 이 식당에서 메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를 수 있는 거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아다비아가 먹는 속도에 맞추어서 음식을 먹었다. 아다비아는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 나는 음식 맛을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어색한 분위기를 음미하고 있다. 아다비아는 나의 그런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계속 나를 쳐다본다. 내게 눈을 맞출 때마다 아다비아가 나를 더 어색하게 만들 것 같아서 시선을 음식 쪽으로 돌렸다. 너무 어색해서 빨리 먹고 나가고 싶지만 최대한 아다비아 먹는 속도에 맞추어가며 어색함을 맛본다. 음식 자체는 정말 맛있다. 지금껏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너무 어색하고 이질감이 느껴져서 음식을 먹는 건지 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다비아가 먹는 속도에 맞추어서 음식을 입 안에 넣을 뿐이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나왔다. 이 거리도 어색하기는 매한가지지만 식당 안보다는 훨씬 낫다. 식당에서 나오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 어색함에서는 해방이구나. 찻집이야 뭐 특별한 거 있겠어? 거기야 그냥 아무 거나 하나 주문해서 홀짝이면 되겠지.


 "이제 우리 찻집 가자."

 "그래. 찻집은 어디?"

 "내가 아는 곳으로 가자. 거기 꽤 괜찮아."


 아다비아가 또 내 손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한다. 얘는 오늘따라 왜 자꾸 내 손을 잡는 거야? 아다비아 머리 속에 나는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이인가? 자꾸 손을 잡고 끌고 간다. 네가 내 손 안 잡고 가도 나 너 잘 따라간다구.


 아다비아는 머리핀을 파는 가게 앞에서 갑자기 멈추어서더니 머리핀을 꼽고 거울을 보더니 활짝 웃었다.


 "이 머리핀 어때? 나랑 잘 어울려?"

 "그거? 응."

 "안 어울리는구나?"

 "아니야, 잘 어울려."


 아다비아는 머리핀을 빼서 진열대에 놓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스카프를 판매하는 가게에 멈추어 서더니 스카프를 두르고는 거울을 보았다. 또 해맑게 미소를 짓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이 스카프 나랑 잘 어울리지? 이거 색 너무 예쁘지 않아?"

 "어."

 "별로인 거 같아?"

 "아니. 예쁜데?"

 "아닌 거 같은데?"

 "진짜야!"


 아다비아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스카프를 목에서 풀러 점원에게 건네주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다른 가게로 가더니 손거울과 지갑을 골랐다.


 "이것들 예쁘지?"

 "응. 예뻐."


 아다비아는 내 대답을 듣더니 손거울과 지갑을 진열대에 내려놓고 내 손을 확 잡아당겼다.


 "너 너무 성의없이 구는 거 아냐?"

 "응? 뭘?"


 얘는 뭔 뜬금없이 성의없이 구는 게 아니래? 어울리니까 어울리고 예쁘니까 예쁘다고 하면 되었지, 뭘 더 말하라는 거야?


 "어휴. 너 그러면 평생 여자 못 사귀어!"

 "뭔 악담이야?"

 "되었어. 어서 찻집이나 가자."


 아다비아가 한숨을 내쉬더니 내 손을 쥐고 앞으로 걸어갔다.



 찻집에 도착했다. 입구 위에는 '하늘의 정원'이라고 새긴 현판이 걸려 있다. 현판의 테두리는 꽃과 나무가 조각되어 있다. 찻집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아까 식당보다는 연인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식당 내부 벽은 꽃무늬를 조각한 나무 타일이 촘촘하게 붙어 있다. 여기는 화려하지 않은 곳이 없는 거 같다. 화려한 것만이 내성 안에 존재할 수 있는 건가?


 "너 특별히 좋아하는 차 있어?"

 "나? 아니. 차도 뭐 종류가 있어?"

 "케이크는?"

 "딱히 없는데?

 "그러면 내가 주문할께"


 종업원이 오자 아다비아가 케이크 한 조각과 꽃차를 주문했다.


 "왜 케이크를 한 조각만 주문해?"

 "바보니? 케이크는 나랑 나누어먹으면 되잖아?"


 아다비아가 나를 아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얘는 대체 오늘 왜 이러지? 누가 보면 나랑 데이트하러 나온 줄 알겠다. 나랑 정말 안 맞고 나를 좋아할 리 없다는 거 뻔히 잘 알고 있는데 왜 이러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중앙학문연구소를 다녀서 그 쿠폰이라도 매달 선물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이런 데에 종종 갈 수 있는 사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오히려 지금 간신히 낙제를 면하기는 했지만 당장 다음 학기 수업 듣는 것도 문제인데다 서점에서 일하느라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도 잘 알면서. 뭐 내가 아주 편한 친구라고 느끼나 보다. 나도 아다비아를 가까운 친구라 여기기 때문에 오늘 아다비아의 행동들이 매우 어색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노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차와 케이크가 나왔다. 아다비아는 찻주전자 뚜껑을 열어보았다. 위로 솟구치는 뿌연 김 속에서 물 속에 피어난 꽃이 보였다. 아다비아가 내게 한 잔 따라주었다.


 "오늘 점심 사줘서 고마워."

 "네가 낙제 면하게 해준 거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데."

 "정말이지?"

 "그렇다니까! 당연하지!"


 아다비아는 자기 찻잔에 차를 따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나랑 이렇게 노는 거 재미있지 않아?"

 "어? 아...응."


 아다비아가 내 대답에 실망했나 보다.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재미없다는 거 아냐. 정말 재미있었어! 그런데 이런 게 다 처음이라 솔직히 신기하기는 한데 좀 정신이 없기는 하네."

 "그래 뭐가 문제지?"


 내 말에 아다비아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을 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고향에서도 꽃차를 마시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아주 어색하지는 않다. 여기 것은 꽃차에서 단맛이 난다. 이건 꿀을 살짝 넣은 건가? 꽃차에 단맛을 내다니 역시 여기는 완전히 다른 세계구나.


 "타슈갈."

 "응?"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데 아다비아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나, 내일부터 오후에 중앙학문연구소로 일하러 가."

 "응? 무슨 일?"

 "교수님 추천으로 거기 계신 학자의 연구보조원으로 일하게 되었어."

 "진짜?"


 아다비아가 중앙학문연구소에 연구보조원으로? 얘 진짜 소원 성취했구나! 거기서 일하면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그 상점인가 하는 곳도 갈 수 있겠구나. 거기 이용하기 위한 허가증도 발급받을 거구. 그래서 오늘 너무 신나서 나한테 같이 놀자고 그랬구나! 사귀는 것도 아닌데 데이트하듯 놀자고 해대서 뭔가 있는 거 아닌가 했다. 이거 막 자랑하고 신나게 놀고 싶은데 같이 놀 사람은 나 밖에 없어서 그랬나보다.


 "그 멋진 곳에서 지적이고 멋진 분들 옆에서 일할 생각하니 너무 가슴뛰고 설레!"

 "진짜 축하해! 너 거기 다니고 싶어했잖아!"

 "응! 이렇게 진짜 될 줄은 몰랐어!"


 아다비아가 활짝 웃었다. 얘는 이제 나와 정말로 다른 세계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전에 아다비아가 중앙학문연구소 다녀와서 자랑하던 것이 떠올랐다. 아다비아는 그 높은 곳으로 쭉 올라가는구나! 정말 좋겠다. 부럽기도 하지만 아다비아가 그렇게 꿈꾸던 중앙학문연구소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쁘다. 설마 나를 도와주며 선행을 쌓아서 그런 행운이 온 거 아냐?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었더니 그 선행이 하도 많이 쌓여서 귀신들이 소원을 들어준 거 아냐?


 "그런데 너 괜찮겠어?"

 "뭐가?"

 "이제 나 너 공부 못 도와줘. 너 다음 학기에 바로 낙제하는 거 아냐?"

 "나 혼자 어떻게든 해야지. 언제까지 네 도움에 의존할 수는 없잖아?"


 순간 아다비아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었다.


 "아...그래? 꼭 잘 하기 바래."


 얘 대체 왜 이러지? 당연한 거 아냐? 언제까지 네 도움에 의존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 당연한 거에 왜 갑자기 애가 돌변하지? 아다비아는 아무 말 없이 케이크를 푹푹 떠먹고 자기 찻잔의 차를 후루룩 다 마셔버렸다.


 "가자."

 "응?"

 "나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해."



 찻집에서 나왔다. 오늘 대체 얘 왜 이러는 거야? 뭐가 문제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혼자 엄청나게 신나고 데이트 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 갑자기 싹 변해버렸다. 마치 수업 시간 나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던 그 모습처럼 갑자기 나와 아다비아 사이의 거리가 내 고향에서 여기까지의 거리만큼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너는 집 어느 쪽이야?"

 "나 하숙집까지 데려다줘."

 "어? 알았어."


 분명히 아다비아 지금 짜증났다. 무엇 때문에 짜증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짜증이 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아까는 내 손을 잡지를 않나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나한테 자기에게 잘 어울리냐고 물어보지를 않나 혼자 신났는데 이번에는 혼자 말없이 걸어간다. 가끔씩 나를 흘겨본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지?


 "다 왔어. 잘 가."


 아다비아는 뭔가 단단히 짜증난 듯 눈을 찌푸리고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응. 나 이제 갈께."

 "그러든가."


 아다비아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았다. 쟤 대체 뭐야? 혼자 신났다가 혼자 짜증내고 있다. 그것도 아주 극단적으로. 하여간 희안한 애야.



 서점으로 돌아왔다.


 "너 죽지 않았네?"

 "뭐? 내가 왜 죽어?"

 "나는 네가 낙제 확인하고 학교 건물에서 뛰어내린 줄 알았지."

 "나 낙제 면했어?"

 "진짜? 이거 기적이 일어났어! 말도 안 돼!"


 이고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이고는 내가 당연히 낙제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니 나한테 오늘 하루 머리 식히면서 쉬라고 했지.


 "합격이면 여태 뭐하다 왔냐? 술냄새도 안 나는데."

 "아다비아랑 밥 먹고 차 마시고 왔어."

 "아다비아랑?"

 "응. 그런데 아다비아 오늘 이상하더라구. 갑자기 손을 잡지를 않나..."

 "뭐? 아다비아가 너 손을 잡았다고? 야, 자세히 이야기해봐!"


 이고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왜 마지막에 아다비아가 짜증이 많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머저리야, 그거 완전 아다비아가 대놓고 너한테 아주 좋다고 꼬리친 거 아냐? 너 바보냐? 나 같았으면 찻집에서 바로 사귀자고 고백했겠다."


 이고가 깔깔 웃었다.


 "너는 루즈카한테 그렇게 고백했어?"

 "왜 그래? 나는 너보다 훨씬 똑똑하구만. 진짜 네가 고백만 하면 되었겠구만 그걸 못 받아먹네. 아니지, 이건 뭐 걔가 고백했을 수도 있었겠는걸? 너 진짜 병신이냐?"


 이고는 배를 잡고 엄청 웃어댄다. 웃다가 책상에 엎드리더니 다시 일어나 눈물까지 닦는다.


 "걔가 뭘 나를 좋아해? 좋아하려면 돈도 많고 능력도 되는 애를 좋아하겠지. 지적이고 멋진 분들 옆에서 일한다고 아주 신났더만. 거기서 똑똑한 학생 하나랑 사귀든가 하겠지, 뭐 나랑 사귀어?"

 "아, 됐다. 너 진짜...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

 "뭘 또 처음이야? 나 씻고 올께."



 우물가로 갔다. 시원한 물을 머리에 끼얹었다. 아다비아가 설마 진짜로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건가? 그럴 리야 없겠지. 일부러 내 공부 도와주러 서점에 계속 온 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이제 서점 못 놀러온다고 했다.  앞으로 오후에는 일하러 간다고 했으니 마주칠 일 자체가 한동안 없을 거다.


 '망상 따위 관두자.'


 아다비아가 오늘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중앙학문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으니 많이 신났나보다. 그래서 같이 신나게 놀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게 나 밖에 없었던 거야. 걔가 나랑 사귀고 싶어할 리가 있어?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할 시간에 아드라스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게 낫다. 왠지 이고가 이걸로 두고두고 놀려먹을 거 같기는 하지만 반응 없으면 몇 번 해보다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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